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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자살한 딸, 억울함 풀어주세요" 수능 끝내고 아파트 투신…아버지의 눈물 | ||||||||||
학교폭력으로 고교 졸업을 앞둔 여고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학교 측이 조직적으로 관련 사실을 은폐한 의혹이 일고 있다. 특히 학교폭력 정황이 나타난 유서가 발견되자 학교 측은 언론과 경찰에 알리지 말아 달라고 학부모를 설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집단 따돌림과 괴롭힘으로 자살한 정황이 곳곳에서 나타났음에도 학교 측은 학생 인권 침해, 학부모 항의 등을 이유로 조사에 소극적이었다는 것. 여고생의 아버지는 학교가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했다며 18일 경상북도교육청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고3 여고생의 죽음=지난해 12월 11일 오전 7시쯤 대구 달서구 송현동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수능시험을 끝낸 19세 여고생이 숨진 채 발견됐다. 15층 복도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고생은 경북 군위의 한 기숙형 공립고교에 재학 중이던 A양. A양은 대구의 한 4년제 사립대에 합격한 상태였다. 유서가 없었기에 A양의 아버지는 자살할 이유가 없다고 했지만 자살 정황은 확실했다. 당시 사고 현장에 출동한 대구 달서경찰서 관계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게 확실해 보였다. 현장에 유서는 없었지만 의자를 이용해 뛰어내리려 시도했던 점 등이 자살에 무게를 싣는 증거였다”고 했다. 이틀 뒤 장례식을 마친 A양의 아버지는 A양의 가방 안에서 메모 형태의 유서를 찾아냈다. 유서에는 학교에서 5년 이상 지속된 괴롭힘과 따돌림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 유서에는 ‘중2 때부터 외모로 놀림을 받았다. 특히 일부 학생들로부터 욕설과 함께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다. 고교 1년 때는 맞아서 병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너무 힘들어서 교사에게 상담을 받기도 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A양의 아버지는 유서가 발견됐다며 학교에 알렸다. ◆학교의 조직적 은폐 의혹=A양의 아버지에 따르면 유서 내용을 알게 된 학교 측은 이튿날 A양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학교에서 최선을 다해 조사할 테니 경찰에 신고하지 말고 조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했다. A양의 아버지는 “그렇게 하겠다. 대신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학교폭력 관련 설문조사를 한 뒤 직접 조사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2주일 뒤 학교 측이 내놓은 자체 조사 내용을 본 A양의 아버지는 억장이 무너졌다. 조사에 한계가 있다는 게 핵심이었다. 학생들의 인권 침해 문제와 학부모들의 항의가 주된 이유였다. 학교 측이 내놓은 자체 조사 내용에는 법적으로 수사 권한을 가지지 못한 학교의 실정을 감안하면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많아 더 이상 조사를 이어가지 못하는 한계가 상존한다고 돼 있었다. 학교 측은 또 구체적인 물증과 공식적인 서류가 없는 상황과 가해 사실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집단 괴롭힘이 있었다는) 중학교 당시의 상황에 대해 조사를 구체적으로 진행시켜 나가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다만 신체적`언어적 폭력 사실에 대해서는 A양이 고교 1년 때 1년 선배인 B양에게서 폭력을 당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밝혔을 뿐이다. A양의 아버지는 “심지어 학교 측은 딸이 가정형편 곤란으로 대학등록금을 내지 못하는 처지를 비관해 자살했다고 경북도교육청에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도 부실 의혹=더 이상 학교를 믿을 수 없게 된 A양의 아버지는 올해 1월 3일 경북경찰청에 학교를 고발했다. 사건은 군위경찰서가 맡게 됐다. 한 달 뒤인 2월 말 군위경찰서는 A양을 폭행한 혐의로 B양(A양의 1년 선배)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그러나 폭행 사건은 3년 전 사건이었다. 3년 전 사건에 혐의를 적용한 것은 증거가 확실했기 때문이었다. A양 친구의 진술로 병원 치료 기록을 확보한 덕분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집단 괴롭힘과 따돌림 등 학교폭력에 대해서는 교사들의 진술 거부와 증거 불충분 등으로 더 이상 수사가 힘들다고 했다. A양 아버지에 따르면 경찰 역시 “폭행 건에 대해서는 증거가 있어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수 있지만 왕따, 따돌림, 외모에 대한 놀림에 대해서는 수사 기간이 오래 걸리고 또 참고인의 증언을 확보하더라도 재판 과정에서 다 풀려나오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고 했다. 결국 A양의 아버지는 직접 학교폭력의 증거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A양이 다니던 학교에 가서 학생선도부 기록을 확인해 가해 학생들의 징계 기록을 열람한 것 외에는 이렇다 할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 A양이 상담했다는 유서 내용을 근거로 상담 교사를 찾으려 했지만 어떤 교사도 상담을 해준 적이 없다고 했다. 학교폭력 관련 설문조사를 하겠다고 약속했던 학교는 설문조사 기록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이 학교 평교사 31명 중 12명이 올해 초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갔다. 전근을 간 교사 중 학생부장, 교무부장, 그리고 학교폭력 조사를 담당했던 교사 모두 포함됐다. 결국 지난달 20일 B양 등 가해학생 두 명은 3년 전 A양을 폭행한 혐의로 벌금 70만원에 약식기소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