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집거실
쉬라는 성운의 성화에 옷만 갈아입고 거실쇼파에 길게 다리뻗고 누웠다.
롱스커트를 입은 진영의 모습은 요염하기 까지 하다.
약봉투를 들고 물병과 잔을 쟁반에 이쁘게 받쳐들고 나타나는 성운은 진영의 모습에 멈칫하고 놀란다.
아파서 어째볼수도 없는데.
저여자는 왜 저렇게 오늘따라 빛나게 이쁜거냐. 쟁반 받쳐든 손이 부르르 떨린다.
쇼파아래쪽에 주저앉아 진영의 시중을 들어주는 성운.
어린아기를 살피듯 안절부절 조심스럽다.
그 어설픈 손동작이 참 좋은 진영.. 성운의 머리칼을 만져본다.
섬짓 놀라며 살짝 뒤로 물러나는 성운. 동그랗게 뜬 눈..
" 왜? 왜 그래? "
" 그냥.. 안되요? 당신이 귀여워서.. 만져보고 싶었는데.. 안되요? "
" 아.. 만지지마. 만지지말아요. "
" 네? 왜여? "
" 만지면 안고싶잖아. 당신 다쳤는데.. 그럼 안되잖아. 나 자극하지마. 그런 촉촉한 눈빛.. 그런거 하지마!! "
이남자. 참 귀엽다. 어울리지 않게 순진해보이는..
장난끼 발동한 진영. 성운의 귀를 두손으로 부여잡고는 기습적으로 뽀뽀를 해버린다.
벌겋게 상기된 성운은.. 물수건으로 갑자기 진영이 발등을 닦아주며. 진지해진다.
" 발이 참 못생겼다. "
" 보지마요. 창피하게. "
" 가만히 있어봐. 진짜 발이 길다. 큰건가? 뭘했길래 발이 이래? 노가다야? "
" 주로 서서있으니까 편한 신발만 신어버릇해서 발등이 좀 넓어요. "
" 그러고 보니 하이힐신은거 못봤다. 하이힐 신으면 이쁠텐데. .. "
" 난 하이힐 못신어요. 몇번 사보긴 했는데.. 도저히 안되겠어서.거의 새신이에요. "
" 여자들의 상징은 미니스커트하고 하이힐인데... "
" 성운씨 이상형이 그런여자에요? "
" 아.. 니.. 내가 그렇다는게 아니라.. 보통.. 그렇다는 얘기.. "
이남자의 이상형은 어떤 여자일까.. 나같은 여자는 아닐테지..
너무나 당연한 얘기가 갑자기 짜증스럽다.
처음 이남자와 결혼얘기를 할땐... 어차피 더 나이먹기 전에 누군가와 빨리 하긴 해야겠고.
게다가 돈도 많고 그런 우울한 존건들이 전부였는데.
그래서 그가 누굴만나든.. 상관없이. 그냥.. 결혼만 하면 되는 거였는데.
이제 그의 과거까지 모두 가지고 싶다.
그의 추억. 그의 기억. 그가 겪은 모든 처음에 질투가 난다.
" 첫뽀뽀는 누구였어요? 이뻤어요? "
" 뭐? "
" 처음으로 영화본 사람은? 처음 같이 데이트한 사람은? 처음 여행간 사람은? 첫눈오는날 처음 데이트한 사람은?
처음 ...설레였던 사람은? 처음 성운씨를 울게했던 사람은? "
" 모.. 몰라. 그런걸 어떻게 다 기억해? 그런 당신은? "
" 당신의 모든 처음이 나였으면 좋겠다.. 그냥 지금 막 그런생각이 들어서.. 너무 슬펐어요. "
" 욕심이라고 말하면 안되는건가? "
" 욕심 맞아요. 말도 안되는 거지.. 근데.. 솔직히 그래.. "
" 그럼.. 지금부터 처음인거 하자. 그럼 되지? "
" 뭐요? 뭘해? "
" 음....댄스스포츠 배워봤어? 나 그거 해보고 싶은데.. 부부끼리 그런거 하면 좋데.. 재범이 자식이 매일 약올렸거든.. "
" 그거.. 드레스 같은거 입고 춤추는거? "
" 결혼하면 나도 와이프랑 그거 취미 하고싶었는데.. 나랑 처음 춤추는 사람해.. 그리고. "
" 극장.. 연인석 가요. 나 그거 꼭 가고 싶었어"
" 아... 연인석? 연인석!!...."
