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회생(回生), 그리고……
[1]
정실(靜室).
주위는 정갈하게 정돈되어 있었으며 별다른 장식물이 보이지 않아 무척이나 검박한 느
낌을 주었다.
그런데 그 곳에 산뜻한 실내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무거운 긴장감이 깔려 있었다.
소악은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어 있었고, 그 외에도 세 남녀가 침통한 얼굴로
침상을 둘러싸고 앉아 있었다.
침상 위에는 북리뇌우가 누워 있었다.
그는 지금 기식이 엄엄하여 되살아날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인 상태였다. 안색은 시신
에 버금갈 정도로 창백하기 그지없었으며, 군데군데 화상을 입은 자국도 눈에 띄었다.
어디 그뿐인가? 간간이 파리한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는 숨소리도 지극히 미약하기만
했다.
선우영령이나 화자연, 신비의 남의청년 조소양 등은 묵묵히 그를 지켜볼 뿐 어떻게도
손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을 향해 소악이 입을 열었다.
"다들 이대로 형님을 돌아가시게 할 작정이시오? 속히 무슨 방도를 강구해 보아야 할
게 아니오?"
그 말은 힐난 같았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그저 답답하여 아무렇게나 내뱉은 것
에 불과했다.
중인들도 그의 심경을 아는 듯 뭐라 탓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이심전심(以心傳心)인
처지였으므로.
화자연이 그를 부드럽게 달랬다.
"진정해요. 북리공자는 그리 쉽게 죽지 않을 거예요. 그가 얼마나 강인한지는 우리 모
두 익히 알고 있잖아요."
그녀는 그 동안 함께 지내온 전력이 있는지라 북리뇌우와 소악이 쌓아온 정(情)의 깊
이를 헤아리고 있었다. 따라서 소악의 상심이 어느 정도인지도 충분히 짐작이 가는 그
녀였다.
하지만 선우영령은 그녀와 태도를 달리 했다.
"그것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에요. 북리공자는 내공은 물론 본신의 진기까지
바닥이 나 있는 상태예요.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이 오히려 신기할 지경이죠."
"영령 언니!"
"아니, 우리는 상황에 대처하려면 좀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어. 공연한 기대를 갖고 자
위하기보다는 저 소공자의 말마따나 뭔가 확실한 방도를 모색해야만 해."
"그야 그렇지만......."
두 여인의 설왕설래는 소악을 흥분하게 만들었다. 그는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들
을 노려보았다.
"시끄럽소! 그렇게 말만 내세우는 짓 따위라면 나도 하겠소. 그대들 두 사람은 필히
형님을 살려내야 하오. 그러지 못하면 내가 그대들을 용서하지 않겠소."
그 말에 두 여인은 꿀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
이제 와서 원망이 돌아간들 그녀들은 할 말이 없었다. 북리뇌우에게 직접적으로 위해
를 가한 바는 없지만 작금의 불행에 하나의 원인을 제공하게 된 그녀들이었기에.
두 여인이 입을 닫아 버리자 그나마 장내에는 암울한 침묵만이 감돌았다. 소악은 그녀
들로부터 고개를 홱 돌려 버리더니 두 번 다시 눈길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아직 철부지여야 마땅할 이 소년의 가슴속에서는 어른도 갖기 힘든 비장한 결의가 다
져지고 있었다.
'형님이 돌아가시면 나도 죽는다!'
어쩌면 그런 마음을 먹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워낙 신봉하기도 했지만 북리뇌우를
알기 이전의 자신으로 되돌아가는 일이란 소악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잠시 시간이 흐른 후.
선우영령이 중인들을 돌아보며 진중하게 말을 꺼냈다.
"실은 처음부터 줄곧 생각해 온 것이 있는데...... 이제는 그 일을 실행에 옮길까 해
요."
화자연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녀를 응시했다.
"언니?"
"그래, 나는 그에게 여러 모로 큰 빚을 지고 있지. 이 기회를 빌어 조금이라도 갚고
싶어."
"어떤 방도로......?"
선우영령은 안면을 굳힌 채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 묻지 마.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아!"
화자연은 무엇을 연상했는지 충격을 입은 듯 말을 잇지 못했다. 아울러 그녀의 얼굴
위로는 일시지간 뭐라고 딱히 형용키 어려운 복잡한 감정들이 스치고 지나갔다.
소악은 비로소 눈을 돌려 선우영령을 바라보았다. 일말의 기대감이 그의 마음을 다소
나마 풀어 준 모양이었다.
