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한국 뉴스 전반에 대한 신뢰는 40개국 중 36위로 나타났다. 또, 허위 정보에 대한 우려도 언론사 및 기자가 23% 정도 차지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언론 전체에 관한 설문조사이지만 제대로 된 과학저널리즘을 갖춰야 한다는 이야기는 국내 과학계에서도 오랫동안 지적해 온 사안이다.
지난 26일 유튜브 생중계로 과학언론이슈토론회 ‘과학저널리즘의 도전과 미래’라는 주제를 갖고 과학전문가와 과학기자들이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를 갖는 자리를 가졌다. 한국과학기자협회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마련한 이번 토론회에서는 최근 코로나19,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방류 등 국내외 과학적 이슈 속에서 국내 과학저널리즘의 문제와 극복해야 할 과제들을 고민했다.
김영욱 카이스트 문술 미래전략대학원 교수의 주제발표. ⓒ 과학언론이슈토론회 영상캡처
김영욱 카이스트 문술 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주제발표에서“과학언론과 과학전문기자가 단순한 과학적 호기심과 재미라는 지식을 제공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과학의 대중화를 목표로 비판과 감시가 필요하고 무엇을 탐구할지, 탐구 결과를 어떻게 활용할지, 윤리적 문제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제공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등 사회적이고 전 지구적 이슈가 오히려 과학적 관심의 부흥을 주도하고 있다며 “과학이 중요하다는 인식은 높아졌고 증가한 관심과 과학매체의 차별적 콘텐츠가 과학 저널리즘을 강화해야 하지만 아직 한국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검증 없는 과학이슈보도 지적…전문가 발굴 필요
국내 과학저널리즘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는 계속되어왔다. 여러 문제가 있지만, 과학전문기자로 활동하는 사람들은 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이들도 상당하다. 모든 과학전문기자가 전문성 강한 과학 분야를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2016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물질의 위상적 상전이와 위상적 상에 대한 이론적 발견’이라는 논문은 전문가도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과학 기술은 복잡하고 세분화, 전문화됐다”라고 했다.
과학언론이 비판과 감시기능이 부족한 상황에서 과학전문기자의 역량 강화가 중요하다는 것이 공통된 인식이다. 현재 언론사들의 보도시스템과 보도 관행에 대해 토론회에서는 구체적인 비판이 오갔다.
최호 전자신문 기자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을 보도하는 사례들이 발생한다”라며 “비전문가인 과학기자가 보도자료를 의존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부 언론이 사실이 확인이 안 된 부분에 관한 내용의 부가적 검증이 없다”라고 비판했다. 또 “매체 특성상 기자의 출입처가 순환되는 경우가 많아 전문성의 한계를 인식하고, 과학전문기자에 한해서는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후쿠시마 원전수 방류를 취재해 온 강민구 이데일리 기자는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방류와 관련해 정치적으로 얽혀 있는 상황에 대해 전문기자들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과학적 사실을 제공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일부 언론의 행태가 사회적 논란을 부추긴다”라며 “기자는 해당 관련 전문가를 통해 정리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라며 전문가를 통한 정보 검증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지난 26일 유튜브 생중계로 과학언론이슈토론회 ‘과학저널리즘의 도전과 미래’라는 주제를 갖고 과학전문가와 과학기자들 모여 토론회를 가졌다. ⓒ 과학언론이슈토론회 영상캡처
이런 점에서 과학적 이해를 자문할 전문가 발굴이 중요하다는 공통된 목소리다. 김단비 채널A 기자는 “코로나19 발생으로 전문가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과학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려는 전문가들은 적은 상황이다”라며 취재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조동찬 SBS 의학전문기자는“전문가들의 이야기만 들으면 벌써 코로나에서 벗어났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전문가만을 찾는 시대는 지났다. 과학기자 스스로 능력을 키워야 하고, 전문가에게 어떻게 물어봐야 하는지 끊임없이 과학전문기자들이 고민해야 할 숙제다”라고 말했다. 또 “더욱 정치적, 기업적 이해관계는 철저하게 배제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전문성 있는 기자 키워야” 목소리도
반면 연구자 또는 전문가들은 자문에 한계가 있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명인 유니스트 도시환경공학부 교수는 한때 ‘기상망명족’이라는 말이 유행했다는 예를 들며 “한국의 기상청을 신뢰하지 않아 노르웨이와 같은 유럽 국가의 기상정보를 검색하는 사람들이 있다”라며 “외국 기상기구가 한국 기상을 얼마나 잘 이해하는지 모르겠지만, 일부 국민의 한국 기상청 불신이 국내에 신뢰할 전문가는 없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2018년 역대급 폭염이 발생한 해에 폭염 발생원인에 대한 궁금증이 큰 상황에서 기후 변동과의 연관성을 설명하기 위해 전 세계 자료를 찾아 처리하고 해석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라며 “관련된 기상청에서 사회적 수용성을 고려해 대중에게 이해를 구해야 하는데, 정서상 그런 분위기가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로서 상황에 관한 충분한 연구와 자료를 정리한 후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것도 전문가의 의무라는 입장이다.
박상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최근 언론 현장에서는 주로 산업경제 분야에서 과학을 다루는 내용이 주를 이루면서 사회적 의미가 있는 과학 소식에 대해선 등한시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했다. 그는 과학저널리즘을 표방한 전문대학원이 있지만, 오히려 이런 기관과 분야가 지나치게 전문화돼서 이공계 학생에게는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과학언론교육이 대학원 과정보다는 이공계 학생과의 접점이 중요한 상황. 좋은 과학기자들을 수급하기 위해 이공계 학생을 넘어 고등학생들에게 과학적 소양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학보사에서 과학기사를 다루는 학생들에 대한 지원프로그램이나 연수 프로그램을 만들고, 다양한 분야의 과학자들이 방송 출연을 통해 과학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