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닿는 대로 - 경기도 인천 영종도 왕산해수욕장
며칠 전, 친구와 함께 파주 농장에서 일찌감치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었다. 그래서 발길을 돌려 서해 영종도를 찾았다.
영종도(永宗島)는 인천광역시 중구 영종동에 속한 섬으로 본래 경기도 옹진군에 속해 있었으나 1989년 행정지역 개편 시 인천시에 편입되었다. 그리고 본래 영종도와 용유도 두 개의 섬이었으나 1992년에 국제공항 공사를 착공하면서 섬 사이의 개펄을 매립하여 하나의 섬이 되었다. 지금은 일반적으로 섬 전체를 영종도로 통칭하고 있다. 영종도는 풍광이 아름다운 주변 섬과 해수욕장으로 인해 하루 나들이에 적합한 곳이다. 그리고 인천대교와 영종대교가 놓여 언제든 마음 내키면 불쑥 찾아갈 수 있는 섬 아닌 섬이 되어버렸다.
천지개벽(天地開闢)이나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은 세상일이 변화가 몹시 심함을 비유할 때 쓰는 말이다. 요즘 영종도에 다녀온 사람들은 이 말을 자주 입에 올리고 있다. 불과 3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영종도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인천 앞바다의 한적한 섬이었다. 비록 인천 월미도에서 2km 남짓 떨어진 가까운 곳에 있으나 배를 타고 건너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사람들이 그다지 많이 찾는 곳이 아니었다. 그러나 2001년에 인천국제공항이 들어서고 섬의 두 곳에 육지를 잇는 다리가 놓이면서 관광지로서 새롭게 각광 받기 시작했다.
서울 강서에서 인천공항까지 시원하게 뚫린 공항고속도로를 30여 분 남짓 달리다 보면 영종대교를 지나게 된다. 영종대교에서 신불나들목으로 빠져 용유도로 가는 방조제에 이르면 아름다운 해안이 펼쳐진다. 해당화 나무가 심어진 곧게 뻗은 제방도로를 따라 달리면 오래지 않아 왼쪽으로 꺾여 들어가는 샛길이 나타나고 썰물에 바닥을 드러낸 갯벌에 어선 몇 척이 닻을 내린 채 몸을 뉘고 있다. 그곳에서 해안선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면 을왕리해수욕장과 왕산해수욕장이 차례로 나타나며, 바닷바람에 실린 비릿한 갯내음이 여행객을 맞는다.
왕산해수욕장은 인천국제공항 개항 이후 영종도가 수도권의 새로운 관광지로 떠오르자 20여 년 전에 새로 개발한 해수욕장으로 을왕리해수욕장과는 이웃해 있다. 해수욕장의 왼쪽 끝머리에 산기슭에는 기이한 형상의 갯바위들이 늘어서 있어 절경을 이루고 있으며 활처럼 휜 해수욕장의 오른쪽 끝머리에는 작은 포구가 있다. 왕산해수욕장은 태안반도의 꽃지해수욕장과 더불어 서해의 해넘이 명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래서 해가 수평선을 붉게 물들이며 뉘엿뉘엿 넘어가는 낙조가 너무도 아름다워 용유팔경(龍遊八景)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왕산해수욕장은 여름철이면 수도권에서 찾아오는 피서객들로 인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철 이른 해수욕장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겨 을씨년스러웠다. 그리고 밀물이 서서히 밀려오는 드넓은 갯벌에 괭이갈매기들이 한가로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바닷가 모랫벌을 거닐다가 왕산해수욕장에서 빠져나와 머잖은 곳에 있는 을왕리해수욕장과 선녀바위를 휘둘러본 뒤 서울로 향했다. 멀리 인천공항 활주로에는 비행기가 쉴 새 없이 내렸다 뜨고 영종대교로는 차량들이 꾸역꾸역 밀려다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