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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us-_-@hanmail.net
부족한 제글을 읽어주시는 분들, 언제나 정말 정말 감사드려요...;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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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예쁜 아이."
대성은 목표물인 그 여학생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도 곁에는 누군가가 있었다. 모처럼의
즐거움을 포기할 수는 없다. 이렇게 상쾌하고 맑은 날, 오늘은 유쾌해야만 한다.
집에서 '곧 일어날 불행'을 걱정하던 대성의 눈빛이 아니었다. 대성의 표정은 완전 다른 사
람이었다. 표정 하나로, 어떻게 저렇게 달라 보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딴 사람이 되었다.
내면에 존재하는 또 다른 잔혹한 '그'가 나타난 것이다.
"봐, 왔어. 그 사건의 범인이 확실해. 인터넷에 요새 떠들썩한 연쇄살인마."
"요엘이 말한 대로인 것 같다. 미희야, 괜찮겠어?"
"귀신도 아니고, 사람이라 더 무섭지만 뭐 괜찮을 것 같아."
요엘은 조사한 내용의 기사파일들을 미희에게 보여주며 작은 목소리로 얘기를 나누는 중이
었다. 그들은 일부러 그 남자를 불러내기 위해서 그렇게 길거리에 서서 대화 중이었다. 예상
대로 그 남자는 어제에 이어 또 나타났던 것이다.
요엘이 조사한 내용에는 '여자만 노리는 연쇄살인마'에 관한 내용이었다. 밑줄을 그은 부분
이 있었는데, 요엘이 그가 그 사건의 범인임을 알게 한 이유였다.
요엘이 밑줄을 그은 부분의 내용은 어떤 여자가 살해되기 이틀 전에 친구와 길을 가다가 어
떤 남자가 불행한 일이 닥쳐올 거라고 몸조심하라고 했다고 친구가 진술한 짧은 내용이었
다. 점술가나 종교인 등으로 치부하고 형사들은 쉽게 넘어갔을 부분이었지만 요엘은 그 기
사를 프린트해서 챙겨왔다. 다른 사건에 관한 기사들도 함께.
강간과 잔인한 살인방법으로 경찰관계자들이 온 힘을 다해 눈에 불을 켜고 찾는다고 하는
범인은 태연하고 선량한 얼굴로 자신이 마치 미래를 예언한다는 눈빛으로 목표물에게 말을
건네며 위험을 알리는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미희야, 너무 위험하면 도망쳐."
"훗, 요엘은 나를 뭘로 보는 거야. 이래뵈도 유단자로 합계 4단이라고."
"그래도…. 저 자식은 미친 살인마라고. 조심해."
"걱정마. 때 늦지나 않게 나타나줬으면 좋겠어."
"응. 몰래 뒤따라 갈게."
그렇게 소근 소근 대화를 나누던 그들은 뿔뿔히 헤어지는 척을 한다. 손을 크게 흔들면서
'안녕'이라고 말하면서 서로 다른 길로 향한다.
그리고 눈을 빛내며 비릿한 웃음을 흘리고 있는 남자가 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냥감
이 드디어 혼자가 된 것이다. 오늘은 포식자가 되는 기분이 드는 흥미로운 날이다. 며칠을
기다렸었다. 하지만 곧이다. 금방이다.
미희는 예쁜 얼굴을 가진 여학생답게 조신조신하게 그러면서도 일부러 모델처럼 머리를 휘
날리면서 걷는다. 근처의 남학생들은 그런 미희를 한번 바라본 후에 자신의 길을 가면서도
다시 한번 뒤돌아본다.
그리고 눈치채지 못하도록 조심스럽게 그녀를 미행하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평범한 대학생,
아니 제법 명문대생인 그 남자. 한 대성이었다.
이윽고 대성이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마취제를 좀 뿌려놓은 손수건이었다. 이 수건을
대기만 하면 여자들은 금방 겁을 먹고 쓰러진다.
미희가 한적한 골목길로 들어섰다. 뒤에 따라오는 남자의 발소리를 어렴풋하게 느끼면서.
"이봐요, 예쁜 학생."
"네?"
미희가 돌아본 그 순간, 남자의 손이 다가왔다. 저 향기를 맡으면 영화에서처럼 실신하듯이
쓰러져버리는 것인가, 미희는 재빨리 숨을 쉬는 것을 멈추어 숨을 참았다. 평소 운동신경도
좋은 편이라 폐활량도 좋은 미희는 꽤 오래 숨을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쓰러진 척은 해야겠지, 미희는 일부러 리얼하게 쓰러진다.
"질…질…."
질질거리며 끌려가는 걸 처음 당해보는 미희는 온 몸이 쑤시듯 아파왔지만, 그것보다는 사
건의 실제 당사자가 된 두려움에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남자의 차량이 조용한 골목길을 여러번 접어 나가자 나온 듯했다. 트렁크에 넣어지는 미희
는 오늘 참 별 것을 다해본다면서 '연기수업' 받는다고 생각하겠다는 엉뚱한 생각으로 끝까
지 쓰러져 있는 연기를 제대로 해주고 있었다.
남자는 미희의 몸을 별로 더듬거리거나 하지 않고 바로 냉정하게 트렁크에 집어 넣어버렸
다. 혼자 어둠 속에 갇힌 미희는 눈을 살포시 뜨고 트렁크를 훑어보았다.
연장도구 비슷한 차가운 금속이 손에 닿았다. 그리고 옷가지들이 있었다.
'증거는 충분하다.'
