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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미스 다이어리] 012 - 내 이름은 미美자子
씬1/ 카페 (N)
여 셋 있는데, 미자 표정 위로
미자 (잉?) 최, 수, 빈?
윤아 (OFF) 이쁘잖아? 수빈이!
지영 (OFF) 미자 보다 훨 낫다.
윤아 잊지마. 니 이름 최수빈이야. 내일 소개팅 나가서 실수하면 안돼!
미자 (썩 안 내키는) 무슨 소개팅에 이름까지 속이니?
윤아 솔직히 남자들한테 ‘너 미자랑 소개팅 할래, 수빈이랑 할래?’ 그러면 누가 땡기겠어?
미자 (하긴)
지영 솔직히 미자라 그러면 만나기두 전에 깰거 같애
미자 (뾰루퉁한 표정)
씬2/ 몽타주 (D)
//교복 입은 미자.
해맑은 표정으로 카메라를 본다.
카메라 천천히 줌인해 들어간다.
미자 (NA) 꿈 많았던 어린 시절, 난 아름다운 여자로 크고 싶었다.
미자 바스트 샷에 선생이 살짝 걸친다.
선생 (OFF) 어머, 어쩜 이렇게 이쁘게 생겼니? 이름이 뭐야?
미자, 더욱 뿌듯해지는데,
선생, 미자의 이름표를 만지며,
선생 (OFF, 깨는) 최,미,자? 어머. 얼굴은 이쁜데...
미자, 표정이 서서히 굳는다.
미자 (NA) 다들 그렇게 말했다. 얼굴은 이쁜데...
//교실 분위기인데, 미자의 바스트 샷.
미자, 이지연의 노래를 가냘프게 부른다.
미자 (노래) 나를 잊지 말아요~ 나 떠난 지금도~
애들 (OFF, 야유) 우우우우우~~ 안 어울린다! 우우우~~ 이미자! 이미자!
미자, 주눅들어 점점 노래 소리 작아진다.
//결국 이미자의 노래를 간드러지게 부른다.
약간은 코믹스럽다. 애들 열광하는 소리.
미자 (NA) 결국 난 그렇게 사람들이 원하는 미자의 이미지에 충실해졌다.
그 모습에 ‘미자’가 한글과
한자로 예쁘게 쓰여지면서
타이틀 : 내 이름은 미美자子
씬3/ 대문 앞 (D)
전봇대 아래에
영옥 영숙 혜옥, 하늘을 보며
나란히 쪼그려 앉아있다.
오래 있었던 듯 코와 볼이 빨갛다.
그렇게 셋의 모습이 좀 간 후에,
영숙 글렀어. 그만 들어갑시다.
영옥 아 기다려봐.
영숙 아 하늘을 봐요, 눈이 오게 생겼나.
영옥 산간지방엔 온댔어.
영숙 아 이 뒷동산이 산축에나 껴요, 어디?
혜옥 (지친) 그만 들어가자. 배 고프다.
영옥 (하늘 보며, 센치멘탈하게) 평생을 봐왔는데도, 왜 겨울만 되면 눈이 기다려지는지... 이 나이에도 이러니...
참 알 수 없는 일이야.
영숙 안 어울려요.
영옥 슷! (다시) 문득 내 뇌리를 스치는 철학적인 질문이 떠오르는군.
영숙 (별 주접을 다 떨어)
영옥 눈이 녹으면 그 흰빛은 어디로 갈까?
영숙 (일어나) 밥먹으러 가자. (혜옥과 집으로 가는)
영옥 밥이나 먹... (하다가) 참~ 안 받쳐줘. (일어나는데) 아구구구... (쫓아가며) 에잇! 눈온다드니.
방송국에 욕을 태배기로 해줘야지.
혜옥 (OFF) 기상청이야!
영옥 니 똥 굵다!
영옥, 아쉬운 듯 하늘을 보며
계단을 돌아내려오는데,
뒤이어 청년도 따라 내려오는 순간.
영옥, 다리를 쫘악 벌려서 미끄러진다.
옆을 지나던 청년, 재빠르게 부축한다.
청년 괜찮으세요?
영옥 (머쓱. 천천히 다리 오므리고) 괘,괜찮아요.
청년 댁이 어디세요? 모셔다 드릴게요.
영숙 (내다보며) 왜 그래?
