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운궁 빈전의 안
대원군:........
머리를 놓았다
떨리는 손으로 마지막 유해조각을 바치는 윤석우
대원군: 폐하
고종:.......
대원군: 폐하의 손으로 거두세요
고종:.......
윤석우에게 뼈조각을 받아드는 고종
흙으로 만든 명성을 바라본다
고종:......
다시 터지는 내관과 나인들의 울음 소리
대원군:(버럭) 울음 소리를 내지 말라고 했느니라. 황후폐하의 넋이 들어오고 계시느니라
#동. 뜰
통곡하는 심순택 등
#동. 빈전의 안
흙으로 빚은 명성의 시신
대원군:.......
두 눈을 부릅뜬 대원군
고종:.......
뼈조각을 든 손이 떨린다
대원군: 뭘 하고 계십니까. 어서 뼈를 묻어드리세요. 그래야 구천을 떠돌던 혼이 시신을 찾아 편히 쉬실 겁니다
고종:.......
떨리는 손으로 명성의 머리에 뼈를 묻는 고종
다시 터지는 울음들
대원군:.........
가만히 고개를 돌린다
고종:(마음의 소리) 부인
머리부분을 두 손으로 잡는 고종
고종:(마음의소리) 이제야 육신을 찾으셨습니다그려. 편히 쉬시구려 부인
흐느껴 우는 고종
물끄러미 바라보는 대원군
흐느끼는 고종
대원군: 폐하를 모시고 나가거라
이내관:(놀래서 본다)
대원군: 폐하를 모시고 나가라고 하질 않느냐
고종: 아버님
대원군: 아비와 약속을 하셨습니다. 며느리의 염은 애비 손으로 하게 해주시겠다구요. 그러니 나가 계세요
고종: 내 눈 속에 담아두어야지요 아버님
대원군:........
고종: 중전께선 왜인들의 칼을 맞으면서 너희들의 만행을 다 눈 속에 담아간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니 내 눈 속에도 저 사람을 담아놔야지요. 그래야 저 사람의 참혹한 죽음을 잊지 않고 있다가 두고두고 원수를 갚을 것이 아닙니까
대원군: 어서 폐하를 뫼셔가래두
이내관: 폐하
고종: 물러나지 못하겠느냐
대원군: 왕태자전하와 의화군은 뭘 하고 계시는고
고종: 부인
명성의 머리를 잡고 움직이지 않는 고종
대원군: 그만 우셨으면 됐습니다. 황후폐하께서도 흡족해 하실 것이니 그만 우세요
버럭 내지르는 대원군
#동. 뜰
통곡하는 심순택 등
안에서 울고 있는 고종을 부축해서 나오는 세자와 의화군
따르는 이내관 등
#동. 안
대원군:......
시신을 바라본다
옆에서 떨고 있는 윤석우
#동. 복도
숙이고 서있는 이재면과 이준용
#동. 안
대원군: 시작하자
횟가루를 듬뿍 집어 명성의 시신에 바르는 대원군
윤석우도 울면서 횟가루를 묻혀나간다
수의를 펴서 윤석우와 함께 빠르게 입혀나가는 대원군
그 모습들
#동. 뜰
울고 있는 대신들
#함녕전의 방 안
통곡하는 고종
바라보고 서있는 세자와 의화군
눈물 짓는 세자빈
넋두리를 늘어놓고 있는 왕대비
#빈전의 안
대원군:.....
횟가를 묻은 손등으로 이마의 땀을 씻는다
관 속에 누운 명성의 시신
얼굴만 남기고 수의를 입혔다
대원군:.......
수의를 잡고 얼굴을 감싸는 대원군
떨리는 손으로 거드는 윤석우
얼굴을 다 덮더니 손바닥으로 명성의 얼굴을 때리는 대원군
대원군: 편히 가거라. 살아서 자네가 할 일은 다 했으니 한점 미련도 남기지 말고 가거라
관뚜껑을 닫더니 못질을 하기 시작하는 대원군
-임오군란 때 명성의 관에 못질을 하는 대원군과 현실의 모습이 재빠르게 교차한다 -
#동. 뜰
울음을 그치고 빈전을 바라보는 대신들
못질하는 소리
#함녕전의 안
고종:.......
그 얼굴에도 못질하는 소리가 꽂힌다
#빈전의 안
멈추는 대원군
대원군:......
얼굴에 흐르는 땀
눈물인지-
대원군: 재면아
이재면:(밖에서) 예, 아버님
대원군: 주상을 뫼셔오너라
버럭 내지른다
내지르고 털썩 주저앉는 대원군
관을 바라본다
[명성황후 1회에서]
#운현궁의 안채 뜰
대원군:(대뜸) 이 아인가
명성을 흘키듯 본다
숨이 막혀 움츠리며 고개 숙이는 명성
민씨: 예. 대감. 일전에 말씀드렸던 집안 아이가
대원군: 밤중에 불러다봐서야 제대로 보겠습니까
성큼 마루로 올라선다
대원군:....
돌아본다
숙이고 서있는 명성
#빈전의 안(현실)
방문이 열린다
들어서는 고종
대원군: 관상명정은 주상께서 쓰세요
고종:.......
내던지듯 붓을 내밀고 백 먹을 갈기 시작하는 대원군
고종:.......
바닥에 놓인 붉은 천을 바라본다
문득 떠오르는
[명성황후 5회에서]
#동온돌의 안(밤)
고종: .....
이내관: 중전마마께서는 저녁 수라도 거르신 채 무거운 대례복을 입으시고
방문이 왈칵 열린다
이내관: 전하
고종: 아무도 따라오지 마라
달리듯 간다
이내관: 마마
급히 따르는데 훽 돌아서는 고종
고종: 누구든 내 앞을 막으면 그 자리서 참할 것이야
이내관: .....
고종: ......
또 한번 눈으로 다짐하고 가버린다
#서온돌의 안(밤)
명성 .....
