[3]
악마의 도법인 지옥잔륜도, 그것도 한층 위력이 보강된 도세에 격중 당하고도 북리뇌
우는 죽지 않았을 뿐더러 석벽에 의지하여 몸을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
그는 안색이 창백해져 있기는 해도 더없이 담담한 표정이었다. 지옥잔륜도와 지옥사인
을 싸잡아 비웃기라도 하듯.
"우우우......!"
지옥사인은 짐승의 울부짖음과도 같은 소리를 냈다. 두 번에 걸친 실패가 그를 절망에
이르게 만든 것이었다.
이 때, 앞으로 한 걸음을 내딛는 북리뇌우의 앞가슴 옷자락이 수백 조각으로 찢겨 나
가며 심장 부위를 드러냈다.
그 곳에는 지옥잔륜도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삼백육십 줄기의 도흔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그것을 본 지옥사인은 눈을 크게 뜨며 부르짖었다.
"이...... 이건 말도 안 된다! 지옥잔륜도에 격중된 자는 앞가슴이 아니라 등뒤에 도
흔이 새겨져야 마땅하거늘......."
그는 눈앞에 펼쳐져 있는 현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후후후......."
북리뇌우는 기소를 흘렸다. 그는 지옥사인을 향해 다가가며 자르듯 분명한 음성으로
말했다.
"이것은 그대의 운명이다. 아무리 기를 써도 그대는 나를 죽이지 못하게 되어 있지."
"으으......."
지옥사인은 신음과 함께 부지 중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하지만 그는 제 풀에 얼굴을
붉혔다. 자신이 두려움을 느끼고 물러섰다는 사실을 스스로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의 수치감은 북리뇌우에 향한 분노로 이어졌다.
"놈! 내 너의 심장을 갈기갈기 찢어 놓고 말리라."
파츠츠츳!
그는 미친 듯이 지옥잔륜도를 또 한차례 펼쳐냈다.
파파파파팟!
삼백육십 줄기의 도기가 이번에는 북리뇌우의 가슴을 관통하여 뒤편의 석벽에 도흔을
새겨 놓았다.
그러나 어찌된 셈인지 북리뇌우는 끄덕도 하지 않았다.
뚜벅, 뚜벅......!
그는 여전히 지옥사인을 향해 걸어오고 있을 따름이었다.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자가
과연 누구인가를 말해 주듯.
지옥사인의 얼굴이 허옇게 탈색되었다.
"믿을 수가...... 없다. 대체 어찌 이런 일이......."
북리뇌우는 흰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그대는 보기보다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군. 아직도 모르겠는가? 내가 십 년 전 그
대의 지옥잔륜도에 당하고도 살아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우우......!"
"이제야 얘기지만 나의 운명은 본래부터 악마의 도법 따위에는 죽지 않도록 설정이 되
어 있다. 또한......."
뚜벅뚜벅.......
북리뇌우는 계속 걸음을 옮기며 말을 이었다.
"언젠가 다가오게 될 이 날을 위해 나 역시 오랫동안 처절한 고통과 싸우며 훈련을 쌓
았다. 방금 전 그대가 과시했던 자부심도 내 눈에는 한낱 객기로 보였었지."
"뭐, 뭣이!"
지옥사인은 대노했으나 뭐라 반발하지는 못했다. 그는 북리뇌우가 한 걸음씩 다가올
때마다 무섭게 증폭되는 살기를 느끼며 숨통이 조여드는 듯한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었
다.
"자! 이제 자부심이든, 객기든 그대가 지닌 모든 것이 마감될 시간이다. 각오는 충분
히 되어 있겠지?"
북리뇌우의 직접적인 위협은 한층 더 주효했다.
"다...... 다가오지 마라!"
지옥사인은 급기야 떨리는 음성으로 외치기에 이르렀다. 그는 이 순간 기막히게도 공
포에 사로잡혀 버린 것이었다.
