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의상 "~선수" 내지 여타 존칭과 존대말은 생략하겠습니다.
* 저는 모 농알못 KEB하나 팬님의 겸손한 표현과는 달리 진짜 농알못입니다. 관전평도 아니고 감상평이라고 해 두고 싶습니다.
* 저는 어느 한 팀의 열렬한 팬이나 안티가 아닙니다. 잘 하는 편 우리편. ㅎㅎ
이번 시즌 신한 팬들에게는 잊고 싶은 경기가 많은데,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다른 아쉬운 경기들과는 달리
오늘은 WKBL 최소득점 (종전 하나외환 36점) 기록인 34득점에 그치면서, 이제 이 기록이 깨질 때까지 자료화면에 나오게 되었다..
34득점이면 쿼터당 평균득점이 한자리수란 얘기. 10분당 9점 이하를 기록한 것이다.
한 쿼터에 최소 20번의 공격을 한다고 치면 거의 대부분의 공격을 실패했다는 얘기이다.
오늘 신한의 불명예스러운 기록이 더욱 아쉬운 이유는, 상대방인 국민도 그리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도토리 키재기 그나마 키 큰 도토리가 이김
슈터이자 정신적 지주인 강아정도 빠졌고, 먼로-곽주영의 수비가 별로였음에도 박지수-쏜튼의 활약이 크진 않았다.
심성영이 그나마 3점을 조금 넣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외곽슛도 난조를 보였다.
이런 국민을 상대로 신한은 24개의 턴오버를 기록하며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경기를 했다.
처음 경기 출발은 각자 공격보다는 수비가 좋아서 막는 느낌이 있긴 했다. 지금 돌아보면 안 믿긴다.
곽주영은 공을 주는 역할도, 받는 역할도 잘 안 되는 모습이었는데, 박지수의 높이와 수비 센스로 인해 패스 길이 잘 나오질 않았다.
반면 국민에서는 리딩을 맡은 염윤아가 1쿼터에 이미 헉헉대는 장면이 나왔다. 역시 김규희의 수비는 일품이다.
문제는 신한은 김규희를 풀타임 출장시킬 생각이 없는데, 국민은 박지수를 풀타임 출장시킨다는 점.
그리고 김규희가 현재로서는 공격에서 옵션이 적은 선수이기 때문에 몸상태가 좋다 해도 마냥 김규희만 가드로 쓰기도 어렵다.
전반의 신한은 제공권에서 크게 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박지수가 전반에만 두자리수 리바운드를 기록하는 등 기록상의 제공권은 마치 국민에 있어 보였지만,
국민도 외곽이 크게 난조를 보이면서 롱리바운드가 많이 나와서 생긴 일이라 큰 의미는 없었다.
그러나 롱리바운드라 해서 무조건 공격쪽에 유리한 것도 아닌데.. 적어도 루즈볼 다툼에 있어서만큼은
모든 팀이 하나를 좀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 우뱅 아니고? 우뱅한테는 모든 면을 배워야지
신한은 지고 있는 팀이 오히려 더 주눅이 들었는지, 공 떨어지는 쪽으로 발이 안 떨어지고 미루는 모습이 자꾸 나왔다.
어떤 전문가에게 물어봐도 국민이 신한보다 전력이 월등하다고 대답할 것이다.
약팀이 심리적인 부분까지 밀리면서 경기를 이길 수는 없는 것이다.
국민도 신한이 계속 턴오버로 공격권을 주고, 리바운드를 따내서 공격권을 얻은 것치고는 별로 득점을 못 올렸다.
강아정이 김가은으로 바뀐 것은 3점슛 자체의 성공률 하락에 더하여, 상대 수비로 하여금 김가은 외의 선수에게
좀 더 수비를 붙일 수 있는 여유를 준다. 김가은이나마 지금 돌아와서 참 다행이긴 하지만..
