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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달산 오르는 도중의 너덜에서 조망, 왼쪽은 월악산 영봉
留春春不在 봄은 붙들어도 머물지 않고
春歸人寂寞 봄이 가니 적막하여라
厭風風不定 바람은 싫은데도 그치지 않고
風起花蕭索 바람 일어 꽃이 지네
――― 백거이(白居易), 「낙화고조부(落花古調賦)」
▶ 산행일시 : 2015년 4월 18일(토), 맑음
▶ 산행인원 : 14명(영희언니, 버들, 자연, 스틸영, 악수, 대간거사, 상고대, 신가이버, 도솔,
해마, 도~자, 승연, 무불, 메아리)
▶ 산행시간 : 8시간 40분
▶ 산행거리 : 도상 12.3㎞
▶ 교 통 편 : 두메 님 25인승 버스
▶ 구간별 시간
06 : 28 – 동서울터미널 출발
08 : 40 - 문경시 문경읍 용연리(龍淵里) 용연 마을, 산행시작
10 : 00 - 첫 번째 너덜
10 : 20 - 두 번째 너덜
10 : 40 - 운달산(雲達山, △1,100m), 휴식(43분)
11 : 56 ~ 12 : 20 - 안부, 점심
13 : 20 - 장구령
13 : 45 - ├자 능선 분기(910m봉)
14 : 03 - 849m봉
14 : 10 - 849m봉을 동진하여 내리다 북사면으로 내림
14 : 50 - 계곡, 묵은 임도
15 : 03 - 마전령농원, 923번 도로
16 : 10 - 국사봉(943m)
16 : 55 - 벌목지대
17 : 09 - 산자락 오미자 밭, 임도
17 : 20 - 갈산 마을, 산행종료
1. 운달산 정상에서, 운달산 정상 표지석이 동쪽 바위 위에 있었는데 누군가 지금의 자리로 옮
겨 놓았다.
▶ 운달산(雲達山, △1,100m)
문경을 또 간다. 문경은 옛날 영남지방 선비들이 문경새재를 넘어 한양으로 과거 보러갈 때 들
리던 고을이다. 문경(聞慶)이란 지명은 과거급제라는 그 경사스러운 소식을 (문경새재 넘어) 가
장 먼저 듣는다 해서 붙여졌다. 주흘산(主屹山, 1,100m, ‘屹’자는 산이 위엄 있게 높이 솟은 모양
을 뜻한다) 준봉을 병풍으로 두른 안온한 고장이다.
중부내륙고속도로의 문경새재터널을 지나자마자 오른쪽 무인수납차로로 들어 문경 톨게이트
를 통과하면 문경 시내다. 오늘 산행 들머리인 용연 마을 가는 길이 벚꽃으로 일대 장관이다. 신
북천(身北川)을 한참이나 거슬러 오르는 901번 지방도로 양쪽 가로수 벚꽃이 끝물이지만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볼만한 광경이다.
용연 마을을 지나 농로로 들고 우리 차가 더 들어갈 수 없어 멈춘다. 한적한 산골짝이다. 오미자
밭에서 일하는 농부에게 합창하여 인사하고 산천경개 둘러보며 골짜기 깊숙이 들어간다. 엊그
제 비 내려 도로 넘쳐흐르는 계류를 첨벙첨벙 건넌다. 우리 성질이 약간 급했다. 운달산을 직통
으로 오르는 엷은 능선을 잡으려고 산자락 풀숲 헤치는데 너무 일러 지능선 넘고 넘는다.
낙엽송숲 가시덤불 헤치고 너덜 얕은 계곡 건너고 낙엽 수북하고 가파른 사면 올라 제법 통통
한 지능선을 넘는다. Y자 계곡 가운데 당장은 펑퍼짐한 능선이 우리가 겨냥했던 운달산 북서릉
(북서쪽 사면이라 해도 무방하다)으로 이어진다. 낭랑한 소리 내며 계곡 훑는 옥수에 그새 땀으
로 범벅이 된 낯 씻고 맘을 다진다.
우리 발걸음이 자는 능선을 깨웠다. 기지개 펴고 일어난다. 점점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수적(獸
跡)이려니. 갈지(之)자 연속이다. 지난겨울 내내 눈에 짓눌렸던 낙엽은 마침내 풀려나서 한껏 부
풀었다. 더러 발이 푹푹 빠진다. 진달래 드문드문 핀 삭막한 능선이다. 참나무숲이 아직은 나목
이라 땡볕을 고스란히 받는다.
