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사랑하는 사람을 잊는 방법
오늘하루도 재수없는 일로 시작되었다.
이유가 뭐냐구?
아아.. 오늘 아침부터 엄마가 밥을 먹으라고 성화아닌, 성화를 하잖아...
나는 밥은 싫어. 대신, 과자, 사탕, 초콜릿류를 좋아하지...
"신 지영~ 밥 안 처먹냐!!"
나는 엄마의 말을 무시하고는, 집에서 나왔어.
아아... 오늘따라 아름다운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는 들리지 않구나...
매일 아침, 하이톤의 참새들의 합창에 기분이 좋아지던 난데...
오늘 하루 새들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나?
이렇게 얼토당토하지 않은 생각을 하면서 학교로 향했다.
아아... 역시 나는 재수없는 아이였어.
아침에 얼토당토하지 않은 일들을 생각하느라 지각까지 해버리구...
개다가, 학주가 열받은 상태였기 때문에, 나는 3대 맞을걸 30대를 맞고,
거기에 추가로 나의 긴 생머리를 자르라는 학주의 비명에 가까운 소리에,
귀를 막고 교실로 엉금엉금 기어왔어. 아아.. 나는 친구 한명 없는 외톨이라네...
"신 지영."
오오. 우리반 반장이다. 반장이 나에게 드디어 관심을 보이는 구나..
드디어 나에게도 친구라는 사람이 생긴걸까?
나는 기대가 되는 눈으로 반장을 처다보았다.
하지만, 반장은 매정하게도 나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처다본 후에,
나의 심장에 비수를 꽂는 말을 해버리고 말았어.
"너 왜 한문숙제 안하는거야."
"하, 한문 숙제라니...?"
"아, 진짜. 반장도 짜증나서 못 해먹겠네..."
모범생틱 해보이는, 반장이 나에게 그러니까 무서운거야..
나는 반장을 올려다 보고는 말했어.
"반장. 나는 이렇게 생각해... 나... 한문숙제 안 한거 봐주면 안되?"
나름대로 이쁘게 웃으면서 말한다고 생각한건데... 반장은 역겹다는 듯이
나를 처다보고는 인상을 구겼어.
역시... 나의 이쁜 웃음이 통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어.
정말... 화나! 어떻게 나의 이쁜 웃음을 몰라보는 거지?
"웃지마. 쏠려."
"씨잉. 넌 나빠. 왜 다들 나의 이쁜 웃음에 통하지 않는거지?"
"뭐?"
"휴.. 역시, 나의 이쁜 웃음을 알아보는 사람은
저 먼 우주별의 이티밖에 없나는 이야기더냐..."
나의 말에 반장은 기가막히다는 듯이 처다보았지.
하지만 너무 궁금한걸...
난 얼굴도 이쁘장하게 생기고, 공부도 할 만큼은 하는데..
왜 다들 나를 싫어하는 걸까? 정말, 미스테리한 일이야.
반장은 나의 자뻑이 무서운지 나의 자리에서 멀어졌어.
아아.. 반장. 너 마저도 나를 무서워 하는 구나... 흐윽.
나는 책상에 엎어져서 잠을 청했어. 이미 나의 불량한 폼에 익숙하다는 듯이,
선생님들은 나를 무시하고, 수업하기에 바빳지.
휴.. . 너무 많이 자서 눈이 부을거 같아.
나는 일어나서 대각선 쪽으로 고개를 돌렸지. 근데, 글쎄! 그 곳에 반장이 있었어.
아아. .. 역시, 이름만 반장이였어. 너의 학교생활태도는 '불량'했어.
"반장. 일어나."
"......"
"반자앙. 일어나."
"......"
"반장! 불이..."
"불?"
"안 났어. 헤헤."
나의 개같은 개그에 반장은 나를 화난듯이 내려다 보았어.
아아.. . 반장. 그렇게 인상을 쓰니 카리스마가 풍겨나오는구나. ..
아까까지만해도 몰랐는데.. 이녀석. .. 너무 잘생겼다.
파도가 바위에 부딪히면서 생기는 거품보다 뽀얀 피부..
그리고, 하늘 높은줄 모르고 솟아오른 높디 높은 코.
