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우리나라에서 흥행에 큰 성공을 거둔 외화 중에는
저렴한 가격에 수입된 B급 영화들이 많다.
예를 들면 <나타샤>(1970), <섬머타임 킬러>(1972),
<마이 웨이>(1973) 등의 영화들인데,
당시 이런 영화들을 수입했던 영화사들은
그야말로 떼돈을 벌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아베마리아>(Angeli senza paradiso, 1970) 역시
당시 이탈리아에서 제작된 B급 영화로 분류되는 작품이다.
그러나 이 영화도 당시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에서 수입가에 비해
흥행에 큰 성공을 거뒀는데,
수입사는 <별들의 고향>(1974)을 제작했던 화천공사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이 영화를 홍보하면서
‘슈베르트의 비련’이라는 것을 강조했는데, 이는 정확한 표현이다.
<아베마리아>는 슈베르트의 일대기를 다루면서
그의 음악에 초점을 맞춘 음악영화가 아니라
슈베르트와 안나라는 여인의 짧은 만남과 이별을 그린
통속 멜로드라마라고 할 만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미국에서는 개봉되지 않았지만,
1971년 일본에서 개봉되어
그해 흥행 20위권에 드는 좋은 성적을 올리자
바로 우리나라에도 수입이 되었다. <아베마리아>는
1933년에 제작된 독일영화 <낙원없는 천사>를 리메이크 한 작품이기도 하다.
가난한 음악가 슈베르트(알 바노)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항상 생활고에 시달린다.
그가 즐겨 이용하는 전당포의 여직원 마르타(아고스티나 벨리)는
그런 슈베르트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
그러던 어느날 슈베르트는 황실의 초대를 받아 연주회를 여는데,
연주회 도중에 안나(로미나 파워)라는 백작의 딸이 큰 소리로 웃자,
자신을 비웃었다는 생각에 연주를 팽개치고 뛰쳐나온다.
슈베르트의 이런 행동이 나이든 공주를 화나게 만들면서
그는 직장까지 잃고 만다.
자신의 잘못을 알게된 안나가 아버지를 설득하여
슈베르트를 음악 가정교사로 채용하고,
이후 같이 살게된 두 사람의 ‘비련’은 시작된다.
‘가곡의 왕’이라 불린 슈베르트는 베토벤이 사망했을 때
관을 운구했을 정도로 존경했다고 한다.
슈베르트는 내성적이었으며,
아주 작은 키에 잘 생긴 얼굴이 아니어서인지
여자들에게 인기가 없었다고 하는데,
영화 <아베마리아>의 내용 중에 ‘백작의 집에서 음악선생으로
근무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안나라는 여성과 비극적인 사랑을 나눴는지는 확인이 되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는 슈베르트의 가곡 ‘아베마리아’와 ‘세레나데’가
주연을 맡았던 알 바노와 로미나 파워의 목소리로 흐르는데,
로미나 파워는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배우 타이론 파워의 딸이기도 하다.
1967년 영화에서 만나 열애에 빠진 두 사람은
1970년에 결혼했으며, 결혼과 함께 듀오를 결성하여
가수로 활동하면서 산레모 가요제 등에서 우승을 하는 등 큰 인기를 모았다.
두 사람은 1999년에 이혼을 하지만
, 2013년에 재결합하여 지금까지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극중 이들이 불렀던 ‘아베마리아’와 ‘세레나데’는 당시
우리나라에서 조영남과 문정선이 번안하여 불렀다.
<아베마리아>는 우리나라에서 1972년 서울 단성사와 부산 현대극장,
북성극장 등에서 동시개봉되었다.
서울과 부산에서 20만여명의 관객을 모으는 성공을 거뒀다.
이후 비디오나 디비디로 출시되지 않으면서 <아베마리아>는
그야말로 관객들의 아련한 기억 속에만 남아있는 ‘추억의 영화’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