밖에서 이내관의 다급한 목소리
#대궐의 길(밤)
등불 들고 가고 있는 고종
이내관이 그 앞을 막아 엎드린다
이내관: 전하. 소인을 먼저 죽이시고 가시옵소서. 전하
고종: 비키지 못하겠느냐
이내관: 전하
흐느끼는 이내관
그저 부들부들 떨고만 있는 고종
#서온돌의 안(밤)
명성: .........
그저 다소곳이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 명성
밖의 일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고요한 명성
[명성황후 2~ 3회에서]
#별채의 방 안(밤)
단정히 앉은 명성
홍상궁:(조심스럽게) 송구한 말씀이오나 언문은 깨우치셨습니까
명성:.....
홍상궁:(책을 들어 책상 위에 놓으며) 인수대비께서 지으신 내훈이란 책입니다. 궁중에서 지켜야 할 예의범절과 아녀자의 도리가 자세히 적혀 있사옵니다
명성: 공맹의 도리는 깨우치지 못했으나 소학은 깨우쳤네
홍상궁:.....
바라본다
내심 놀라는 기색이다
명성: 집안은 넉넉지 못했으나 아버님이 학문은 남보다 뒤질 것이 없으신 탓에 배울만큼은 배우고 자랐네
홍상궁: 송구하오나....
명성:.....
홍상궁: 겨우 언문만 깨우쳤다고 하십시오
명성:....
홍상궁:......
바라보는 눈에 정이 가득담겼다
명성:(끄덕인다).....고마우이
명성의 얼굴에 물이 스미듯 떠오르는 미소
#대궐의 문 안
솥뚜껑, 그 꼭지를 밟는 명성의 발
그러나 잘못 디디어 미끄러지는 발
내인: 꼭지를 내려 밟으세요
명성:.....
다시 한번 밟는다
발이 미끄러진다
웃는 내관들과 내인들
누군가 "솥뚜껑부터 미끄러지니 보나마나 낙방일세" 하고 놀린다
다시 터지는 웃음
내인: 가세요
명성:.....
내인: 그냥 들어가시라고 했습니다
명성:.....
할 수 없이 그냥 안으로 들어간다
뒤따라 들어온 처녀가 솥뚜껑을 밟는다
단숨에 넘어가는 처녀
다시 터지는 웃음
명성:.....
눈물이 불쑥 치민다
#창덕궁의 중희당의 마루방
발이 길게 드리워져 있다
발 뒤에 나란히 의자에 앉아 수군수군 환담을 주고받고 있는 종친들
뒤쪽 장지문을 열어놨는지 오후의 눈부신 햇살이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그 역광 때문에 발 뒤의 왕족들은 실루엣처럼 흐느적거린다
발 안 쪽에 다섯 명의 처녀가 나란히 서있다
그 가슴에 매달아놓은 작은 패에는 4대조의 이름이 깨알처럼 적혀있다
김우근의 딸, 조면호의 딸, 민치록의 딸, 서상조의 딸, 유초환의 딸이다
발 너머에서 조대비쪽으로 몸을 기울이는 대원군
그 실루엣에서
대원군:(소리) 며느리는 마마께서 고르셔야지요
조대비:(소리) 당치 않으십니다. 실인 즉 대원위 대감의 며느님이 아닙니까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조대비의 실루엣
흥인군:(큰소리로) 딴은 대왕대비마마의 말씀이 옳으십니다. 며느리는 아우님이 고르시는 것이 순리로소이다
몸을 흔들며 껄껄 웃는 흥인군
조대비:......
못마땅해서 흥인군을 흘키며 잔기침을 하는 조대비
대원군: 발을 거두라
이내관:(잘못 들었는지)......발을 거두라 하시었나이까
대원군: 으흠
이내관:......(눈치 보고 있는데)
흥인군: 발을 거두라 하지 않느냐. 시원하게 툭 터놓고 자세히 살펴보자는 것이야
이내관: 예, 대감마님
이내관이 내관들과 서둘러 발을 거둔다
고개를 숙이고 서있는 다섯 처녀들
발이 걷히자 햇살이 다섯 처녀를 환하게 비춘다
의자에 나란히 앉은 흥인군, 대비 김씨, 대왕대비 조씨, 왕대비 홍씨, 대원군
흥인군: 시원해서 좋다. 진즉에 수렴을 거두고 가까이서 봤으면 벌써 낙점을 하고도 남았을 것이 아닌가
또 한번 껄껄 웃는 흥인군
대원군:(무시하고) 조면호의 여식은 가까이 오라
조의 딸:.......
한발 나선다
대원군:(조대비에게 속삭이듯) 저는 정했습니다.
조대비 차근 차근 살펴보십시다
대원군:(왕대비에게) 볼만큼 보셨으니 물러들 가라고 하지요
왕대비: 그러시지요
명성:.....
대원군을 본다
그 눈길을 본 듯 만 듯 이내관에게 물러가라는 손짓을 하는 대원군
#운현궁의 별채 후원
명성이 두 어깨 위에 접시 올려놓고 머리에는 화병을 지듯이 올려놓고 걷는 연습을 한다
홍상궁이 지켜보며
홍상궁: 대궐에는 세 분 큰 어른이 계십니다. 제일 큰 어른이신 대왕대비마마는 영조대왕의 혈통을
이으신 효명세자와 가례를 치루시고 대궐에 들어오셨으나 효명세자께서 일찍이 돌아가시는 바람에
외롭고 힘든 세월을 보내셨습니다. 그러시다가 철종대왕께서 갑자기 세상을 뜨시고 왕위가 비게 되
자 대원위대감의 둘째 아드님을 양자로 삼아 효명세자의 뒤를 잇게 하시고 대궐의 제일 큰 어른이
되신 분이시옵니다. 다음 큰 어른은
조심스럽게 몸을 돌려 방향을 바꾸려던 명성이 삐끗하며 그만 어깨 위의 접시를 하나 떨어뜨린다
얼른 그 접시를 잡으려다가 머리 위에 지고 있던 화병마저 떨어뜨린다
깨어지는 접시와 화병
그나마 다른 어깨 위의 접시는 떨어지는 것을 손으로 잡았다
가만히 바라보는 홍상궁
무안해서 어쩔 줄 모르는 명성
홍상궁:......