영옥 아냐, 괜찮어. 여기야.
영숙 (도로 들어가고)
청년 (대문까지 부축하며) 겨울에 조심하셔야지, 큰일 나요. 안녕히 계세요.
영옥 고마우이.
영옥, 가랑이가 아픈지 쪼그려 걸으며
들어가려다가 순간 번쩍...
영옥 (카메라 쪽 보며) 저기... 총각.
청년 (돌아보는) 예?
영옥 (수줍은 미소) 결혼은 했수?
영숙 (OFF) 저 주책...
씬4/ 방송국 화장실 (D)
미자, 거울속의 자신을 보며
미자 (미소띄며) 안녕하세요. 최수빈이에요.
미자, 힘빠지며 한숨 쉬는데,
지영, 들어온다.
지영 미자 너 안 늦었어? 일곱시라며?
미자 (화장품 가방에 루즈 던지듯 넣으며) 찜찜해. 소개팅에서 이름 사기쳐보는 건 첨이야.
지영 뭐 어때. 맘에 안 들면 오늘 하루로 쫑인데.
지영, 미자의 어깨를 잡고
거울 속의 미자를 보며
지영 야, 오늘따라 디게 곱다. 화장두 잘 받구. 최수빈답다 얘~
거울 속의 덤덤한 미자 모습에
미자 (NA) 최수빈 답다?
씬5/ 카페 (D)
남자1과 미자, 마주 앉아있다.
남자1 수빈씬 얼굴만큼이나 이름이 참 예쁘세요.
미자 (살짝 당황) 아, 예. 그런 말 많이 들어요.
남자1 수짜는 빼어날 수?
미자 에? 예...
남자1 그럼 빈은 무슨 빈이에요?
순간 당황당황! 머리를 막 굴린다.
미자 (E, 빠르게) 빈.빈.빈. 무슨 빈짜가 있지? 빈곤할 빈? 빈티날 빈? 아씨.. (ON, 미소) 글쎄요. 한번
알아 맞춰보세요.
남자1 혹시... 빛날 빈?
미자 딩..동..댕동~ 맞았어요. 호호호... (아 땀난다)
남자1 빛날 빈이 어떻게 쓰는 거더라? (갸웃하며 써보는)
미자 (헉!)
씬6/ 대문 앞 (D)
영옥, 계단에 올라서서 이쪽저쪽 살피다가
흠흠!하면, 카메라 쪽에서 남자2가 나온다.
영옥, 짐짓 딴 청 피우다가
남자2가 가까이 오자 휘청 넘어지는 척!
남자2 (놀라 잡으며) 어우, 괜찮으세요?
영옥 어? 어... (빠르게 남자 훑어보는)
남자2 어디 안 다치셨어요?
영옥 (뭔가 떨떠름한) 괜찮아요. 가봐요. 고맙수.
영옥, 허탕이라는 듯 들어오는데,
씬7/ 마당 (D)
담너머 보던 영숙과 혜옥, 영옥이 들어오자
마당 가운데에 있는 석유 난로로 모인다.
난로 주변에 깔판 같은 의자 있고,
난로 위엔 가래떡.
영숙 왜? 서글서글하니 괜찮구만.
영옥 반지 꼈어.
영숙 에이!
영옥 (아까운) 아까 그 놈이 딱인데. 쯧.
혜옥 (떡 먹으며) 염치 좀 있으슈. 그렇게 어린 놈이랑 언니가 어떻게~
영옥 (혜옥 머리 밀며) 미자다, 미자! 나 말고, 미자 신랑! 내가 지금 이 나이에 시집갈라구 남자 앞에서
자빠지겠냐?
혜옥 진작 얘기하지.
영옥 진작 얘기했어. 아까 얘기했어. 아흔 아홉번이나!
혜옥 (꽁알대는)
영옥 자고로 인사성 바르고, 어른한테 잘하는 놈치고 나쁜 놈 없어.
영숙 그러엄 없지. 흉악하게 생긴 놈들도 어른한테 꾸~뻑 인사하는 거 보믄, 난 그렇게 이쁠 수가 없습디다.
영옥 그게 근본이 있는 놈들이란 거야. 이 동네 다들 토박이라 어느집 몇째 아들이라고 하면 바로바로 근본 나오고.
