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나오셨어요?”
“네, 하하.”
버스 시간에 맞춰 아저씨 댁 앞에서 전화드리겠다 했는데 도착하니 이미 주차장까지 나와 계셨다.
이른 아침임에도 아저씨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밝아 보였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부산에 도착했다. 지하철을 타고,
택시를 타고 도착한 영락공원에서 아저씨는 자신 있게 앞장서 길을 안내해 주셨다.
함께 사무실에 들어가 무연고자 안치실 방문을 희망한다고 말씀드렸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정자요. 이정자.”
“네, 확인됐습니다.”
기본적인 인적 사항을 확인하고 직원분을 따라 안치실로 향했다.
직원분께서 이정자 씨의 자리를 찾고 있으니, 이번엔 아저씨께서 앞장서 “여기요. 여긴데요?” 하셨다.
전에 왔을 때 붙여둔 꽃을 떼어내고 새로 산 꽃을 붙여뒀다.
오늘도 짧게 묵례하고 뒤돌아 나왔지만, 누구보다 기다리던 순간이었을 테고
그 짧은 순간을 누구보다 오래 마음속에 간직하시지 않을까 싶었다.
2023년 5월 16일 화요일, 이도경
연초에 배종호 아저씨 지원 과업을 ‘가족’으로 설정한 것과
오늘 기록에 담긴 아저씨의 마음을 헤아리려는 뜻이 같은 맥락에 속하는 것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꺼이 먼 길 동행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덕분입니다. 정진호
‘새로 산 꽃을 붙여뒀다.’ 아저씨 마음이시죠. 신아름
‘그 짧은 순간을 누구보다 오래 마음속에 간직하시지 않을까 싶었다.’
헤아려 주셔서 저도 짐작하며 아저씨 마음 살핍니다.
먼 길 오가느라 애썼고, 고맙습니다. 월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