명성의 손에서 접시를 받아 어깨 위에 올려주고 다른 접시와 화병을 얹어준다
명성: 아무리 조심을 해두
홍상궁:(물러나서 다시 설명을 하는) 대궐의 두 번째 큰 어른은 왕대비마마십니다. 헌종대왕의 왕비
였던 왕대비마마께서는
모른척 설명만 늘어놓자 할 수 없이 다시 걷기 시작하는 명성
(사이)
#동. 별채 후원
걷고 있는 명성
조신하게 잘한다
홍상궁:(비로소 미소) 잘하십니다. 빨리도 배우십니다
명성:.....
멈춰서 본다
끄덕이는 홍상궁
비로소 안심이 돼서 배시시 웃는 명성
그 바람에 어깨가 흔들리며 접시가 떨어져 깨진다
놀라는 명성
홍상궁을 본다
여전히 미소 짓고 있는 홍상궁
다시 안심이 돼서 가만히 소리내어 웃는 명성
#빈전의 안(현실)
떨리는 손으로 관상명정을 써내려가는 고종
그런 고종을 바라보는 대원군
앞을 가리는 눈물
문득 떠오르는
[명성황후 9회에서]
#서온돌의 안(밤)
화장한 명성의 얼굴
명성: ...........홍상궁
홍상궁: 예, 마마
명성: 내가....어떠하냐
홍상궁:........
명성: 이쁘냐고 물었다
홍상궁: 마마. 마마께옵서는 귀하고 어여쁘시옵나이다
명성:(고개 돌리며) 남정네는 여자의 얼굴에 색기가 흘러야 좋아한다지
홍상궁:(시큰)
명성:.........
다시 거울을 본다
거울 속의 얼굴
살며시 웃어보는 명성
홍상궁:.........
명성:..........
또 한번 웃어본다
다시 고개 돌리며 거울을 닫는다
홍상궁: 마마
명성: 어찌하면 전하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느냐
홍상궁:..........
명성: 어찌하면 시아버지의 눈에 들 수가 있느냐
홍상궁:........
명성: 아무리 생각을 하고 궁리를 해봐도 내가 그걸 알 수가 없으니
꼬꾸라지듯 방바닥에 몸을 숙이며 한 손으로 바닥을 짚고 겨우 몸을 의지하여 우는 명성
#빈전의 안(현실)
고종:......
눈물이 앞을 가려 흐릿하다
그 흐릿한 시선에 관상명정
대원군: 눈물로 관상명정이 젖겠습니다 주상
고종: 예.......쓰겠습니다. 너무 재촉하지 마세요 아버님
다시 붓에 백먹을 묻히는 고종
문득 떠오르는
[명성황후 9회에서]
#서온돌의 안(밤)
명성:.........
여전히 쓸쓸한 미소가 남아있는
홍상궁:.........(바라보는)
명성:(조용히 남의 얘기하듯) 친정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서울로 올라와 살던 집이 인현왕후께서 폐위되어 궐 밖으로 쫓겨 나시어 사시던 감고당이었다. 숙종대왕께서 오랫동안 아들을 얻지 못하시다가 희빈 장씨를 가까이 하여 아들 윤을 얻어 세자로 봉하고 인현왕후를 폐하여 서인을 삼고 희빈 장씨를 올려 중전으로 삼으니......그 분의 설움이 오죽하였겠나.......
홍상궁: 오래지 않아 인현왕후께서는 복위되시고 희빈 장씨는 취선당 서쪽에 신당을 차려놓고 인현왕후를 저주한 일이 발각되어 사사를 당했으니 이것이 또한 사필귀정이 아니옵나이까
명성: 감고당의 뜨락에 서면......나는 인현왕후의 한숨 소리를 들었느니라......
홍상궁:........
명성: 감고당의 벽에도 그 분의 피눈물이 서려 있었고, 사람의 손때로 닳고 닳은 대문 빗장에서는 그 분의 손길이 느껴졌느니라
홍상궁:(누르며) 마마
명성: 하루에도 몇 번씩 인현왕후께서는 대문의 빗장을 손수 여시고 대궐의 소식을 기다리셨을 것이 아니냐
홍상궁: 황공하오나 마마께옵서는 젊디 젊으시옵나이다. 마마께서 왕자를 생산하시면
명성:(무너지듯 단숨에) 나는 차라리 감고당의 망부석이 되고 싶다.....
홍상궁:........
명성: 살아서 지아비의 사랑을 받지 못하느니 차라리 죽어서 망부석이 되는 것이 더 나을 것이야. 그러면 전하께선 날 가엾이 여겨 망부석이 되어 서있는 내 얼굴을 어루만져 주실 것이 아니냐
홍상궁: 마마......
숨죽여 흐느낀다
명성:........(차라리 웃으며) 지난 삼 년 동안 세상의 책이란 책은 다 읽고 살았느니라. 감고당의 뜨락에서 대궐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고 서 계셨을 인현왕후를 생각하면서 언젠가는 전하께서 나를 찾아주시겠지.....기다리고....기다리며.....(불쑥) 아니지. 내 참을성이 부족하지. 백 년은 못 기다릴까. 전하께서 찾아만 주신다면 천 년인들 못 기다릴까. 시아버님께 공손하고 세 분 윗전을 지성으로 섬기고.....투기하지 않고....말을 애끼고.....그렇게 하면 내 신세가 망부석보다 못할까......
홍상궁:.........
명성:..........(물끄러미 방바닥을 내려다보며) 기다려야지....기다려야지.....
가만히 흘러내리는 눈물
#빈전의 안(현실)
관상 명정을 쓰는 고종
대원군:........
그런 고종을 바라보는 대원군의 얼굴 위에
떠오르는
[명성황후 17회에서]
#중전의 방 안(밤)
방문이 열린다
대원군이 복도에 서있다
고종:(반갑게 일어나 환하게 웃으며) 어서오세요 아버님
대원군:..........