등로에 돌이 잦더니 이내 너덜지대가 나온다. 암릉 같은 너덜이다. 암릉 오르는 손맛 본다. 일망
무제로 조망이 트인다. 그래도 큰 바위 골라 올라 발돋움하고서 산첩첩 감상한다. 건너편 대미
산에서 포함산에 이르는 백두대간이 장성이다. 백두대간은 하늘재에서 동강날 듯 꺾였다가 월
항삼봉 넘고 주흘산 북릉 잠깐 들리고는 조령산으로 간다.
너덜지대 벗어나면 운달산 주릉 공제선으로 여겼는데 아직 산중턱이다. 다시 참나무 숲에 들고
운달산 서릉 962m봉 기웃거려 내 오른 고도를 가늠한다. 또 너덜이 나온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더 굵고 넓은 너덜지대다. 조그만 돌탑을 쌓은 것으로 보아 우리가 초등은 아니다. 뒤돌아 전경
자세히 살핀다. 월악산 영봉이 뭇 산 맹주의 모습이다.
너덜지대 빠져나오고 가파른 사면 잠시 오르면 운달산 주릉이다. 확실히 흙 다져진 주등로가
걷기에 편하다. 운달산 정상. 삼각점은 어렵게 판독하여 ‘덕산 26’이다. 정상 표지석이 원래는
북쪽 바위 위에 있었는데 누군가 서쪽 바위 위로 옮겨 놓았다. 먹고 마시며 오래 쉰다. 봄날 원
족 온 기분난다.
2. 산행 들머리인 용연 마을 가는 길, 벚꽃이 끝물이다
3. 용연 마을 가는 길
4. 용연 마을 가는 길
5. 용연 마을 가는 길
6. 용연 마을 들길, 오른쪽 담 위는 오미자 밭이다
7. 용연 마을 들길, 골짜기 깊숙이 들어간다
8. 운달산 산자락 낙엽송숲
9. 능선을 향하여
10. 가운데 높은 산은 대미산, 너덜지대에서
11. 멀리 가운데 암봉은 월악산 영봉이다
12. 운달산 서릉 962m봉
13. 백두대간 포함산, 그 왼쪽 능선 내린 안부는 하늘재다
운달산 산행로
▶ 장구령, 국사봉(943m)
운달산 정상에서 북진하여 내린다. 지난 2월 7일 이곳은 퍽 재미 난 눈길이었는데 오늘은 영 심
심하다. 그때는 저 굵은 밧줄 움켜쥐고도 조마조마했던 설벽이 오늘은 아무렇지 않은 슬랩이
다. 그때처럼 잡목 헤치고 되똑한 전망바위에 올라 남동쪽 전망한다. 그쪽으로도 산이 워낙 많
아 천주산과 공덕산을 짚어내지 못하겠다.
뚝뚝 떨어져 안부에 이르고 이만한 명당이 더 없겠다 싶어 자리 펴고 점심밥 먹는다. 한겨울 그
맛나던 라면이 시들해졌다. 신가이버 님 특제인 불닭볶음면에 여러 젓가락 오간다.
이곳 안부 주변에 복수초가 무리지어 피어 있다. 복수초를 설련화 또는 얼음새꽃이라고도 하는
데 실은 얼음이나 눈을 뚫고 나와 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이른 봄날 날씨가 따뜻하여 핀 꽃에 느
닷없이 눈이 내렸기로 눈 속에서 꽃이 피었다고 일부러 오인하는 것이다.
점심 든든하게 먹어 사면 훑을 준비를 마쳤다. 더덕 건화가 웬수로 보이고 그렇다고 눈 둘 데 찾
기도 어렵던 그곳을 간다. 그 더덕들의 새싹은 돋았을까? 궁금하다. 나 혼자 간다. 점심 먹은 안
부에서부터 그 고도로 오른쪽 사면을 돈다. 가파른 사면이라 간벌한 나뭇가지 타고 넘기가 거
의 기예다. 얕은 골짜기는 가시덤불숲이거나 너덜지대다. 곳곳 바위절벽 피하려고 기어오르내
리려니 곱으로 발품판다.
아, 눈 못 뜨게 비지땀 쏟아 그곳에 왔건만 그때보다 사정이 더 나빠졌다. 더덕 새싹은 돋아나지
않았다. 그때 아예 건들지를 않았거나 근원을 찾지 못해 놓친 대물에는 표시하였더라면 어찌
해보겠는데(반경 1m 내외를 뒤지는 한이 있더라도), 도무지 진위를 판별할 수 없으니 완전 헛걸
음이다. 966m봉을 사면 돌아 넘는다.
