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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속일 수 있어도 거래량은 속일 수 없다
지난 3월 전국 주택매매 거래건수가 다시 6만 7500여건으로 추락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경매가 60% 이하 속출과 전국 거래건수 6만 여건 수준으로 줄어든 거래침체 속에 이대로 놔두다간 부동산시장이 붕괴할 거 같고, 그렇다고 DTI(총부채상환비율) 금융규제를 풀자니 폭발하는 가계부채를 더 이상 감당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 이 말이 정확히 들어맞는 상황이 바로 지금의 부동산 시장일 것입니다.
상황이 이러자 실수요자를 위한 거래활성화 대책이니 뭐니 하면서 국토부가 나서 18대 국회가 마지막 임시국회를 열어 부동산시장 부양책을 통과시켜 줄 것을 외치고 있습니다. 언론에서는 민생법안이라 포장하고 있지만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에 불과하고 누가 보더라도 붕괴수준으로 치닫는 부동산 시장을 빚을 내서라도 부양하기 위한 정책임이 명백합니다. 오늘의 경제기사읽기에서는 최근 위기감이 고조되는 부동산시장의 동향과 금융위기로의 전이에 대해서 분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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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1. 경매 매각율 ‘LTV 60%도 깨져...대출원금 회수 경고등, 부동산 침체 금융부실로 전이되나 - 2012.04.15. 서울경제신문
사건2. 담보 부동산 경매서 반토막...채권자 떼인 돈 4년간 5조원, 불황여파 헐값 낙찰 속출 미회수 채권 매년 눈덩이 - 2012.03.20. 세계일보
사건3. 깁값 추락에 쪼그라든 대출한도...‘하우스 푸어’ 파산 속출. 은행 만기연장 안되자 ‘울며 겨자먹기’식 고금리 저축은행 대출로 최악땐 경매로 집날려 - 2012.04.04 매일경제
최근 의미심장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데 바로 경매 매각가율이 60%를 밑도는 상황이 인천중구에서 처음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대부분의 지역도 70%를 밑돌고 있어서, 만약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주택가격대비 대출금의 상한선을 결정하는 LTV(주택담보대출비율)의 비율이 법정한계선인 60%를 잠식하는 사태가 일반화되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LTV 한계선까지 대출금을 받은 주택이 경매 매각과정에서 60% 미만으로 결정될 때, 채권자인 은행이 그 부족분을 손실처리 해야 하는 것이죠. 그래서 지금 각 은행들이 현재 담보로 잡고 있는 주택들의 담보가치를 재측정해서 추가담보를 잡든지 혹은 대출금을 상환하도록 독촉해야만 하는 형국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경매시장이 아닌 일반적 매매시장에서는 아직 급격한 붕괴의 위험은 보여 지지 않고 있지만, 한국은행 자료에 의하면 올해와 내년 대출만기 및 거치기간이 종료되는 주택들(25.6%)이 대거 몰려 있고 연체율이 다시 급증하고 있는 추세를 볼 때 경매건수가 폭증할 위험은 여전하다는 것입니다. 이는 과거 2006-07년 부동산 투기열풍이 불었던 시기에 대출 받았던 주택들이 3년의 거치기간 후 경제위기를 명분으로 2년 추가연장을 받았으나 더 이상 연장이 되지 않아 과도하게 몰린 이유도 있습니다. 만약 정상적인 거래가 원활히 이뤄진다면야 집을 처분해서라도 대출금을 무리 없이 상환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현재 주택거래건수가 금융위기 수준으로 급락할 정도로 찾는 사람이 없다는데 있습니다.
아래 김광수연구소에서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가 폭발한 2008년 하반기 수준으로 거래지수가 폭락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2009년과 2010년 말, 부동산 경기부양책을 추진했던 약발이 6개월 남짓 효과를 보다 재차 하락하는 패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만큼 이제는 더 이상 쥐어짜낼 수요도 없다는 것이지요. 팔고 싶은 물건은 있어도 살 사람이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
[출처: 김광수 경제연구소] |
그래서 할 수 없이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손절매를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도대체 자신의 적정주택가격을 알 수 없기에 그리고 대출금 이하로 처분하기엔 그동안 자산가치에 기대했던 이익에 미련이 남아 어찌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 발생하는 것이죠. 바로 장부상 가치에 대한 신뢰가 흔들이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채권자인 은행에서도 기존 대출금에 대한 리스크관리를 더욱 강화할 수밖에 없고 이것이 다시 대출자들의 목을 옥죄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되는 것입니다.
