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시작이 코로나-19 상황이다.
말만 들어도 지긋지긋하다.
듣기도 말하는 것도 싫지만 코로나 이야기를 해보련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나는 새벽 형 인간이라 5시45분에 집을 나서
근처 헬스장 입구에 줄을 선다.
5시55분에 오픈하는데 미리 도착하여 거의 선두를 차지한다. 늦어도 5등안에 든다.
8월2일부터 시작되는 여름휴가를 속초에 갈 계획으로
혹시 웃통 벗을 일에 대비해서
배둘레 햄은 불가항력이지만 가빠(어릴적 우린 가슴자랑 할 때 “가빠”라고 했다)를
조금 키워볼 요량으로 열심히 운동했다.
이두박근도 키워볼려고~~ ㅋㅋ
여름더위가 맹위를 떨쳐가던 지난 7월28일 저녁식사를 마칠 무렵
보건소에서 문자가 왔다
헬스장에서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니 코로나 검사를 받으란다.
검사업무는 21시에 끝난다 하여 꽁지가 빠지게 달려갔다.
평소 주위 사람들에게 “설마 내가 코로나 걸리겠어? 바이러스 들어오면
콱콱 씹어 먹어버리쥐~!“ , ”그깟거 독감 수준이래 걱정할 것 없어~!” 하며
자신만만해 했지만 막상 검사하고 돌아오니 불안해졌다.
나만 걸린다면 몰라도
요 며칠새에 만난 사람을 헤아려보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기하급수적으로 헤아리다가 고개를 저으며 아닐거 라고 자위를 해본다.
다음날 아침
혹시라도 확진이면 출근해서는 안되니 집에서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8시경 전화벨이 울려 받으니...확진되었다고 한다.
집에서 꼼짝 말고 있어야 하며,
간단한 옷가지 준비해서 구급차 집 앞에 오면 비닐장갑 끼고 타야한다.
졸지에 독방에 갇혔다
문밖을 나갈 수 없다.
지워질 듯 희미하게 남아있는 “캘리포니아 호텔”, 낡은 비즈니스 호텔이다.
고급진 감옥이다.
더욱 갑갑한 것은 창밖에 바짝 붙어 있는 옆 건물벽면이다.
어릴적 읽었던 까뮈 작 "이방인" 중 뫼르소의 지혜로운(?) 감옥 생활이 떠올랐다.
멍청하게 누워있기 보다는 움직이고 싶었다.
하루 만보를 채우려는 습관대로 걸었다
화장실 끝에서부터 룸 끝까지 왕복 37걸음이다
저녁 무렵 확인해보니 15,000보 가량 걸었다
다람쥐처럼 체바퀴 돌듯 대략 400바퀴를 돌고 돌았던 것이다.
말짱하다
기침도 없고, 체온도 정상이다. 검사가 잘못된 것 아닐까?
관리센타에 전화했다
나 : 검사 잘못된 것 같으니 다시 검사해줘~
담당 : 기다려봐 자료 확인해볼게, 아냐 레벨이 높은 아주 지독한 바이러스 래~!
입소 2일차
내가 만났던 사람들 모두 검사결과 음성이란다.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그렇지만 2주 격리는 피할 수 없다. 얼마나 미안한지 모른다.
헬스장 회원 20여명 그리고 가족까지 모두 55명 확진되었다고
TV뉴스에 나온다.
이발사가 확진되어 남자 라커에 있던 사람들이 감염된 것으로 추정한다.
새벽에 대략 20여명이었는데 거의 모두 확진된 것 같다.
4일차부터 체온이 상승하고 기침도 나기 시작한다.
혈압 160/110(평소 120/80대, 혈압약 복용) 심박수 120(평소 7~80대)
다음날
나는 좀비 이송하듯 방호복 입은 자들의 삼엄한 경계속에 송파에 있는 경찰병원으로 이송되었다.
2인1실의 음압병실
침대커버는 꼬깃꼬깃하게 두터운 비닐이다
난생 처음 입어보는 환자복도 면제품이 아닌 비닐류~
음압기계는 24시간 울어댄다
취침용 귀마개를 주는 이유다.
때로는 땀이 비 오듯 흘러 내린다. 비닐환자복이라 젖지는 앉아 다행(?)이다.
때로는 으슬으슬 춥다.