한때 고수반열에 들었던 내가 이대로 빈손이라면 도대체 누가 믿을 것인가? 그렇지 않아도 계
족산, 응봉산, 백우산 이래 대물을 몰래 꼬불치지 않았느냐는 나로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의
심을 받고 있는 터라 이를 조속히 불식하고 예전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절박한 처지가 아닌가?
생사면을 계속 누비기로 한다. 오기가 난다. 그래 장구령까지 가보자. 그런데 가도 가도 자갈사
면이다.
녹초가 되어 장구령에 다다른다. 내가 1착이다. 수확은 잔챙이 한 수! 믿어주시라. 장구령은 양
쪽 산봉우리가 급격히 깎여 영마루가 장구의 잘록한 허리모양인 데서 유래되었음을 눈과 발로
확인할 수 있다. 910m봉 오르는 능선이 엄청 가파르다. 더구나 등로에 수북하게 쌓여 있는 낙
엽을 지치자니 심설 러셀 못지않게 힘들다.
├자 능선이 분기하는 910m봉에 오르고 직진하는 주릉 따라 국사봉을 오르기에는 오늘 산행이
너무 밋밋하여(또한 오지도 아니다) 대담한 산행을 시도한다. 오른쪽 지능선을 내리다가 849m
봉 근처에서 마전령농원 쪽으로 내려 곧바로 국사봉을 오르자고 한다. 골로 가면 혹 두릅이 나
오지 않았을까 하는 은근한 기대도 있다. 그러나 골로 갔다!
14. 앞은 성주봉 가기 전 운달산 서릉, 그 뒤는 주흘산
15. 맨 왼쪽은 포함산, 오른쪽은 월악산 영봉
16. 백두대간 대미산 서릉
17. 앞쪽 마을이 용연이다
18. 앞 너덜은 운달산 두 번째 너덜이다. 꽤 넓다
19. 앞쪽이 문경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다. 운달산 정상에서 조망
20. 앞은 단산, 그 뒤 왼쪽 희미한 산은 상주 노음산이다
21. 문경 패러글라이딩 활공장, 왼쪽 중간은 어룡산이다
22. 오른쪽은 시루봉
22-1. 운달산 정상에서, 맨 오른쪽은 도솔 님
23. 운달산에서 북진하여 내리던 중 전망바위에서 남쪽 전망
24. 운달산에서 북진하여 내리던 중 전망바위에서 남동쪽 전망
25. 운달산 내린 안부, 즐거운 점심시간이다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된다. 울창한 잡목 헤치며 주춤주춤 내리다 849m봉 넘고 쏟아
져 내릴 왼쪽 사면을 탐색한다. 저 아래 마전령농원 흰색 건물이 보여 그리로 가자하고 잡목 성
긴 사면을 노린다. 몇 발짝 내리자 돌밭이다. 납작납작한 돌이다. 바글거려 미끄러지고 넘어지
고 자빠지고 야단이다. 한 걸음 한 걸음 신중하게 내딛는데도 그렇다.
흩어져 갈지자 대자로 그리니 돌이 굴러 떨어지더라도 다칠 염려는 없다. 웃음이나 흰소리는
여유 부릴 때나 나오는 법이다. 적막한 산중 발밑 돌 부딪치는 소리가 비명처럼 날카롭게 들린
다. 진땀 뺀다. 골로 떨어진다. 골은 너덜이다. 낙엽더미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도 한다. 지계곡은
결국 마전령(馬轉嶺)에서 내려오는 주계곡과 만나고 그 옆으로 묵은 임도가 간다. 두릅 찾아보
려 고개 돌리기도 귀찮다.
묵은 임도는 울퉁불퉁한 자갈길이지만 방금 전의 고역을 생각하면 탄탄대로다. 농로에 올라선
다. 여기도 밭에는 오미자를 재배한다. 이쯤해서 국사봉을 오를까 하고 밭두렁을 지나려는데
오미자덩굴 손질하는 농부가 그리로는 길이 없을뿐더러 철조망 치고 막았으니 좀 더 나가서 도
로 따라 오르시라고 한다. 그런 줄 모르고 뒤따라오던 영희언니와 스틸영 님은 들입다 올랐다
가(과연 여전사다웠다) 농원 두른 철조망에 갇히고 농원 주인(?)에게 잔소리 실컷 듣고 도로에
면한 철문 열어주어 나왔다.