그토록 믿었던 지옥잔륜도가 소용 없게 되어 버리자 그도 죽음을 두려워하는 평범한
인간으로 되돌아온 모양이었다.
북리뇌우는 냉정한 시선으로 그를 응시했다.
"그대를 지옥잔륜도에 버금가는 잔혹한 수법으로 죽여 주마. 안되었다만 그것은 그대
가 치뤄야 할 대가다."
그 동안 양자간의 거리는 반 장 정도로 좁혀져 있었다. 이를 의식한 지옥사인은 자신
도 모르게 뒤로 주춤 물러섰다.
하지만 북리뇌우가 다시 다가듦에 따라 그것은 헛된 몸부림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상
대와의 거리가 한 자 남짓에 불과하게 되자 우수를 빠르게 앞으로 내뻗었다.
팟!
그의 우수는 지옥사인의 목덜미를 와락 움켜쥐는가 싶더니 짙은 혈광을 피워 올리기
시작했다.
츠으으으―!
혈광에서는 사위를 모조리 태워 버릴 듯 강한 열기가 발산되어 지옥사인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크으......!"
지옥사인은 신음과 함께 신형을 꿈틀거렸다. 그러나 북리뇌우는 숨돌릴 틈도 없이 그
의 목줄을 더욱 조여갔다.
창졸간에 극단의 고통을 경험하게 되자 오히려 오기가 치밀어 오른 것일까? 잔뜩 부릅
떠진 지옥사인의 눈에는 일순 그 특유의 섬뜩한 살기가 어렸다.
"놈!"
그는 기세를 회복한 듯 냉갈했다.
츠파앗!
그의 수중에 들려 있던 연도가 순간적으로 활처럼 휘어 북리뇌우의 허리를 영활하게
감아왔다.
"웃!"
북리뇌우는 허리 어림에서 화끈해 오는 통증을 느끼며 짧은 신음을 발했다. 연도의 날
카로운 도신이 갈라놓은 그의 옷자락 사이로 선렬한 핏물이 배어 나왔다.
하지만 북리뇌우의 입가에는 냉혹한 미소만이 떠올랐다.
"어떻게 해도 그대는 살아 돌아가지 못한다. 아니, 그대와 연관이 있는 자들 모두가
내 손에 죽게 될 것이다."
그는 우수뿐 아니라 전신에서 짙붉은 혈광을 무럭무럭 피워 올렸다. 그에 따라 발산되
는 열기도 도를 더해 갔다.
"우우, 이 손...... 놓지 못하겠느냐?"
그 때까지도 그의 손에 목덜미를 잡혀 있던 지옥사인은 얼굴이 시뻘개진 채 견딜 수가
없는 듯 발버둥을 쳐댔다.
"어림없다. 그대는 내 손에 필히 죽어 주어야 한다."
"놈...... 악마가 따로 없구나."
"맞다, 나는 악마다. 지옥을 평정하는."
"끄으으......."
지옥사인의 목구멍에서 가래 끓는 소리가 울려 나왔다. 그것은 목숨의 한계를 나타내
는 음향이랄 수 있었다.
그의 얼굴에서 북리뇌우를 조롱하던 사악한 미소 따위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는 극
심한 고통 가운데 안면을 일그러뜨린 채 사신(死神)을 맞이하고 있었다.
"크크크......!"
북리뇌우의 입술 사이로 문득 그의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사이한 웃음소리가 흘러
나왔다.
뿐만 아니라 그는 어느 틈엔지 모습까지도 변해 있었다. 모발이 허공으로 뻣뻣하게 곤
두선 채 흡사 지옥의 악귀나찰과도 같은 형상이 되어 있는 것이었다.
그가 발출해 낸 혈광은 이 순간 시뻘건 불길로 화해 그를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뒤덮고
있었다.
