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경 개인전
조혜경의 ‘나무 이야기’
그의 그림에서 무지개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십자가이다.
기독교에서 십자가는 성육신으로 일컬어지는 언약의 계시요 완성을 뜻한다.
그러나 작품에서 보여지는 십자가는 우리가 보아온 예쁜 십자가가 아니라 대단히 거칠고 투박해보인다.
글 | 서성록(안동대 미술학과교수)
[2009. 11. 4 - 11. 10 인사아트센터]
[인사아트센터]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T.02-73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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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호스킨스(Bob Hoskins) 감독의 <레인보우>는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이 무지개의 끝이 어디인가 하는 궁금증으로 모험을 떠나는 영화이다. 조혜경의 작품에도 무지개가 등장한다. 그는 성경의 안내를 받아 무지개를 쫓아간다. 성경의 구약에는 대홍수가 그친 후 방주에서 나온 노아가 그의 가족들과 함께 예배를 드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때 하나님은 모든 생물을 멸하지 않으시리라 약속하시면서 그들에게 ‘언약의 표시’로 무지개를 보여주신다. 작가는 여기서 영감을 얻어 이것을 조형화하였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83A831C4AF001FE2C)
그의 그림에서 무지개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십자가이다. 기독교에서 십자가는 성육신으로 일컬어지는 언약의 계시요 완성을 뜻한다. 그러나 작품에서 보여지는 십자가는 우리가 보아 온 예쁜 십자가가 아니라 대단히 거칠고 투박해보인다. 그가 생각하는 십자가란 그리스도의 달리심, 살을 찢는 고통, 고결한 죽음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런 내용을 격렬한 필선, 사망을 의미하는 검정, 경련을 일으킬 듯한 긴장과 두려움의 엄습으로 각각 전언하고 있는 것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03A831C4AF001FF2D)
또다른 출품작은 ‘생명나무’에 대한 것이다. 앞의 작품이 무지개를 바라보는 일반적인 시선과는 달리 내용상 의미심장하다면, 이 작품은 희망차고 명랑한 편이다. 역시 테마는 성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예수의 제자인 사도 요한이 기록한 ‘새 하늘’과 ‘새 땅’의 환상을 옮긴 것이다.(요한계시록 22장) 요한은 새 하늘과 새 땅에서 수정같이 맑은 생명수가 흐르고 그 좌우에 열매가 달린 생명나무가 자라고 있음을 기록하고 있다. 이곳은 하나님이 베푸신 복락의 땅이요 그 땅은 하나님의 영광으로 가득 차 어둠이 없는 곳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런 모습을 작가는 화면 가득 나무들을 배치하고 풍성한 열매를 상징하는 영롱한 유리보석을 달아 표현하였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83A831C4AF002002E)
다른 작품은 원색이 물결치는 추상회화를 들 수 있다. 각 화면에는 형태를 갖추지 않은 색깔들이 자유롭게 굽이친다. 고명도의 칼라가 화려하다 못해 눈이 부실 정도인데 때때로 몰려오는 내적인 상태를 실어냈다. 유속(流速)이 감지되는 물감의 흐름, 순수한 색깔의 술렁임 등이 눈앞에 아른거리며 화면 곳곳에 깨알같이 박혀 있는 유리알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화면에 생기를 주고 표정을 만들어낸다. 아마 작가는 유리알의 반짝임을 통해 자신의 마음의 곳간 속에 간직된 비밀을 표상하려고 했는지 모른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93A831C4AF002002F)
그는 화면에 적절한 상징물을 배치시켜 이야기를 풀어간다. 단순한 풍경인것 같지만 ‘새 땅’에 관한 이야기이고 순수한 추상작품같지만 ‘내적 환희’에 관한 이야기이다. 다시 말해 작가는 구약의 ‘무지개’와 신약의 ‘십자가’를 결합시키고 ‘생명나무’의 기둥을 검게 채색하여 그리스도의 희생을, ‘반짝이는 유리알’로 마음에 충만한 기쁨을 나타낸다.
첫댓글 전시장에서 작품잘감상하고왔습니다 색감이너무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