미희는 스릴러물을 찍는 것 마냥 즐기고 있었다. 워낙 어렸을 때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것'
들을 상대해온 미희였다. 화령의 곁에 있으면 자주 볼 수 있었고 미희는 또 그것을 즐기는
특이한 취향의 아이였다. 오컬트적인 것이나 전설이나 신화에도 관심이 많고 역사에도 많은
관심을 쏟는 미희는 화령의 옆에 있는 것이 좋았다.
화령이 누군가를 또 잃고 울고 있을 때면 그녀를 안아줄 수 있는 유일한 친구였던 것이다.
그리고 자매와도 다름이 없었다.
물론 오늘은 전혀 '귀신'이나 '혼령'과는 상관없는 일이지만 '잔인하기 짝이 없는 연쇄살인마'
가 자신을 노린다는 사실이 미희의 가슴에 불을 지피고 있었던 것이다. 반드시 이 정신병자
를 잡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작전 수행 중이다. 위험하기도 하지만 증거물 포착을 위한 일이었다.
"끼이익―."
미희는 자동차가 드디어 멈추는 것을 알아차리고 눈을 감고 실신한 척 연기를 했다. 하지만
트렁크를 열자마자 망치로 머리를 내려치진 않을까, 내심 겁이 났다. 아직은 고등학생인 그
녀였기에 몹시 떨리기도 했지만 이를 굳게 깨물 듯 입을 다물었다.
"무겁군…."
남자는 투덜거리듯 한마디를 던지며 미희를 어깨에 걸치듯 업었다. 미희는 지금 마음 속으
로 만화에 나오는 빠직 표시를 연달아 발사하고 있었다.
'무겁긴 뭐가 무거워! 46kg 이 무거워!? 지가 부실한 거지!'
이렇게 외쳐버리고 싶은 것을 이를 꽉 물고 참고 있는 미희였다. 지금은 쓰러져있는 여인을
연기중이라고 애써 되뇌며 꾹 참고 있었다.
살짝 둘러보니 한가한 곳에 있는 폐가인 듯 했다. 전설의 고향을 찍고도 남을 만큼 허름한
흉가에 미희는 다 무너질 것 같은 대청마루에 눕혀졌다. 그 순간 미희는 차갑고 서늘한 감
촉에 눈을 번쩍 떴다.
"어라, 깼네?"
"…헉."
미희는 눈빛이 변해버린 이상한 이 남자의 면상을 보면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직 눈 뜰
려고 했던 것이 아닌데, 묘한 대청마루의 감촉으로 인해서 눈을 떠버린 것이다.
남자는 흥미롭다는 듯이 미희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날 재미있게 해줘야겠어, 이쁜이."
느끼한 대사를 날리면서 남자는 거칠게 미희의 블라우스의 단추를 모두 뜯었다. 미희는 그
무례한 손을 내쳤지만 단추 몇 개는 이미 뜯겨져 나갔다.
"어? 손이 좀 매운데?"
"나 태권도, 유도 유단자에요!"
"호오?"
"허튼 짓 하지 마세요."
"…그래봤자…. 여자지."
"이 자식이…!"
미희는 돌려차기로 그 남자의 옆얼굴을 걷어차려고 발을 휘날렸다. 간만에 멋진 동작으로
돌려차기를 했건만 그 남자는 재빨리 아슬아슬하게 몸을 피해버렸다.
"…맞을 뻔했네?"
"이 변태야, 넌 이제 죽었어! 감히 나를 건드리려고 해?"
"…재미있겠군, 아주."
미희의 호령에도 끄덕도 없이 태연한 표정으로 남자는 입가에 재수 없는 미소를 걸고 있었
다. 미희는 그런 눈빛과 표정에 섬찟한 기분이 들었다.
'역시…. 사람이 가장 무섭군.'
미희는 처음에 만났을 때, 걱정 가득한 선량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불행을 조심히 하
라며 죽을 지도 모른다고 말하던… 그 남자가 이렇게 다른 표정으로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실제상황이고 이건 현실이다.
"이리 와!"
남자는 어느새 작은 나이프로 미희의 목을 겨누고 있었고, 당황한 미희는 꼼짝없이 굳어있
었다. 이 상태로 움직이고 반항한다면 나이프에 목이 그어질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만 참자. 곧 다른 사람들이 올 거니까.'
미희는 자신의 옷을 벗기고 있는 남자를 노려보면서 속으로 저주를 퍼붓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 남자가 놀란 눈으로 미희를 바라보았다.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 떨림은 점
점 커지고 있었다. 주춤 주춤 남자가 물러났다.
미희의 뒤편에는 대성이 보던 예의 그것들이 대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목이 떨어져 나가고
팔이 달랑 달랑거리는 시신의 모습을 한 그것과, 떨어져 나간 목과 팔 다리가 줄을 서서 대
성이라는 남자를 원망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미희는 두려움에 가득찬 그 남자의 얼굴을 보다가 무심코 자신의 뒤를 바라본 순간, 온 몸
의 잔털마저 쭈삣 쭈삣하게 서버렸다.
'원귀들이 잔혹한 모습으로 나타났군.'
미희는 종종 보기는 했지만, 이렇게 리얼한 토막시체의 모습으로 나타난 한 둘이 아닌 여럿
의 원기들은 처음 보고 있었다.
그러나 남자는 눈빛이 잔인하게 변했다. 마치 뒤에 있는 뻔히 보이는 것들이 다 허상이고
거짓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무시하고 미희를 덮쳐왔다.
"으아악! 저리가앗!"
미희의 비명과 함께 그리고 이윽고 그들이 닥쳐왔다.
"경찰이다! 꼼짝마!"
어련하시겠어, 늑장 경찰들. 하마터면 위험할 뻔했다고! 미희는 이마의 힘줄을 세운 뒤에 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