" 가봤구나.. ... 괜찮아요. 그럼. 같이 백두산에 가요. 같이 백두산 정복한 사람.. "
" 등산? "
" 아.. 맞다. 등산 싫어한다고 했지? 그럼.. "
" 같이 부부동반으로 골프 칠까? 나 커플끼리 내기할때마다 얼마나 서러웠는데.. "
" 골프? 내기면 필드나가는거.... 나 그거 하려면 몇년은 해야겠죠? 골프는 환경파괴 스포츠 같아서... 우리나라에선요. "
" 그럼.. 뭐 할까? "
" 천천히 해요. 내일 당장 어디 가는거 아니니까. "
" 그럼.. 이런거 어때? 키스 제일 오래 한 사람. "
눈빛이 오가고 승락도 거부도 없이 자연스럽게 입맞춤하고는 그대로 굳은듯 시간이 흐른다
밤이 깊고 새벽녁 입맞춤한채 그대로 돌이된듯 꼭 안고 잠든 두사람.
잠결에 뒤척이면서도 서로의 입술을 놓치않는다.
요란한 전화벨소리가 그들의 행복한 키쓰타임을 깨운다.
눈이 떠지고 도널드처럼 부푼 입술을 하고 서로 눈이 마주친다.
" 저거 누구야.. 박재범이면 의절한다.. "
" 입술좀봐.. 진짜 웃겨.. 어떻게.. 나도 그래요? 아.. 얼른 전화받아요.. 끓어지겠어. "
" 어.. 여보세요.. .............."
" 누군데요? "
" ...................누구? 어... 그래.. 어.. 자는중.. 그래? 글쎄.. 어.. 어.. "
무슨 전화인지 성운의 표정이 좋지않다.
짧고 건조한 성운의 음성에 친구도 아닌것 같고 일전화도 아닌것 같다. 진영은 모르는척 하면서 촉각이 성운의 동작에 맞춰진다.
그녀다.
빌어먹을 첫사랑. 진영이 어젯밤 궁금하다고 했던.. 첫뽀뽀.. 첫키스. 첫여행을 함께했던 그녀.
어려서 부터 집안끼리 친해서 농담처럼 사돈사돈 하다가 청소년기를 함께 거치면서 처음 여자를 느끼게 했던 그녀.
sj그룹이 부도맞았을때 두말도 없이 파혼하고 몇달만에 재벌가로 시집갔던 그녀.
진영에겐 5년정도 만났다고 했지만. 사실 아이에서 남자 여자시작일때 . 그러니까 사춘기때부터 25살까지 10년을 넘게 봤던....
정말 끔찍하게 좋아했고 그래서 두번다시 누군가를 좋아하는일 따위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도록 만들었던 그녀가
7년만에 전화해서 어제 만나고 헤어진듯 담담한 목소리로
' 뭐해? 잤어? ' 하고 묻는다. 너무 기가막혀서 화도 나지 않는다.
휫바람을 불며 퇴근준비를 하는 성운의 사무실에 까만머리에 진주같은 피부. 또깍또깍 하이힐을 자랑하며 성운의 그녀.
보나가 나타났다. 당당하게 사무실에 들어서더니 성운을 향해 웃어보이고는 편안하게 쇼파에 기대어 앉는다.
더이상 그녀를 만나도 아무 느낌도 없으리라. 아무렇지도 않을거라.. 생각했지만 그날 새벽전화이후 자꾸 신경이 쓰였었다. .
7년이나 지났는데.. 정말 어제 헤어진듯 여전히 아름답고 투명하고 .. 고결한느낌까지 나는 그녀를 보며 숨이 멎는걸 어쩔수가 없다.
" 멋지다. 너한테 어울려.. "
" 뭐야? "
" 인사가 뭐 그래? 허그정도는 할줄 알았는데. 지금쯤이면 세련되졌을줄 알았는데.. 여전히 쑥맥인거야?. "
" 나 퇴근해야해. 할얘기 있으면 빨리해. . "
" 일부러 퇴근시간 맞춰서 왔어. 저녁같이 하려구. "
" 미안. 나 시간이 좀 없는데... "
" 호호호 여전히 나보면 떨리는구나? "
" 뭐? "
" 너 원래. 당황하거나 놀라면 괜히 심통부리고 뭐든 빨리 대충 넘기려구 하잖아. 목소리도 살짝 떨린다? "
보나앞에선 언제나 발가벗은 기분이다. 처음 몽정을 했을때 팬티들고 화장실에서 처리하다가 보나에게 들켰고
야한 비디오보며 혼자 자위를 할때도 보나에게 들켰던 터라. .. 참 난감했다. 한동안 보나를 피해 이리저리 도망다니던 성운에게
누나처럼 다가와 괜찮아. 다 그런거야. 하면서 감싸주고 토닥여주며 좀더 대범하게 뭔가를 하도록
가르쳐준 여자였다. 첫뽀뽀를 할때도 그녀가 먼저 다가왔고 입술을 마주한 다음 뭘 어째야 하나 몰라
두손 결박된듯 차렷자세하고 있는 성운의 손을
갓피어오른 봉긋한 가슴에 올려준것도 바로 보나였다.