주식시장에서 일반적으로 많이들 하는 말중에 “가격을 속일 수 있어도 거래량은 속일 수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부르는 가격을 높여서라도 겉으로 보기에 높은 가격을 유지할 수는 있겠지만, 거래량은 조작할 수 없는 것이라 거래가 미미한 상태에서는 협상과정에서 실거래가격이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현재 주택시장이 바로 그러한 상태에 빠져든 것입니다. 거래량이 급감하다 보니 무엇이 정상적인 가격인지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죠. 보통 급매물로 나온 것들은 정상적인 거래가격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지금의 거래침체 시기에는 경매가격과 같은 급매물들의 거래가격이 바로 그와 유사한 자산들의 실질가치로 사용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부동산시장 부양책의 최종 종착지 DTI,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판도라의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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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정부 주무부처인 국토부를 비롯한 여러 정치권에서 부동산 시장의 붕괴를 막자며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발표했던 세제혜택과 같은 것으로 도저히 해결의 기미가 안보이다 보니, 부동산 전문가들을 앞세워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완화를 전격적으로 시행해 급한 불이라도 꺼보자는 선동이 각종 경제일간지에서 난무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DTI 규제완화가 불러올 가계부채의 폭발성을 의식한 듯, 그 책임은 국회의 몫으로 돌리고 있는데 참으로 안쓰러운 생각마저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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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4. 총선 끝나자마자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 추진...정부 “19대 국회 구성 전 부동산 대책 발표” - 2012.04.12. 경향신문
사건5. 부동산대책 고민이네...“DTI는 겁나고 국회는 요원하고” “DTI규제완화로 인한 가계부채 감담걱정” 부동산 대책 대부분이 ‘국회 처리’에 달려 - 2012.04.18
이런 상황에서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중지, 다주택 양도세 완화 등등... 각종 부동산 부자들의 혜택에만 매몰된 대책들이 국회처리 요구목록에 오르고 있습니다. 각종 부자감세라 일컬어지는 이런 부동산 대책들이 거래활성화라는 명분으로 말이죠. 이미 세제 혜택은 이명박 정부 내내 시행되었던 터라 이제 더 이상 기대도 안하는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토해내지 않은 그 많은 세금으로 인해 지방정부들은 재정난에 빠지고 있는데 이런 문제들은 도외시 한 채 여전히도 세제혜택과 금융규제완화를 외치고 있으니 ‘이익의 사유화와 손실의 사회화’라는 문구가 새삼스레 떠오릅니다.
문제는 이들도 두려워하는 DTI 규제완화를 건들일 것이냐 라는 점입니다. 일단 여론 분위기를 떠보기 위해서 인지 몰라도 권도엽 국토부 장관이 인터뷰를 핑계로 몇 마디씩 흘리고 있습니다. ‘전문가들과 시장분위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라고 말이죠. 하지만 한국은행은 물론이거니와 다른 정부부처에서도 가계부채의 위험이 이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지고 있다며 대출억제 강화를 외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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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6. 가계부채 얼마나 심각하길래 한국은행까지 나서나...‘가계빚 눈덩이’ 이젠 2금융권까지 번져 소득절반 빚 갚는데 급급 악순환 - 2012.0323. 매일경제
이미 몇몇 전문가들은 DTI를 완화해도 지금의 침체를 벗어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DTI가 소득대비 대출금의 상한선을 규제하는 것인데, 실질가계소득이 수년째 정체되어 있고 이미 집을 살만할 여유가 되는 사람들은 지난 부동산 폭등에 다 사뒀기에, 말 그대로 부동산 알부자들 말고는 더 이상 매수자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현재 DTI 규제 완화도 강남과 같은 고가주택을 구매할 수 있는 중상위층 이상의 계층을 겨냥한 것이며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와 연동되어 효과를 발휘할 뿐, 전반적인 침체를 막을 수 없다고 강조합니다. 최근 재건축 침체와 더불어 폭락하고 있는 강남의 주택시장의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한 심리적인 효과밖에 없을 것이라 분석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DTI를 풀었음에도 불구하고 거래침체가 지속된다면 그땐 부동산 시장이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져 투매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며 역효과를 진단하기도 합니다.
