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체, 기후위기에 적합한 신품종 콩 등 대체식품 개발 미국, 독일 등도 대체 소고기·생선 선보이며 공급 확대 장기적인 관점에서 업체·정부의 '식용 곤충' 투자도 본격화 사회공헌 차원에서 기업들의 '제로 캠페인'도 보탬
올여름 '역대급' 폭염의 여파로 농산물 가격이 상승하고 수입산 수산물이 늘어나면서 서민들의 시름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국내 대형마트는 농수산물을 사전에 대량 매입하고 원산지를 다변화하는 등 기후위기 속에서도 최대한 저렴하게 상품을 내놓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식품업체들도 다양한 대체식품을 개발하거나, 친환경 시설을 도입한 농가들을 지원하는 등 직·간접적인 방법을 동원해 이상기후에 대응하고 있다. 기후위기의 실태와 그에 대한 유통·식품업체의 해결책을 연속 보도한다.
식품업체 풀무원은 최근 '콩'에 진심이다. 기후위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채식식단 또는 친환경농산물을 섭취하는 저탄소 식단이 대세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중에서도 콩은 '밭에서 나는 고기'라고 불릴 정도로 단백질 함유량이 높은 식품이다.
풀무원은 콩 원물은 물론 두부, 두유, 대두 단백 등을 소재로 지속적인 종균 개발에 나서고 있다. 닭고기와 유사한 질감과 식감을 지닌 '결두부'를 비롯해 대두 단백을 소재로 한 숯불고기, 런천미트 등을 개발하는 등 콩 적용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속가능식품 브랜드 '풀무원지구식단'을 통해 두부면, 두유면 등 대체면 제품 라인업을 다양화하고 있다.
풀무원 관계자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식단 관리가 일상화하면서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대체면 수요도 함께 증가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며 "풀무원지구식단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소비자의 지속 가능한 식단을 위해 새롭고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풀무원은 또 기후 변동성이 큰 농업 환경에 적합한 신품종 콩나물콩 '아람'의 개발과 보급 확산, 제품화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달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대체식품 개발을 통해 비건 베지테리언(Vegan Vegetarian)까지 고객으로 유입시킬 수 있어 향후 시장 규모는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매킨지는 글로벌 기후 시장이 2030년까지 약 12조 달러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후위기에 따른 대체식품 개발은 이미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독일의 글로벌 푸드테크 기업 코랄로(Koralo)는 지난해 말 대체 수산물 제품 '뉴피시 필렛(뼈 없는 생선 순살)'을 출시했다. 코랄로가 보유한 '미세조류 균합 발효기술'로 만든 뉴피시 필렛은 오메가 3, 단백질, 프로바이오틱스, 비타민 B2, B12 등 기존 수산물만큼 풍부한 영양분을 갖췄다는 평을 받는다.
심지어 생선 특유의 담백한 맛과 부드러운 식감 등도 유사하게 녹여내 일반 음식점, 밀키트, 급식 유통 업체 등과 업무 협약을 맺고 공급망을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게이츠가 투자하면서 유명해진 미국의 식물성 육류 제조업체 비욘드미트(Beyond Meat)도 최근 버섯 균류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만든 통살 스테이크 출시를 예고했다. 에단 브라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9월 "성분의 수는 최대한 줄이고 단백질 함량은 최대로 높였으며, 포화 지방도 대폭 낮추는데 초점을 맞췄다"라고 신제품을 설명했다.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대체 단백질 식품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30년 세계 육류 시장의 30%는 대체육이 차지할 전망이다.
또 글로벌 대체육 시장 규모는 지난 2019년 140억 달러에서 오는 2029년 1400억 달러로 1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다만 고물가 시국에서 높은 가격과, 기존 육류와의 미묘한 맛의 차이 등은 대체육업계가 여전히 극복해 내야 할 과제다.
육류 섭취로 인한 환경오염과 미래 식량 부족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식용 곤충이 주목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동물성 식품 1㎏ 생산 시 약 58㎏의 온실가스가 발생하는 반면 곤충은 1㎏ 수준에 불과해 환경 친화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롯데웰푸드는 지난 2022년 2월 캐나다 글로벌 식용곤충 제조기업 아스파이어 푸드 그룹(Aspire Food Group)의 지분투자를 위해 설립한 한국 투자 노블푸드 신기술사업투자조합 1호에 90억 원을 출자했다.
정부도 식용 곤충의 잠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지원을 본격화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우선 가축으로 정하는 곤충의 범위를 확대해 축산농가에서 받고 있는 경제적 지원과 혜택을 곤충농가에서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곤충산업 발전을 위해 관련 규제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올해부터 곤충산업 육성 업무 담당기관으로 축산물품질평가원(이하 축평원)을 지정해 산업발전에 속도를 내도록 했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곤충을 'K-축산업' 영토 확장의 매개체로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축평원 관계자는 "정부의 곤충·양잠산업 육성 5개년 계획에 따라 축평원이 올해 사업을 위탁받아 진행하고 있다"면서 "곤충 중에서 16개 품목이 가축으로 지정됨에 따라 이제 축평원에서 체계적으로 산업을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곤충업 신고 현황(2022년 기준)에 따르면, 사업형태는 농가형이 58.7%(1661개소)로 가장 많고, 개인사업자등록 형태인 업체형이 30.7%(869개소), 단체 또는 법인형이 10.4%(295개소) 순으로 나타났다. 곤충별 생산 현황을 보면 흰 점박이 꽃무지가 992개소로 제일 많고 장수풍뎅이 393개소, 갈색거저리 259개소, 아메리카동애등에 215개소, 귀뚜라미 153개소 순으로 조사됐다.
다만 현재 곤충 관련 법적 검토 사항이 많고, 내부 기술역량에 대한 축적이 필요해 구체적인 사업 진행까지는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우리나라가 곤충을 먹는다는 것에 대한 문화가 성립되지 않은 상황이라 식품업체들도 일단 장기적인 관점에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위기에 근원적으로 접근하는 기업들도 속속 늘어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달 초 한·일 롯데 식품사 경영진과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의 안정적인 조달을 위해 아프리카 가나 수훔 지역을 찾아 카카오 농장을 점검하고 카카오 묘목 13만 그루를 기증했다.
세계 2위 카카오 생산국인 가나는 최근 폭염과 병해로 인해 원재료인 카카오 작황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롯데가 현재 가나의 방역 시스템, 경제 수준을 고려했을 때 단시간 내에 개선이 어렵다고 판단했고 직접 현지에서 나무 심기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식품 브랜드 '청정원'을 보유한 대상은 지난 7월 탄소중립을 위한 사회공헌활동 '제로 캠페인'의 일환으로 '농업분야 온실가스감축 설비지원사업'을 통해 지원한 시설원예농가에 온실가스감축 설비를 설치해 줬다.
대상은 온실가스 감축 사업의 결과로 획득한 탄소배출거래권을 농촌 정주여건 개선을 위한 사회공헌사업에 재투자해 지역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