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창] 로이 킨의 828일, 막내린 감독 첫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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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창] 로이 킨의 828일, 막내린 감독 첫 도전

기사입력 2008-12-06 11:23

 

선덜랜드를 지휘했던 로이 킨 @게티이미지/멀티비츠/스포탈코리아/나비뉴스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를 만난다"는 말이 있다.

로이 킨(37)은 미련없이 선덜랜드 감독직을 버렸다. 선덜랜드에서 활약했던 축구 선수 출신으로 아일랜드 대표팀 동료였던 니얼 퀸 선덜랜드 구단주는 끝까지 만류했다. 하지만 자존심 강한 킨 감독은 한 번 내린 결정을 결국 바꾸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그는 자신이 13년간 몸담았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원정 경기를 앞두고 옷을 벗었다. 떠나기로 결정한 마당에 올드 트래포드에서마저 초라한 패배를 당하고 싶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올시즌 4승3무8패로 강등권(18위)의 늪에 빠져있었다. 최근 6경기에서 1승5패의 부진에 허덕였다.

특히 지난 10월30일 승격팀 스토크시티에 0-1로 덜미를 잡힌 이후 지난달 30일 볼턴 원더러스와 홈경기에서 1-4 대패하는 등 홈에서만 3연패했다. 그는 변화를 위한 선택을 해야할 때를 맞이했다. 12월 4일(현지시간) 계약기간을 6개월 남겨둔 킨의 감독 첫 도전은 끝났다.

지난 2006년 8월 28일 첫 부임한 후 828일만이다. 올시즌 들어 후안데 라모스(토트넘) 케빈 키건(뉴캐슬) 앨런 커비실리(웨스트햄)에 이어 4번째 중도 사퇴. 지난 시즌까지 무려 12명이 시즌 도중 사퇴한 프리미어리그는 여전히 감독들의 무덤이었다. 828일간 킨은 선덜랜드에 무엇을 남겼을까. 초보 감독으로서 무엇을 배웠고, 무엇을 반성해야 하나. 그의 감독 첫 도전기를 살펴봤다.

▲챔피언십 1위…올해의 감독상

지난 2006년 8월 은퇴한 지 불과 3개월만에 선덜랜드 감독에 오를 때만해도 많은 이들은 의심어린 눈초리로 그를 바라봤다. 맨유의 전성시대를 연 레전드인데다 1997년 에릭 칸토나에 이어 맨유의 주장 완장을 이어받아 '영원한 주장'으로 불리던 천하의 킨이라고 할 지라도 엄밀히 선수와 지도자는 다른 일이었기 때문이다.

선덜랜드는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최소 승수(3승)이자 최소 승점(15점)의 치욕으로 2부로 강등된 팀이었다.(※지난 시즌 더비카운티가 최소승수(1승)와 최소승점(11점) 기록 경신) 킨이 맡을 때만해도 4전 4패로 챔피언십리그 24개팀 중 23위에 머물러 있었다.

첫 지휘봉을 잡은 웨스트 브롬위치전에서 뜻깊은 승리를 거둔 킨은 선덜랜드를 무서운 팀으로 변모시켰다. 좌우 측면 공격에 활로를 모색했고, 실점한 후에도 포기하지 않는 끈질긴 팀으로 만들었다. 맨유에서 함께 뛰던 드와이트 요크와 리암 밀러 등에게 기회를 주며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선덜랜드는 2006-2007시즌 챔피언십리그에서 27승7무12패(승점88)로 당당히 1위로 프리미어리그로 승격했다.

"우리는 뒤에서 4번째 순위(프리미어리그 잔류를 위한 마지막 순위인 17위)에 머무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우리는 맨유를 비롯 첼시 리버풀 아스널 토트넘 에버턴 볼턴 등을 모두 이기기를 원한다"던 당시 킨의 출사표는 우렁찼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는 맨유에서 선수로 보낼 때처럼 쉽게 승리를 만들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롤러코스터를 오르내린 프리미어리그 첫 시즌

"축구를 왜 그리 복잡하게 설명하려 하는가? 축구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단순한 스포츠다. 90분 내내 패스하고 움직이며 골을 넣으면 되는 것이다"

킨의 말이다. 그의 말대로 축구는 단순할 지 몰라도 축구팀을 경영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프리미어리그에 올라온 킨 감독의 선덜랜드는 좌충우돌, 순위표를 오르락 내리락 거렸다. 지난해 8월11일 홈 개막전에서 토트넘을 1-0으로 깨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이어진 버밍엄시티 원정에서도 1-2로 뒤지다 인저리타임 때 극적으로 동점골로 비기며 분위기는 점차 달아올랐다.

하지만 중원의 핵심이었던 딘 화이트헤드가 다치면서 4연패했다. 3부리그 루턴 타운과의 칼링컵마저도 0-3 완패하는 기복을 보였다. 돌풍의 팀에서 강등을 걱정해야할 처지까지 몰렸다. 겨울 이적 시장에서 선수 영입으로 위기를 넘긴 킨 감독은 11승 6무 21패(승점39)로 시즌을 마쳤다. 15위로 간신히 잔류에 턱걸이한 것이다.

▲올드 트래포드 첫 방문(2007년 9월2일 올드 트래포드)

그는 지난해 9월 2일 감독 부임 후 처음으로 올드 트래포드를 방문했다. 맨유 팬들은 기립박수로 전설의 귀환을 축하했다. "환대에 감동했다"고 소감을 밝혔지만 경기를 마친 킨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이날 선덜랜드는 루이 사아에게 결승골을 허용하며 0-1로 패했다. 원정인데다 우승후보 맨유를 상대로 한 골차 패배는 그리 나쁘지 않은 결과였지만 킨은 승리를 욕심냈던 모양이다. 킨은 이날 자신과 함께 뛰던 올레 군나르 솔샤르의 은퇴를 지켜봤다.

