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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 손을 닮은 자리공 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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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상 |
| “이게 무슨 꽃이에요?”
태풍이 지나 간 뒤의 하늘은 맑다. 아직은 태풍의 여운이 남아 있어서 구름이 완전히 물러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마음이 개운하다. 세상의 종말이 다가온 것처럼 흔들던 비바람이 사라지니 고요하다. 자연의 위대함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의 힘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 분명하다. 답답함을 달래기 위하여 집을 나서 잔잔한 호소의 물결을 바라보고 있는데 집사람의 묻는 말에 돌려보니 자리공 꽃이다.
자리공 꽃의 색깔이 어찌나 여린지 아기의 솜털 피부를 연상하게 한다. 연약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이 꼭 하품하는 아기 입을 닮아 있다. 잠이 와서 눈이 감기는데 자꾸 성가시게 구니 귀찮다는 표정이다. 작은 손가락으로 꼼지락거리는 모습이기도 하다. 한 개가 아닌 여러 개이니 여러 아이가 함께 놀고 있는 모습이다. 굼실굼실 부드러움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고 만다.
자리공 파동이 떠오른다. 오염의 대명사로 알려져 한 때 시선을 집중시킨 일이 있다. 특히 미국 자리공이 문제였었다. 독성을 가진 자리공의 열매가 땅에 떨어지면 그것이 썩어지면서 토양을 강한 산성으로 바꾸어 피해를 준다고 한다. 강산성으로 변화된 토양은 다른 식물을 자라지 못하게 하고 땅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문제였다. 그런데 강한 생명력을 가진 자리공은 강산성의 땅에서도 무성하게 자라 이런 악순환이 계속 되기 때문에 문제였다.
자리공에는 미국 자리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이 원산지인 토종 자리공도 있다는 점이다. 그 구분은 줄기 색깔이 우리 자리공은 녹색이고, 미국 자리공은 적색이란 점이 다르다. 꽃 피는 시기도 우리 자리공은 5∼6월에 피고, 미국 자리공은 6∼9월에 핀다.
꽃 색깔 또한 우리 자리공은 하얀 색깔이고, 미국 자리공은 붉은 색이 도는 흰 색깔이다. 우리 자리공은 한약으로 쓰이는 데 상륙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자리공의 뿌리로 대변과 소변을 시원하게 볼 수 있도록 하는 효능이 있으며 부기를 제거하고 해독작용을 한다고 한다.
자리공 꽃이 예쁘다. 줄기의 색깔로 보아서 미국 자리공은 아닌 듯 하다. 우리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그렇게 정감이 갈 수가 없다. 우리 것은 무엇이나 다 아름답게 보이는 것인가 보다. 아니 그렇게 보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파란 하늘에 흔들리고 있는 자리공 꽃이 그렇게 앙증맞을 수가 없다. 넋을 잃고 한참 동안을 바라다보고 있었다.
꽃을 바라보면서 우리 것의 소중함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우리의 관심이 멀어지면 우리도 모르게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두려움까지 느끼게 된다. 우리의 전통과 문화를 지키는 길은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인 사랑을 쏟아 부을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우리 주변에서 멀어지고 있는 수많은 우리 것들이 손짓을 하고 있다. 외면하지 말고 다가가 함께 어울린다면 그 또한 보람있고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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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공이란..
1950년경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는 귀화식물로
지금은 우리나라 도처에서 자라고 있다.
자연농업에서는 가을에 자리공 뿌리를 채취해 충방제 또는 충기피제로 활용한다. 선홍빛 줄기며 검붉은 열매색깔이 맨드라미만큼이나 이국적인 미국자리공,
포도송이마냥 주절이주절이 매달은 열매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축 휘어져
담장 곁에서 시들어가고 있다.
미국 자리공은 1950년경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는 귀화식물로
지금은 우리나라 도처에서 자라고 있다.
이젠 자리공하면 미국자리공을 떠올릴 정도로 한적한 시골로 밀려나
구경조차 어려운 토종 자리공의 위치를 위협하고 있다.
들판에 자라고 있는 미국자리공
미국자리공은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자리공과의 다년생 식물이다.
