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가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누렇게 벼들이 넘실대던 파주 송촌동 들녘도 추수가 끝난지 오래
철새들만이 가득 내려앉았다 비상하곤 합니다.
개발이 제한된 새들의 천국, 철새도래지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철새들도 곧 이곳을 찾지 못할 것 같습니다
요즘 이곳 들판을 가로지르는 제2외곽 순환도로 건설이 시작되고 있기 떄문입니다.
제 사택이 있는 회사 공장과는 300여미터 떨어진 곳에 나들목이 생기는데
김포에서 한강 지하도를 지나 이곳을 통과한다 합니다.
2023년 이 도로가 완공되고 나면
이 조용했던 들녘은 자동차들의 소리로 가득찰 것이고
새들은 더이상 이 들녘을 찾지 않겠지요.
더욱이 근처엔 GTX 종착역과 치고지가 들어서고 있고,
대단위 아파트들이 건설중에 있어 소란은 더욱 가중될 것입니다.
주변 토지주들은 급격한 지가 상승에 고무되어 있습니다.
제가 6년전에 이곳에 땅을 살 때보다 몇배가 넘게 뛰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하나도 반갑지 않습니다.
이것은 엄연히 회사 소유이고, 제가 팔 땅도 아니고
이 회사가 존속할 때까지 있어야 할 땅이기 때문입니다.
많이 살아야 20년 후쯤이면 저도 이 세상에 있을까 말까 한데
하루종일 새떼가 날고, 푸른 들녘이 봄마다 찾아오는 이 한적한 곳이
인간들이 북적이는 소란스런 탐욕의 장이 되는게 마냥 좋을리는 없습니다.
인간 탐욕의 끝은 어디쯤일까요?
아! 죽음에 이르러서야 끝이 날까요?
가져갈 것도, 가져갈 수도 없는데 사람들은 비로소 죽음에 이르러서야 빈손이 되는 걸까요?
지인 한분이 있습니다.
저와 동갑내기 여자 교수님인데 모 학회 회장을 맡고 있고 저는 부회장입니다.
그분은 친정과 시댁이 재벌급에 속해서 강남 논현동에 수십층짜리 빌딩과 함께 광화문과 서초동 서래마을에도 빌딩이 있습니다.
그밖에 아파트 여러채와 서촌 한옥, 뉴욕에 집 두채 등등
엄청난 재벌이지요.
그런데 말예요.
지난주 그분을 만났는데 하시는 말씀 중에 요즘 자금이 딸려 너무 힘들다는 겁니다.
아니 그 많은 재산을 두고 돈 때문에 힘들다니요?
그렇습니다.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어서 10층 빌딩을 소유한 사람은
20층 빌딩을 갖고싶어 돈을 모으고 대출을 받고,
그리고 20층 빌딩을 사면 또 30층 빌딩을 사고 싶어하고...
그러다 보니 일생내내 제대로 늘 가슴졸이며 쓰지도 못하고 살다 가는 거 같습니다.
가까이는 제 와이프가 딱 그렇습니다.
60중반에 투자를 해서 무얼하겠다는 건지, 그 돈 벌어서 어디에 쓰겠다는 건지...
그것이 늘 저와의 불화이유입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은 죽지 않고 영원히 살듯이 생각합니다.
그런데 100년도 못사는 인생인데 탐욕은 끝이 없습니다.
엊그제가 지난 겨울이었는데 곧 겨울입니다.
이렇듯 시간은 거침없이 지나가고 세월은 무작정 흘러갑니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훨씬 더 짧습니다.
이제는 나무들이 잎을 내려놓고 겨울을 준비하듯 우리도 스스로를 내려놓고
평온한 삶을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후 3시쯤이면 출판도시 회사에서 사택으로 퇴근을 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자유로 옆 자전거 도로를 거쳐
일부러 송촌동 들녘을 가로질러 사택으로 옵니다.
그리고 4시반이면 저녁을 먹고(저는 하루 두끼 식사를 합니다. 아침은 8시반, 저녁은 4시반)
해질녘이면 어김없이 한시간 정도 들길을 걷습니다.
그럴 때면 내 상념의 사유들이 새떼와 함께 들녘에 잠겼다가 수없는 날개짓으로 비상을 하기도 합니다.
빈 들녘은 왠지 더 넓고 비어 보입니다.
비어 있어서 제가 더 잠길 수 있는게 아닐까요?