지키고 섰다가 자빠지기만 하면 돼.
그때 두런거리는 남자 소리 들리자
영숙 (낮게) 온다온다...
영옥, 조용히 빠르게 나가는.
씬/ 집 외경 (N)
씬8/ 할머니방 (N)
영옥 영숙 혜옥, 앉아서 다리 두들긴다.
안마기 하는 사람도 있고.
영숙 아우 삭신이야.
영옥 딱 맘에 드는 놈이 없네.
혜옥 에으, 미자가 날 닮았으면 남자 하난 기가 막히게 꼬셨을 텐데.
영옥 남잔 꼬시는 게 아니고, (잡아채는 액션) 후리는 거야 이년아. 그러니까 니가 여태 머리 한번 못 올려봤지.
영숙 망측하게 꼬시고 후리고... 여잔 그냥 가만~히 있는 거에요. 나 옛날에 말 한마디 안하고 가만 있어도 남자만
와서 쩍쩍 잘 들러붙습디다. 거 기억할 거야. 어서 생전 보지도 못한 놈이 나랑 결혼하겠다구~ 그 난리난리를 피구~
영옥 그때 소문 파다~했지.
영숙 암 파다했지.
영옥 남자 보쌈해왔다구.
영숙 (엥? 펄쩍) 보쌈은 무슨...
영옥 들쳐엎구 뛰는 거 본 사람도 있다 그러고.
혜옥 (맹) 나도 본 거 같애.
영숙 이!이!이!
우현 (OFF) 나오셔서 감 드세요.
영옥 감 먹으란다. (일어나가는)
영숙 (분한)
씬9/ 미자방 (N)
미자, 침대에 널부러져 옥편을 본다.
미자 (옥편 넘기며) 빈, 빈... 빛날 빈...
옥편 보며 허공에 써본다.
CG : 彬
미자 (획수 세며 쓰는) 하나 둘 셋 넷 다... (허무해진다) 후...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요. (옥편을 홱
던져놓으며) 에이씨!
부록 (OFF) 미자야~~ 미자야~~
미자, 듣기싫은 듯 이불 확 뒤집어쓴다.
우현 (OFF) 미자야~~
부/우 (OFF, 합창하듯) 미자야~ 최미자~
미자, 이불을 확 젖히고 일어난다.
씬10/ 거실 (N)
식구들 다 같이 둘러앉아
개인접시에 놓인 홍시를 포크로 먹는데,
영숙 홍시를 왜 껍질을 다 벗겨갖구... 이렇게 했대.
우현 드실 때 불편하시잖아요. 손에 묻고...
영숙 들고 쭉쭉 빨아먹는 맛이 없잖어 이건.
영옥 으이구, ?이 산 가닥만 남아갖구.
혜옥 미자 넌 얼굴이 왜 그래?
미자 후...
영옥 (그제서) 뭐야?
미자 (부록에게) 할아버진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손녀 이름을 미자로 지셨대요?
영옥 (살짝 찔끔하는)
부록 (허공 보며) 후... 나도 묻고 싶다. 무슨 생각으로 자식 이름을 부록이라고 지었는지.
영옥 (짐짓) 뜻은 끝내준다잖아.
미자 뜻이 끝내주면 뭐하냐구요, 일단 사람들이 웃고 보는데.
영옥 아 미자가 뭐 어때서? 이쁘기만 하구만!
영숙 미자도 니 할미 입장에선 선심 많이 쓴 이름이야. 종손 집안에 딸 태어난 거 자체가 실수라고, 니 이름 실수라고
하라고, 출생신고하는 데까지 쫓아가서는... 에으...
영옥 거 쓰잘~떼기 ?는 소리.
혜옥 그래서 내가 그랬지. 실수는 너무하고, 에라~ 영어로 에라라고 하라고. 이쁘잖아. 에라~
미자 (E) 에라이!
씬11/ 미자방 (N)
미자, 창밖 보며 화장대 앞에 앉아있다.
미자 (NA) 정말 이름대로 살아가는 거 아닐까? 윤아. 오윤아. 똑부러지는 느낌, 세련된 느낌이다.
#윤아의 모습이 한쪽에 뜨고
미자 (NA) 애도 그렇다.
윤아 모습 사라지면,
미자 (NA) 지영. 김지영. (포즈) 무난하고 순한 느낌이다.
