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일아함 마혈천자문팔정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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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 파순이 말하였다.
'사문이여, 나의 이 네 무리의 군사가 보이느냐? 그런데도 너는 혼자 몸으로 무기도 군사도 없이, 까까머리에 드러난 몸으로 세가지 법의만 걸치고 서서 <나는 두려움이 없다'고 말하는구나.'
그때 나는 파순에게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인자의 갑옷 입고 삼매의 활에
손에는 지혜의 화살을 들었네.
복된 업으로 군사를 삼았으니
내 이제 너의 군사를 쳐부수리.
이때 악마 파순이 다시 내게 말하였다.
'내가 그대 사문에게 많은 이익을 주리라. 그러나 만일 내 말을 듣지 않는다면 지금 당장 너를 잡아 그 몸을 가루로 만들리라.
또 그대 사문은 얼굴이 단정하고 나이도 한창 청춘이며 찰리의 전륜성왕 종족으로 태어났다. 빨리 여기서 일어나 다섯가지 욕망을 누리도록 하라. 내 장차 그대를 전륜성왕이 되게 하리라.'
나는 파순에게 대답하였다.
'네가 말한 것들은 무상한 것이고 변하는 것이어서 그리 오래 머무르지 못한다. 그것은 버려야 할 것으로서 내가 탐내는 것이 아니다.'
악마 파순이 다시 나에게 말하였다.
'사문이여, 지금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무엇을 마음에 두고 있는가?'
그때 내가 대답하였다.
'내가 원하는 것은 근심과 두려움이 없는 곳, 즉 안온하고 담박한 열반의 성에서 지내는 것이며, 생사에 떠돌면서 고뇌에 잠겨 있는 이 중생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는 일이다.'
악마 파순이 나에게 말하였다.
'사문이여, 만일 지금 빨리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다면 네 다리를 잡아 바다 속으로 던져버리리라.'
이때 나는 파순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천상과 인간을 관찰해보건대, 악마이건 마천이건 사람이건 사람이 아니건, 또 너의 네 무리라 할지라도 나의 털끝 하나도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악마가 대꾸하였다.
'사문이여, 지금 나와 싸우자는 것인가?'
내가 말하였다.
'싸울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악마가 대꾸하였다.
'너의 원수는 누구인가?'
내가 말하였다.
'교만이다. 교만이란 곧 증상만을 일컫는 말이니, 자만, 사만, 만중만, 증상만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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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석가모니불
봉청 검찰인사 분명선악 조왕대신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