지옥사인은 저항할 기력조차 잃었는지 잠잠했다. 입술을 비집고 새어 나오는 신음성도
거의 잦아들고 있었다.
"으음......."
우두둑!
뼈마디 부러지는 음향과 함께 그의 목이 뒤로 꺾여졌다.
퍽!
그의 머리통은 무시무시한 힘에 의해 잘 익은 홍시가 터지듯 무수한 육편으로 화해 허
공으로 흩어져 날아갔다.
그 뒤로 몸체만이 서서히 바닥으로 허물어져 내렸다.
화르르륵!
북리뇌우의 전신에서 이글거리던 불길이 지옥사인의 몸체로 맹렬하게 번져 갔다.
처단(處斷)은 그렇듯 잔혹무비하게 이루어졌다. 북리뇌우는 공언한 바를 그대로 실천
에 옮겼던 것이다.
누구를 막론하고 인간에게는 양면성(兩面性)이 있다.
북리뇌우의 경우는 극단적인 예로써 마음먹기에 따라 삽시에 악마로 돌변하는 성정을
지니고 있었으니, 이런 면이야말로 어쩌면 운명이 설정해 놓은 것인지도 몰랐다.
그런즉 당금 무림에서 십전무판자(十全武判子)로 불리는 그의 행로는 아무도 예견할
수가 없었다.
더구나 북리무해의 뒤를 이어 십방무림통사단의 실권까지 수중에 거머쥐게 되었으니
향후로 그가 일으키게 될 풍운(風雲)은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양상을 띠게 되지 않겠
는가?
화르르르―!
수급을 잃어버린 지옥사인의 몸뚱이는 혈염(血焰)에 휩싸인 채 시커먼 숯덩이로 변해
가고 있었다.
그것은 북리뇌우의 일신에서 발산되는 불길이 사그라들지 않는 탓으로, 그 가공할 열
기를 견디지 못해 근처의 석벽마저도 소리 없이 녹아 내리고 있었다.
그러던 한 순간이다.
"우욱!"
북리뇌우는 한 모금의 선혈을 울컥 토해내며 모로 쓰러졌다. 아마도 과도한 기력 소모
로 의식을 잃은 모양이었다.
사실 그는 감추어진 일면을 드러내 자학을 함으로써 어쩌면 자신을 향한 것이었는지도
모를 분노와 회한을 털어내려 했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이처럼 탈진하고 만 것이었
다.
불길 속에서도 밀랍처럼 창백하게 굳어져 있는 그의 얼굴에서는 생기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
화르르륵! 타타탁.......
무심한 불길은 지옥사인을 태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던지 혼절해 있는 그의 육신으로
까지 옮겨 와 거세게 타올랐다.
그 바람에 석전의 내부는 역겨운 살타는 냄새와 끓는 듯한 열기로 가득 메워져 가고
있었다.
꽈르르릉―!
녹아 내리던 석벽의 일각이 갑자기 굉음을 일으키며 무너졌다. 그 사이로는 다급한 발
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안돼......!"
소악이었다. 그는 자신의 영원한 우상인 북리뇌우가 불길에 휩싸인 채 쓰러져 있는 것
을 보고는 너무도 놀란 나머지 소리조차 지르지 못하고 굳어져 버렸다.
아무리 영민하단들 소악이 어찌 알겠는가? 이 석전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으며, 북
리뇌우가 왜 그렇게 되었는가를.
그는 다만 황망히 울부짖으며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
"형님! 어찌 이런 모습으로......."
상의를 벗어 들고 불길을 잡으려 안간힘을 쓰는 소악의 눈에서는 눈물이 펑펑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그의 뒤로는 화자연 등의 일행들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즐독합니다,
즐독하였습니다
굿 밤 보네세요
즐~~~~감!
고맙습니다^^
즐독!
고맙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즐독 합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즐독입니다
즐감합니다
감사
감사합니다
즐감
즐감하고 갑니다.
즐독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