여전히 그녀를 보면 함께 어학연수갔던 캐나다에서 그밤. 처음 보았던 여자의 핑크빛 젓가슴이 떠올라 얼굴이 붉어진다.
함께 일탈을 저질러놓고 ,,어쩌면 보나가 먼저 순진했던 성운을 꼬셔놓구 언제나 난 너에대해 다 알고 있어 하는 당당한 모습이었다.
절대 너하고 저녁먹는 일은 없을거야 했던 다짐은 얼떨결에 아주 쉽고 단순하게 무너졌다.
순간이동을 한듯 그녀와 함께 전통한식집 안채에 함께 앉았다.
뭔가에 홀린기분. 핸드폰이 울리고 진영인데 ..... 죄짓고 있다가 걸린어린애처럼 당황하며 전화기를 꺼버렸다.
" 기억해? "
" 뭐.. 뭐? 뭐를? "
" 아니... 그냥.. 우리가 추억이 많잖아.. 나 가끔 니생각 했거든. "
" 미국에 사는거 아니었어? "
" 잠깐 들어왔어. 우리남편이 두바이에 호텔을 지을려구 하길래.. 니생각이 나서.. "
" 뭐? "
" 니 소식.. 니네 어머니통해서 가끔 듣거든. 건축한다며? "
" 흠.... 밥이나 먹어라. 먹고 일어나자. "
" 여전히 귀엽네.. ㅋㅋ 아직도 고등학생때랑 똑같아. 두바이 .. 관심없어? 건설쪽 사람들 그쪽에 관심많던데.. "
" 몇년만에 나타나서 뭐? 내가 예전 니가 가지고 놀던 그 어리버리한 10대 같아? "
" 지상 50층짜리야. 아직 전적으로 맏긴 힘들테구. 전기나 인테리어. 뭐.... 자신있는 분야하나만 맏아서 해도
앞으로 너 일하는데 도움이 많이 될거야.
이번건은 내가 전적으로 맏기로 했거든. 길고 지루한 공사기간. 사막한가운데서 따분할것 같은데..
너하고 같이 있으면 좋을것 같아. 일도 하고 추억도 나누고.. 어때? "
뜬금없이 나타나서 또 거부할수없는 유혹을 하는 보나.
그녀는 항상 이렇게 성운을 꼼짝 못하게 하는 힘을 가졌다.
성운의 머릿속엔 천사성운과 악마성운이 계속 말을 걸고 있다.
진영이를 생각해. 진영이가 알면 울거야..
아니야. 이건 일이라구. 남자가 야망이 있어야지.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돼.
이젠 보나와 함께 라도 아무렇지 않을수있어. 그래.. 그럼.. 그렇다니까.
. 아니야.. 넌 흔들려. 빨리 일어나. 어서.. 지금이야.
주방 싱크대에 컴퓨터로 뽑은 요리레시피를 붙여두고 호박을 썰고 있다.
호박 .감자. 두부.
또 뭐가 빠진거지? 식탁에 정신없이 늘어놓고 마늘을 찾는다고 서성이고 있다.
풋고추를 넣어야 하나 말아야하나? 두부는 나중에 넣어야 하는거지? 아!! 멸치.. 건져내야하는데..
요리를 하다가 시계를 몇번이나 들여다 본다.
오후에 통화할땐 일찍 오겠다고 하더니. 전화연락도 안된다.
퇴근후 나물 몇가지 하는데만 3시간이 걸렸다. 요즘 요리하는 재미에 빠졌다.
한가지를 마스터 할때 까진 절대 포기를 안하는 진영은 3일째 된장찌개만 끓이고 있다.
보글보글 구수한 된장찌개가 점점 쫄아들고 있는데 이남자.. 대체 어떻게 된건지..
오기만 해봐라.. 하면서도 룰루랄라 콧노래가 즐겁다.
카페 게시글
로맨스 소설 2.
[ 중편 ]
러브하우스34
꿈꾸는 아줌
추천 0
조회 1,367
07.12.22 13:03
댓글 7
다음검색
첫댓글 으악.ㅠㅠㅠ기다리기힘들어요.ㅠㅠㅠㅠ너무재밌어요!!!ㅎㅎㅎㅎㅎㅎㅎㅎ
잉, 진영이한테 시련이 오려나~~~~~
두사람 계속 행복하믄 좋은데....다음편 궁금해요
보나의 등장으로 두사람이 갈등을 진영이 슬기롭게 잘 하겠죠
아잉~싫어요 두사람 겨우 행복을 찾았는데...또 갈등구조라니 ㅠㅠ
성운아~~안돼 ~!! 착한 성운 이겨라< 이겨라<이겨라...삼삼칠박수~~ㅎㅎ
이런이런... 성운이 나이를 헛 먹었나... 왜이리 갈팡질팡 하는지... 잘 읽고 갑니다. 건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