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더의 유형에 대해 쓰려던 차에 십만대군 님의 글을 읽게 되어 우선 오더가 어떻게 우리들의 PDA나 핸드폰에 올려지는 지, 왜 근거리 배차제를 실시하며 비교적 적확하다는 걸로 알려진 로지에서 조차도 거리 설정이 무색하게 오더가 올라 오는 지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일단 오더가 상황실로 접수되면 손님이 있는 위치(구와 동)와 목적지를 컴퓨터에 제대로 입력만 해주면 문제가 없습니다. 따라서 구기반이나 동기반을 사용하는 콜마너, 아이콘, 이지 등등은 상황실에서 그리 크게 신경 쓸 일이 없습니다. 쥐꼬리만큼 만 신경을 써주면 정확한 위치로 오더가 보내 집니다. (필자 그래서 유난히 삑사리 나는 오더가 많은 이지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근거리배차제를 실시하는 로지에서는 문제가 다릅니다. 기사가 상세지명을 세팅한 위치에 따라 시간차를 두며 오더가 보여지므로, 정확히 오더를 보내 주어야 가장 가까운 기사가 먼저 오더를 접수할 수 있는 시스템 입니다. (연합간 공유시간이나 차수에 따른 시간차는 무시하더라도) 상황실에서 엉뚱한 곳에 오더를 보내면 정작 가까이 있는 기사에게는 오더가 보이지 않고, 멀리 있는 기사에게 먼저 오더가 보이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이는 작년에 근거리 배차제를 실시할 때부터 필자를 포함한 많은 기사 분들이 우려를 표한 바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강남에 살고 있는 손님이 신교하 월드메르디앙 아파트에서 오더를 접수합니다. 손님은 자기가 자주 오는 곳도 아니고 친구 집들이에 왔는데, 친구도 이사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곳 주변 지리를 잘 모르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평소 자신이 자주 사용하는 강남에 있는 대리업체에 의뢰를 하게 됩니다. “파주 교하 월드메르디앙 아파트 101동에서 강남 역삼동 갑니다” 상황실에서는 일단 가격을 정하고 이제 오더를 올릴 차례입니다. 그러나 강남에 기반을 두고 있는 상황실에서는 교하 월드메르디앙이 어디 있는지 모릅니다. 컴퓨터에 “파주 월드메르디앙” 을 치면 상세 지명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냥 “교하읍”에 뿌립니다. 실제 PDA에 보이는 오더는 “신교하 월드메르디앙@-역삼동 40K”지만, 이 오더가 교하 운정 월드 메르디앙에 있는 기사가 먼저 볼지, 아님 신교하 월드 메르디앙에 있는 기사가 먼저 볼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신교하에 있는 기사가 먼저 본다면 다행이지만 운정에 있는 기사가 먼저 보고 잡았다면(당연히 잡겠지요) 택시도 자주 다니지 않는 운정에서 신교하까지 꽤나 시간이 걸릴 겁니다. 근거리배차제가 무색해지는 경우입니다. 위 상황은 실제로 필자의 동료가 겪었던 일입니다. 바로 옆에서 뜬 자사 오더를(자사 10초 먼저 보기를 할 당시였으므로 자사 기사가 신교하에 같이 있을 확률이 매우 적었기에) 못 잡아 상황실에 확인을 해 보았더니 오더가 올라간 후 14초 만에 타사 기사가 수령했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신교하사거리에 세팅해 놓고 옆에서 뜬 오더를 잡지 못한 분들이 많을 것 입니다.