방안을 본다
명성이 고개 숙이고 고종 옆에 서있다
대원군:(안으로 들어가며) 소식을 들었습니다 (명성에게) 태기가 계시다구요
명성:(공손히) 예, 아버님
대원군: 앉읍시다. 몸두 불편하실 터인데
먼저 앉는 대원군
고종과 명성이 따라 앉는다
도포자락에서 산삼꾸러미 꺼내 앞에 놓는 대원군
대원군: 산삼입니다
고종:(놀래서 보는)
대원군: 태아에게 좋다고 해서 따로 잘 보관을 해둔 겁니다
고종:........(명성을 본다)
명성: 고맙습니다 아버님
미소지어 고개 숙여 인사한다
대원군: 지금 드세요
명성:.........
대원군: 바람을 쏘이면 산삼의 영기가 떨어진다고 합니다. 그러니 지금 드세요
고종:(당황해서) 아버님, 산삼은
대원군:(못들은 척 밖에다) 밖에 누가 있느냐
홍상궁:(밖에서) 예, 대감마님
#동. 복도(밤)
허리 굽힌 홍상궁
대원군:(소리) 수랏간에 가서 꿀이 있거든 가져 오너라
홍상궁:(이내관을 본다)
이내관:(난처)
대원군:(안에서) 어째서 대답이 없는 게야
홍상궁: 예, 대감마님
#동. 방 안(밤)
대원군:(고종에게 웃으며) 산삼은 생으로 드셔야 그 효험이 뛰어나다고 합니다 (명성을 힐끔 보며) 그냥 드시기 역겨우실 터이니 꿀을 발라서 드세요
명성:(웃으며) 예, 아버님 (숙여 보인다)
대원군: 이젠 한시름 놨습니다. 중전께서 원자를 생산하시면
고종:(막듯이) 아버님
대원군:(본다).........(눈빛)
고종:(개의치 않고) 경오년에 중전께서 유산을 한 것은
대원군: 산삼 탓이라지요?
고종:........
대원군: 아비도 들었습니다
명성: 설마하니 산삼 탓에 그리 됐겠습니까
대원군:(명성을 무시하고 고종에게) 아비가 누명을 벗고 물러나야겠어요
고종:(놀래서 본다)
대원군: 장안의 용하다는 의원은 다 불러서 물어보아도 산삼이 태아나 임부에게 해롭다는 말은 못들었습니다. 그런데도 경오년에 중전께서 유산을 하신 것은 이 아비가 보낸 산삼을 드시고 그리 된 것이라고 수군대고 있어요. 그러니 이건 바로 잡아야지요. 그런 연후에 아비는 물러날 겁니다
고종: 아버님
대원군: 때가 됐어요. 중전께서 회임을 하셨으니 아비는 물러나야지요 (고종을 똑바로 본다)
고종:........(괴롭다).........(가만히 고개 숙인다)
대원군: 허면 아비는 물러갑니다 (일어날 기세다)
명성:(울먹이며) 아버님께서 그런 당치 않은 오해를 받고 계시다면 그건 소인의 부덕함이 그 원인일 것이옵니다
대원군:..........
명성: 하오니 소인의 부덕함을 나무라시되 물러나신다는 말씀은 부디 거두어 주시옵소서
대원군: 중전께서 간절히 말씀을 하시니 듣기는 좋습니다. 그러니 지금 물러나야지요
고종: 아버님. 소자는 아직
대원군:(막듯이) 이번에 중전께서 산삼을 드시고 아무 탈이 없으면 아비는 누명을 벗습니다 (벌떡 일어나더니) 전하. 만수무강하시옵소서
넙죽 절하는 대원군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고종
#동. 복도(밤)
대원군, 나온다
홍상궁이 꿀을 가지고 온다
대원군: 꿀에 독이 들었는지 검사를 해보았느냐
홍상궁:(당황)
대원군: 어디 보자
꿀단지의 뚜껑을 열더니 손가락으로 쿡 찍어 입에 넣고 빨아먹는다
대원군: 어허, 꿀맛 한 번 좋구나.........
#빈전의 안(현실)
대원군:............
신음하듯 한숨을 내쉰다
그 얼굴 위에 또 다시 떠오르는
[명성황후 18회에서]
#동. 방 안(밤)
반쯤 일어나 홍상궁에게 등을 기대고
애기를 안아보려고 기다리던 명성이 놀래서 본다
이씨:..........
애기를 감싸 안고 등을 돌리던 이씨, 부들부들 떤다
명성: 어머니. 뭐가 잘못됐습니까
이씨: 아, 아니옵니다 마마
등 돌린 채 애기를 감싼 배내옷으로 더욱 갖난애를 감싸 안는 이씨
명성: 말씀을 해보세요. 뭐가 잘못됐는지. 어머니
비명을 지르듯 내지르는 명성
[명성황후 20회에서]
#경회루(밤)
다리
원자를 눕혀 놓고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명성
<달>
숨을 크게 들이 마신다
미소 짓고 있다
고종:..........
차마 더 볼 수가 없어 고개 돌린다
명성: 살려주세요....저는 죽이시고 원자를 살려주세요........(숨 크게 마시고) 겨우 차지한 시아버님의 사랑입니다. 원자를 데려가시면 저는 어찌하라고 이러십니까. 전하께서는 다시 발길을 끊으시고 저를 찾지 않으실 것이니........그러고는 못삽니다. 그러니 저를 데려가세요
하늘을 본다
<달>
그 달을 향해 스르륵 두 눈을 감는다
눈물이 흘러 내린다
쿠륵쿠륵 울음이 터진다
점점 통곡으로 변한다
꼬꾸라지듯 주저앉으며 하늘에 대고 외친다
명성: 차라리 산을 옮기라고 하세요. 북악산을 허물어 그 흙을 모두 인왕산으로 옮기라고 하세요. 천년인들 못하겠습니까
고종:........
명성: 차라리 한강물이 다 마를 때까지 마시라고 하세요. 천년인들 마시지 못하겠습니까
고종:...........