다음 주 4월 26일 임시국회에서 어떤 민생법안들이 처리될지 요즘 뉴스에 자주 오르고 있습니다. 과연 ‘부동산 활성화 대책’이 어떤 내용으로 처리될지 혹은 19대 국회로 미뤄질지 지켜볼 일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동안 금융위기 이후에 수차례 이어졌던 부동산 활성화 대책이 모두 자산가 계급의 이해에 충실했다는 점을 볼 때, 금융위기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는 DTI완화에 대해서 적극 반대하고, 이제는 부동산 경기부양이 아니라 연착륙을 유도할 수 있는 혹은, 경착륙에 대비한 선제적 조치를 고민할 때라 생각됩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미국의 2008년 서브프라임 금융위기가 모두 부동산 버블붕괴가 방아쇠로 작동했다는 점을 다시 상기해야 합니다. 장기적 하락추세에 진입한 한국의 부동산 시장의 자산가치 하락과 부채의 악순환이 가져올 다음 위기에 대해서 그 심각성을 직시할 순간임을 다시 한번 강조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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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전세’라는 말이 요즘 무섭게 인터넷을 달구고 있습니다. 당연히 한 두푼 하는 것도 아닌 몇 천만원씩 하는 내 전세금이 홀랑 날아가 버릴지도 모른다는데, 어느 누가 느긋하게 있을 수 있겠습니까? 이글을 쓰는 필자 역시 지난번 이사할 때 등기부등본을 떼보고 콩닥거리는 마음을 진정시켰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난 인복이 있나봐... 휴~” 하지만 얼마 전 제가 아는 여러 사회단체들이 집주인의 방탕한 ‘돈 놀음’에 전세금을 모두 날렸다는 소식을 듣고 분노했었습니다. 처음엔 집주인한테, 그리고 다음엔 은행한테 말이죠.
LTV(주택담보대출비율)의 치명적인 두 가지 허점; ‘깡통전세’의 공포
‘깡통전세’, 쉽게 말해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빌린 주택담보대출금과 세입자한테 받은 전세금이 그 주택 시세를 초과하는 집을 말합니다. 문제는 집주인이 과다채무로 대출금을 상환할 수 없게 되면 경매로 넘어가는데 이때 배당순위에서 밀린 전세 세입자가 자신의 전세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심지어 모두 날리는 경우도 있는데, 그래서 속이 빈 “깡통”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이후 세입자는 집주인과 지리멸렬한 민사소송을 겪어야 합니다.
허점 하나, 전세금이 빠진 LTV...전세계약도 채권-채무 관계다
흔히 부동산에 얽힌 이해당사자들이나 관련당국에서는 우리나라 LTV가 최대 60%로 제한되어 있어 미국이나 일본처럼 부동산버블붕괴와 같은 금융혼란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는 전세금을 계산하지 못한 치명적인 허점을 안고 있습니다. 전세금도 집주인이 주택을 담보로 세입자에게 빌린 일종의 채무입니다. 은행대출금처럼 이자를 내지 않는 대신 세입자에게 2년간 거주할 권리를 주는 것이죠. 주택을 담보로 권리와 의무가 교환되는 분명한 채권-채무 관계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현 LTV에 전세금을 포함할 경우 그 담보비율은 60%를 훌쩍 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최근 ‘깡통전세’의 예로 온 언론에 도배되었던 용인의 한 경매처분 된 아파트 경우, 전세금을 포함한 담보비율이 수년전부터 90%를 넘은 상태였습니다. 그러다 최근 집값 하락과 자금압박으로 원리금 상환이 막막해지자 경매 처분되었고 낙찰가가 선순위 채권인 은행대출액수까지 내려오면서 세입자는 전세금을 모두 날리게 된 거죠 (아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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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점 둘, 주택가격 산정 왜곡...호가가 아닌 실거래로 평가해야
근데 심각한 문제는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바로 LTV 기준을 정할 때 사용하는 주택시세가 집주인이 부르는 가격인 호가라는 점입니다. 보통 ‘KB국민은행 가격지수’라고 하는데 보시다시피 서울 수도권의 경우(연두색) 2년 전부터 집값하락이라고 아우성치고 있지만 변동 폭은 미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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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부동산중개인들로부터 얻은 자료를 토대로 작성된 것으로서 실제 그런 거래가 이뤄져서 시세가 형성되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국토부에 등재된 실거래가격으로 재측정된 가격지수를 가지고 비교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다음 그림은 국토부 실거래가로 재구성한 수도권 대표지역들의 30평대 중형아파트 실거래가 가격추이입니다. 보시다시피 2007년을 정점으로 하여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평균적으로 20-30% 정도 하락하였습니다. (2012.6. 김광수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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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하락한 주택가격으로 LTV 비율을 측정하면 당연히 현재 담보대출 비율은 급상승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부 부동산 업계나 정부 관료들이 “LTV 비율이 40-50%대라서 안전하다”라고 말하는 대상은 선순위 채권을 보유한 은행들을 말하는 것입니다. 여기엔 세입자의 전세금을 쏙 빼놓은 주장으로 매우 파렴치한 주장입니다. 이들에게는 세입자들의 삶의 터전이 송두리째 뽑히는 걸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나 봅니다. 실제 아래 자료에서 보듯 서울지역에 인기 좋다는 20평대 아파트들의 상당수가 ‘깡통전세’의 위기에 빠져 있습니다.
