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년 가까이 되었네요. 부천체육관 가서 SK 빅스 경기를 보고 농구팬이 되었습니다.
매 시합 때마다 1시간 전에 가서 문경은 선수 (현 SK 감독) 몸 푸는 것을 구경하곤 했었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나 그 선수가 챔피언 결정전에서 감독으로 서 있는 것을 보니 신기하더군요.
지방에 있어서 직관을 하진 못했지만 매년 그랬듯이 '챔피언 결정전'은
응원하는 팀을 떠나 모든 농구팬들에게 중요하고 소중한 경기들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전자랜드는 4강의 턱을 넘은 적이 없...눈물 잠깐 닦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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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챔피언 결정전은 전자랜드 팬인 제게도 매우 기대되는 매치였습니다.
신인 막내였던 김주성이 이제 노장이 되어 현역의 마지막을 불태우고,
말씀드렸던 것처럼 그 시절 제가 응원하던 팀의 에이스인 문경은 감독이 이끄는 팀과
요즘 뜨거운 감자인 버튼, 은퇴를 앞둔 벤슨, 복귀한 김선형 선수와 두경민 선수 (이유는 다르지만 어쨌든)까지.
어느 팀이 우승해도 이상하지 않을 그런 매치업이었습니다.
어쩌면, 어느 팀이 우승해도 이상하지 않을 치열한 매치업이기 때문에
심판판정 논란이 더 불이 붙은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챔피언 결정전만 지켜보면 네 경기 모두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오늘 경기를 포함한 몇 경기에서 일부 판정들에 타팀팬임에도 불구하고 눈쌀이 찌푸려졌던 건 사실입니다.
(아마 전랜이 챔피언 결정전에 올라간 상태였다면 저는 이 글을 쓰지 못하고 쓰러져 있었을테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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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테크니컬 파울 사건(?) 때는 휘슬을 불었다가 망설이는 심판들의 모습이 더 안타까웠습니다.
평소에 얼마나 소신없이 경기상황을 의식(?)하며 휘슬을 조절해왔으면
세상에, 방송이 버젓이 송출되고 있는 경기에서 판정을 번복하려는 시도를 하려 했을까 싶더군요.
편파판정 여부를 떠나서 자질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적으로는 상황상 얼마나 놀라 그랬겠나 싶지만, 이런 중요한 경기에서 프로다운 모습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심판도 프로 정신에 입각해서 프로다운 마인드와 모습으로 경기에 임해야지요.
팬들에게도, 선수들 각자의 커리어에도 얼마나 중요하고 역사적인 경기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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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위여부를 가릴 수 없는 '편파판정'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단지, 저도 4차전까지 보면서 '이상하다' 싶은 마음이 생겨 오랜만에 들어온 사이트에서
애꿏게도 농구팬들끼리 다투고 있네요...
편파판정이었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차라리 역량과 관련된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디 모두들, 농구를 사랑하고 한국농구와 각자 응원팀을 사랑하는 마음이 증오로 바뀌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저, 지난 4차전 내내, 묵묵히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에게 타팀팬이지만 고맙다는 말 하고 싶습니다.
제가 가끔 경기 보다 흥분하면 (전자랜드 팬들은 지난 세월 흥분할 일이 꽤 많았습니다만)
저보다 훨씬 전부터, 수십년동안 농구팬이셨던 저희 아버지가 항상 그러셨거든요.
"이기고 지는게 문제가 아니라, 팬으로써 경기다운 경기를 보고싶은 것 뿐이여."
예전에는 '이기면 장땡이지 무슨 말씀이신가' 했었는데, 나이를 먹어가면서 요즘은 저도
승패가 우선이 아니라,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프로다운 모습을 더 보게 됩니다.
최선을 다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뛰었던 선수들 덕분에 지난 네 경기 모두 제게는 명경기였습니다.
부디 앞으로 진행될 남은 경기들에서 양측 선수들과 감독님들 모두 상처받지 않을
'깔끔한' 경기진행이 준비되기를 기대해봅니다.
첫댓글 KBL을 사랑하는 마음이 잘담긴 좋은 글 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PO에서 맞대결이 없었던 이 두팀의 매치가 이렇게 불꽃이 튀는건 그만큼 이 두팀의 우승에 대한 간절함이 다른 구단들보다 특별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한팀은 챔프전은 7번이나 진출했지만 그중 준우승도 4번에 올해가 팀 레전드의 마지막 파이널이고 다른한팀은 2000년이라는 까마득한 시절 이후 우승과 거리가 멀다가 간신히 소속팀 감독의 계약 마지막해에 얻은 파이널 무대이니까요. 여기에 팀 중심이자 우승경험이 없는 윤호영과 김선형에겐 더 간절할거에요. 아무쪼록 치열한 맞대결 이후 뒷마무리가 깔끔하게 마무리되길 빌어봅니다.
5차전은 더 나아지리라고 기대하겠습니다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