명성:(고개 떨구며) 태산인들 못 옮기겠습니까. 세상의 강이란 강은 다 마를 때까지 마시고 산이란 산은 다 허물어 그 흙을 옮길 것이니.......원자를 살려주세요
머리를 땅에 박듯이 하고 우는 명성
바라보는 고종
이윽고 목놓아 울기 시작하는 명성
교교한 달빛
[명성황후 21회에서]
#국사당의 안(밤)
말명 상자가 열렸다
어린 원자의 배내옷
조심스럽게 꺼내드는 명성
명성: 나가 있거라
홍상궁:..........
명성: 내가 내 아드님과 단 둘이서 할 말이 있으니 나가 있으라고 했다
#동. 뜰(밤)
불쑥 바람이 세차게 불어닥친다
그 바람에 문이 덜컹거린다
놀래서 문을 꽉 잡는 홍상궁
#동. 안(밤)
새어 들어온 바람에 촛불들이 일제히 팔랑인다
명성: 어미는 열 여섯에 대궐에 시집을 왔습니다. 어미가 태어날 때 외할머니께서 태몽을 꾸셨는데 학이 한 마리 방 안에 날아 들어와 서 있었답니다. 가만히 보니 한쪽 날개가 없는 가엾은 새더랍니다.......
바람이 부는지 문이 덜컹거리고 촛불들이 팔랑거린다
#동. 뜰(밤)
바람에 문이 자꾸 열리려고 한다
필사적으로 그 문을 두 손으로 누르고 있는 홍상궁
#동. 안(밤)
더욱 팔랑거리는 촛불
명성: 아가. 너는 어미의 한쪽 날개로 태어났구나. 어미는 비로소 두 날개를 달고 하늘 높이 훠어얼 훠얼 날아오르려고 했구나
지축을 가르는 천둥 소리
#동. 뜰(밤)
거센 바람
온몸으로 문을 밀고 있는 홍상궁
번개가 번쩍하더니 또 한번 뇌성이 울린다
#동. 안(밤)
명성: 아가. 날아오르지 못하는 어미 대신 너의 넋이 구천을 떠돌고 있느냐
화답하듯 천둥이 연이어 울린다
그러더니 점점 멀어져 가는 천둥소리
명성의 두 눈에 눈물이 흐른다
명성: 오늘은 어미가 눈물을 흘립니다. 허나 오늘 뿐입니다. 어미는 죽는 날까지 다시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 겁니다. 죽어도.....눈물을 흘리지 않을 겁니다
배내옷을 두 손으로 정중하게 받들어 들어올려 태조의 영정을 향한다
#동. 뜰(밤)
바람이 잦아진다
기진해서 문 앞에 주저 앉는 홍상궁
#동. 안(밤)
명성: 태조대왕이시여. 열성조시여. 어린 원자의 넋을 드립니다. 드리니.......어린 원자의 넋을 편안히 돌봐주셨다가 불쌍한 어미에게 돌려주세요. 세상에 태어난 지 나흘 만에 죽은 가엾은 넋입니다. 어미 몸에 환생하여 남은 생을 이어살게 해주세요........(흐느끼더니 배내옷에 얼굴을 파묻는다)......환생하여 아가, 어미의 날개가 되어 하늘 높이 함께 날아보자꾸나. 훠어얼. 훠얼........훠어얼 훠얼.......
두 손을 벌려 배내옷을 잡고 날개짓 시늉 하는 명성
점점 위로 치켜든다
[명성황후 28회에서]
#대전의 문 앞
굳게 잠긴 대문
대원군:........
부르르
이재면:(안에다) 어서 대전의 문을 열지 않고 뭘 하고 있는 게냐
반응이 없다
대원군:........
이재면:(민망해서) 아버님
대원군: 다시 고하거라
이재면:.........(할 수 없이 대문을 바라보는데)
삐이걱 대문이 조금 열리더니 이내관이 나온다
이내관: 송구하옵나이다 대감마님
이재면: 어째서 뻘건 대낮에 대전의 문을 굳게 걸어잠그고 계시는가
이내관: 황공하오나 대감마님, 오늘은 그만 돌아가시는 것이
대원군: 들어가자
앞서가는 대원군
이내관: 대감마님. 황공하오나
뒤쫓아가 길을 막으려는 이내관
그러나 대원군이 앞서가 대문 앞에 선다
대원군: 열어라
이내관:.......
대원군: 열라고 하질 않느냐
이내관:.......
할 수 없이 대문을 연다
한쪽을 활짝 열고 나머지 반쪽을 활짝 연다
대전 뜨락이 환하게 들어온다
대원군의 시선에 전각 계단 위에 서있는 명성의 모습이 들어온다
대원군:...........
명성:.........
이내관: 대감마님. 오늘은 그만
대원군:.........
안으로 들어선다
명성:.........
움직이지 않고 서있는 명성
곧장 걸어가는 대원군
물결치듯 대원군의 시야 속에 출렁이는 명성
대원군, 멈춘다
명성:........
대원군:.........(노려본다)
명성:........
계단 위에서 허리굽혀 공손히 절한다
대원군: 으음
신음하고 계단으로 한발 올라서려는데
명성: 아버님.........(한계단 내려서는)
대원군:.........
명성: 아버님께선 울음 소리가 들리지 않으십니까
대원군:.........
명성:........
한 손으로 가만히 아랫배를 감싼다
대원군:(흠칫)
명성: 이 아이가.......아버님을 원망하며 울고 있습니다
대원군:........
명성:.........(오히려 미소)
대원군:..........
부르르 떠는데 -
[명성황후 30회에서]
#창덕궁 인정전의 뜰
전각 위에 명성피고 앉은 명성
홍상궁이 조심스럽게 명성의 머리를 풀어주고 있다
#창덕궁 인정전의 뜰
석고대죄를 하고 앉은 명성
#창덕궁 인정전의 뜰
명성:........