▲ 주1) 부동산 114 (www.r114.com), 2012. 2. 24 기준, 15만 4776 가구 주2) LTV(주택가격대비 은행대출비율)은 현재 투기지역인 강남 3구는 40%, 서울 50%, 수도권 60% 내에서 적용되는데, 계산의 편의상 이들 한도내에서 4/5 정도를 적용하여 계산하였다. 그러므로 강남 3구는 32%, 서울 40% 정도로 계산하였음. |
위 자료는 한 부동산 중개업체에서 전세를 끼고 1억원을 대출받으면 집을 장만할 수 있다고 선전하는 자료를 토대로, 이를 역이용해 보완한 것입니다. 1억원을 집주인이 대출한 상태라 하고, 세입자가 위와 같은 전세보증금을 내고 있다고 가정한 것이죠.
보시듯 수정된 LTV(매매가 대비 은행대출금+전세금)의 비율이 대부분 100%를 초과합니다. 만약 대부분의 집주인들이 이정도의 대출을 이미 받은 상태라면, ‘깡통전세’의 위기에 빠진 집이 서울에만 15만 가구나 된다는 것입니다. 집주인이 자금압박에 못 이겨 이자를 연체하는 순간 집은 경매로 넘겨지게 되고, 현재 낙찰가 비율이 60%대 임을 볼 때, 후순위로 밀려 있는 세입자는 전세금의 20-30% 밖에 못 받는 일이 벌어지게 됩니다. 현재 법제도에서 저 정도의 전세가는 ‘최우선변제대상’에서도 제외됩니다(전세가 7500만원 이하, 최대 2500만원 변제). 그러므로 집주인이 제발 은행대출금을 빨리 갚기만을 기도해야 하는 황당한 상황인 거죠. 최근 들어 매매가가 계속 하락하고 있는 터라 ‘깡통전세’의 위기가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지금 대한민국은 ‘전세값 폭등’에서 시작한 고통이 ‘깡통전세’라는 공포로 전이되는 상황이라고 진단내릴 수 있습니다.
‘깡통전세’를 둘러싼 채권 전쟁, 은행은 이 틈바구니마저 놓치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출금을 많이 안고 있는 집의 전세가는 떨어지고 그렇지 않은 집의 전세가는 급등하는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먼저 대출금을 많이 안고 있는 집의 경우, 대부분 은행의 주택담보채권은 선순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후순위로 밀리는 세입자는 선택을 꺼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집주인은 낮춘 전세차액 만큼을 또 다른 대출금으로 메울 수밖에 없고, 대출한도를 벗어날 시 제2금융권으로까지 고금리 대출을 확대하는 빚의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회자되었던 ‘역전세난’과 같은 것입니다.
만약 은행이 후순위로 밀리게 되면 은행은 절대 한도만큼 대출액을 늘려주지 않습니다. 집주인이 다음번 세입자와 계약할 때 은행대출을 선순위로 당기도록 유도하거나 이자율을 높게 책정하는 방법으로 손실위험을 최대한 회피하려고 하죠. 그런데 여기서 세입자와 집주인의 관계에서 낮은 위치에 처하는 쪽이 세입자들이다 보니 아쉬운 대로 후순위 전세라도 받아들이는 사례가 많습니다. 결국 은행은 집주인과 세입자간의 갈등을 뒤로 한 채 챙길 건 최대한 챙기게 되는 거죠.
그리고 재계약을 원하는 세입자의 경우 최근 몇 년간 벌어진 전세가 상승으로 볼 때, 집주인이 전세금을 올리는 경우가 허다한데요, 현행법상 올린 전세차액만큼은 후순위로 밀리게 됩니다. 만약 2순위에 은행대출금이 있다면 3순위로 밀리는 거죠. 또한 이렇게 전세가가 급등하는 경우도 세입자가 그러한 상승폭을 당장 메울 수 없기에 전세자금을 대출하여 메우게 됩니다.