#지영의 모습이 한쪽에 뜨고
미자 (NA) 애도 그렇다.
지영 모습 사라지고
미자 (NA) 미자. 최미자. (포즈 후) 난 코미디 쪽으로 풀렸어야 했다. 이영자처럼. 이름이 영~~ 안
받쳐주니까. (책상에 엎어져 버리는)
씬12/ 부록방 (N)
부록과 우현, 책상에 심각하게 앉아있다.
부록 성우 됐을 때 진작에 이름을 바꿔줬어야 하는 건데... 이름 때문에 겪은 설움을 내가 왜 모르겠나.
우현 그죠.
부록 (울분) 단지 부록이라는 이름 때문에 반백년을 뿌락지로 불리던 내 암울했던 과거를 나는 잊을 수 없네.
유신정권이 가고 문민정부가 오자 이번엔, 별책 부록...
우현 (덩달아 진지) 저도 그래요. 니 이름 뭐냐? 그래서 ‘우!현!’이요 그러면, 우연히 태어난 놈이군... 다들
그래요.
부록 자네 몰랐군. 자네 우연히 태어난 거 맞네.
우현 (펄쩍) 무슨 말씀이세요.
부록 자네 누나랑 몇 살 차이지?
우현 (갸웃) 열다섯...?
부록 확실히 우연히 태어났군. 정확히 말하면 실수. 에러...
우현, 부록을 흘겨보는데,
부록, 공책을 펴곤 골똘히 고민하는.
씬/ 집 외경 (D)
씬13/ 주방 (D)
영옥 영숙 혜옥, 밥 거의 다 먹고,
밥그릇에 물 따라 마시고 있다.
영옥 (허리 만지며) 자빠지는 척만 했는데 왜 진짜 허리가 아플까?
영숙 아 방귀도 자꾸 뀌면 똥나온대잖어.
영옥 (짜증) 아.. 그 말을 왜 여기다 써? 그럼 허리가 자꾸 아프면 허리를 싸냐? 허리를 싸? 말같지도 않은 소리
하구 있어... 쯧!
영숙 (코 훅 들이키는)
영옥 (허리 만지며) 오늘은 니들도 좀 거들어. 어설프게 하지 말고. 연기 확실히 해.
혜옥 뭘?
영옥 니들도 좀 자빠지라고. 이 늙은 언니가 계속 자빠져야겠냐?
혜옥 (맹) 왜 자빠져?
영옥 후... (밥그릇 쾅 놓고) 넌 열외. (일어나는)
씬14/ 대문 앞 (D)
영옥, 계단위에서 뒷짐 지고 왔다갔다 하다가
누가 오는지 슬쩍 골목을 돌아서 사라진다.
남자3, 계단을 오르려고 하는데,
남자3 앞으로 우당탕탕 밀려나오는 영숙.
영숙, 바닥에 확실히 자빠진다.
영옥 (고개만 빼고) 아고.
남자3 (놀라) 괜찮으세요? (일으키는)
영숙 (벌떡 일어나 들이대는) 아예 죽여라, 죽여! 미자 시집보내는 날 내 장사도 치러, 아예!
영옥 (머쓱)
씬15/ 카페 (D)
미자 지영 윤아 동직 있는.
미자 (한손에 얼굴 괴고) 내 팔자가 이렇다. 괜찮은 남자 만났다 싶었드니 이젠 이름 때문에 꼬이고.
윤아 적당한 때 봐서 얘기하면 되지 뭐. 처음부터 속일 생각은 없었다, 친구가 그렇게 얘기했다고 해서 어쩔 도리가
없었다.
지영 그럼. 야, 사람이 괜찮은데 이름이 대수니?
동직 (OL) 대수지.
미자 (보면)
동직 야! 이름이 사람 이미지를 얼마나 좌우하는데? 연예인들이 왜 예명을 쓰겠냐고.
동직이 부르는 순서대로 이름 뜬다.
동직 심혜진 황신혜 송승헌 전진 강타... 이름들 죽이잖아? 이미지랑 딱이지? 근데...
그 이름에 찍 그어지면서 본명 자막
동직 심상군 황정만 송승복 박충재 안칠현...
미자 (깨는 듯) 크크크!
속없이 낄낄대다가 바로 표정 굳는.
