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랑군 폭파사건과 아웅산 수지 여사의 가택연금으로 잘 알려져 있는 미얀마는 전통적인 불교국가다. 붓다 시대의 언어이자 경전의 원형 언어인 빨리어(pali)를 전 국민의 95%에 이르는 불자들 모두 능숙하게 구사할 정도로 불교에 대한 탐구열이 뜨거운 곳이다. 이곳 미얀마에는 불교 수행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사띠(위빠사나 수행의 보다 넓은 개념)를 실천하고 담마(붓다의 법, 진리)를 설법하는 존경받는 사야도(sayadaw, 큰스님)와 그 가르침을 받고 수행을 실천하는 수행처가 산재해 있다.
수행공간 투명 공개…100% 보시로 운영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곳이 미얀마에 있는 쉐오민 수행센터다. 수도인 양곤에 있는 본원은 시설이 낡고 협소해서 주로 내국인들만 이용하고 있는데 복잡한 양곤 시내를 벗어나 1시간 정도 달려 밍글라돈(Minglladon)이라는 한적한 시골 마을에 도착하면 만나게 되는 분원은 말 그대로 수행처로서 손색이 없다. 약 3000평 부지에 현대식 건물로 지어진 이 곳은 국제적인 수행센터로, 약 300명의 수행자가 기거하면서 수행하는 데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쾌적한 환경을 자랑한다. 특히 수행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설인 수행 홀을 비롯해서 숙소나 식당, 샤워시설 등 부대시설 모두가 거의 완벽하다.
쉐오민 수행센터를 비롯해 양곤에 있는 대규모의 국제적인 수행센터 대부분은 사부대중(비구,비구니,우바이,우바새)이 함께 생활하며 수행 정진하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 수행처처럼 ‘이곳은 수행공간이니 일반인의 출입을 금한다’는 안내 문구는 볼 수 찾아볼 수 없고, 스님들 처소를 포함한 모든 공간이 누구에게나 투명하게 열려 있다. 수행처 운영은 100% 신도들의 보시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모든 재원은 재가자들이 관리하기 때문에, 스님들은 매일매일 탁발하고 수행하는 데만 전념한다.
쉐오민 수행센터의 설립자는 쉐오민 샤야도로 20세기 미얀마 최고의 수행승으로 칭송 받는 마햐시 사야도의 제자 중 가장 연장자셨다. 다른 제자들과는 달리 홀로 두타행을 실천하며 수행 정진하셨기 때문에 이렇다할 제자를 남기지 못했다. 말년에는 주로 쉐오민 분원에서 주석하며 그곳을 세계적인 수행처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셨으나, 2002년 11월20일 향년 92세로 열반에 드셨다.
사후에 쉐오민 사야도를 추도하는 사람들은 생전의 그분을 일컬어 이렇게 회상한다. “비가 오는 오후, 기대에 가득 차 가르침을 청하러 온 마을사람들에게 사야도는 ‘TV는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거나 ‘마음을 항상 잘 살피라’거나 ‘청소를 깨끗이 하라’는 등 너무나 단순하고…?반론의 여지가 없는…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마땅한… 말씀들을 하셨다. 누가보든 영락없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촌로의 모습이었다.(뚜에띠)”
미얀마 코리아 타운…권위보다 자율 강조
스승 없이 수행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붓다는 좋은 스승을 만나는 인연은 수행의 전부를 얻는 것과 같다고 하셨다. 이젠 쉐오민 센터에서 그 분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없지만, 평생을 수행자로 살다 가신 쉐오민사야도의 체취를 느낄 수 있으며 현재 수행을 지도하고 있는 우 테자니아 사야도를 만날 수 있다.
최근 들어 쉐오민센터는 미얀마의 코리아타운이라고 불릴 만큼 한국수행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수행처가 되었다. 담마(法)의 세계로 친절하게 이끌어주는 좋은 스승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얀마의 다른 수행처보다도 한국적인 분위기를 많이 느낄 수 있고, 더군다나 미얀마어에 능숙한 비구니 청연 스님이 있어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덜하기 때문이다.
쉐오민센터에서 수행자들이 가장 기다리는 시간은 우테자니아 샤아도와의 인터뷰 시간. 다른 수행처에서는 밀폐된 공간에서 일대일로 인터뷰하는 경직되고 권위적인 분위기인데 반해, 이곳에서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수행 중에 일어난 문제점에 대한 활발한 의견교환이 이루어진다. 열린 공간에서 모든 수행자들이 한 데 모여 서로의 인터뷰 내용을 함께 들으면서 수행시의 문제점이나 담마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나간다. 이것은 쉐오민센터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장면이다.
쉐오민센터는 다른 위빠사나 수행처와 달리 사념처수행 즉 신수심법(身受心法) 중에서도 마음관찰수행(cittanupassana)를 강조한다. 마음을 집중적으로 관찰하게 하기 때문에 몸을 집중적으로 관찰(kayanupassana)하는 수행에 익숙해 있는 한국 수행자들은 처음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최근 한국에 활발하게 소개된 위빠사나 수행법이 사념처수행 중에서도 몸을 집중적으로 관찰하는 수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회비 없지만 형편에 맞게 보시해야
쉐오민센터에 가기 위한 특별한 제약조건은 없다. 부처님의 법에 따라 수행하고자 하는 열의만 있으면 족하다. 일반인들은 8계를 받은 다음 수행에 임하게 되는데, 모든 출재가인들은 수행 중 묵언해야 하며 오전 12시 이후로는 음식을 먹을 수 없다. 특별한 행사가 없는 한 각방을 사용하며 수행하고 생활하는 데 불편함은 없다. 쉐오민 센터에서는 그곳에 머무는 조건으로 금전을 요구하지 않지만 개개인의 형편에 맞는 정도로 보시를 하는 것이 좋다. 그 밖에 우테자니아 사야도, 주지 스님, 청연스님 등에게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는 것은 미덕이다. 간편한 옷가지(반바지, 짧은치마 제외)와 세면도구와 상비약은 준비해야 하고, 겨울에는 일교차가 심하니 여름옷 외에도 담요나 두툼한 옷가지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방문하기 전에 그곳에서 생활하다 온 분들에게 자문을 구하는 것이 가장 좋다.
미얀마에서는 어느 곳에서든 자유롭게 출가할 수 있기 때문에, 이곳에도 단기 출가한 한국 수행자들이 많다. 미얀마에 간다면 부처님의 법이 있는 좋은 수행처에서 훌륭한 스승의 도움을 받아 출가의 연을 맺어보는 것은 일생동안 기억에 남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찾아가는 길 : 양곤에 도착하여 택시를 타거나 출국 전에 미얀마사람인 진미한씨(한국어에 능통)에게 전화(001-95-1-294390)를 하여 안내를 부탁하면 공항에서 픽업하여 목적지까지 안내해준다(US.30$). 미얀마는 한국과 4시간 정도의 시차가 있으므로 오전 11시 경에 전화하는 것이 좋은데 무엇보다도 초행길이면 출발 전에 경험자의 자문(http://lotuspond.compuz. com)을 구하는 것이 좋다. tel: 95-1-636-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