결국 집주인이나 세입자나 자기 소득이 정체된 상태에서는 은행 차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고, 은행은 이 양쪽으로부터 언제나 이자를 챙겨 먹는 금융적 수탈구조가 굴러가게 되는 것입니다.
참고로 이렇게 금융대출의 수탈구조 속에서 은행들이 챙긴 이자수익은 해마다 급증하고 있는데요. ‘전세자금대출’과 관련해서 보면, 시중 4대 은행인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에서 지난해 4조 6,987억 원이 대출되어 2010년 1조 8,793억 원에 비해 250%나 증가했습니다. 또한 연 소득 3천만 원 이하 서민만 받을 수 있는 국민주택기금 대출도 2010년 10조 9,346억 원에서 2011년 13조 3,125억 원으로 21% 증가했습니다. 이에 따라 서민들이 부담하게 된 전세자금 대출이자도 2011년에만 2천 5백억 원 정도 늘어난 것으로 추산됩니다.
은행-‘하우스 푸어’-‘전세난민’ 으로 이어지는 고통의 삼각피라미드
정리하면 은행은 ‘하우스푸어’들에게 과다한 대출을 해주면서 채권선순위를 보장받으려 하고, 집주인은 전세가 인상으로 세입자에게 책임을 전가시키고, 후순위로 밀린 세입자는 전세가 인상과 ‘깡통전세’의 위협에 시달리는 결과가 만들어집니다. 다음 그림에서 보듯 고통의 삼각피라미드가 만들어지는 것이죠. 게다가 은행은 ‘하우스 푸어’들과 세입자들 양자로부터 막대한 대출이자를 챙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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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약자의 위치에 놓인 영세 세입자들의 보증금과 은행들의 주택담보채권을 동일선상에 놓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은행들의 채권손실은 장부에 적힌 수익금에서 숫자를 빼주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지만, 세입자들의 보증금 손실은 당장 거리로 나앉아야만 하는 일입니다. 즉 이건 기본권의 문제라는 거죠. 기본권 보장을 위해서라면 오히려 세입자의 보증금을 선순위로 항상 보장해주고 은행이 직접 적절한 대출관리를 통해 위기를 제어해야 한다고 봅니다.
명색이 금융기관이라면 그 이름에 걸맞게 책임 있는 공적 역할을 해야 하지 않나요? 왜 최대한의 예대마진을 뽑아내기 위해 혈안이 된 ‘금융흡혈귀’가 되려고 하는 건가요? 그리고 그렇게 뽑아 올린 이자수익을 왜 엄청난 주주배당으로 소진하려는 건가요? 우리나라의 은행의 배당성향(40.5%)은 다른 상장사들(16.2%)에 비해 두 배를 훨씬 넘으며, 주요신흥국과 비교할 때도 가장 높습니다(한국은행, 2012. 4, <금융안정보고서>).
이제 이런 식의 서민들의 고통과 은행의 수익을 맞바꾸는 구조를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전세난’의 고통과 ‘깡통전세’의 공포로부터 세입자를 보호할 재원마련은 은행의 책임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그 이유는 너무 명확합니다. 이들이 그동안 예대마진으로 걷어 들인 돈, 예금자들의 돈으로 금리장사를 벌어 걷어 들인 돈, 바로 그 돈입니다.
세입자 보호를 위한 ‘긴급조치’
전세 및 월세에 사는 세입자들이 집주인에게 맡긴 보증금이 2008년 말 233조 원에 달한다고 추산한 바 있습니다(손낙구, 2009년, <왜 전세제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나>). 이후 2009년, 2010년, 2011년, 3년간 전세값 상승률을 30%로 계산한 현재 총금액은 300조에 달하리라 봅니다. 그리고 총 300조 원을 집주인에게 맡기고 전세나 보증금 있는 월세방에 살고 있는 국민이 대략 600만 가구의 1,600만 명에 달한다고 계산할 수 있습니다. 이들에게 전월세 보증금은 생명줄과 같은 삶의 토대입니다.
그러므로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서 후순위로 밀려 있는 세입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대비책이 필요합니다. 현재 법적으로 최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는 경우는 서울지역은 보증금이 7500만 원 이하인 전세금에 대해서만 2500만원이 보호되며, 서울 제외한 수도권의 과밀억제권역은 6500만 원 이하 전세금에 대해서만 2200만원이 보호됩니다. 최근 치솟았던 전세가를 상기하면 7500만원을 초과하는 서울의 전셋집이 수두룩한데 이런 집들은 해당사항이 없는 거죠. 그나마 최우선 변제 금액도 보증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금액입니다. 서울에서 2500만원은 대학생 원룸전세조차 얻기 힘든 금액입니다.