첫댓글 도종환의 ㅡ단풍드는 날 ㅡ시가 연상됩니다.
정말 이제 버려야 하고 놓아야 ‥ 아름답게 물들텐데 ‥그게 쉽지 않군요
푸른비님 여전히 좋은 글 많이 쓰고 계시는군요.
우리 인간도 나무 같았으면 합니다.
사업을 하시면서도 인생사나 세상사에 관심이 깊습니다.
주변 들녘의 변모하는 풍경이 눈에 보이는 듯 묘사가 서정적이네요.
그 당당하던 재벌들도 갈 때는 동전 하나 못 가지고 떠났지요.
가질수록 더 가지고싶은 인간의 욕심, 그 끝은 어디일까요.
단풍나무숲 님의 글을 더 많이 보고싶습니다. 자주 오세요.
제가 사업체질이 아닌데
살다보니 이리되었습니다. ㅎ
어찌 욕심없이 살 수 있겠습니까마는
나이들수록 모든게 허허로워지는군요.
토목공사 등 등
인간들의 과도한 탐욕으로 지구가 황량한 행성으로 변신하고 있다는...
담담한 마음의 표현,
빈들녘을 바라보는 님의 사유에
나의 맘도 포개어 봅니다.
항상 느끼는 제 생각 입니다만,
님은 빈들녘을 닮아 있군요.
비우는 모습 자주 보여 주셔요.
감사합니다.
꽃님! 건강하시죠?
오랜만에 뵙습니다.
이곳 카페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분이 꽁꽃님입니다.
한번도 뵌 적은 없지만
마음의 품이 따뜻한 누님같습니다.
오랫만에 뵙게 되니 반갑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며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 생각을
해 본적이 있습니다.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역시
필요한 수단이니까요.
적은 사람은 적은대로 많은 사람은 많은데로
돈에 대한 욕심은 상대적이지만 매한가지.,
인간의 속성인지도 모르겠습니다. ㅎ
겸허하신 일상을 엿 볼수 있는 것 같아
보기 좋습니다. 좋은 글, 감사 드리며
자주 들리시어 글 남겨 주시기를 ,건강하시고..
아~ 한스님, 자주 못오는 저를 늘 반갑게 맞이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돈이 없으면 불편한게 사실이지만
지나친 욕심으로 사는게 더 고통스러운거 아닐까 싶습니다.
한번 잠시 다녀가는 세상인데
욕심을 거두고 저 들녘의 새처럼 살았으면 합니다.
훨훨~~
끝간데 없는 곳으로 날고 싶습니다.
다음 세상은 그렇듯 자유로울까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나이들면서 비움을 많이 생각합니다.
가능한 사람들과의 인연도
탐욕도
내려놓으려고 하는데
그게 마음처럼 되지를 않는군요.
제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고
인연도 때로 아픈게 많아서요.
자전거 타고 들녘을 지나 퇴근하는 그림
생각만 해도 멋집니다.
부럽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세상에 행복한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톨스토이가 말했듯이
인생의 행복이란 존재하지 않고 다만 행복의 신기루만 지평선에 아른거릴 뿐....
때로 재 삶을 부러워 하는 친구들이 있긴 합니다만
'저 역시 많은 번민에 사로잡혀 삽니다.
행복한 척 하면서 말이지요. ㅎ
평화로운 송촌동 들녁이 지금의 모습을
잃는것에 대한 아쉬움이 찐하게 전달되어
옵니다^
그 길을 자전거를 타고 어스름이 지려하는
들녁을 가로질러 가는 그 모습이 얼마나 행복
한가를 또한 상상해 봅니다.
그렇습니다. 수원 광교란 도시가 만들어지기 전
수지와 수원 사이엔 호수도 있고 들도 있고 밭도
있고 새들도 있고 참 시골스런 곳이라서 일부러
그 사이를 비집고 출 퇴근을 몇년 했지요!
다들 지금 광교에 입주해 치솟은 아파트 값에 환호
들을 할듯합니다. " 당신은 왜? 늘 그곳으로 지나 다니
면서 아파트 하나 장만할 생각을 못해 봤냐? " 어쩌다
아내가 핀잔을 주기도 합니다.
들판 다니며 그 자체를 즐겼지~ 언제 여기 신도시 생기면
아파트 하나 마련하자~~ 이런 생각이 날리가 있겠남요?
ㅎㅎ
단풍나무숲 님의 그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응원합니다~
잠시 단풍 들것네 님과 혼동을 할뻔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