도로(923번 지방도로다) 따라 오르다 앞쪽 산모퉁이에 주차한 트럭 옆에 산불감시원인 듯한 수
상한 사람이 보이기에 슬며시 지계곡 왼쪽 생사면을 치고 오른다. 어디 쉬운 산이 있으랴. 풀뿌
리 나무뿌리 부여잡다 오지 피켈하여 기어오른다. 능선은 벌목하였다. 벌목한 능선이 의외로
지나기가 사납다. 댕강 잘린 잡목은 발목 붙들고 어린 가시나무는 정강이 따갑게 찔러댄다.
벌목지대 벗어나 능선 가파름이 잠시 쉬는 틈에 우리도 쉰다. 목추기는 얼음물이 사뭇 달다.
가파르고 긴 오름이다. 인적 드문 한갓진 능선이다. 스퍼트 낸다. 그러는 중에도 ‘6백만불의 사
나이’ 흉내 내어 온 사면을 눈으로 스캔하듯 쓸어보지만 빈 눈이다. 국사봉 전위봉을 사면 질러
넘고 등로는 훤하니 뚫렸다. 이윽고 넙데데한 능선 끝이 국사봉 정상이다. 청산수산악회와 서
래야 박건석 님이 정상 표지 만들어 걸어놓았다.
오전에 그렇게 맑던 날씨가 금방이라도 비 뿌릴 듯이 흐려진다. 춥다. 겉옷 껴입는다. 하산! 국
사봉에서 서진하여 내린다. 오르막이 전혀 없는 줄곧 내림 길이다. 벌목하여 전망 트인 데서 운
달산과 그 서릉, 국사봉 둘러본다. 진달래 꽃길 지나고 651m봉 가기 전에 왼쪽 지능선 잡아 내
린다. 산자락 오미자 밭두렁에 이르러 맞은편 주흘산 연봉을 바라본다. 아무리 보아도 물리지
않는 준봉이다.
산자락 도는 임도는 농로와 만나고 갈산 마을 가까운 너른 공터에서 무사산행 자축하는 하이파
이브 힘차게 나눈다.
26. 복수초
27. 복수초
28. 꿩의바람꽃(Anemone raddeana), 미나리아재빗과의 여러해살이풀
29. 진달래
30. 솜나물(Leibnitzia anandria),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
31. 마전령에서 내려오는 계곡
32. 849m봉에서 동진하다 노란 선 그은 사면으로 내려왔다. 이 구간이 오늘산행의 하이라이트였다
33. 국사봉 하산 도중에 바라본 시루봉
34. 뒤쪽이 운달산, 그 오른쪽은 운달산 서릉이다
35. 국사봉 내리는 중, 맨 앞은 스틸영 님, 그 뒤는 도~자 님
36. 뒤쪽이 국사봉 정상이다
36-1. 하산 중, 거의 다 내려왔다
37. 임도 따라 내리는 우리 일행, 멀리는 주흘산
38. 임도 따라 내리는 우리 일행, 멀리는 주흘산
국사봉 산행로, 흰색 선이 주등로다
첫댓글 운달산에도 너덜이 있네요, 규모도 제법되는 것 같은데.......
암릉 같은 너덜이었습니다.
운달산을 그간 몇 차례 갔었지만 너덜은 처음이었습니다.^^
운달산 너덜에서의 조망,,,모처럼 눈이 호강하던 날이었습니다...마전령농원으로 내리는 길이 험해서 그런가, 국사봉 오름이 꽤나 팍팍한 날이었습니다^^
너덜에서 그날 조망은 다 보았습니다.
모처럼 눈이 시원했습니다.
ㅎㅎ 갑자기 뽕짝이...^^ 문경이 그런 뜻이었군요. 항상 배우고 다닙니다. 아~찬란한 봄날이네요.
'산에는 진달래'라는 말을 주현미 입 빌어서~~
하루 하루가 너무 아까운 봄날입니다.
재롱잔치때 깡소주 마시게 생겼네요.
어장에서 달인께서도 잔챙만 보셨으니 말입니다.
즐거움이 배어나는 산행기 잘보고 갑니다.
온내 님이 계셨더라면 더 즐거웠을 텐데 ㅠㅠ
이번 산행 꽤 힘들도 옷도 신발도 많이 상했지만 한폭의 수채화를 감상하였습니다.
이번에는 무불 님의 족발이 성공했지요?
@악수 악수님 덕분입니다. 많이 배우고 따르고 싶습니다.
산행기를 보고 있자니 산이 무지무지 그리워지는데요~~
어디론가 떠나고픈 지금입니다~ㅠ.ㅠ
오지 하루를 위해 일주일을 살고,
일주일을 위해 오지 하루를 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