먼저 최우선 보상대상의 전세 상한액수를 최근 전세가 상승을 고려하여 증가분만큼 상향해야 합니다. 또한 최우선변제금액도 현재 살고 있는 전세수준의 80-90%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최근 몇 년간 세입자들은 폭등한 전세가를 감당 못해 다시 은행에서 돈을 빌려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집주인의 과다대출로 생긴 ‘깡통전세’의 고통까지도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 몰린 것입니다.
현재 시행중인 <전세반환금 대출 제도>에서 ‘역전세난’에 빠진 집주인들이 주택금융공사의 보증아래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반환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깡통전세’의 경우 이미 한번 과다대출로 인해 자신의 집을 경매로 날린 상황이기 때문에, 착한 집주인이 아니고서야 전세금을 새롭게 또 대출받아 세입자에게 되돌려줄 가능성이 많지 않습니다. 집주인과 세입자간의 지리멸렬한 민사소송이 진행될 수밖에 없고, 심지어 집주인이 파산하는 경우 세입자는 전세금을 되돌려 받을 수 없게 되죠.
그렇기 때문에 최소한 이들을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해선 현 세입자를 우선 보장해주는 긴급 조치가 필요합니다. 그 시작은 바로 최우선 보장금액을 현실적으로 상향하는 것입니다. 은행으로부터 또 빚을 져서 메우는 방식으론 해결되기 어렵다는 걸 직시해야 합니다. 이는 ‘전세반환금’ 대출에 대한 이자수익을 은행이 챙기는 구조만 만들어질 뿐입니다.
과다부채로 인한 ‘하우스푸어’에게 또 다시 부채를 지도록 할 것이 아니라, 그동안 무분별하게 대출경쟁을 일삼았던 은행들에게 책임을 강하게 물어야 하는 것입니다. 과다하게 빌린 사람도 문제지만 감당할 수 없는 대출임을 알면서도 이자수익을 따 먹기 위해 대출경쟁을 일삼았던 은행도 분명 큰 책임이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보장금액 증액에 따른 ‘국민주택기금’의 부족분은 은행들의 이자수익금에 대한 ‘특별금융과세’ 같은 것을 통해 해결해야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과다한 대출로 빨아들인 이자수익을 원래대로 국민들에게 되돌려 주는 거죠. 은행이 져야할 실질적인 책임은 ‘창구지도’와 같은 의미 없는 사후약방문이 아니라, 약탈적 이자수익에 대한 명확한 환수로 해결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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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현재 LTV적용 범위를 전세를 포함한 모든 주택담보채권으로 확장하고,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자료를 수시로 공개하도록 하여 ‘깡통전세’의 책임을 분명하게 은행과 집주인의 몫으로 놓도록 해야 합니다.
에필로그 - ‘확정일자’? 어떡하지?
이글을 읽어보시는 많은 독자님들도 이제는 자신의 전세금에 대해서 민감해 하실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서두에서 언급한 전세금 떼인 여러 단체들의 소식을 자세히 들었습니다. 미쳐 ‘확정일자’를 받아두지 않았던 것에 대해 참 안타까운 심정이 들더군요. 그런데 돌아서 가만 생각해 보니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왜 ‘확정일자’를 따로 받아야 하는가? 이미 전세잔금을 치르고 나면 법적인 채권-채무관계가 성립하는 건데, 왜 또 동사무소 가서 ‘확정일자’라는 걸 받아야 하는지, 좀 이해가 안 됐습니다.
공인된 계약서상에 날짜가 다 적혀 있는데 말이죠. 일부 집주인들이 ‘갑의 위치’를 이용하여 세입자에게 일부러 늦게 ‘확정일자’를 받아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집주인은 그 사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위함인데, 이런 식으로 후순위 채권자로 밀리는 세입자에게 ‘확정일자’를 받는 건 참으로 번거롭고 불합리한 제도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소 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세입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확정일자’라는 제도가 과연 현재 세입자들을 충분히 보호해주고 있는가? 이에 대해서 고민이 많이 들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이번 글을 쓰면서 정말 우리의 주거권과 관련된 주택 제도들이 부실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깡통전세’가 곳곳에서 폭발하기 전에 하루 바삐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정말 어떡하지?”
출처 :그날이오면 원문보기▶ 글쓴이 : 색즉시공공즉시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