통곡하는 모양으로 엎드렸다
안쓰러워 보는 홍상궁
명성:(마음의 소리) 떠나셔야 합니다. 내 몸 안에서 원자가 자라나고 있으니 원자가 태어나기 전에 아버님께서 도성 밖으로 나가셔야 합니다. 아버님께서 도성 밖으로 나가실 때까지 내가 여기 엎드려 석고대죄를 드릴 겁니다..........
-그 위에 겹쳐 폭발하는 민승호의 집([명성황후 38회에서])-
#빈전의 안(현실)
대원군:.......
관상명정의 마지막 두 자를 쓰고 있는 고종을 바라본다
[명성황후 39회]
#민겸호의 안방(밤)
이씨:........
가만히 명성을 본다
명성:......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눈물
이씨: 울고 계십니까 마마
명성: 아닙니다 어머니
이씨: 울지마세요 마마
오른팔을 움직이려고 한다
바라보는 명성
이씨:(힘없이 웃으며) 사람의 습관이란 무서운가 봅니다. 자꾸만 없어진 팔을 움직이려고 하니
이불 속에서 왼쪽팔을 꺼내 내미는 이씨
명성:.........
치미는 분노
이씨:.......
왼손을 내민 채 떨고 있는 이씨
더는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는 명성
#동. 마당(밤)
밖으로 나오는 명성
명성:........
멈춘다
마당으로 대원군이 들어서고 있다
명성:........
대원군:..........
오가는 눈길
#빈전의 안(현실)
관 위에 덮힌 관상명정
대원군:......
바라본다
고종:......
문득 손을 들어 관을 쓰다듬는다
대원군:........
가만히 방을 나간다
#동. 복도
대원군:......
#동. 안
관 위에 손을 얹고서
고종:(마음의 소리) 이제는 어둠 속에 갇히셨습니다
‘관’
고종:(마음의 소리) 부인의 덕분으로 삼천리 금수강산은 광명천지를 찾았는데 부인만 어둠 속에 누워 계십니다
관위에 머리를 묻는 고종
그 위에
명성:(소리) 기다리기 좋은 것이 어둠이 아니옵니까
고종:......
고개를 들어서 본다
명성이 웃으며 관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명성:.......
고종:......
명성: 전하. 소인은 전하의 사랑을 얻기 위해 삼 년을 기다렸사옵니다. 허나 소인의 기다림을 오 백년 중국의 속방으로부터 벗어나 자주독립을 이루려는 조선의 기다림에 비하겠나이까
고종:........
명성: 어둠이 깊어야 새벽이 밝습니다 전하
고종:........
명성: 전하께서 소인을 그리워하시면 소인은 전하의 마음 속에서 죽지 않고 살아 있을 것이옵니다. 소인을 잊지 마시옵소서 전하. 전하께서 저를 잊으시면 소인은 영원한 어둠 속에 묻히고 말 것이옵니다
고종: 부인......
미소와 함께 사라지는 명성
고종:.......
관을 바라본다
고종: 잘 가시구려. 잊지 않으리다. 나와 백성들이 부인을 잊지 않을 것이니......
가만히 관을 다시 한번 어루만지는 고종 #인서트
명성황후의 장례 행렬
그 위에
해설: 고종 34년 양력으로 11월 21일에 명성황후의 영구가 능으로 향했다. 왕태자가 적은 행록은 이러하였다.
?슬프고 슬프다. 사람으로서 누군들 부모가 없으며 부모로서 누군들 자기 자식을 사랑하지 않겠는가만은 지극히 자애로운 은정은 어머니가 나에게 베푼 것만한 것이 없으며 지극히 비통한 슬픔은 내가 어머니에 대한 것만한 예가 없을 것이다.
내가 이미 성장하였으나 그래도 어루만져 주는 것은 마치 젖먹이 어린아이처럼 하였다. 주리거나 배부르거나 춥거나 덥거나 할 때 마음 속에 하려고 하는 바가 있으면 어머니가 반드시 먼저 알았으며 병이 있으면 음식을 들고 잠자는 것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내가 만약 몹시 아프지 않으면 억지로 밥을 먹였으며 밤에는 혹 잠자는 척하면서 나의 근심어린 마음을 풀어주려고 하였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일상 생활을 몰래 살펴보면 밤에도 방 안의 불빛이 환희 비치었고 말소리가 오히려 낭랑하였다.
내가 천연두를 앓을 때에 어머니가 밤에 꼭꼭 밖에 나가 하늘에 빌었으므로 이내 다시 회복되었으며 내가 일찍이 옆구리의 담증으로 고통을 겪을 때 몹시 아프지는 않았지만 음식먹는 데 방해되자 어머니는 오래되면 혹 종처로 될까봐 늘 걱정하면서 침을 바르라고 가르쳐주어 퉁퉁 부었던 것이 내려 마침내 평상시와 같이 되었으나 어머니는 보지 못하였다.
내가 겨우 젖니를 갈 때 어린 궁인(宮人)과 뜰에서 놀이를 하는데 어머니가 말하기를, ?너는 이 놀이를 즐기는가.?라고 하고는 또 ?이보다 즐거운 것이 있다.?라고 하면서 문득 글자를 써서 입으로 외우고 손으로 쓸 것을 가르쳐 주었다. 공부할 나이가 된 후부터 서연(書筵)에서 강론한 것을 어머니가 매번 그 글뜻을 찾아서 풀어 주었으며 비근한 일을 들어 반복 비유하여 쉽게 이해하도록 하였으며 알게 되어 마음이 기뻐할 때 바야흐로 다음 배울 것으로 넘어 갔기 때문에 아는 것이 정확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어머니가 일찍이 나에게 가르치기를,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다. 근본이 굳어야 나라가 편안하다. 혹시 위에서 백성을 돌보지 못한 관계로 곤궁하게 되어 살아갈 수 없다면 그 백성은 우리의 백성이 아니니 백성이 없다고 말해도 옳을 것이다. 종묘 사직(宗廟社稷)을 너에게 부탁하니 너는 이것을 깊이 생각하고 오직 백성에 대한 문제로 마음을 삼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내가 어릴 때여서 그 뜻을 깨닫지 못했으나 그래도 가르친 말은 잊지 않았다. 지금 이 훈계를 더욱 깨닫게 되니 만 대의 귀감으로 될 수 있다.
