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대여 사무소 -06-
일주일치 예약을 모조리 미리 받아놓은 탓에 오늘은 특별히 할일이 없는 나였다. 전화도 그
다지 걸려 오지를 않고...
그래서 오랜만에 대청소나 한번 해 보기로 했다.
온 집안의 창문을 모조리 활짝 열고 먼지 털이며, 걸레며, 청소기까지 완벽하게 준비를 마쳤다.
옷도 편안한 츄리닝-으로 바꿔 입고는 긴 바지를 둥둥 걷어 올리고 수건으로 흘러내리는 머
리도 싸매었다.
우선 침대의 이불을 걷어내었다.
콸콸- 물을 그득 받아서 세제를 풀어 둔 물에 일단 이불이며 베개며 모조리 다 담가 두고
는, 나는 먼지 털이를 집어 들고 부산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후, 청소기로 집안 구석구석을 다 밀고는 막- 걸레질을 시작하려 할 때, 한통
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제 막 시계가 정오를 가리키고 있을 때였다.
“여보세요?”
“저..... 오늘 예약했던 이 희원인데요...”
“아, 네.. 그런데 무슨 일로 전화를 하셨어요?”
“그게, 강태환씨가.....”
“네? 제가 잘 못 들어서 그러는데,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겠어요?”
순간.. 전화기 저편에서 여자의 흐느낌 소리가 들려왔다.
“저.. 이희원씨?? 무슨.... 일이시길래.....”
“흑..죄송합니다... 제가 감정 숨기는데 서툴러서요...”
“아뇨.. 괜찮습니다.. 대체, 무슨일이신지..”
“아.. 빨리 말씀드려야 하는데.. 제가 이상한 이야기만 했어요..”
“네, 아니.. 아뇨..... 지금이라도 말씀해주시면 되니까요..”
이 때, 또다시 이희원이란 여자의 흐느낌이 들려왔다.
뭔지는 모르지만, 참 짜증을 유발하는 타입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나도 모르게 신경질
을 내고 말았다.
“이봐요!! 희원씨!! 저 한가한 사람이 아니라서요.”
“아.. 죄송해요.... 실은.... 여기 ㅇㅇ병원이에요.”
“병원? 그게 왜...”
“...흡....가..강태환씨..... 방금 이곳으로 실려왔...어요..흑...”
“네?? 그자식, 아니 태환이가 왜...”
“..갑자기... 쓰러져서.....”
“뭐라구요??!!! ㅇㅇ병원이랬죠??!! 지금 갈꼐요!!!!!!”
나는 전화를 거의 던지다 시피 하고 청소를 하던 그 추한 꼴 그대로 집밖으로 뛰쳐나왔다.
정신없이 손을 흔들어 택시를 잡아타고는 기사 아저씨에게 최대한 빨리 가달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아니, 이게 대체 무슨일이야....
강태환이..... 왜 쓰러져.....?...
이희원이란 여자가 속시원히 말해주지 않은 까닭에 나는 답답하고 걱정되서 죽을 지경이었다.
이놈의 택시는 왜이렇게 느린거야....
“아저씨, 제발 좀 빨리요!! 네??”
...
...
그렇게 택시 아저씨를 닦달하여 총알처럼 달려서 ㅇㅇ병원에 도착하였다.
나는 허둥지둥 병원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저기요!! 여기 강태환이란 사람이 실려 왔다고 하던데..”
“...강태환씨라면.... 아, 저쪽 응급실로 가보세요.”
“네..네... 감사합니다..”
나는 인사도 하는둥 마는 둥 하고는 간호사가 가리킨 쪽으로 무작정 뛰었다.
응급실 안은 나만큼이나 정신이 없었다.
나는 이쪽 저쪽을 두리번 거리며 강태환을 찾기 시작했다.
“......아씨.. 어디 있는 거야 대체...”
초조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발걸음을 옮기려 할 때, 저기서 낯 익은 얼굴하나가 보였다.
나는 그 쪽을 향해 거의 몸을 날렸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응급실 한쪽 구석에 놓인 침대위에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창백한 모습의 강태환이 누워
있었다.
“...야.. 강태환?... 이봐아..... 너 왜이래......”
손목에는 링거바늘을 꽃은 채 죽은 듯 눈을 감고 있는 그는 왠지 다시는 깨어나지 않을 것처
럼 생각되었다.
나는 불안한 마음에 그의 이름만 불러댔다.
“야아.... 태환아.. 강태환..... 강태환...??”
이 때, 누군가가 내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뒤를 돌아보니 조그마한 몸집의 여자가 둥그런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 서 있었다.
“...저... 이 희원입니다......”
“아, 전화.. 주신분이요.... 저, 태환이... 얘 왜이러는 거래요??”