선우영령은 침착하게 한마디 덧붙였다.
"이전에 그를 이용하려 했던 제 자신이 지금은 참을 수 없도록 후회스러워요. 이건 진
심이에요."
이 때에 화자연은 거의 울 듯한 표정이 되어 있었다.
"언니......."
"그만, 난 아무렇지도 않아."
선우영령은 그녀의 말을 막더니 중인들을 둘러보았다.
"모두들 속히 이 방에서 나가 주세요. 일 각이 급해요."
가장 먼저 몸을 일으킨 자는 소악이었다.
"모쪼록 형님을 구해낼 수 있기를 바라오."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휭하니 밖으로 나갔다.
조소양은 이내 그를 따랐으되, 화자연은 안타까움이 깃든 눈으로 선우영령을 지그시
바라 본 후에야 자리를 떴다.
그들이 모두 밖으로 나가자 정실 안에는 정적과 더불어 두 사람만이 남게 되었다.
선우영령은 침상 위에 죽은 듯 누워 있는 북리뇌우를 응시했다. 감정의 동요 탓인지
그녀의 눈은 몹시도 흔들렸다.
그러나 그녀는 금세 침착을 되찾았다.
'내가 자청했지,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다.'
입술을 질끈 깨무는 선우영령의 심중에서는 그러한 읊조림이 일고 있었다. 그녀는 마
침내 작정한 바를 결행했다.
스르르.......
그녀의 몸에서 의복이 차례로 떨어져 나갔다. 상의에 이어 하의, 종내에는 속옷까지도
그녀는 스스로 벗어 던졌다.
이는 하나의 의식을 치르기 위한 준비과정으로 그녀의 동작은 조용한 가운데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선우영령을 일반의 여인들과 같은 부류로 놓고 논할 수는 없었다. 출신도 그러했거니
와 얼마 전 모용장청과의 설전에서 보여졌듯 기질도 사내들에 못지않았다.
그녀는 상황이 요구한다면 여하한 희생도 불사하는 맹렬한 여인으로 화자연에게도 전
날에 이미 그것을 종용한 바 있었고, 그녀 자신 또한 예외로 두지 않았다.
문제는 선우영령이 남다른 개성과는 별개로 지극히 아름다운데다가 아직껏 처녀지신(
處女之身)이라는 점이었다.
그녀의 눈부신 나신은 이 순간 차라리 처연해 보였다.
툭!
뽀오얀 발치께로 떨어지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한 방울의 눈물이었다. 이른바 자기
연민이 작용을 한 모양으로 그녀는 생전 처음 스스로에게 미안한 마음마저 들고 있었
다.
그렇다고 회의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선우영령은 와중에서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잊
지 않았으며 곧장 실천에 옮겼다.
그녀는 침상 앞으로 다가가더니 손을 뻗어 북리뇌우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손길이 조금씩 떨리기는 했으나 그녀의 동작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한 영웅을 살려내야 한다는 일념이 그녀의 뇌리에 각인된 채 어떤 행동에도 망설이지
않도록 이끌어 주었던 것이다.
이윽고 의복이 전부 벗겨져 나가자 선우영령은 단단한 근육으로 이루어져 보기 좋게
발달된 북리뇌우의 몸을 눈앞에 두고 보게 되었다. 물론 남성의 상징도 함께였다.
"으음......."
그녀의 입에서 한 가닥 나직한 신음이 흘러 나왔다. 이는 당혹감을 대신한 탄식성으로
그녀는 이후로 쿵쿵거리는 가슴을 가라앉히기 위해 무진 애를 써야만 했다.
그녀는 얼굴을 은은히 붉힌 채 침상으로 올랐다.
곧이어 두 사람의 나신은 한 치의 틈도 없이 밀착되었다. 그 상태로 선우영령은 북리
뇌우의 전신을 안마하듯 타역대법(打役大法)으로 진기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얼음장처럼 차갑게 굳어져 있던 북리뇌우의 몸에는 얼마 지나지 않아 미미
하게 온기가 감돌게 되었다.
"됐어. 이 정도면 제일 단계는 성공이다."
선우영령은 계속 북리뇌우의 상태를 살피며 겹쳐 누운 자세 그대로 그의 차가운 몸에
꾸준히 온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스읏!
한 줄기 희미한 광채가 날아 들어와 기향(奇香)을 발산해 냈다. 동시에 정실 밖에서
화자연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것은..... 일종의 최음향이에요. 언니에게 도움이 될까 해서....... 후에 저를 꾸
짖어 주세요."
