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쭙잖게 나이를 먹다 보니 오랜 인연을 이어가는 모임이 적지 않습니다. 오십 수년 된 초등학교 동기 모임이 그러하고, 오십 년 가까이 된 고교 동기 모임이 그러합니다. 거기다가, 47년 된 대학 써클 모임도 참으로 소중합니다. 지난 설 연휴 때 대학 써클 선후배님들과 즐거운, 행복한 시간을 함께했습니다. 70대 후반부터 50대 후반까지 20년여를 어우르는 선후배의 만남, 이어가고 있다는 자체가 행복한 일입니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 술잔을 부딪고 정담을 나누는 시간은 늘 짧습니다. 돌아가며 근황을 얘기하고 건배사를 하였습니다. 포근하고 정겹고 진솔한 각자의 삶의 얘기가 참으로 좋았습니다. 저는 군자삼락과 인생삼락을 얘기했습니다.
군자삼락, 인생삼락은 참으로 많은 분들이 말씀하셨습니다만 몇 가지를 간추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신 군자삼락은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면 不亦說乎아), 벗이 멀리서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有朋이 自遠方來하니 不亦樂乎아),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아니하여도 노여워하지 아니하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人不知而不溫이면 不亦君子乎아).’의 세 가지입니다. 맹자는 ‘부모가 모두 살아 계시고 형제들이 무고한 것(父母俱存 兄弟無故), 하늘과 사람에게 부끄러움이 없는 것(仰不愧於天 俯不怍於人), 천하의 인재를 얻어 가르치는 것(得天下英才而敎育之)’을 군자삼락으로 꼽았습니다.
신흠은 ‘문 닫으면 마음에 드는 책을 읽고, 문 열면 마음에 맞은 손님을 맞이하며, 문을 나서면 마음에 드는 산천경개를 찾아가는 것‘을 인생삼락으로 삼았습니다. 정약용은 ‘어렸을 적 노닐던 곳에 어른이 되어 다시 오는 것, 곤궁했을 때 지나온 곳을 성공하여 크게 된 후에 찾는 것, 홀로 외롭게 지나던 곳을 맘에 맞는 친구들과 함께 찾는 것’을 인생의 세 가지 즐거움으로 여겼습니다. 김정희는 인생삼락을 일독이색삼주(一讀二色三酒)라 했습니다. ‘일독(一讀)’은 책을 읽고 글을 쓰고 항상 배우는 선비정신을 간직하는 일이고, ‘이색(二色)’은 사랑하는 사람과 변함없는 사랑을 나누며 고락을 같이하는 일이며, ‘삼주(三酒)’는 벗을 청해 술잔을 기울이며 인생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가무와 풍류를 즐기는 일이라는 겁니다.
저는 공자님의 ‘학이시습지, 유붕자원방래’를 염두에 두고 얘기를 꺼냈습니다만, 마무리는 구순 넘기신 어머니께서 건강하게 우리 곁에 있는 것, 손자들이 건강하게 크며 제게 큰 웃음을 주는 것, 해금 공부를 하며 뒤늦게 취미생활에 몰입할 수 있는 걸 삼락으로 자랑했습니다. ‘낙’이란 즐거움이기도 하지만 행복의 원천입니다. 이 중요한 행복의 비결을 벽화마을에서 깨달았습니다. 짧지만 강한 울림, 참 좋았습니다.
구미 신평 벽화마을에서 보석 같은 글을 얻었습니다. 오래 잊고 있었던...
https://blog.naver.com/bornfreelee/223742581906
살아가는 데 있어, 행복감을 느끼는 데 있어, 먹는 즐거움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https://blog.naver.com/bornfreelee/223745279151
행복의 비결(모셔 온 글)=========
정말 중요한 건 커다란 기쁨이 아니에요. 사소한 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거예요. 저는 행복의 진정한 비결을 발견했어요, 아저씨. 그건 현재 속에 사는 거예요. 과거를 끝없이 후회하거나 미래를 고대하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최대한 값지게 사는 거예요.
-----<키다리 아저씨>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