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비행기] 서울~LA 1시간 극초음속 비행 엔진 비밀
연료 초음속으로 연소시켜 초강력 동력 얻어…시험비행 성공
호주·영·미·독·한·일 공동개발 “이르면 2030년 일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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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샷 프로그램에 따라 호주 우메라 발사장에서 발사 순간을 기다리는 '테리어 오리온'로켓,극초음속 비행엔진을
장착하고 있다. |
2003년은 미국의 라이트 형제가 동력(動力) 비행에 성공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항공우주기술의 본산(本山)인 미국은 2003년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각종 행사와 항공우주 관련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
항공우주연구소(NASA), 미 공군, 보잉, P&W, 에어로젯(Aerojet) 등이 참여하는 하이퍼-X-43C(Hyper-X-43C)계획이다. 마하5~7(음속의 5~7배에 해당하는 비행 속도)의 속도를 내는 극초음속(極超音速)
비행기의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속도로 날면 서울~LA 구간을 한 시간에 주파할 수 있다. 실제
상업비행을 한다면 이·착륙 시간 각각 30분 정도를 합해 두 시간 정도가 걸릴 것이다. 물론 아직 성공단계에 이르지는 못했다.
극초음속 비행기는 항공우주 관련 과학자들이 개발하기를 열망하는
차세대 비행기이다. 그 핵심이 ‘로켓 복합사이클 초음속 연소 엔진(Rocket Based Composite Cycle Scramjet Engine·스크램제트엔진)’의 개발이다. 스크램제트엔진은 지속적으로 연료를 초음속으로
연소시켜 강력한 추진력을 만들어낸다. 이 엔진이 비행기를 가속(加速), 잠시 후에 마하 7~15의 속도로 비행기를 날린다. 스크램제트엔진은 그 획기적인 가능성 때문에 세계적으로 수많은 기초연구가 수행됐으나 최근까지 실(實)비행 고도인 고도 25km에서 비행시험을 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최근 6개 국 공동 연구진이 최고 음속의 7.6배까지 낼 수 있는
극초음속 비행 엔진을 개발, 시험비행에 성공함으로써 극초음속 비행기의 구현을 위한 거보(巨步)를 내디뎠다. 호주 퀸스랜드대학(University of Queensland)이 주도한 하이샷(HyShot) 프로그램이 바로 그것. 이 연구에는 영국 국방연구소(QinterQ·구 DERA), 미 항공우주연구소, 독일 항공우주연구소(DLR), 서울대(항공우주 추진 및 연소연구실), 일본 항공우주연구소(NAL) 등 5개 국 관련 기관도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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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리어 오리온'로켓이 호주
우메라 발사장을 떠나 수직상승하고 있다. |
지난 7월 30일 제2차 하이샷 발사시험을 성공적으로 완료하고 공식적으로 8월 16일에 비행시간 5초간 초음속 연소가 이루어졌음을 확인했다. 세계 최초로 실제 순항(巡航)비행 고도 상에서 극초음속 연소를 실현한 신기록을 수립한 것이다.
이 하이샷 비행시험은 ‘테리어 오리온(Terrior Orion)’이라는 과학로켓이 314km 의 고공으로 거의 수직 상승·발사된 후 다시 지구 대기권으로 수직 강하ㆍ진입하는 과정을 거쳤다. 고도 35~23km 구간에서 테리어 오리온 로켓 앞부분에 달린 스크램제트엔진의 비행시험을 수행했다.
하이샷 실험은 적은 비용(100만달러 정도의 비용으로 두 차례 비행시험)으로 수행할 수 있었다. 다른 개발팀들은 수평 비행하는 비행체를
이용해 스크램제트엔진을 시험했다. 그러나 이번 시험은 높은 고도에서 떨어지는 힘을 이용했기 때문에 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미국의 아스트로테크(Astrotech)사가 2개의 로켓과 발사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호주의 우메라(Woomera) 발사장 사용 및 관련
인력, 비용을 호주 국방부와 산공자원과학부가 지원했기 때문에 비용이 적게 들었다.
