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 컴퓨터나 오디오 뒤쪽의 지저분한 배선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본 사람들이라면 쉽게 동감할 것이다. 책상 위에 놓인 키보드와 마우스, 온갖 전원 코드와 멀티 탭, 스피커 선이나 USB 케이블을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까 진지하게 고민해 본 사람들도 아마 귀가 번쩍 뜨일 것이다.
블루투스(blue tooth). 파란 이빨이라는 뜻의 이 괴상한 이름은 10세기 후반 노르웨이와 덴마크를 통일했던 바이킹의 왕, 헤럴드 블루투스에서 따왔다. 그가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평정했던 것처럼 개인용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비롯해 디지털 기기들의 온갖 무선통신 규격을 통일하겠다는 의미에서 붙인 이름이다.
블루투스는 2.4GHz의 주파수로 무선 데이터를 주고받는 방식을 말한다. CD나 MP3플레이어를 헤드셋 또는 스피커와 무선으로 연결하거나 컴퓨터를 키보드나 마우스, 프린터나 스캐너와 무선 연결하는 것도 가능하다. 블루투스 헤드셋을 귀에 걸면 휴대전화를 가방 안에 넣어두고도 전화를 걸거나 받을 수 있다. 블루투스는 1994년 스웨덴의 에릭슨사에서 처음 연구를 시작했고 2001년 12월 IBM과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노키아 등이 참여하면서 바야흐로 세계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벌써 5년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까지 블루투스의 보급률은 그리 높지 않다. 지원하는 기기가 아직 많지 않은 데다 가격도 비싸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번이라도 블루투스 헤드셋으로 전화를 걸거나 음악을 들어본 사람들은 그 편리함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커피를 타러 일어설 때나 화장실에 갈 때도 헤드셋을 벗어둘 필요가 없다. 전화를 받으면서 프린터가 있는 곳까지 걸어갈 수도 있다. 두 손이 자유로우니 한쪽 어깨에 전화를 올려놓고 메모를 하느라 고생을 할 이유도 없다.
블루투스 헤드셋을 구입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할 부분은 당연히 음질이다. 환경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음질이 좋지 않은 제품들이 꽤나 많다. 그리고 귀에 걸쳤을 때 불편하지 않은지 살펴봐야 하고 배터리 용량과 연속 재생 시간도 따져 봐야 한다. 휴대전화에 연결해 쓰는데 휴대전화보다 배터리가 더 빨리 떨어진다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충전 어댑터도 잘 살펴보는 게 좋다. 흔히 쓰는 USB 케이블과 호환이 되면 어디에서나 PC나 노트북에 연결해 쉽게 충전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이동할 때마다 충전 어댑터를 들고 다녀야 한다. 선 없는 자유를 외치면서 정작 전원 케이블이 없어 무용지물이 된다면 한심한 일이다.
블루투스 헤드셋의 가격은 8만~15만원 수준으로 결코 싸지 않다. 구입하기 전에 호환 여부를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정 기기와 호환이 잘되지 않거나 연결이 됐다가도 이유 없이 끊기는 제품도 많다. 블루투스 헤드셋과 다른 기기를 연결하는 것을 페어링이라고 하는데 특정 회사의 제품들은 페어링이 안 되는 경우가 가끔 있다.
삼성전자의 SBH170은 형상기억합금을 활용해 밴드가 목 뒤쪽에 밀착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사용하지 않을 때는 말아서 접으면 손 안에 쏙 들어가는 크기가 된다. 밴드를 강제로 휘거나 구겨 접으려고 해도 원래 상태로 돌아온다.
모토로라의 HT820은 날렵한 디자인에 걸맞게 귀에 착 달라붙는 느낌이 좋다. 음질도 테스트한 제품 가운데 가장 뛰어났다. 배터리 용량도 커서 음악 감상의 경우 최대 14시간, 음성 통화의 경우 17시간까지 가능하다. 유선 연결 잭이 달려 있어 배터리가 떨어질 경우 유선으로 오디오 기기에 연결하는 것도 가능하다.
자브라의 BT320S는 타원형의 독특한 스타일이 돋보인다. 리모컨처럼 생긴 디자인이다. 이어폰을 꽂을 수 있는 잭이 달려있어 여기에 여러 이어폰이나 헤드셋을 바꿔 끼울 수 있도록 돼 있다. 한쪽 귀에만 걸치거나 머리에 뒤집어쓰게 돼 있는 헤드셋이 불편하고 거추장스럽다면 대안이 될 수 있다.
소니에릭슨의 목걸이형 헤드셋, HBH-DS970은 동시에 2대의 기기를 연결할 수 있는 멀티 포인트 기능이 특징이다. MP3플레이어로 음악을 듣다가 전화가 걸려오면 언제라도 통화 모드로 전환할 수 있다.
