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람이고 싶습니다
"다루끼 가져오라니까 뭘 들고 온 거야? 다루끼는 각목이지!"
"그럼 이건 어떻게....."
"아, 진짜. 이 녀석."
일그러진 형의 얼굴에 나는 잔뜩 긴장했다.
"이건 여기에 쓰면 되지롱~."
건설 현장에서 종길이 형을 처음 만난 날이었다. 21살, 입대를 앞 두고 조금이라도 더 벌어야 하는 집안 사정 때문에 일을 시작했 지만 현장이 낯설고 실수를 연발하는 통에 난 늘 긴장 상태였다.
'어려서 익숙하지 않아서' 같은 말은 현장에서 통하지 않았다. 바 로 그때 종길이 형을 만났다. 혼내기보단 하나씩 가르쳐 주고, 어 리다고 얕보는 대신 기특하게 생각해 준 사람.
웃는 모습이 어릴 적 본 만화 영화 캐릭터 '보거스'와 무척이나 닮은 사람이었다. 형, 동생 할 만큼 가가까워진 어느 날, 나는 문 득 궁금한 것이 생겨 형에게 물었다. "형은 왜 이런 일 해요?"
"이런 일이 뭔데?"
머릿속에 두 단어가 떠올랐다. '일용직 노동자' 그리고 '막노동'. 하지만 대답할 수 없었다. 종길이 형의 눈빛에서 정직함과 자부 심이 또렷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우리가 죄를 짓는 것도,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잖아. 정해진 시 간만큼 일하고 정직하게 땀 흘려 일한 대가를 받는 거야. 네가 말 하는 '이런 일'이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먹고살기 위 해 열심히 일하고, 이 일에 만족한다!" 호탕하게 웃으며 내 어깨를 툭툭 치는 종길이 형을 바라보며 나 는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듯했다. 뉴스나 드라마에서 접한 일용 직 노동자의 부정적인 이미지에 익숙해져 편견을 갖고 이 직업을 바라보고 있었다.
현장의 많은 어르신은 건설 근로자로 일하며 아들딸을 번듯이 키 워 냈다. 이토록 정직한 일인데 왜 그런 편견을 가졌을까?
시간이 흘러 대학을 졸업한 뒤, 친구들은 하나둘 취직하거나 사 업을 시작했다. 나는 다시 현장으로 돌아와 형을 찾았다. 그리고 이 일을 쭉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엔 집안 상황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것이었다. 하지만 현장은 생각만큼 낭만적이지 않았다. 근로자들도 자신의 일을 낮게 여기는 듯했다. 그럼에도 나는 이 일이 좋았다. 땀의 의미를 배웠고, 한숨 돌리며 마시는 물의 개운함과 가끔 부는 바 람의 고마움을 알게 되었다. 3년 정도 흐르자 친구들은 내게 충고했다.
"언제까지 그럴 거냐? 그걸로 못 먹고 살아."
"너 혼자라면 괜찮지만 결혼하면 어쩔 거야? 아이는 키울 수 있겠어? 이젠 현실을 직시해." 나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이 일을 선택한 걸 후회하지 않는 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한편으론 구차하게 변명하는 것 같았다. 주변의 시선에 당당해지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어쩌면 나는 그저 형이 멋져 보여 마냥 따라 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열심 히 일했다. 내게 필요한 건 성실한 자세로 꾸준히 쌓아올린 시간 이었다.
또 3년이 흐른 어느 날, 반장님이 내게 말했다.
"너는 왜 쓸데없이 열심이냐? 백날 그래 봐야 다른 사람들이 고마워하지도 않는다."
"저는 그냥 이런 사람이고 싶어서요."
자연스레 흘러나온 진심에 반장님은 씨익 웃었다. 나는 어느덧 이런 사람이 되어 있었다. 뜨거운 8월,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20살 청년들이 일을 하러 현 장에 왔다. 예전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기특하기도 하고, 암으 로 세상을 떠난 종길이 형이 나를 보는 기분이 이랬을까 하는 생 각에 가슴이 시큰하기도 했다. 한달 뒤, 꽤 친해진 막둥이들이 노을 지는 퇴근길에 내게 물었다.
"형은 왜 이런 일 해요?"
"형은 말이야......"
나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대답했다.
지금은 볼 수 없는 종길이 형을 생각하며, 내가 바라는 세상을 꿈꾸며..
진상린 / 경기도 평택시 제7회 청년이야기대상
<옮긴 글> 출처: 바람에 띄운 그리움 원문보기 |
첫댓글 자기 일에 만족하는 사람.
그 일을 통해 무언가를 얻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좋습니다.
형님, 오늘도 건강 하십시오.
오늘은
삶에 더 만족하는
더 행복한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굳은 각오와 진심이 보이는 청년이
아름답네요~~~
감사합니다.
젊은이들에게선 개성과 정직.정의가
엿보여 참 신선하고 미래는 밝습니다.
행복한 날 되세요~!
가슴이 울컥합니다
박수를 보냅니다
감사합니다.
평안한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