미자 (코 훅 들이키고, E) 분명 내 이름이 까먹는 내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씬16/ 할머니방 (D)
영옥, 영숙의 허리께에 파스를 부치는데,
영숙 (기겁) 으 차!
영옥 (꾹꾹 누르며) 이년은 찜질팩 갖고 오래니까...
영숙 또 까먹었지 뭐.
영옥 (부르는) 김혜옥~
씬17/ 대문 앞 (D)
혜옥, 쑥쓰러워하는 표정.
보면 히끗히끗한 중년 남자 다가오는데
혜옥, 그냥 냅다 남자에게 안긴다.
중년 (놀라 피하며) 어어어어?
영옥 (잡아끌며) 에으에으, 이 주책.
혜옥 언니, 이 사람은 어떠우?
영옥 니짝 고르냐, 이년아.
영옥, 혜옥 끌고 들어가는.
씬18/ 방송국 대기실 (D)
미자, 난감한 듯 전화를 받고 있고,
지영, 대본 들어오며
미자 네... 네...
지영 녹음 들어가야지.
미자 죄송해요. 바빠서요. 네.
지영 (입모양) ‘그 남자?’
미자 (끄덕뜨덕) 라디오도 녹음해야 있구요. 네. 올드미스 다이어리라구, 새벽에 하는 거 있어요.
남자1 (F) 아 저 가끔 들어요. 들어봤어요. 그게 수빈씨였어요?
미자 (히익! 맞다! 말하면 안되는 거였다)
남자1 (F) 매일 들어야겠는데요.
미자 (떠덩!)
씬19/ 방송국 라디오 부스 (D)
시그널 뮤직 은은하게 울리는데,
현우와 지영, 부스 밖에 있고,
미자, 고민과 긴장의 표정이다.
대본을 보면, ‘최미자의 올드미스 다이어리’
현우, 큐 사인 주는데,
최미자와 최수빈을 짬뽕해서 희한하게
누구도 못 알아듣게 발음한다.
미자 최 &*%의 올드미스다이...
음악 탁 꺼진다.
현우와 지영의 황당한 표정.
씬20/ 방송국 대기실 (D)
//현재. 현우, 미자를 혼내키는데
현우 (짜증) 최미자씨 자기 이름도 똑바로 발음 못해요? 그러고도 성우에요? 입이 있으면 말을 해봐요 어디!
미자 (E) 만약에 수빈이였다면.
//상상. 현우, 부드럽게 미자에게
현우 무슨... 고민 있어요, 수빈씨? 말해봐요, 수빈씨... 뭔데요...
미자, 마음껏 가녀린 척을 하고,
현우, 더욱 미자를 달래는 모습에.
미자 (NA, 결연) 처음부터 미자가 아니라 수빈이였다면, 난 수빈이에게 어울리는 삶을 살았을 거다....
//다시 현재
미자 (결연한) 이제부터, 난 그렇게 살 거다.
현우 어떻게요?
미자 에? (아차!)
씬21/ 부록방 (N)
부록과 우현, 나란히 책상에 앉아있는데,
부록, 마땅한 이름이 안나오는 표정이다.
우현은 옥편을 양손으로 닫아 잡고는
기도하듯 중얼중얼거리곤 확 펴본다.
몇 번을 그렇게 하는데,
부록 어이, 자네. 우연히 생긴 자네.
우현 (씨이. 상관없이 계속 한다)
부록 하나밖에 없는 조카 이름을 그렇게 장난으로, 우연히 짓고 싶나?
우현 우연이 아니라 운명이에요.
부록 (살짝 끌린다, 옥편 슬쩍 뺏는) 이것이 운명이라면 말야, 아비가 지어야 하는 거 아닌가, 운명적으로?
부록, 옥편을 접었다가 확 펴고는.
부록 ... 뭘 봐야 되나?
우현 거기 첫 자요.
부록 (위 짚으며) 백! (허벅지 치며) 좋아. 순백의 아름다움. 백. 음... 좋아.
부록, 한자 쓰고 다시 옥편 접는다.
진지하게 기도하고 확 편다.
우현 뭐에요?
부록 원! 좋다, 원! 백! 원! (깬다) 백원...
우현 (히죽) 이쁜데요 백원이.
