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기자의 시각
[기자의 시각] 타다의 두 번째 구조조정을 보며
임경업 기자
입력 2023.06.17. 03:00
https://www.chosun.com/opinion/journalist_view/2023/06/17/4HAJ2HXRXZCNNDYWIAEJAPR65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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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 산업을 바꾸지 않으면, 이 산업은 한국에서 평생 바뀌지 않는다’라는 확신은 갖고 있다.”
2021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은 타다 운영사인 VCNC 박재욱 전(前) 대표의 독백으로 끝난다. 영화는 2020년 3월 국회에서 ‘타다 금지법’이 통과되고 타다 서비스가 종료되기까지 약 6개월을 기록했다. 타다 서비스는 2월 법원(1심)이 합법이라고 판단했지만, 국회는 이 결정과 별개로 법으로 타다를 없앴다. 판결 당일, 타다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종이컵에 와인을 따라 건배를 한 시점으로부터 불과 2주 만이었고, 타다는 그해 구조조정을 했다.
이로부터 3년이 지난 5일, 타다는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합법 판단을 받았다.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시대의 흐름을 정치가 따라가지 못했다”며 공개 사과했다. 이후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타다 금지법을 발의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저뿐만 아니라 모빌리티 혁신을 위한 문재인 정부와 국회의 노력을 일거에 폄훼한 것”이라고 박 대표를 저격했다. 민주당 의원 단체대화방에서 벌어진 일이다.
타다의 모회사였던 쏘카의 이재웅 창업자는 “박홍근 의원에게 타다금지법 심의 당시 여러 번 만나 달라, 공청회라도 열어 달라, 이야기를 들어 달라고 했지만 그때마다 ‘만날 필요 없다’ ‘시간 끌기다’ ‘혼자 혁신가인 척하지 말라’는 조롱만 들었다”며 “그의 지역구에 택시가 많기 때문일 것”이라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박홍근 의원이 세 번이나 당선된 서울 중랑구는 서울시(2021년 기준) 자치구 중 둘째로 택시회사(21곳)와 법인택시(1817대)가 많다.
옛 타다가 사라진 자리에 타다를 대신한 모빌리티 혁신이 찾아왔을까. 타다 대신 육성하겠다던 플랫폼 택시 서비스는 현재 420대로 과거 타다 규모 3분의 1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국민들의 택시 만족도는 여전히 낮다. 택시 기사 월평균 수입금은 2021년 기준 169만4000원으로 최저임금도 안 된다. 혁신적으로 오른 것은 택시 요금뿐일 것이다.
그 사이 혁신 서비스를 하겠다던 기업은 망가졌다. 타다는 인력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선다. 타다는 15일 80여 명 수준인 직원들에게 ‘월말 퇴직 처리, 퇴직자 2개월 치 월급 지급’과 같은 희망퇴직자 모집 공지를 한 상태다. VCNC는 타다 이름만 그대로 쓸 뿐, 현재는 사실상 택시 서비스를 한다. 회사는 타다 금지법으로 그해 500억원 이상 손실을 보고 다음 해 또 다른 스타트업 토스에 인수됐지만, 토스마저 타다를 매각하려 한다. 타다 관계자는 “이제는 정말 어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타다의 미래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공청회 한 번 없이 혁신의 싹을 자르고, 잘못을 사과하는 동료 의원까지 비난하는 이들이 사라지지 않는 한, 몇몇 산업의 구조적 문제는 평생 풀리지 않는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