김가은은 한 쿼터에 세 번의 오픈 찬스에서 한 개를 성공했는데, 신한으로서는 그 한 개도 무겁게 느꼈겠지만
사실은 국민도 그닥 만족스럽지 않은 공격 방식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무엇이 김단비를 마음 급하게 했을까?
김단비는 마음이 급해서 김연희나 한엄지나 곽주영이나 먼로가 스크린을 오는 그 몇 초를 못 기다려서
많은 턴오버, 미스매치 실패, 스크린 파울을 당했다.
김단비는 마음이 급해서 포스트업 자리를 아직 잡지 않은 곽주영이나 먼로에게 베이스라인 쪽으로 엔트리 패스를 넣다가
그대로 공이 나가버렸다.
김단비는 마음이 급해서 드리블 동선이 자꾸만 길어졌고, 4쿼터부터는 틈날 때마다 허리를 숙이고 무릎을 짚어야
겨우 뛸 수 있는 상태가 되어, 더 이상 리그 최고의 선수다운 플레이가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농구 잘하는 사람도 한두 경기쯤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을 수 있다. 또치는 왜 매일 잘해요? 또치는 사람이 아니고 새잖아.
우리는 강이슬이 3점을 족족 실패하는 경기도 보았고, 임영희가 자꾸만 자유투를 놓치는 경기도 보았다.
그리고 내 기억이 맞다면 그런다고 하나은행이나 우리은행이 그런 경기를 모두 패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에 반해 신한은 김단비가 없으면 없어서, 부진하면 부진해서 경기를 내주고 있다.
유승희만 있었어도... 수비와 패스에서 김단비의 부담은 훨씬 적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것은 지난 것이고.
김연희와 한엄지를 잘 성장시켜서 언젠가 "높이의 신한" 소리를 듣기 위해 부지런히 경험을 쌓아야 할 것이다. 정선민 화이팅!
국민은 오늘 경기를 진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바로 어제, 더 나은 전력의 하나은행을 상대로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이고 에이스들을 휴식시킨 우리은행과는 달리,
올 시즌 가장 부진한 하루를 보낸 신한을 상대로도 박지수가 풀타임을 뛰는 등 고전 끝에 승리를 거뒀다.
하루를 쉬고 바로 아산 원정을 떠나야 하는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을 수밖에 없다.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았지만, 만약 지금 순위대로 시즌이 끝난다면 국민은 작년처럼 체력적 부담을 안고 봄농구를 해야 한다.
진짜로 "기필코 우승"하겠다면, 지금처럼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우리은행을 이길 수 있는 모습이 필요하다.
박지수가 피딩에 통달한 지금 같은 모습이라면, 외곽이 받쳐준다면 승리 확률을 상당히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대신 외곽이 안 들어가면... 외곽 쪽 수비가 약한 국민 입장에서는 우리에게 박다정이라는 3점 스페셜리스트가 생긴 게 큰 부담이다.
3점 덕에 이기는 것이 아니라 3점 때문에 질 수도 있다.
우리 카페에서든 외부에서든 하나은행의 가드 정리 얘기를 많이 한다.
그러나. 팀 전체가 워낙 부진하고 순위가 낮아서 그렇지, 신한의 고민도 비슷하다.
김단비가 드리블 패스 돌파 다 되는 선수이고 시야마저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는 점은 큰 무기인 건 맞으나.
오늘처럼 양쪽 윙에 이경은-김단비가 서서 서로 공 주고받거나
심지어 윤미지를 탑에 놔두고 김규희-윤미지-김단비가 외곽에서만 오복성 패스 돌리는 모습이 나와서는 안 된다.
이러나 저러나 먼로에게 공이 자꾸 들어가야 하고, 외곽을 던지더라도 그 후에 던져야 한다.
오늘 내외곽의 연결고리인 김아름이 너무 일찍 3반칙으로 나가는 바람에 내외곽의 단절이 더욱 두드러지긴 했지만,
김아름 하나 없어서라기보다 전체적으로 선수들이 패스를 받기 전까지 그 다음 동작에 대한 생각이 부족해 보였다.