부록 (옥편 내 던지고, 때리며) 우연히 생겨갖구 말야. 미자가 백원짜리야, 백원짜리야? 만원도 아니고 백원? (발로
밀며) 가서 밥 안 해?
우현, 쫓겨나면,
부록, 다시 옥편 덮고서는
부록 백까진 좋은 데 말야. (눈감고) 백백백... (하다가 확 편다) 알! (갸웃) 알? 백알! (깬다) 뻬갈두
아니구... (다시 옥편 덮으며) 어렵네...이거
그때 문 드르륵 쾅 열리면서
깜짝 놀라는 부록.
보면 상기된 미자 서 있다.
미자 이제부터 제 이름 최수빈이에요, 최수빈!
문 확 닫히고 놀라는 부록.
부록 수...빈?? (다시 옥편 막 펴는)
씬/ 거리 외경 (D)
씬22/ 헬쓰장 입구 (D) - ENG
미자, 프론트에 여직원 둘(추녀) 있는데,
미자 (헬쓰카드 들고, 멋쩍게) 제가 이름을 바꿔서요, 법원 가서 바꿀 건데, 이런 것도 미리미리 바꿔놓는 게 좋을
거 같애서요.
직원1 잠깐만요. 원래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미자 (약간 작게) 최..미..자.
직원1 (깬다는 듯 비열한 미소) 에? 최미자요?
직원2 (역시 눈 내리깔고 살짝 웃는)
미자 (살짝 맘상하고) ... 네.
직원1 잠깐만요.
직원1과 2, 티 안내게 키득거리며
서류를 찾는데,
미자 (E) 이런 싸가지. 못생겨갖구. 지들은 얼마나 때깔나는 이름이라구...
하다가 슬쩍 이름표에 시선 가는데,
<인써트 : 여직원들의 이름표를 보면
송채린, 유다빈이다>
미자 (떠덩! 충격받았다 멍하다)
직원1 (서류 내밀며) 여기 써주세요.
미자 (멍한) ...잠깐만... 다음에... 하께요.
미자, 도도하게 프론트에 올려놨던
가방을 들고 가려는데,
내용물이 우르르르... 쏟아지는.
허둥지둥 담는데, 참 모양새 빠진다.
씬23/ 대문 앞 (D)
정민, 핸드폰하면서 안을 기웃거린다.
정민 (핸드폰 든채로) 어딨길래 전화도 안 받고... (받은 듯 반갑게) 여보세요? 아니 왜 이렇게 전활 안 받아요?
영옥 영숙 혜옥, 카메라쪽에서
아무 생각 없이 나오다가,
정민을 보곤 냅다 카메라 쪽 담벼락에
착 달라붙어 몸을 숨기는.
정민 (OFF) 어디에요? 집에 없어요? (낭패) 아...
영옥 (작게) 저 놈 어때?
영숙 아우 어느집 자식인지 탐나네 거.
혜옥 (OL, 나가려는) 내가 자빠지께.
영숙 (OL, 잡아채며) 내가 자빠지께.
하는데 영옥, 둘을 확 밀치고
쏜살 같이 달려나간다.
정민 (핸드폰) 알았어요, 제가 그리 가께요.
영옥, 흠흠...하며 막 자빠지려는 찰나,
정민, 전화 끊고 돌아서 가려다가 발을 헛디뎌
넘어질 뻔하자, 냅다 영옥을 끌어안는다.
영옥 ....!!
정민 어우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영옥 (벽에 쫙 붙어서 꼼짝도 못하는)
정민 (영옥의 손을 잡고) 괜찮으세요?
영옥 (간신히 고개만 끄덕끄덕)
정민 진짜 괜찮으세요? 혹시 나중에 어디 이상 있으시면요, 이리 전화주세요...
정민, 명함을 영옥의 손에 쥐어주는.
정민 (가다가 돌아서) 정말 괜찮으세요?
영옥 (끄덕끄덕)
정민, 가고 나면,
영숙과 혜옥, 나와서
괜히 신발로 땅 끄적이고
하늘 보면서 툴툴대는.
영숙 ... 좋겠수? 젊은 놈이 앵기구.
혜옥 ... 느낌이 어떠우?
영옥 (정민이 잡았던 손을 볼에 대며, 멍) 따뜻해...
혜옥 (명함 뺏어 보며) 김정민?