“...그건.... 저도 아직.... 저기 의사 선생님 오시네요.. 설명 해 주실거에요..”
“네.. 네.. 고마워요.. 희원씨....”
“...아뇨..... 별로 한 것도 없는 걸요.....”
“....저.....”
“.....전 이만 돌아가 볼게요..”
“....네?.. 그러시겠어요...? 그럼.. 제가 나중에 연락... 드릴게요....”
희원이란 사람은 그렇게 가고, 의사선생님이 차트를 넘기며 강태환의 옆에 섰다. 이것 저것
체크하는 모습이 왠지 나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선생님.... 얘.. 왜 이런거에요....?”
“....흠.... 별건 아니구요.”
“아니, 별거 아닌데, 사람이 쓰러지나요??!!!”
나도 모르게 의사에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남은 애가타서 죽을 지경인데 느긋하게 말하는 꼴에 부아가 치밀었던 것이다.
의사도 이런 내게 당황했는지, 정색을 하며 말을 이었다.
“아뇨, 일단 진정하시구요- 강태환 환자는 스트레스성 과로상태입니다.”
“....네?”
“피로가 누적이 되고, 또 스트레스도 많이 받은 상태여서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
은 것입니다.”
“그..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뭐, 특별한 것은 없고. 그저 절대 안정을 취해주시면 되겠네요-
지금은 잠든 상태니까, 링거 다 맞고 깨어나면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네... 감사하구요.... 또, 죄송했습니다.....”
“...흠흠..”
의사는 그렇게 두어 번 헛기침을 하더니 가 버렸다.
그건 그렇고, 쓰러진 게..... 과로 때문이라고.........?
그럼.... 나 때문이라는 거잖아......
나는 그동안 강태환의 스케줄을 빡빡하게 짜려고 갖은 애를 쓰던 내 모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내가 무안당하고 놀림 당하는 것이 싫어서, 일부러 무리한 스케줄을 짜던 모습도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아침이면 억지로 강태환을 침대 밖으로 쫓아내던 내 모습도....
5분만 더 자게 해달라는 그의 말을 일언지하에 딱 잘라 거절하던 내 모습도...
모두모두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이.... 이 바보같은 놈...... 이 미련한 놈!!!!!!”
미안함과, 또 미안함에...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사람이 이지경이 될 때 까지 함께 살면서도 몰랐던 내가 한심 스러웠고,
자신의 몸을 이렇게 까지 학대 한 강태환에게 화가 났다.
“....너.... 바보냐....? 이렇게 힘들었으면, 안한다고- 못한다고 말을 했어야지!!”
핏기가 없는 그의 입술이 눈에 들어오자- 기어코 내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내가, 내가 어떻게 알아!!!!!!! 말을 안하면, 니가 힘든지, 아픈지, 내가 무슨 수
로 아냐고!!!!!!!!!!!!!!!”
나는 응급실 내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아랑곳 하지 않고 여전히 미동도 없이 누워만
있는 강태환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이 바보같은놈....
이 멍청한 놈.....
미련해도... 미련해도... 이렇게까지......
아니, 어쩌면 그를 이렇게 까지 몰아세운 나 자신에게 소리를 친 것일지도 모르겠다.
너나 나나 이렇게 까지 이기적일 수가 있었을까....
잠깐 창피한 게 싫어서 남을 옭아맨 나도 나지만,
넌 대체 무슨 사연이 있길래..... 네 몸을 이지경까지 몰아세웠던 거냐...응??
“...일어나... 강태환!! ...집에.. 집에 가서 자란 말이야!!!!!!!!!!!!!”
내가 이렇게 고함을 쳤을 때....
희미하게나마 강태환의 눈꺼풀이 살짝 들어올려졌다.
“야!! 야!!! 정신이 들어??? 내가 보..보여???”
“...........그..ㅅ..”
“어.. 그래 나야.. 나라구.....”
작은 소리였지만, 분명 그의 목소리였다.
비록 첫 마디가.. 금속- 이었지만 말이다.
우선은, 이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정신을 차린 강태환을 보니 나도 모르게 맥이 풀려 주저
앉아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나쁜놈..... 진짜 나쁜놈이야 너... 알지... 알지....??”
“......”
...
...
...
“빨리 누워!!”
“.....풉...”
“어쭈? 이게 실성을 했나.... 웃음이 나오냐? 웃음이 나와??!!!”
“.....”
나는 강태환을 침대위에 눕혔다.
....
비록, 침대 시트도.... 베개의 커버도 없는 상태였지만 말이다.
아까.. 청소한다고, 욕조 속으로 죄다 던져 넣어버린 탓에....이렇게 되어버렸다.