신한은 외국인 농사에서 쓴 맛을 계속 본 이번 시즌을 차라리 재정비의 시간으로 받아들이고
유망주 둘만 터져도 대박 소리를 듣는 WKBL에서 제대로 된 인사이드 자원을 키워내는 계기로 삼아주길 기대한다.
박지수의 피딩에 너무 기댄 국민은 찜찜한 승리를 거뒀고
김단비의 리딩과 슛과 돌파와 항의까지에 너무 기댄 신한은 부끄러운 패배를 당했다.
농구가 5명 가지고 하는 경기이긴 하지만, 나머지 네 명이 에이스 한 명에게 기대면 보는 관중들에게 실망스러운 경기를 할 뿐.
앞으로는 내가 내 몫을 하겠다는 자세가 두 팀 모든 선수에게 필요할 것이다.
아직 시즌 중반이지만, 굿수비 10위 안에 우리은행 선수가 아무도 없다는 점. (물론 1위는 명불허전 한채진 끄덕끄덕.)
그러나 올 시즌 최고 수비의 팀은 누가 뭐래도 우리은행이라는 점.
모든 기록은 나의 플레이로 인해 기록되지만 "팀 승리"만큼은 역시 나 혼자가 아니라 팀이 잘해야만 기록되는 것 같다.
오늘은 이긴 국민에게도 "축하"까지는 말하기 민망하고, 어쨌든 지난 경기 패배를 갚아 준 것은.. 잘 되었습니다.
경기 MVP는 뽑지 않고, 대신 이 선수에게 축하를 보냅니다.
부진했던 오늘 경기 대신 잘했던 지난 번 국민전 김단비 선수의 모습. (사진 출처: WKBL 홈페이지)
올스타전 투표 1위 축하합니다!
리그 최고 실력의 선수가 누구인가를 논한다면 김단비 선수를 포함하여 여러 선수를 놓고 설전이 오가겠지만,
팬 투표로 뽑은 결과이므로 리그 최고 인기의 선수가 누구냐고 하면 바로바로 김단비 선수입니다!
프로에서는 이유가 무엇이든 인기가 좋다는 것도 아주 큰 자산입니다. ^^ 올스타전에서도 좋은 활약 기대할게요.
덧.
사실 저는 이 장면이 보고 싶은데.......ㅠㅠ
첫댓글 오늘 턴오버가 각각 14/24개씩이던데 경기보면서는 그보다 더 많게 느껴지더라구요.너무 심한 경기력이었어요
20/30쯤 되는 체감이었습니다. 기록된+기록되지 않은 턴오버 50개라니..........ㅠㅠ
평소 라이브로 못 봐서 자기전에 못 본 풀영상보는 게 취미인데...오늘은 안보려구요...
기록지만 봤는데 박지수 38분... 김밥은 이렇게 선수운용하면 우뱅 절대 못 이깁니다 진짜...
(우뱅팬이지만 다른 팀이 우승하는 것도 리그흥행상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만...
김밥이 챔결 우승하는 모습은 안덕수 감독이 있는 이상 어려울 것 같습니다.)
2쿼터는 KB가 계속 경기가 안 풀려서 못 빼고, 3쿼터 말미에 쏜튼 선수 4반칙에 일찍 걸려서 더 그랬던 거 같아요. 근데 이렇게 핑계대면 끝이 없죠. 리그 최고의 강철체력 또치 가드 말고는 이렇게 뛰어서 많이들 탈났습니다... 부디 박지수 선수는 팀에서 잘 관리해 줘서 건강히 오래오래 뛸 수 있게 되기를 바래요.
@은경이 동감합니다...그리고 항상 재미있는 리뷰 잘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gogo 저야말로요 ㅎㅎㅎ
국민이 우뱅한번 이기더니, 요즘 왜 이렇는지 모르겠네요..경기력이 너무 안 좋아요..
