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9시쯤 방에 있는데 갑자기 현관등이 켜졌다.
동작이 감지돼야 켜지는 등이라 의아하게
쳐다보는데 같은 현상이 세 번이나 반복되는 것이었다.
도깨비 놀음에 잠시 긴장이 됐지만 다행히 오작동은
곧 멈췄다.
순간 느낀 두려움 때문일까 달포 전 제주에 와서
집을 구할 때 첫 번째로 가 본 빈 집이 떠올랐다.
애월읍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그 집은
구릉지 정상 근처에 있어 그야말로 언덕 위에 하얀
집이었다.
완만하게 경사진 들판 아래로 보이는 쪽빛 바다는
과히 환상적이었다.
압도적인 경관에 반해 내심 긍정적인 결심을 하고
집 안을 둘러보는데 왠지 모르게 분위기가 기묘했다.
최근까지 젊은 여자가 살았다는 집은 1층이 거실 겸
주방, 2층은 침실로 구성된 복층식 구조였는데 집 안
곳곳에 여자가 사용했던 주방기구와 칫솔, 수건,
신발, 책 등의 잔여물들이 있었다.
그 중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건 서랍 속에 남겨진
여자의 속옷과 생리대였다.
나는 혼란스러운 마음이 들어 집구경을 멈추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당연히 가져갔어야 할 물건들이 왜 남아 있는
것일까...
여자는 왜 남에게 보여서는 안 될 자신의 가장
수치스러운 것을 두고 간 것일까...
내 추론의 끝은 이러했다.
1) 여자는 집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1) 제 삼자가 세간살이를 정리했다.
1) 즉, 여자는 이 집에서 급사나 자살한 것이다.
내 가설이 아전인수일 수 있지만 잔여물들은
그런 가능성을 충분히 제기하고 있었다.
결론이 거기까지 도달하자 집에 들어설 때 느꼈던
기묘함이 두려움으로 바껴 나는 서둘러 집 밖으로
나왔다.
계약을 포기하고 다시 바라본 들판과 바다는
처음처럼 아름답지 않았다.
낭만적이던 언덕 위에 하얀 집은 을씨년스러워 보였다.
애월읍으로 돌아오는 길, 그 집이 멀어질수록
그 집에 살던 여자에 대한 궁금증은 점점 가까워졌고
내 가설이 부디 빗나가기를 바라고 있었다.
{태인the길}
첫댓글 저도 좀 이해할수 없네요.왜서 자신이 사용했던 물건들을 깨끗히 거두지 않고 방치해 두었는지......함께 상상속에 빠져보네요.좋은밤 보내세요~~
그러게요.
전 거주자가 사용하다 남겨놓은
물건을 보는 건 썩 유쾌하지 않죠.
깨끗이 정리되었더라면 지금쯤
그 집에서 글을 썼을 텐데요.
즐금밤 보내세요^^
져도모르게 온몸이 으스스~~~점점 무섭게 상상하였네요.ㅠㅠㅠㅠ
더운 밤이 좀 시원해지셨나요?
상상이 사실일 수 있습니다.
집 나와서 부모님께 잡혀 갔겠죠 ㅋㅋㅋ
가출한 사람이
살만한 집은 아닙니당^^
@제주더길 부잣집 아이 ㅋ
@박 지희 적어도 30대 여자일 거예요.
광복절 잘 보내삼요^^
@제주더길 좋은생각 하세요 님도 잘 보내요
@박 지희 좋은 생각이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숙제입니당^^
묘한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네요?
하얀집의 주인이 슬픈사연의 주인공이
아니길 바래 보네요.
제 관점에서 본 정황적인 상상이에요.
보는 이에 따라 정반대의 추측을
할 수도 있고요.
주말 잘 보내시길 바라요^^
깜박 잊고 바삐 떠났나보내욤?ㅋㅎ
잠시 떠났다가 돌아오지
못했을 수도 있겠네요.
휴일 잘 보내세요^^
밤에 육지로 갔어요 나중에 이해가됩니다
야반도주를 했을까요?
그래도 속옷 정도는 챙겨갔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