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31일 오후 2시 네팔 카트만두 국제공항 부근 시펄(Siphal)보육원의 100평 남짓한 마당에서 선생님이 "한국과 한국 선생님이 어때요"라고 묻자 원생들이 일제히 "라무로처"라고 외쳤다.
네팔 말 '라무로처'는 사람이나 경치, 물건이 최고로 좋다는 뜻이다.
이곳은 수감자 부모를 둔 '고아 아닌 고아들'이 사는 특수 교육기관이다.
현재 4~18세의 원생 67명이 살고 부모가 출소하면서 데려간다.
- ▲ 지난달 31일 오후 네팔 카트만두 시펄보육원 마당에서 원생들이 코이카 네팔사무소 봉사단원들과 닭싸움 놀이를 하고 있다. 가운데 하늘색 옷을 입은 앉은 이가 박주희씨, 하늘색 점퍼를 입고 서 있는 사람이 정해영씨, 왼쪽 아래 남보라색 상의를 입고 아이를 받쳐주는 이가 홍주희씨다. /이항수 특파원
이날 수업에는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 네팔사무소 송기정 부소장을 비롯해 인근 경찰관 자녀 학교의 태권도 교관인 정해영(26)씨와 네팔 중앙교육청에 유아교육 봉사를 하는 진선주(30)씨, 근처 유아특수학교에서 일하는 홍주희(24)씨가 참여했다.
이 보육원에서 20개월째 봉사하는 박주희(30) 단원이 연단에 서자 하시스(4)와 지땐드라(5) 등 코흘리개 꼬마 대여섯 명이 달려가 품에 안겼다.
"올 한해 여러분이 얼마나 성장했나 보기 위해 오늘은 특별히 여러 선생님이 오셨어요."
박씨가 능숙한 네팔어로 수업할 내용과 단원들을 소개하며 비스킷과 초코파이를 나눠줬다.
아이들은 네팔 민속 노래를 불렀고 한국의 닭싸움 놀이도 하며 즐겁게 지냈다.
박씨는 이곳에서 일하면서 수십 번 울었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장래 희망을 그려보라고 했더니 한 아이가 사람을 찔러 피 흘리는 장면을 그렸어요. 알고 보니 애 아빠가 살인죄로 복역 중이었어요. 자란 환경이 그러니 살인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 거예요."
그 아이를 따로 불러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 남을 돕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지 설명했더니 아이가 이번에는 집 짓는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박씨는 "그 아이가 '목수가 돼 집을 여러 채 지어 불쌍한 사람들에게 나눠 주겠다'고 말해 부둥켜안고 울었다"고 했다.
처음엔 낯설어하던 아이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엄마 대하듯 잠투정을 하며 안길 때도 눈시울이 불거진다고 했다.
로켄드라 올리(41) 원장은 "박 선생님이 오신 뒤 보육원 환경이 달라졌다"며 "기숙사 침실마다 2층 침대가 들어오고 매트와 바닥재, 화장실이 바뀌고 컴퓨터실도 생겼다"고 자랑했다.
송 부소장은 "코이카에서 보육원에 2만달러(약 2300만원)를 지원했는데, 1인당 국민소득이 500달러도 안 되는 네팔 경제 사정을 감안하면 5억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네팔에는 현재 코이카 단원 63명이 카트만두와 부트왈, 포카라 등 10여개 지역, 38개 기관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아시아 최빈국 중 하나인 네팔은 수도 카트만두조차 한겨울에 하루 평균 11~16시간씩 정전(停電)이 된다.
그것도 아침 출근 때, 저녁식사 시간, 잠을 자려고 전기장판을 켤 때처럼 사람들이 한꺼번에 전기를 쓰는 시간에는 어김없이 전기가 끊긴다.
히말라야의 만년설이 녹아내려 수자원이 세계 2위 수준인데도 이를 개발하지 못해 사용할 물과 수력발전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진선주씨는 "물 한 동이로 목욕해야 하고, 몇 겹을 껴입고도 추워서 뜨거운 물을 담은 페트병을 껴안고 잠을 청할 때 한국은 정말 풍요로운 나라라는 사실을 절감한다"면서 "귀국하면 물도, 전기도, 샴푸도 아껴쓰고 늘 감사하며 살 것 같다"고 말했다.
박주희씨는 "열악한 생활여건에 외로움이 더해질 때는 가끔 후회도 하지만 초롱초롱한 아이들 눈망울을 볼 때마다 힘이 솟는다"고 했다.
박씨는 "남을 도우며 살겠다는 어릴 적 꿈을 실천하면서 봉사에 미쳐 사니까 정말 행복해요. 네팔에 와서 1년 반 만에 득도(得道)를 했다고나 할까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태권도 교관 정해영씨는 아이들이 승급 심사에 합격해 새 색깔의 띠를 매줄 때 희열을 느낀다고 했다.
3주 전 네팔 종자관리센터에 농업 기술을 전수하러 온 정홍도(69)씨는 "젊은 봉사단원들을 보며 새삼 '한국의 장래는 정말 밝다'고 느낀다"면서 "우리 청년들이 네팔인들을 도우려고 혼신을 다하는 모습에 눈물이 나도록 고맙고 대견하다"고 했다.
첫댓글 정말 대단하신 분들이 많군요. 찬탄찬탄 올립니다.나를 돌아봅니다. 고맙습니다. 마하반야바라밀 _()()()_
온세상은 밝은데 그 빛을 오늘도 찾고 있으니....빨리 눈 뜨도록 하겠습니다....나무마하반야바라밀..._()_
대한민국의 밝은면을 보면 정말 놀랍지요?
비판도 있을 수 있겠지만 밝은면을 보고 생각하면
벅차오르는 희열을 느낍니다. 감사합니다.
나무 마하반야바라밀...()()()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일들을 하고 계시는 분들이네요. 저도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 조금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_()_
이렇게 큰 일을 하고 계십니다. 주위에서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아주 작은 일이라도 서슴치않아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마하반야바라밀..._()()()_
남을 돕는일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몸소 체험하고 싶으니
서로 나누며 사는 삶!..마하반야바라밀.._()()()_
감사합니다. 마하반야바라밀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