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전국 학교에 보낼 '혐오·차별 표현 예방 대응 안내서'에서 '성소수자' 관련 표현을 지우기로 잠정 결정하자, 서울에 사는 2009년생 성소수자 청소년은 "우린 지우고 검열해야 할 얼룩이 아니다"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성소수자는 물론 교육·사회단체의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성소수자 삭제가 혐오·차별이다"
1일 오전 11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 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 행동 등 132개 단체가 교육부의 성소수자 차별 조장 규탄 기자회견을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고 "가이드북에 성소수자 내용을 넣을 것"을 요구했다.
이날, 늦여름 쏟아지는 비를 막기 위해 우비를 입은 80여 명의 참석자들은 다음과 같은 손팻말을 들었다.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의 상훈 상담지원팀장은 160여 명의 성소수자 청소년이 직접 적은 '혐오 표현 피해 사례'를 발표했다.
상훈 팀장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2009년생 청소년 성소수자는 "우린 지우고 검열해야 할 단순한 얼룩 같은 존재가 아니다"라면서 "지운다고 해서 지워지지 않고, 검열한다고 해서 우리의 존재가 영원히 없어지지 않는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가이드북에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등 '성소수자' 관련 내용을 다시 넣길 바란다"라고 요구했다.
경남에 사는 2012년생 청소년 성소수자도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성소수자들을 혐오 표현에 그대로 노출시킨다면 그것은 폭력이자 학대이고 자살이나 자해를 방조하는 것뿐"이라고 비판했다. 경기도에 사는 2010년생 청소년 성소수자 "나는 사람으로서 가진 특성과 상황에 대해 혐오적인 발언을 듣지 않을 권리가 있다"라고 호소했다.
이날 교육부 가이드라인 검토진으로 참여했던 조혜인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집행위원도 "저를 포함하여 교육부의 최종안을 검토한 전문가 7명 중 6명이 '이 지침이 혐오 대응 취지를 훼손한다'는 취지로 검토진에서 이름을 빼줄 것을 요구했다. 검토진에서 이름을 삭제해 달라는 것은 매우 강하고 이례적인 요구"라면서 "가이드북이 이대로 발간된다면 혐오 차별을 예방 대응하는 안내서로서 의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혐오 차별 문제를 악화시킬 것이 명백하기에 도저히 내 이름을 걸 수 없었다"라고 밝혔다.
백운희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도 "모든 구성원을 존재 자체로 인정하고, 보호하지 못한다면 교육부는 존립 이유가 없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민원 때문에 제외? 그 민원이 바로 혐오 표현"
이날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에서 "교육부 관계자는 '반대 민원이 부담스러워서' 성소수자 내용을 제외했다고 했다"라면서 "그러나 혐오 차별 대응에서 성소수자를 제외하라는 민원 자체가 혐오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를 이유로 성소수자를 삭제한 것은 혐오에 동조하여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오히려 정당화하는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다음처럼 요구했다.
하나, 교육부는 가이드북에서 삭제된 성소수자 관련 내용을 즉시 복원하라! 하나, 교육부는 해당 내용 삭제의 경위와 진행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