▲최악의 패배(2007년 11월 25일 구디슨 파크)

지난해 11월 25일 리버풀의 구디슨 파크. 킨은 평생 잊지 못할 참패를 당했다. 에버턴에게 1-7이라는 믿지 못할 큰 점수차로 패하고 만 것. 전반을 1-3으로 내준 킨은 후반 들어 무리하게 공격으로 밀어부치다 연거푸 4골을 더 얻어맞고 말았다. 기세 좋던 그도 경기 후 "팀과 선수들이 걱정된다. 경기 결과가 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걱정했다.

▲만족할 만한 더비전 성적

잉글랜드 북동부에 위치한 선덜랜드와 뉴캐슬, 미들즈브러는 강력한 경쟁심을 지닌 더비로 유명하다. 선덜랜드-뉴캐슬간의 '타인-웨어 더비'와 선덜랜드-미들즈브러간의 '티스-웨어 더비'의 결과는 리그 성적 못지 않게 중요하다. 킨은 뉴캐슬, 미들즈브러와 총 6차례 맞붙어 3승2무1패의 호성적을 거뒀다. 지난해 9월22일 미들즈브러와의 원정에서 2-2무승부를 기록한 것이 시작이었다.

11월 10일 뉴캐슬과의 홈경기에서 1-1로 비긴데 이어 지난 4월 20일 뉴캐슬 원정에서 0-2로 패하자 홈팬들로부터 비난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4월 26일 미들즈브러와의 홈경기에서 3-2로 승리하며 위기를 돌파했다. 특히 이 날 승리는 선덜랜드의 잔류가 확정된 경기여서 뜻깊었다.

올시즌 들어 킨은 더비 매치에 유독 강한 면모를 보였다. 지난 9월 20일 미들즈브러를 홈에서 2-0으로 격파한데 이어 10월 25일에는 뉴캐슬을 2-1로 깨며 승부사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맨유 소속으로 뛰던 지난 1995년 4월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FA컵 준결승전에서 발로 밟았던 미들즈브러의 사우스게이트 감독에게는 13년이 흘러서도 경쟁심을 풀지 않고 단 1패도 없이 2승1무를 거뒀다.

▲8000파운드를 쏟아부었건만

지난 시즌 선덜랜드는 무려 4400만 파운드(약 880억원)를 쏟아부었다. 스코틀랜드 대표팀 주전 수문장 크레이그 고든, 아일랜드가 주목하는 21살의 젊은 수비수 폴 맥쉐인, 그리고 맨유에서 성장한 미드필더 키어런 리차드슨까지 보강했다. 잔류에 성공한 후에도 3000만 파운드(약 600억원) 이상의 거액을 투자했다. 토트넘으로부터 파스칼 심봉다, 스티브 말브랑크와 엘 하지 디우프, 테무 타이니오 등 10명의 선수를 영입하며 탄탄한 선수층을 구축했다. 퀸 구단주는 시즌을 앞둘 때만해도 기대가 상당했다.

"우리는 5단계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승격과 잔류 등 두 단계를 보냈다. 세 번째와 네 번째 단계는 프리미어리그에 확실하게 위치를 구축하고 유럽 무대에 진출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리고 최종 목표인 다섯번째 단계인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거론했다. 하지만 여전히 강등권에서 헤매는 결과 뿐이었다. 킨은 선수 시절 강한 팀정신을 강조했지만 프리미어리그 감독으로는 단기적인 성적에 매몰돼 기량 좋은 선수에 의존하고 말았다.

맨유의 레전드였던 로이 킨 감독@게티이미지/멀티비츠/스포탈코리아/나비뉴스

▲퍼거슨의 충고를 되돌아보기를

킨은 선덜랜드 감독에 오르자마자 퍼거슨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했다. 퍼거슨은 "일을 즐겨라. 그리고 너그러워지라"고 평범하게 충고했다. 킨은 조바심을 내다 퍼거슨의 조언을 잊고 말았다.

외부로부터 선수를 보호했지만 스스로 내부를 결속시키지는 못했다. 지난 1월 클라이브 클라크는 "우리 감독은 대화하는 방법을 모른다. 패배 후에는 드레싱룸에서 의자를 던져댈 뿐이다"고 비판했다. 킨은 너그럽고 유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내가 매주 그런다고 믿는다면 정말 끔찍한 오해다"면서 "내 감독 스타일은 이 일을 맡은 후로 한결같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다들 내 감독 스타일이 잘 먹혀들어가고 있다고 칭찬했었다"고 반박했다. 주전 경쟁에서 밀린 선수의 푸념 정도로 간과했다. 클라크의 비판을 깊이 받아들였다면 선덜랜드는 더욱 끈끈한 팀이 됐을 지도 모른다.

킨은 또다시 새로운 감독직에 도전할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해 12월 27일 선덜랜드 홈경기장에서 퍼거슨이 들려준 조언을 가슴 깊이 새겨야할 것이다. 박지성이 9개월만에 부상을 딛고 복귀전을 치렀던 이 날 선덜랜드는 0-4로 대패했다. 퍼거슨 감독이 인상이 굳은 제자에게 들려준 조언은 "패배는 좋은 감독이 되기 위해 고통스럽게 내딛는 한 걸음 뿐이다. 팀을 회복시키고 조절하는 것도 감독직의 일부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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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치--]

ㅈㅂ

[모따군]

어랍쇼... 2년넘게했었네...감독한지얼마안된줄알았는데

[냠냠냠]

챔피언쉽까지 포함해서 2년 반 정도는 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