어머니의 공로와 덕은 하늘땅과 같아서 이름할 수 없으니 책봉하는 글로 찬양하고 성대한 의식을 빌려 기뻐하는 것은 우리 왕실의 떳떳한 법이다. 내가 여러 차례 글을 올려 간곡히 청하였고 심지어 조정의 관리들을 인솔하고 부지런히 요청하였으나 매번 백성들이 현재 곤궁하기 때문에 이런 예식을 거행하는 것이 합당치 않다고 하면서 승인하지 않았었다. 겸손한 그 덕은 공경히 우러르게 되고 칭송하게 된다. 그러나 오늘 자식으로서 이 예식을 거행하지 못한 여한은 일생토록 끝이 없을 것이다.
늙은이를 봉양하는 것은 옛 규례이다. 내가 일찍이 안에서 여러 차례 간곡하게 청하여 대체로 장수한 사람을 데리고 아버지와 어머니의 만년 장수를 빌었다.
계사년(癸巳年)에 영조(英祖)가 이미 실행한 전례를 따라 내외에 잔치를 차리고 늙은이, 곱사등이들이 춤을 추며 만수를 축원하였다. 그 때 이 잔치에 참가한 사람들은 지금도 모두 넓고 큰 은택을 입고 살아있는데 오직 우리 어머니만이 다시 볼 수가 없으니 아, 슬프다.”
#경운궁 함녕전의 뜰(밤)
애기 울음 소리
고종의 웃음 소리
#동. 안(밤)
해산한 엄상궁이 자리에 누워있고
고종이 갖난애를 안고 어르고 있다
해설: 명성황후의 국상을 치르기 한 달 전에 궁인 엄씨가 황자를 낳았다. 순종의 뒤를 이어 황태자에 봉해진 이은이 엄상궁의 소생이다
#운현궁의 안방 안(밤)
창문을 벌컥 여는 대원군
밖에서 눈이 내리고 있다
통곡하는 이재면
흐느끼는 추월
대원군:.......
눈만 바라보는 대원군
해설: 해가 바뀌어 1898년 정월에 여흥부대부인이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부대부인 민씨의 상사를 치르기도 전에 그 한달 뒤인 이월 달에 대원군이 병석에 누웠다
#동. 사랑방 안
대원군:.........
두 눈을 감고 가뿐 숨
이재면: 아버님. 폐하께 전갈을 올렸습니다
대원군:......
이재면: 폐하께서 오실 것이니 힘을 내세요 아버님
대원군:.....
가뿐 숨만 내쉬는 대원군
눈물 짓는 추월
지켜보는 이준용
#동. 사랑채 마당
눈물 짓고 있는 장순규와 천희연, 판돌어멈
#동. 사랑방 안
대원군:.....
이재면: 아버님
대원군:.......
문득 떠오르는 대원군의 미소
- 임오군란 때 명성의 관에 못질을 하는 대원군 -
대원군:......
미소
그 위에
- 서민자래의 깃발을 들고 몰려 다니는 백성들 -
- 경복궁 공사가 한창이다 -
대원군: 주상께선 이어를 하셨느냐
이재면:(귀를 가까이).......
대원군: 경복궁으로 이어를 하시었느냐고 물었다
이재면: 아직 경운궁에 계시옵니다
대원군: 어서 경복궁으로 옮기셔야지 (가뿐 숨 몰아쉬고) 주상. 경복궁으로 가셔야 합니다. 그래야 황제의 위엄이 섭니다. 경복궁으로 가세요 주상
윽 숨이 치민다
이재면: 아버님
대원군:(가뿐 숨)
이재면: 폐하께서 납실것이옵니다. 폐하가 보고 싶지 않으십니까 아버님
대원군:......
다시 떠오르는 서민자래의 깃발들
그 위에 대원군의 소리
대원군:(소리) 영국 공사가 자금성으로 서태후를 만나러 갔다고 합니다
- 죽어가는 대원군과 [명성황후 8회]에서의 대원군의 모습이 교차되며 -
[명성황후 8회에서]
#인정전의 안
대원군:(싱긋 웃더니) 첫번째 문은 마차를 탄 채로 들어갔는데 한참을 가다보니 대문이 또 하나 나오더랍니다. 이번에도 마차를 탄 채로 들어갔어요. 이 놈의 궁궐이 크기도 하구나 영국 공사는 속으로 감탄을 하면서 세 번째 대문을 통과했어요. 그러자 내관이 달려오더니 마차에서 내리라고 하더래요. 옳커니 앞에 보이는 대문이 자금성으로 들어가는 문이구나 영국공사는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고 마차에서 내렸어요. 헌데 앞에 가마가 대령을 하고 있더랍니다. 오르시지요. 내관이 공손히 허리를 굽혔어요
#운현궁의 사랑방(현실)
가뿐 숨 내쉬는 대원군
바라보는 이재면
눈물 훔치는 추월
대원군의 감은 두 눈에 미소가 떠오른다
#인정전의 안
대원군:(큰소리로) 걸어서 가겠네.... 걸어서는 못가십니다. 내관이 또 한번 정중하게 가마를 권하더랍니다......
#운현궁의 사랑방(현실)
더욱 가뻐지는 대원군의 숨결
#인정전의 안
대원군: 가마를 타고 네 번째 대문으로 들어섰어요. 광장을 지나 한참을 가니 다섯 번째 대문이 나타나고, 여섯 번째.....일곱 번째.....
