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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신경 썼다는 건 안다. 그가 그녀라는 존재가 있다는 걸 아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던 시절의 이야기다. 사랑이 언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던 시절의 이야기다. 사랑이 언제 꽃을 피우는지는 잘 알 수가 없다. 어느 날 눈을 떠보면 꽃이 만개해 있으니까. 시들 때도 마찬가지다. 어느 날 보면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사랑은 발코니 식물과 상당히 비슷하다. 가끔은 과탄산소다로도 아무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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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그리드는 우리 언니였어. 죽은 언니. 언니한테서 나쁜 냄새가 날까봐 걱정이 됐거든. 그래서 내가 탄산나트륨에 대해서 알아낸 거야. 우리 몸은 탄산나트륨을 만들어서 산성인 위액을 중화하거든. 그런데 죽으면 몸에서 탄산나트륨이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산성 물질들이 피부를 뚫고 바닥으로 나와. 그래서 나쁜 냄새가 나기 시작하는 거야.”
그녀는 예전부터 인간의 영혼은 탄산나트륨에 깃들어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말이 되는 소리 같지 않냐고 덧붙일까 고민한다. 영혼이 몸을 떠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투덜대는 이웃 사람들만 남을 뿐이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쓸데없이 성가시게 굴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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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우리가 축구를 사랑하는 이유는 본능적이기 때문이다. 공이 길거리를 굴러오면 발로 찰 수밖에 없지 않은가. 우리가 축구를 사랑하는 이유는 사랑에 빠지는 이유와 같다. 피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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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은 나쁜 팀 중에서도 제일 나쁜 팀이에요. 왜냐하면 거의 잘하는 팀에 가깝거든요. 토트넘은 늘 환상적인 경기를 보여주겠다고 약속해요. 그런 식으로 희망을 심어줘요. 그래서 계속 사랑할 수밖에 없는데, 점점 더 기발한 방법으로 팬들을 실망시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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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는 인생을 끌고 가는 힘이 있죠. 늘 새로운 경기가 있으니까요.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니까요., 모든 게 더 좋아질 거라는 꿈도 있고요. 경이로운 스포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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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느 팀을 응원해본 적이 없어요. 축구를 너무 사랑해서 그런가봐요. 특정 팀을 향한 열정이 축구라는 스포츠를 사랑하는 마음에 걸림돌이 될 때도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