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플랫폼, 윤대통령에 손편지 호소
'초진 뺴고 재진만 허용땐 업계 80% 고사위기 직면'
'대통령님, 비대면 진료가 종료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재진 환자만 이용 가능하도록 제도화하겠다고 합니다.
지난 3년간 3500만 건 시행된 비대면 진료가 제도 공백 없이 앞으로도 모든 국민이 초진부터 이용할 수 있도록 살펴봐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나우;의 박건태 공동창업자(27)는 지난 9일 용산 대통령실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손편지를 전달했다.
박씨는 2019년 다니던 대학교를 휴학하고 닥터나우 설립 멤버로 뛰어든 개발자이자 청년 사업가다.
손편지에서 박씨는 '대통령꼐서 후보자 시절 '비대면 진료는 피할 수 없는, 받아들려야 하는 현실이다.
첨단기술 혜택을 국민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씀해주셔서 뿌듯하고 힘이 됐던 기억이 난다'며
'제도화를 도와주신다면 더 좋은 서비스로 보답하겠다'고 적었다.
박씨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편지를 쓴 이유는 정부가 추진 중인 비대면 진료 제도화 방향이 플랫폼업계의 목소리를 전혀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위기 의식 때문이다.
복지부는 이달 초 일반 환자는 초진이 아닌 재진부터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도록 방침을 정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들은 이대로 법제화되면 관련 기업의 80%가 줄도산할 것으로 우려한다.
장지호 원격의료산업햡의회 회장은 '비대면 진료 앱 이용자의 99%가 감기등 경증으로 찾는 초진 환자'라며
'현재 국회에 발의된 대로 '재진 허용' 법안이 통과되면 스타트업 30곳 중 24곳이 고사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의원이 발의한 비대면 진료법(의료법 개정안) 세 건은 모두 만성질환자 등 재진 환자에 한해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닥터나우, 굿닥 등 19개 기업이 모인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15일 국회를 찾아 여야 의원에게 성명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원격진료 환자 99%가 초진...'재진만 허용' 법 통과땐 스타트업 다 죽어'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호소
영야 법안 '만성질환 재진' 한정
복지부도 의사 눈치보기 '급급'
원격의료협 '의료 선택권 제한'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재진 환자 중심'의 비대면 진료 제도화는 해당 산업계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격의료 플랫폼업계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 앱을 이용하는 환자 대부분은 시간에 쫓기는 20~30대 워킹맘.직장인이다.
주로 감기와 피부 두드러기 등 경증일 때 병원을 찾는 대신 원격으로 진단받고 약을 구입하는 식이다.
그러나 국회에는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자가 재진일 경우에 한해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법안만 발의돼 있고,
복지부 역시 이를 밀고 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가 15일 정치권에 전달할 설명서에서 '재진 환자 중심의 비대면 진료 제도는 환자의 의료 선택권을 제한하며, 청년 스타트업이 대다수인 산업계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는 지난 2일 비대면 진요 법제화 내용을 담은 '바이오헬스 신산업 규제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오는 6월을 목표로 국회에서 비대면 진료법(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한 만큼 복지부 공무원들은 여야 의원실을 찾아다니며 이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위 상정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관련 기업은 발의된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상황을 더 두려워 하고 있다.
국회엔 문재인 정부 때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2건, 이번 정부 들어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1건이 계류돼
있다.
모두 '1회 이상 대면 진료를 받은 환자', 즉 재진에 한해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도록 했다.
복지부는 의약품 오남용, 원격 진료의 부정확성 등을 이유로 초진 환자까지 범위를 넓히는 데 반대하도 있다.
의사 단체 입김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정치권도 원격의료 플랫폼업계 요구에 관심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여당은 비대면 진료 제도화가 국정과제에 포함도 있음에도 법안 발의에 소극적이다.
이 의원이 지난해 11우러 복지부와 손잡고 낸 법안은 전 정부 때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내용과 차이가 없다.
업계에선 여당 소속 복지위 의원들에게 '초진 확대'를 담은 추가 발의 의사도 타진해봤지만, 섣불리 나서기를 꺼린다는 후문이다.
한 여당 복지위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를 두고 당론이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아무래도 당과 대통령실 입장이 명확하지 않은데,
의사.약사 단체가 민감해하는 법안을 건드리기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야당인 민주당 역시 총대 메고 나설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설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