“주안 새한병원 – 수내역 35K” 의 오더가 발생했다면 상황실은 어디에 오더를 넣어야 가장 가까운 기사가 오더를 수령할까요. 인천지리에 밝은 상황실이라면 신기사거리나 동양장 정도에 오더를 넣을 것입니다만, 인천 지리에 어두운 다른 수도권에 있는 업체에 오더가 접수 되었다면 어떻게 올릴까요. 상황실이 바쁘고 상황녀가 짜증이 나있다면 네비를 켜서 정확히 올려 줄까요 아님 대충 주안역이나 주안동에 때려 넣을까요. 아이콘이나 콜마너를 사용하시는 분들 중에 동기반 보다 구기반이 오더가 더 잘 보인다고 하는 것이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여담이지만 수원 율전동 성대가 장안구인지 권선구인지 모르는 상황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럴 때는 그냥 “수원”에 뿌리겠지요. 강서구 등촌동 대일고등학교에서 오더가 발생되면 동방주유소와 구통합병원중 어디가 더 가까울까요. 그리고 이것을 정확히 아는 상황실이 얼마나 될까요. 그래서 때때로 조금 먼 오더가 잡히기도 하고, 바로 옆의 오더를 더 멀리 있는 기사가 먼저 보고 접수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목동 현대백화점 – 부평역 25K”의 오더가 발생하면 상황실에서는 컴퓨터에 “목동”이라고만 입력해도 목동의 상세 지명이 주루룩 올라오게 됩니다. 또는 “현대백화점”이라고만 입력해도 수도권의 모든 현대백화점(상세지명에 입력된)이 올라오게 됩니다. 그러면 손님이 있는 정확한 위치를 세팅하고 엔터만 쳐주면 일이 끝나게 됩니다. 아주 간단하고 쉬운 일입니다만 이것이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로지에서 근거리 배차제를 실시할 당시 현업에 있는 대리기사 분들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십만대군님 이하 많은 분들이 로지 사무실에 출근(?)해서 상세지명 작성을 도왔습니다. 어느 분의 글에다 댓글을 달은 적도 있습니다만 부천, 인천의 상세 지명이 비교적 정확한 것은 십만대군님과 인천 기사 분들의 도움 때문입니다. 그러나 수도권의 모든 대리기사들을 불러 올 수는 없는 일. 해서 일부 지역은 비교적 상세하게, 때론 너무 조밀하게 정리가 되어 있고, 일부 지역은 지도 없인 도저히 찾을 수 없는 주유소나 충전소 지명으로 가득 차게 되었던 것입니다. 수도권 외곽에는(화성 동탄, 수지 상현) 이런 주유소와 충전소만 있는 동네가 매우 많습니다. 상현동 만현마을 7단지 상가에서 오더가 발생하면 상황실에서는 어느 주유소에다 오더를 넣을까요? 이런 곳은 차라리 동기반으로(최근까지 의정부 민락동, 금오동 등이 그랬습니다) 하는 것이 기사들에게 유리할 것입니다. 실제로 외곽 지역에는 상세 지명이 없는 곳도 많습니다.
로지에서 우선권이 있는 (오더를 2초 먼저 보는) 거리는 세팅 장소에서 반경 600미터 입니다. 그렇다고 수도권 전 지역을 600미터씩 바둑판으로 쪼개어 상세 지명을 정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오더량이 적은 외곽지역(주유소만으로 세팅된)은 동 단위나 읍 단위로 통합하고 상권이 발달된 지역은 정밀한 세부 지명을 만들어야 합니다.
필자는 기본적으로 근거리 배차제에 찬성합니다. 필자의 경우 근거리 배차제 실시 이후 보이는 오더는 예전보다 적어 졌지만 총매출 대비 실수입이 7% 정도 늘었습니다. 택시비가 그만큼 줄었다는 얘기 입니다. 그러나 손님, 상황실, 프로그램의 삼박자가 맞지 않으므로 실제 현장에서 고생하는 것은 우리 기사들입니다. 정확한 오더를 올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자의든 타의든-이 부분이 다음 주제 입니다)을 인정합니다. 손님이 위치를 잘 못 알려주거나 상황실이 지리에 약하거나(강남의 모든 술집 이름을 숙련된 대리기사만큼 아는 상황실이 있을까요) 또는 상세지명이 없거나. 따라서 시스템이 계량화되고 세밀하지 못한 현재와 같은 환경에서는 이전에 사용되었던 동기반이 차라리 좋다는 생각도 듭니다.
손님이나 기사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오더를 빠르게 많이 정확하게 보는 것”입니다. 로지사에 제안을 하자면 각 지역에 있는 업체들에게 상세지명 협조를 요청하는 것입니다. 각 지역 지리에 밝은 업체에서 오더가 자주 나오는 지명이나 지금은 사라졌으나 자주 쓰이는 옛지명, 기사들이 많이 대기하는 곳(당연히 오더가 많은)을 정리해서 상세지명을 만들면 좋겠습니다. 예전의 그 잘난 소위 연합장들 뭐 하는 걸까요. 연합장들을 들볶아서 연합내 상세 설정을 한 부씩 보내라던지 하면 될 듯 합니다. 아님 일당 주고 투우사님을 부르던지.
첫댓글 잘읽었습니다. 지금까지 일어난 지역설정문제가 조금 이해 갑니다. ㄳ
일당드리고 투우사님 모시는 게 ㅎㅎ
로지는 주유소 선전하는데 인가 봅니다 상세 구역을 보면 거의 다가 어느 주유소..어느 주유소...ㅋㅋㅋ 나 참..
잘 읽었습니다. 많은 도움이 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