영옥 (꿈꾸듯) 이름도 멋져라...
하는 영옥 얼굴 위로 눈이 내린다.
혜옥 (OFF) 어? 눈 오네.
꿈꾸는 영옥의 표정에 눈발 날리는데서.
씬24/ 거리일각 (D) - ENG
미자, 터덜터덜 걷는데,
보면 정면에서 정민이 오고 있다.
정민 아, 만나기 진~짜 힘드네.
미자 (뚱) 왜요?
정민 친구가 오늘 성형외과 개업했는데, 같이 안 갈래요? 뷔페 죽이는데.
미자 됐어요. (가려는데)
정민 (잡고) 에이. 아무래도 개업식엔 연예인이 있어야 뽀대 난다고 친구가 자꾸 부탁하는데, 내가 아는 연예인이
미자씨 밖에 더 있나.
미자 저 미자 아니거든요. 이름 바꿨어요.
정민 ... (으잉?) 뭘루요?
미자 ... 수빈이요.
정민 ... (으잉?) 깬다.
미자 ... (으잉?) 미자가 더 깨죠.
정민 ... (갸웃?) 아닌데!
미자 더 깨요. 최미자하면 무슨 생각부터 나요?
정민 최미자.
미자 농담 말구요.
정민 최미자아. 최미자 자체가 생각나지, 최짜 미짜 자짜 따로 떼어서 이름이란 생각은 안 드는데?
미자 ...!!
정민 그냥 최미자씨 얼굴 말씨 웃음 냄새... 다 들어가 있는 거 같애요, 그 이름에. (갸웃) 익숙해져서
그러나?
그 말에 뭔가 깨달은 듯한 미자의 표정.
//정민, 미자를 막무가내로 끌고 가고,
미자, 싫지 않은 듯 쫓아가는데,
미자 (NA) 그 사람의 이름에 익숙해진다는 건, 그 사람에게 익숙해진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내 이름에 익숙해지면서,
내게 익숙해졌다. (밝은표정) 미자는 이미 내가 되었고, 나는 이미 미자가 되었다.
씬25/ 방송국 라디오 부스 (D)
#미자 녹음 시작한다. 지영 밖에 있고.
M '첫발자욱' 흐르고, 현우, 큐 사인 주면,
미자 (정확하고 사랑스럽게) 최미자의 올드미스 다이어리. (포즈) 안녕하세요. 최미잡니다. 사랑, 파도, 첫눈...
왜 이런 말들을 하면 설레일까요?
다음 씬으로 멘트 이어진다.
씬26/ 몽타주 (N)
#눈내리는 도시의 밤에 미자 소리가 퍼진다.
미자 (OFF) 그것은 아마도 세상 모든 것의 이름이 단순한 글자의 나열이 아니라, 우리들이 부여한 이미지 그
자체이기 때문일겁니다. (포즈) 아빠, 엄마, 큰언니, 우리 오빠... (포즈) 저는, 최미자입니다.
#창밖에 내리는 눈을 보며 음악을 듣는 미자...
#역시 내리는 눈을 보며 음악을 듣는 정민...
#그리고 역시 방송을 듣는 부록...
부록 발음을 말야, (혀굴려) ?즈아~ 이러면 좀 세련돼 보이지 않나~ ?즈아~
#다시 노래를 듣는 미자와 정민의 모습이
교차되면서 스틸. 코드. F.O
씬27/ 에필로그 : 대문 앞 (N)
F.I되면, 눈은 여전히 내리고, 바닥에 꽤 쌓였다.
정민과 미자, 캐주얼하게 장갑 목도리 등으로
중무장을 하고 서서
미자 (이상한) 이 밤에 갑자기 술은... 왜요?
정민 (어처구니 없다는 듯) 아니! 눈이 오는데! 맨 정신에! 잠이 와요?
미자 (감수성 의외네)
정민 (하늘 보며) 아... 씨. 왜 눈이 오는데 욕이 나오냐. (설렘과 쓸쓸) 아... 씨.
미자와 정민, 그렇게 서 있는데,
카메라 천천히 움직이면,
카메라쪽 담벼락에 쓸쓸히 쪼그려 앉아
내리는 눈을 멍하니 보는 영옥.
그런 쓸쓸한 영옥의 모습 옆으로
정민과 미자 모습 걸리는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