그 말에 선우영령은 일시지간 뚝 굳어졌다. 그녀의 얼굴은 새삼 노을처럼 붉어졌다.
'고마워, 자연.'
그녀는 경황 중에도 내심 말하고 있었다. 화자연이 자신의 입장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
각했기 때문이었다.
희미한 광채가 전하는 기향은 그 사이에도 더욱 짙어졌다.
선우영령은 호흡이 빨라지는 것을 느끼며 의도적으로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덕분에
기향이 가진 최음 효과는 그녀의 폐부를 거쳐 전신으로 고루 전달되었다.
"으음......!"
그녀의 입에서 종전과는 다른 류의 신음성이 새어 나왔다. 전신의 혈관을 두드리는 듯
한 묘한 열기에 휩싸이자 자신도 모르게 그리 되었던 것이다.
이어 선우영령은 아득한 환상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그것은
그녀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껴 본 모종의 욕구와도 무관하지 않았다.
"아아!"
그녀는 몸이 절로 뜨거워지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는데, 그런 반응은 북리뇌우의 육신
에서도 똑같이 일어나고 있었다.
"음......."
그는 미약한 신음 소리를 내더니 한차례 몸을 꿈틀했다. 그것은 죽음으로부터 회생(回
生)을 알리는 신호였으되 한껏 달아올라 있는 선우영령에게는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졌
다.
그녀는 거의 반사적으로 북리뇌우의 벗은 몸을 구석구석 애무해 가기 시작했다. 격렬
한 몸짓을 보이는 그 모습이란 마치 애욕을 갈구하는 희대의 요녀와도 같았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한 가닥 이성(理性)을 빌어 느낄 수가 있었다. 마찰을
일으킬 때마다 북리뇌우의 육신도 자신과 동일한 수준으로 뜨거워져 가고 있다는 것을
이후로 그녀는 아무것도 의식하지 못했고, 마침내 두 사람은 무섭게 뒤엉켜 서로를 탐
닉하기 시작했다. 별로 넓지도 않은 실내는 삽시에 후끈한 열기로 가득 찼다.
"아아!"
선우영령의 입에서 희열에 들뜬 기성이 토해져 나오는 순간, 북리뇌우가 자세를 바꾸
어 그녀를 덮어 눌렀다.
그녀는 본능인 양 아주 잠깐 저항의 기색을 보이기는 했으나 곧 사지를 활짝 열어 그
를 받아들였다.
북리뇌우도 무의식을 빌어 그녀의 풍만한 젖가슴에 뜨거운 숨결을 퍼부으며 집요하게
공략해 갔다.
몸이 깨어나기는 했어도 아직 혼몽상태나 마찬가지인 그는 당연히 그 무엇에도 구애받
지 않았던 것이다.
만일 그녀가 누구인지, 현재의 상황이 어째서 벌어지게 되었는지를 인식했더라면 절대
그러지 않았겠지만.
"악!"
선우영령의 눈이 일순 화등잔만하게 부릅떠졌다.
와중에도 파과(破瓜)의 아픔은 존재했던 것일까? 이십여 년간 굳게 닫혀 있던 그녀의
신비지문은 극렬한 고통을 의미하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열렸다.
하지만 그것은 새로 태어나기 위한 과정에 불과했다.
"하아아아......!"
비명 소리는 환희를 대변하는 기성으로 바뀌었으며, 그녀는 전신을 태울 듯한 열락에
스스로를 내맡겼다.
"허억!"
북리뇌우의 몸짓은 광란하는 파도와도 같았다.
그가 추구하고 있는 것은 분명 쾌락이었으나 궁극적으로는 삶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었
다. 그는 자신이 원하든, 그렇지 않든 그런 식으로 살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그 거센 파도와 어우러져 선우영령은 무수히 울부짖고 출렁이며 점차 희열의 정점을
향해 치달리고 있었다.
그러던 한 순간, 그녀는 눈앞에 환한 빛무리가 닥쳐드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히며 북리
뇌우의 등에 손톱을 박았다.
"아흑......!"
동시에 그녀의 몸 안에서는 화려한 폭발이 일어났다.
"헉!"
이를 기회로 모든 것이 정지되었다. 두 사람의 격렬한 동작도, 방 안을 부단히 울리던
소음도, 빛무리도, 나아가서는 그것들이 포함된 우주의 운행까지도.......
첫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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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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