아마도 병실안에는 돼지움막 썩는 냄새가 진동 할텐데
다행스럽게도 환자는 냄새를 맡지 못한다.
4~5개의 반찬이 모두 똑 같은 맛이다. 입맛도 단일화 되었나보다. 식사는 1/3도 못먹고 버린다.
의사 : 샐트리온 레끼로나 맞을래? 임상실험 중이라지만, 중증으로 안간대~
나 : 워쪄? ㅜㅜ
의사 : 오늘 중 결정해라. 발병일로부터 7일 지나면 못맞어
나 : 안맞을래~ (백신 1차 접종 했고, 상태 많이 나쁘지 않으니까)
에고 다음날부터 타이레놀 2일씩 먹어도 39도 이상 고열이 계속되고, 기침도 점점 심해진다..
레끼로나 맞을껄~ ㅜㅜ
나 : 나만 열 안떨어져?
간호사 : 아냐 다른 사람두 거의 다 그래~
나 : (조금 안심된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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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 혈액검사 결과 특이한 점은 없지만, 폐렴증상이 있을락말락 하니..
혈전예방을 위해 항응고제 주사 맞어~
단, 입으로 피묻어 나오면 말해, 중단해야 된다.
복부에 하루 1대씩 3일 맞았다.
군대에서 배때기에 빠따는 맞어 봤어도 주사 맞는 것은 난생 처음이다.
문제는 해열이 안된다
타이레놀이 안되니..해열제 혈관주사를 두차례 맞았다.
그래도 안내려 간다.
정신도 점차 혼미해진다
식욕도 전혀 없다
꿈 꾸듯 자다깨다~
이러다 가는 걸까?
코로나 죽음은 개 죽음보다 못하던데 ㅜ
그나마 정신 좀 있을 때 작별인사 해놓을까?
(아들에게 보낼 문자를 생각해봤다...“ 엄마 잘 부탁한다” 이말 밖에 전할 말이 없다)
발병 10일째
아침 도시락받으니 음식냄새가 난다.
체온 혈압 맥박 정상에 가깝다
24시간이상 정상 체온유지되면 퇴원이란다.
8월8일
의사 : 퇴원해라
나 : 검사않고?
의사 : 응 걍 집에 가~!
나 : 가족 전염 안돼?
의사 : 염려말어
오랬만에 뽀득뽀득 샤워하고 퇴원했다
세상속으로 귀환했다
자유 참 좋다. 절대 죄 짓고 감방가지 말아야겠다
지하철 타고 사람구경 많이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코로나 덕분에
지지리도 감량 안되던 체중 5키로 빠졌다~
여름휴가 아주 찐~하게 보냈다.
첫댓글
수필방에 첨으로 게시글을 올리셨네요.
감사합니다.
코로나19 확진자 이야기는 처음이며
주위에는 확진자가 아직 없어서 유익한
정보 감사합니다.
고생하셨네요.
상세한 병상체험 잘 읽었습니다.
며칠전 부터 수필방 출입했습니다
사진방에만 관심있어서 다른 방 볼생각을 못했는데
좋은 글 너무 많아 너무 좋았습니다.
눈팅만 하기 미안한 마음에
졸필이나마 끄적여 봤습니다.
앞으로 많이 배워 볼 작정입니다
감사합니다.
@올파
근간, 수필방 게시글에 댓글로 오시는
모습 눈여겨봤습니다.
수필방에서 글을 쓰시면 어울리시는 분 같아요.
말씀처럼, 수필방에 좋은글이 많습니다.^^
자주 오셔요.
@콩꽃 우잉? 수필방에 CCTV있나요?
ㅋㅋ
챙겨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글 참 많더군요
감명 받은 글 하나 꼽자면,
한스님의 "바람부는 날" (제목 맞나요?) 읽고 눈물이 글썽하고, 가슴이 먹먹 했습니다.
남의 일 같지 않기도 하구~~
너나할 것 없이 다가 올 미래니까요
특별한
여름휴가 보내셨내요
지난일이니
잼있게읽을수있었지만
그때당시는
참으로 고역이었을 것을
고생많으셨슴니다
그렇습니다.
당시는 힘들었죠~
코로나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조심해야됩니다.
건강 잘 지키시기 바랍니다.
아이쿠 고생하셨네요.