Prosumer가 현재 시중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10종의 블루투스 헤드셋을 모아 비교한 결과, 음질이 가장 훌륭한 제품은 모토로라의 HT820으로 나타났다. 가격도 적당한 편이다. 휴대가 간편한 제품은 삼성전자 SBH170. 음악이 아니라 전화 통화에만 쓸 거라면 삼성전자 WEP410. 이 제품들은 휴대용 케이스를 함께 제공한다. 통화가 잦은 사람들이라면 자브라 BT500v를 추천한다. 오래 착용해도 답답하거나 귀가 아프지 않다.
BLUETOOTH HEADSET모토로라 HT820
유선 연결 잭이 달려 있어 배터리가 떨어질 경우 유선으로 오디오 기기에 연결하는 것도 가능하다. 귀에 착 달라붙는 느낌이 좋고 음질도 매력적이다. 10만4000원.
★★★★★
모토로라 H700
약간 둔감해 보이는 디자인. 마이크 부분을 접을 수 있게 돼 있다. 소음 제거 소프트웨어가 내장돼 통화 음질이 뛰어나다. 9만1500원.
★★★
삼성전자 SBH170
형상기억합금을 활용해 밴드가 목 뒤쪽에 밀착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사용하지 않을 때는 말아서 접으면 손 안에 쏙 들어가는 크기가 된다. 8만6000원.
★★★★★
소니에릭슨 HBH-DS970
액정이 달린 목걸이형. 줄 길이를 조절할 수 있다. 자브라 동글과 호환이 되지 않는다. 블루투스 제품이면서도 끈이 너무 길다. 11만9000원.
★★★
소니에릭슨 HBH-PV705
최대 12시간의 연속 통화 가능. 좌우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이어훅이 달려 있는데 귀에 딱 맞지 않는다. USB 포트와 호환되지 않는 특이한 형태의 전원 어댑터를 쓴다. 5만5000원.
★★★
자브라 JX10
뱅앤올룹슨의 디자이너, 쟈콥 젠슨이 디자인한 날렵한 스타일이 매력. 함께 제공되는 충전용 크레들은 예쁘지만 번거롭다. 9만8000원.
★★★★
자브라 BT320S
리모컨처럼 생긴 디자인에 이어폰을 꽂을 수 있는 잭이 달려있어 여기에 여러 이어폰이나 헤드셋을 바꿔 끼울 수 있도록 돼 있다. 음질이 그리 좋지 않다. 8만5000원.
★★★
자브라 BT500V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렸다는 헤드셋. 유연한 고무 재질에 유선형의 디자인으로 착용감이 좋다. LED 표시등으로 연결 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9만5880원.
★★★★★
삼성전자 WEP410
9mm의 두께에 무게 7.8g. 귀 속에 꽂는 커널형. 작고 가벼운 건 마음에 들지만 별도의 충전 케이스를 들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USB에 충전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았을 걸. 7만7000원.
★★★★
삼성전자 WEP180
일명 전지현 헤드셋. 탈부착이 가능한 이어훅이 있는데 착용감이 그리 좋지 않다. 2.5시간 충전에 6시간 연속 통화가 가능하다. 6만6000원.
★★★
동글이를 꽂으면 누구나 블루투스동글이라는 기기를 쓰면 블루투스를 지원하지 않는 컴퓨터나 오디오 기기도 블루투스로 연결할 수 있다. 자브라 A320S는 컴퓨터 USB에 꽂아 쓰는 방식이다. 컴퓨터에서 재생하는 MP3 파일을 무선 헤드셋으로 들을 수 있다. 헤드셋뿐만 아니라 휴대전화나 마우스, 키보드, 프린터 등 블루투스를 지원하는 장치라면 최대 79개까지 연결할 수 있다. 자브라 A210과 A120S는 블루투스 기능이 없는 휴대전화나 오디오 기기를 블루투스에 연결시켜주는 동글이다. 각각 휴대전화 이어폰 잭이나 오디오 출력 단자에 꽂기만 하면 블루투스 헤드셋과 호환할 수 있다. 자브라 A125S는 애플 아이팟 전용 동글이다. 전원 어댑터에 끼우면 아이팟과 블루투스 헤드셋을 연결시켜 준다.
자브라 A620S컴퓨터 USB에 꽂아 쓰는 블루투스 동글. 헤드셋뿐만 아니라 휴대전화나 마우스, 키보드, 프린터 등을 컴퓨터와 무선으로 연결할 수 있다. 5만1500원.
자브라 A210블루투스 기능이 없는 휴대전화를 블루투스 헤드셋에 연결시켜주는 동글. 휴대전화 이어폰 잭에 꽂기만 하면 된다. 오디오 기기와도 호환이 되면 좋을 듯. 디자인도 그저 그렇다. 3만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