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전문가칼럼
[기고] 사이버 평생교육으로 ‘인생 2모작’ 준비 가능하게 만들자
조선일보
박대권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입력 2023.06.19. 03:00
https://www.chosun.com/opinion/specialist_column/2023/06/19/M437KBKUSZF4VE27JHTGD3HY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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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정부의 교육개혁과 관련해 경제와 산업 수요에 맞춰 교육도 혁신하고 변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기업, 교육기관이 삼위일체가 돼야 한다는 이야기가 교육부총리를 통해서 전해졌다.
대학 진학률이 70%에 육박하고 반도체, 자동차 등 첨단산업이 대세인 시대에 대통령의 메시지는 주로 대학과 관련된 이야기일 것이다. 대학이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배출하고 학생이 원하는 수업을 하라는 요구는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니다. 대학의 본질은 직업인 양성소가 아니지만 대학을 졸업한 사람은 대부분이 취업의 길에 나선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학자 양성을 많이 하는 서울대학교 학부 졸업생 중 대학원 진학률은 30% 정도이다.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는 20% 정도이다. 나머지는 취업에 나선다는 뜻이다.
경제와 산업 수요에 맞추기 위해 많은 정책이 실시되고 있고 계획 중이다. 이번 정부 국정 과제 중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이나 ‘더 큰 대학 자율로 역동적 혁신 허브 구축’이 밑그림이고, ‘지역 혁신 중심 대학 지원 체계(RISE)’ 구축 및 ‘글로컬 대학 30′ 추진 방안이 구체적인 계획일 것이다. 이들 계획은 대부분 미래 세대를 대상으로 한다. 인구 감소 및 지방 소멸 등 눈에 보이는 시급한 문제들에 대한 해답들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2년 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인구의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도달한다. 초고령사회는 이미 현실이다. 하지만 모든 정책이 일단 시급한 인생의 제1모작에 대한 준비뿐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2200만 인구가 경제활동에 종사하고 있다. 노동의 주를 이루는 임금근로자의 경우 40대가 500만명, 50대가 490만명, 30대가 450만명이다. 60세 이상도 360만명에 이른다. 인생의 2모작에 들어선 50대와 3모작을 앞두고 있는 60대에게 누가 어떻게 다음 인생을 준비시킬 것인가? 가장 많은 노동 인구를 차지하는 40대도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재직자들을 위해서 보통 평생교육을 이야기하며 평생교육원을 생각한다. 인생의 황혼인 제3모작 시기에는 취미와 여가, 그리고 봉사를 위한 준비를 위해서 적합할 수 있다. 제2모작 시기는 새로운 직장이나 직업을 찾아야 할 때이기에 더 전문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학위 과정이 필요한 이유이다. 나이에 맞는 역할을 위해서 전문성과 역량을 준비하려면 대학이나 대학원 과정의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최상위 소수 전문직이야 대학원이나 각종 전문성 개발 활동이 있지만 대부분의 직업은 그렇지 못하다. 그렇다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다음을 준비하기도 수월하지 않다. 대학교의 직업 관련 사이버 과정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지금의 40~50대라면 컴퓨터를 직장에서 사용하는 데 익숙하고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자녀 세대의 이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사이버 과정은 좋은 과정만 있다면 전국 어느 대학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
인생 2모작 대비를 위해 대학이 평생교육기관 역할을 담당하도록 하자. 다음 인생의 직업을 준비하도록 대학이 학위 과정으로 제공하면 된다. 학위 과정을 취미가 아닌 생업과 연관된 평생교육 프로그램으로 제공하면 많은 재직자에게 현직을 유지하면서도 다음 인생을 준비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추가적 재정 투입 없이도 평생교육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에 대학들에 길을 열어주고 참여만 독려하면 된다. 특히 사립대학들은 평생교육으로의 역할 변화를 통하여 사회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사이버 교육을 통한다면 역량 개발과 학위가 필요한 많은 사람에게 공간적 제약 없이 원하는 교육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대학의 사이버 평생교육을 통해서 중년들이 눈에 보이는 인생 2모작의 수확을 거두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