키가 1∼1.5m에 이르는 비교적 큰 키로 잎이 넓으며 뿌리가 비대해
번식력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산성 토양에서 잘 자라는 미국자리공은 열매와 뿌리 또한 산성을 띠고 있어
토양을 더 산성화시키고 우리생태계를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한때 사회적 파문이 일기도 했다.
그것이 비록 지나친 기우였다고는 하나 미국자리공이 무리지어 자라는 것을 보면
섬뜩한 기분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자리공 꽃대, 첨에는 꼿꼿이 서서 피나 곧 아래로 쳐진다
올 한해 악양 이곳저곳을 돌며 지켜본 바에 의하면 외래종으로 정말 섬뜩할 정도의
번식력을 자랑하는 식물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주홍서나물이다.
과히 폭발적이라고 할 만큼 악양 곳곳, 논둑, 밭둑, 야산을 가리지 않고 어딜 가나 발견된다.
늦여름부터 미사일탄두대처럼 생긴 꽃대에서 뿜어내는 솜털감은 씨앗뭉치는
민들레보다 더 폭발적이다.
폭발적인 번식력을 가진 주홍서나물
외래종이 급속도로 확산되는 데는 상당부분 사람들에게 책임이 있다.
시골 농가 혹은 도심 주택가를 지나치다 보면 이름모를 외래꽃들이 마당 한편이나
담장 곁에 심겨져 있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토종 자리공 꽃, 흰색이고 꽃대가 휘어지지 않는다
자리공이라는 이름은, 고려시대에 저술된 '향약구급방'에 자리공의 한자어
'商陸'을 "者里宮根"이라고 표기하고, 그후 기록에서도 한글로 "쟈리공불휘"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 오래전부터 사용된 용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토종 자리공과 미국자리공을 구분하자면,
1. 줄기 색깔이 자리공은 녹색이고 미국자리공은 적색이다.
2. 자리공은 5-6월에 꽃이 피고 미국자리공은 6-9월에 핀다.
3. 자리공은 꽃 색깔이 희고 미국자리공은 붉은 색이 도는 흰색이다.
4. 한 개의 꽃과 열매에 자리공은 씨방 수와 수술 수, 씨앗이 8개인 반면,
미국자리공은 10개씩이다.
「동의보감」에는 자리공을 상륙(商陸)이라 하여, ‘성질은 평(平)하고(서늘하다[冷]고도 한다)
맛은 맵고 시며[辛酸] 독이 많다. 10가지 수종과 후비로 목이 막힌 것을 낫게 하고
고독을 없애며 유산되게 하고 옹종을 낫게 한다. 헛것에 들린 것을 없애고
악창에 붙이며 대소변을 잘 통하게 한다.’고 적고 있다.
북한에서 펴낸 「동의학사전」에는,
‘뿌리를 으깨면 나오는 즙액의 독성을 활용해 물고기를 잡는 데 쓰기도 하였으며
열매를 입으로 씹으면 수 시간 이상 혀 마비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한방에서는 오줌내기약으로 콩팥염, 문정맥성 간경변으로 인한 부기, 물고임에 쓴다.
민간에서는 뿌리를 물에 달인 것을 구토약, 살충제, 설사약으로 쓴다.
유독성 식물로 과다 복용시 구토, 복통, 어지럼증, 두통, 흥분 등의 중독증상을 일으킨다.
임신부, 허약자에게는 쓰지 않는다.’고 한다.
미국자리공 뿌리
자연농업에서는 가을에 자리공 뿌리를 채취해 충방제 또는 충기피제로 활용한다.
뿌리를 잘게 썰거나 으깨어 현미식초나 목초액, 주정 등에 무게대비 1/10정도 분량을 넣고
3개월 정도 숙성을 시켜 100~500배로 희석해 활용한다.
즉각적인 효과는 없으나 3~5일 정도 지나면 대부분의 충에서 효과가 나타난다고 한다.
경남 고성의 참다래농원에 의하면 주정에 1~2년 정도 오래 숙성해 사용하면
충방제 효과가 바로 나타날 뿐만 아니라 희석배율을 높여 사용해도 되기 때문에
약해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
첫댓글 생지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