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굴욕
러-아프리카 정상회의 참석자 4년 전의 반토막
“阿 국가들, 전쟁으로 곡물가 급등에 불만” 분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이 4년 만에 아프리카 국가 정상들을 초청해 회의를 열었지만 참석자는 절반도 되지 않았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제재에 맞서기 위해 아프리카 국가와의 유대를 과시하려 했지만 체면을 구겼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27일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제2회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 아프리카 54개국 중 21개국 정상이 참석한다고 밝혔다. 2019년 열린 제1회 회의에는 정상 43명이 참석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푸틴 대통령이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을 과신했다”고 평했다.
러시아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미국 프랑스 등이 외교사절을 통해 명백하고 뻔뻔하게 아프리카 국가에 개입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소련 해체 이후 영향력이 약해진 아프리카를 다시 러시아 영향권으로 끌어들이는 데 공을 들였다. 그 결과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열린 유엔 총회에서 침략 규탄 성명을 채택할 때 아프리카 54개국 중 17개국이 기권하며 호응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흑해를 봉쇄해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이 원활하지 않게 되자 아프리카 기아 문제가 더욱 악화됐고, 흑해 곡물 협정을 일방적으로 종료하면서 곡물 가격이 치솟아 식량 수급에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아프리카연합(AU)은 유감을 표했고 케냐 외교부는 “(러시아가) 등에 칼을 꽂았다”고 비난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의 개막 연설에서 “짐바브웨, 말리, 소말리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에 곡물 2만5000∼5만 t을 무상 지원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아프리카 권위주의 정권을 보호하며 각종 이권을 챙기던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이 ‘36시간 무장 반란’ 이후 존립이 불안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정상들이 신변에 위협을 느끼는 것이다. NYT는 “아프리카 정상들은 푸틴 대통령에게 바그너그룹 (존치)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외교관과 찍은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