건강 지키려고 운동갔다가
건강 잃을 뻔요..
더욱 건강조심 하시고
재미나게 사셔요.^^
자만했던 탓도 있습니다.
헬스장 해약하고
요즘은 맨땅 걷기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런닝머신보다 훨~ 좋은것 같아요
건강하세요~
확진자이야기는 처음 들어보네요 고생하셨군요 건강하세요
빨리 일상 회복되면 좋겠습니다.
더 늙기전에 여행도 실컷 다녀야 할텐데
세월만 까먹고 있습니다.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참 귀한 체험기네요.
이런 글은 삶의 이야기방에서 많은 이들이 더 공유했으면 좋겠네요.
잘읽고갑니다.
감사합니다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사진방에서 종횡무진 활동하시더군요
눈팅만 했습니다, 함 따라가고 싶은데...
용기내기 쉽지 않네요~
건강하세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네..감사합니다
기회봐서...힐링관광 & 출사에 동참하겠습니다.
고생 하셨네요.
백신 맞았으니 괜찮겠지
하다가도 이런글 읽어보면
조심하게 될것입니다.
해외파인 나도 14일 겪리생활 하여서 좀은 이해가
됩니다.
빨리 종식되면 좋겠습니다
늘 건강하십시요~
올파님. 정말 큰 경험을 하셨군요.
격리끝나고 돌아올 때 얼마나 행복하였을까요?
올파님 건강 잘 유지하시길 바랍니다.
그렇습니다.
건강한 자유의 소중함을 새삼 깨우쳤습니다.
건강하세요~
코로나 병상 일지 잘 읽었습니다.
아주 특별한 여름을 보내시고
이렇게 저문 가을날 수필방에서 뵙게
되서 반갑습니다.
아녜스 프로님~ 댓글 감사합니다.
아들 미국 유학시절에 두달 정도 머물면서
거의 매일 라운딩 했던 기억이 납니다
10분이내 거리에 골프장 널려있고
담배 2갑 살 돈이면 라운딩 할수 있고~
미국은 골프천국이더군요
아녜스님이 많이 부럽습니다~~^^
힘든상황을 잘 극복하시고
넓은 세상으로 복귀하신 올파님..수고 많으셨습니다.
괴질을 만나 승리한 생생한 체험담 덕분에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제철을 맞은 가을이오면 님~
가을 멋지게 보내시고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짐작은 했지만 그 병이 사람을
그만큼씩이나 괴롭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성격이 호쾌한 분이시네요.
글에 다 묻어 납니다.대하기 편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독특한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여행후기
잘 읽었습니다. 하늘길로 뚤려진 독방 체험기 ㅎ
실감나고 아슬아슬 합니다.
완쾌 되신 것 축하 드리며 귀한 경험 글로
나누어 주심 감사 드립니다.
건강하시고 수필방 자주 들려 주세요.
한스님 감사합니다.
이후 건강관리에 많은 노력하고 있습니다
건강의 소중함을 새삼 겪어봤으니까요~
며칠에 짧음이 긴 시간 으로 암울했던 것 같습니다 세상 밖의 사람들이 정답게 느껴졌을 겁니다 나 또한 코로나 아닌 상당한 병으로 날 부르는 줄 알고 발에 불이 났게 도망을 쳐서 지금 건강한 모습으로 있습니다만 그때 그 순간은 참으로 암울했고 고통 스러웠답니다,점차 좋아질 때는 세상에 절대 다투지 말고 더불어, 사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그때 다시 느꼈습니다 고생 많았습니다 다시는 코로나가 근처도 오지 않는 건강한 몸으로 사하시기 바랍니~^^*다
아! 코로나 호되게 치뤄내신 글
잘 견뎌내시고 퇴원하셨군요
늦은 축하 보냅니다
저도 11월24일 순한 양성으로
오히려 백내장 수술후
편히 해주는밥 먹으며
관리 잘 받고 12월4일 퇴소하던 그날 참 기분 묘했어요
기쁘고 뭐라 형용할수없던 그날에 감사로움 우리나라 존나라 크게 외치고싶었어요
지금도 수고 해주는 많은분들께 감사 감사맘
간직하고 상황실 핸폰에 새해 인사 했답니다
아 그랬군요
정말 고마웠는데 인사를 못했네요~~^^
반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