아무튼 나는 강태환을 눕혀놓고, 옆에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그리고는 도끼눈을 뜨고는 강태환을 사정없이 째려봐 주었다.
“.....나...환자야.... 그만 봐라....?”
“얼씨구? 자랑이세요?? 응!!!!!!!??”
“.,,,잊었냐.. 절.대.안.정..”
제길.... 아픈 놈이 입만 살았네, 아주.
그래도, 저렇게 농담 투의 말을 건네는 강태환의 모습에 정말 다행이다 싶었다.
나도 모르게 눈에 눈물이 고이면서 입 꼬리가 올라가는 것이었다.
“....저....강태환..”
“........왜...”
“........미....안했어...”
“뭐가.”
“그러니까.. 너 스케줄.... 내가 그런거잖아... 그래서... 미안...하다고....”
“피식- 그거냐? 미안한게...”
“어? 그거.....말고.... 뭐 다른거라도... 있어....? 그..그럼 그것도 사과..... 할께...”
“그럼, 당연히 사과해야지.”
“........그런데.... 그게... 뭔지는 알아야.....”
“풋.. 있잖아 그거, 금.속.사.건.”
이..이.... 썩을놈!!!!!!!!!
이렇게 소리를 지르며 뒤통수를 한대 퍽- 때렸으면 좋으련만.. 이놈은 환자고, 나도 지은 죄
가 있고.... 참자... 참자... 참아야 하느니라...
“...그..래... 다.... 내 탓이다....
암튼, 앞으론... 스케줄...... 좀 느슨하게.......할..게.......”
순간, 내 착각이었을까..
방금까지만 해도 눈에 장난끼가 묻어나던 강태환의 얼굴에 냉기가 감돌았다.
하지만, 내 착각이 아니었음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그의 차가운 목소리가 이어졌다.
“필요 없어. 그냥 이대로 해- 그래야, 의미가 있는 거니까.”
“하지만..... 너.... 또 과로로...”
“됐어- 넌 그딴 생각 말고, 네 할일이나 똑바로 해. 지금처럼.”
“....태...환아.... ...”
강태환은 내게서 몸을 휙 돌려 그대로 눈을 감았다.
단절.
더 이상은 근접하지 말라는..... 보이지 않는 성벽을 높게높게 세우고서 말이다.
간혹 저렇게 마음을 닫아버리는 모습.
필시, 그가 자신을 학대하는 것과 같은 이유일 것이다...
널, 그토록 몰아세우는 건.......뭐니...?
내게 말해주면....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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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음.. 한 2일에서 5일정도? 짧으면 하루가 될지도 모르구요//ㅎ
글을 올릴 수가 없을 것 같아서요-
밤을 꼴딱 새워, 두개를 살짜콩 올립니다ㅠㅜ
많이 부족하지만, 쫌 기다려 주시구요, 재미없더라두 재미나게 읽어 주시구요...ㅠㅜ
꼬릿말도, 읽어주시는것도.. 모두모두 완전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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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 1.
[ 중편 ]
남자 대여 사무소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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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재미있어요~ㅎㅎ 담편 기다릴게요~~ㅎㅎ
ㅎㅎ 재미있다고 해주시니 너무 감사할 따름이에요~
재밌어요 ㅎ 기대되요 되도록빨리 ^ ^
노력할게요~ 빨리 빨리//ㅋ
오호호/// 빨리 올려 주세요.ㅎ
ㅎㅎ.... 제가 워낙 행동이 굼떠서.. 그래도 최선을 다할게요//ㅋ
아 - 재미써요!! ㅋㅋㅋㅋㅋㅌㅋ
정말 감사합니다ㅠㅜ 앞으로도 재미없어질수도 있겠지만... 많은 응원 부탁드려요~
재미써요 >_<
감사합니당~ 칭찬정말 좋아요^ㅇ^
담편 기다려요~
ㅋㅋ 독촉만큼 행복한 것도 없네요~ 감사합니당//
오호.. 이거 오늘 처음 봤는데 제목이 굉장히 획기적입니다. 근데 얘네가 말이죠. 이 남정네가 원래 자기 일을 하고 있었는데 매니저를 둔 셈이 되는건가요? 근데 한 명만 파는게 좀 아쉽다는..(얘!!)
ㅋㅋ 은빛루시아님~ 빙고!! 그런 셈이 되겠네요//ㅎ 한 명만.. 파는 건- 글쎄요//ㅋ
와와진짜재밋당 이렇게읽는것보다 아예그냥 완결판해서 읽는게 좋을꺼같은데..ㅠ_ㅠ 아무튼 너무 재밋어요 퍼뜩퍼뜩올려주삼~!내용도길고가득가득하게요
재미있어요.태환이의 속마음이 궁금하네요..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