● “세계 처음” 과학적 의미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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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샷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서울대 항공우주학 전공 박사과정 원수희씨(왼쪽)가
시험비행을 최종 점검하고 있다. |
이같은 스크램제트엔진 비행시험은 세계적으로 첫번째라는 점에서
과학적으로 대단한 의미를 갖는다. 서울대는 이번 국제 공동연구에서
초음속 연소 제트엔진의 지상(地上)시험과 비행시험에 대한 수치계산을 수행하고 있다. 즉 이 엔진의 공기흡입구 유동(流動) 특성과 연소실의 연소 특성에 대한 기초연구와 엔진성능 예측에 대한 실물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아울러 스크램제트엔진의 핵심 주요기술인 초음속, 극초음속 흡입공기 속에서의 연료 분사 및 혼합 방법에 대한 초음속 풍동(風動)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장래 우리의 독자적인 초음속 연료분사 기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대가 하이샷 국제 공동연구에 참여함으로써 한국이 항공우주 추진기관 분야의 최첨단 연구에서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았다. 또한 국가적으로 차세대 항공우주 추진기술을
획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요한 의의가 있다.
21세기에는 크게 세 가지 형태의 항공우주산업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첫째, 초대형 수송분야에서 유럽의 에어버스사 A380기종(550인승) 초대형 여객기나 미국 보잉사 B747X기종이 처녀비행을 하는
2005~2006년쯤부터 2010년까지 약 800인승 초대형 여객기가 상업적으로 운항될 것이다. 인천국제공항도 이 발전 추세에 부합할 수 있는 공항 운영시설을 갖추고 있다.
둘째, 음속의 2.5배 속도인 200인 탑승 초음속 여객기가 프랑스, 영국의 콩코드를 대체할 전망이다. 이런 신기종 여객기가 2010년대에는
취항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무렵부터는 태평양, 대서양을 5시간 이내에 횡단할 수 있어 진정한 의미에서 전 세계가 일일생활권 시대로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마지막으로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호주 등에서는 태평양, 대서양을 두시간에 주파할 수 있는 마하 10 속도의 극초음속 항공기의 개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마하 10을 내는 극초음속 항공기는 전체 비행구간의 4분의1만 동력을 이용하고 나머지 4분의3은 동력
비행구간에서 얻은 추진력을 이용해 무동력(無動力)으로 비행한다.
즉 고도 32km부터 약 50km로 올라가는 동안에는 스크램제트엔진이
비행기를 초고속으로 날린다. 나머지 4분의3 구간에서는 동력을 이용하지 않고 활공(滑空)·탄도(彈道) 비행을 한다. 그래도 현재 사용하고
있는 음속과 비슷한 항공기보다 더 많은 화물을 7~8배 더 빨리 실어나를 수 있다.
●승객들, 몇분간 무중력상태 체험
스크램제트엔진을 이용해 가속하는 30분 정도 구간에서는 서서히 가속하기 때문에 초음속전투기 조종사가 겪는 것 같은 고(高)중력ㆍ가속도 비행 기분은 느낄 수 없다. 비행하는 동안 꼭 시소를 타고 있는
것처럼 창공을 오르내리지만 그 구간이 450km 정도로 길기 때문에
비행기 내의 승객은 동체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감지할 수 없다.
재미있는 것은 승객이 탄도비행의 정점(頂點) 근처에서 몇분 정도 무중력상태를 체험한다는 것이다. 영화에서처럼 벨트를 풀고 움직이면
공중에 뜰 것이다. 물을 쏟아도 물이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고 공중에
떠 있을 것이다.
스크램제트엔진을 이용한 극초음속 비행기를 상업화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각종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또한 상업화의 전제조건은 경제성이다. 아마도 스크램제트엔진을 이용한 극초음속 비행체는 먼저 극초음속 미사일 등의 군수 분야에서 먼저 실용화될 것이다.
이런 기술이 축적되면 민간 항공기로 발전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르면 2030년대 말, 2040년대에는 일반인들도 극초음속 비행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대기권 외부, 우주의 초입부 정도까지
여행도 가능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점쳐본다.
(정인석 서울대 교수ㆍ항공우주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