#운현궁의 사랑방(현실)
대원군, 가뿐 숨과 함께 미소가 번져간다
환희와 같은-
#인정전의 안
대원군: 열두 번째 대문을 들어서니 자금성이 눈 앞에 놓여 있었지요. 가마에서 내리시지요. 내관이 허리를 굽히자 영국 공사는 가마에서 내렸어요. 그제서야 자금성의 육중하고 웅장한 큰 대문이 천천히 열리더랍니다. 그러자 자금성의 수많은 전각들이 크고 작은 산처럼 영국 공사의 눈 앞으로 밀려왔지요. 한번에는 안되겠구나, 영국 공사는 저도 모르게 그렇게 부르짖더랍니다. 한번에 집어 삼키기에는 너무나 큰 나라가 아니냐. 십 년, 이십 년, 삼십 년이 걸리더라도 조금씩 조금씩 삼키기 전에는 엄두도 낼 수 없는 큰 나라가 아니냐
#운현궁의 사랑방(현실)
눈을 크게 뜨는 대원군
끄윽 숨이 멈추듯
이재면: 아버님. 정신 차리십시오 아버님. 폐하께서 오고 계십니다
대원군: 으윽
숨을 내쉰다
#인정전의 안
대원군:(눈 감은 채) 우리의 대궐은 어떻습니까. 남대문으로 들어서기가 무섭게 창덕궁이 아닙니까. 대궐의 문을 열자마자 인정전이 나오고, 바로 뒤에는 임금의
침전입니다그려....(눈을 번쩍 뜨더니 그러나 나직하고 침착하게) 열 두 대문은 아니더래도 광화문은 지나야 경복궁을 만나야지요. 자금성에는 못 미쳐도 크고 작은 전각이 작은 동산만은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임금이 거니는 연못이 경회루만큼은 되야 하고 삼천 개가 넘는다는 자금성의 전각만은 못해도 구중궁궐의 형색을 갖추고 있어야 할 것이 아닙니까. 십 년, 이십 년은 못 기다려도 한 번에
집어삼킬 수 있다고 생각을 하게 해서야 어찌 이 나라의 명맥을 보존할 수가 있겠느냐 그 말씀입니다.
#운현궁의 사랑방(현실)
대원군:.......
허공을 노려보고 있다
부릅뜬 눈
#인정전의 안
대원군: 허세가 지나쳤소이까. 아무리 작은 나라지만 그만한 허세는 부려야 할 것이 아닙니까
#운현궁의 사랑방(현실)
부릅뜬 대원군의 눈
그 위에 대원군의 웃음 소리
이윽고 스르륵 눈을 감는 대원군
이재면: 아버님
이재면의 비명 소리
대원군:.......
미소띤 채 숨을 거뒀다
이재면: 아버님
#동. 사랑채 마당
들어서고 있는 고종
이내관이 따라 들어온다
고종:.........
이재면:(소리) 아버님
추월:(소리) 대감마님
이준용:(소리) 할아버지
통곡소리
고종:.....
엎드려 통곡하는 장순규 등
#동. 사랑방 안
편안한 대원군의 모습
울고 있는 이재면과 이준용, 추월
#동. 사랑채 마당
고종:(소리) 아버님마저 가셨습니다
사랑방을 본다
고종:(소리) 이제는 나만 남았습니다
허탈한 고종의 웃음 소리
하늘 위로 퍼져 나간다
#이토의 방 안
술잔
술 따르는 이토
미우라:.......
무릎 꿇고 앉았다
이토: 들게
미우라: 감사합니다 각하
술잔 집는다
술잔 마주 들어 보이는 이토
마시는 미우라
이토: 어제 대원군이 죽었네
미우라:(흠칫 본다)
이토: 조선의 거목이 또 하나 쓰러진 셈이지
미우라: 광인입니다, 대원군 역시
이토: 자네나 나처럼
미우라: 그렇습니다 각하
이토: 허물어져 가는 조선의 왕실을 바라보고 있자니 왠지 쓸쓸한 마음이 드는군
미우라:.......
이토: 건배하세. 조선의 어둠을 위해서
술잔을 드는 이토
마주 드는 미우라
마신다
[명성황후 120회에서]
#곤녕합의 안
명성: 어디 나를 죽여보아라
사사끼:.......
히라야마:......
명성의 눈빛에 흠칫한다
명성: 나를 죽이면 조선의 혈기가 하늘 높이 치솟을 것이야. 내가 구차하게 몸을 피하지 않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이 나라의 군주이신 전하와 내 백성들이 나를 잊지 않을 것이니 오늘 내가 이 자리서 흘린 피가 두고 두고 마르지 않을 것이야
순간 사사끼와 히라야마가 기합을 넣어 지르며 칼을 치켜들고 명성에게 달려간다
명성: 이놈
칼을 치켜든 채 멈추는 사사끼와 히라야마
명성: 내 얼굴을 똑똑히 봐두어라. 내가 조선의 국모니라
부들부들 떠는 사사끼와 히라야마
명성: 오늘은 내 나라가 힘이 없고 약해서 네 놈들에게 이런 수모를 당한다만 언젠가는 반드시 부국강병을 이뤄서 오늘 진 빚을 갚아줄 것이다. 내가 너희들의 만행을 다 내 눈 속에서 담아서 갈 것이니 내 백성이 어찌 오늘의 일을 잊겠느냐
사사끼: 으윽
사사끼가 명성의 머리를 향해 칼을 내려친다
명성:.......
꼼짝 않는다
사사끼: 으윽
공포에 질려 물러난다
진땀이 흘러내린다
명성:......
문득 미소같은 것이 떠오른다
그 얼굴 위에 떠오르는
사사끼:.......
칼을 든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사사끼
명성:....
이윽고 명성의 관속에서 피가 주르륵 얼굴로 흘러내린다
#경회루의 뜰
밝은 하늘
연못에 길게 드리워진 경회루의 모습
의자가 두 개 나란히 놓여있다
고종이 혼자 앉아있다
환영처럼 세자가 옆에 서있다
환영처럼 세자빈이 서있다
환영처럼 대원군이 서있다
환영처럼 의화군이 서있다
환영처럼 재면이 부대부인을 모시고 와서 선다
이준용이 따라온다
환영처럼 엄상궁이 어린 이은의 손을 잡고 서있다
이윽고 명성이 남은 빈 자리에 앉아있다
온가족이 모였다
웃고 떠들고 환담을 나누는 고종 일가의 모습
그 행복한 모습이 -
<명성황후 124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