그 경기 후에 긴장이 풀린 걸까요? 요즘처럼 경기해서는 진짜 삼성에게 2위 내주겠는데요..
오늘 경기력에 비해 너무 좋은 리뷰같아요.이미 지나간 게임이니,다음부터는 오늘같은 게임이 반복되지않기를 바랍니다.오늘은 오늘로 끝나야죠.
감사합니다. 근데 감상평 쓰는 입장에서도 참 신이 안 나더라구요. 이런 경기를 굳이 한 번 더 돌아봐야 하나... 라고 잠시 고민했는데, 올해는 이제 이 글을 끝으로 감상평 못 쓸 거 같아서, 그리고 두 팀 다 더 힘내서 앞으로는 잘하라는 뜻에서 올렸습니다..
@은경이 늘 잘 읽고있는데 올해는 마지막이라니.몇일 남지않은 올해지만요^^주말에 있을 빅매치 감상평 기대되었는데 다음에 또 좋은 글 남겨주세요^^
@으라차차 저도 하필 빅매치가 주말이라 아쉬워요. 최근에는 송년회다 뭐다 해서 주중경기도 많이 놓쳤네요. 1월부터 다시 열심히 봐야죠 ^^ 저야말로 격려해 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아직 다시보기가 안올라와서 기다리고 있는데, 오늘 경기 최악이었나봐요.
신한은 단비은행이라는 말처럼,
지난 신한-OK 경기 직관하면서 울 딸이
신한은 김단비 혼자 다 한다고.
슛하고 안들어가면 리바운드하고 다시 패스하고...정말 북 치고 장구 치고.
농구는 팀플레이잖아요.
울 딸(고2)이 학급 대항 농구대회 하는데 혼자 득점 거의 다하니
역시 이길 수 없는 것처럼...요.
그나마 고등학교 경기라면 신지현-김진영 경우처럼 한 명이 다 해서 어찌어찌 끌고갈 수라도 있죠. 김단비 선수가 장신 선수가 아니라서, 아무리 잘해도 나머지 선수들이 조금은 받쳐줘야 팀이 이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김단비 선수 혼자 활약해서 어쩌다 이긴다 해도 다음 경기를 기약할 수가 없죠..
그나저나 따님이 선출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선출이 활약하는데도 그 팀을 이기다니, 상대 팀도 꽤 잘하는 팀이었나 봅니다..
신한 점수도 충격이지만 승리한 kb 점수도 충격이네요. 유영주님 한경기 최다득점이 55점인걸로 알고있는데... 승리팀 점수가 ㅠㅠ
그러니까요.. 이건 원사이드 경기도 아니고 노사이드 경기였어요 ㅠㅠ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가장 답답하겠죠.
이런 날도 저런 날도 있지만 직장에서 이러면 안 됩니다.
어제 KEB하나도 마찬가지고요.
신한은행 다음 경기 상대가 KEB하나인데 불안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역으로 절치부심한 두 팀이 만나서 좋은 경기 할 수도 있겠군요.. (그러길 바랍니다.)
안덕수는 본인도 선수생활 해봤으면서 박지수한테 너무 심각하게 기대고 선수보호를 안하네요~진짜최악의 감독인듯ㅠㅠ
김성근 감독도 선수 출신이죠... 그것도 투수.. 여기까지만 말하겠습니다 ㅠㅠ
가호지세
내리면 어찌 될지 싶어 못 내리는 듯요
사실 kb야 말로 진정 난공 불락의 팀이어야 하는데...
싸인하고 밑에 이름을 써주어야 되는데 싸인만
휙해주니 누군줄알어.
프로팀 경기가 아니었어요
두팀다요 ㅜㅜ
억대의 연봉값을 못하는 선수들이 수두룩
경기수준이 저 정도인데요
관심받기를 바라는것이 이상할뿐이네요
수비를 조금만 타이트하게 하니까 슛찬스를 거의 못만들더라구요.. 하다못해 경기수라도 줄여야 되나 싶기도 하네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