앵두의 색을 고대로 칠한것 같은 색의 입술.
마치 수술이라도 받은 듯한 날카로운 턱선.
쌍커플 없이도 큰 눈.
아아.. 내 타입이구나.
*
그날부터 나는 맹목적으로, 반장을 따라다녔어.
수업시간에, 잠을 자지도 않고 반장이 잠자는 모습을 흐믓하게 바라보았지.
그거 있잖아.. . 바라만 보고 있어도 기분 좋은사람...
나에게 있어서 반장은 그런 사람이야.
내가 이렇게 빠져버릴줄.. . 나도 몰랐어.
맨날 반장을 부를때,
'반장!'이라고만 불러서, 반장의 이름을 모르겠어.
개다가 우리 반 반장은, 불량반장이라서 교복에 이름표도 안 달구 다니는거야..
나처럼 요로코롬,
이쁘게 [신 지영]이라구 달고 다니면, 어디가 덧나는건가?
정말... 꼭 지같은 행동만 하고 다닌다니까?
"아, 야! 너 왜 자꾸 나 따라다녀!!"
"나는 니가 좋아서 따라 다니는거야, 반장."
"난 니가 싫어! 귀찮아!"
"난 내가 갖고싶은걸 놓쳐본적이 없어. 반장도 같은 남자들이지.
이제 반장도 다른 남자들 처럼 나를 좋아하게 될꺼야.
나의 매력에 빠져버리고 말 꺼라구."
"하... 나 다시한번 말하지만, 애인 있다."
"아아... 애인? 나도 있어. 애인이라는 거. 나는 7명이나 되는걸?"
"근데 왜 따라 다니냐?"
"말 했잖아. 반장이 좋다구."
아. .. 인간 신지영! 많이 변했다. 아무리 반장이 좋다구 그렇지..
그렇게 반장을 맹목적으로 쫓아다니고, 스토커기질까지 보이다니. ..
어느덧 가을이 다가왔다. 내가 반장을 '맹목적으로' 쫓아다닌지도 어느덧 3개월.
아. .. 나의 재수없는 인생.. .
어떻게 남자한명의 맘도 못 얻어내도 아직도 이렇게 가슴아파 하다니.. .
운동장에 있는 나무들의 잎들도, 어느덧 붉은색으로 염색을 했다.
그리고 겨울준비를 하려는 듯이 하나하나씩 잎을 바람에 날려버렸다.
나무들아. .. 너의 피같은 잎들을 바람에 날려보내는 기분이 어떻니? 정말 재수없지?
나는 이유없이 운동장에 쌓인 단풍잎들을 바라보았다.
아아. .. 내 발에 밟히며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꾸욱 눌린 단풍잎을 보면서 웃었다.
단풍잎아.. . 나에게 밟혔다구 나를 원망하지마렴. ..
나처럼 이쁜사람에게 밟힌걸 오히려 감사하게 여겨야 할꺼야.. .
아니, 나처럼 재수없는 사람에게 밟힌걸 오히려 재수없어해야 하는걸까?
저기 앞에 반장의 뒷 모습이 보인다.
사랑은 하지만, 사랑할수 없는 남자...
사랑하고 싶은 남자... 하지만, 그 사랑을 뿌리치는 매정하고 냉정한 남자...
그 남자를 보면 무작정 심장박동수가 뛰고,
얼굴이 붉어지며, 저절로 웃음이 나오는 남자. ..
"정훈아. 사랑해.. ."
"나도, 나도야. .."
아아... 닭살스러운 이야기에 반장을 바라보았다. 반장이름이 정훈이였구나.. .
난. .. 몰랐지. .. 그래, 내가 도대체 너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잖아.
그래. .. 정훈이가 사귀는 사람이 저 아이구나.. . 이쁘네.
나보다 이쁘구나. .. 나는 그 여자아이를 지켜보았다.
정훈이는 언제나 나에게 늘 무뚝뚝한 말로 사람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아이였는데.. .
저렇게 달콤하게 사랑한다고 속삭여 줄수도 있었다니. .. 한번만이라도 듣고 싶어. ..
정훈이가 나에게 사랑한다고 하는 말을. ..
:
나는 이제, 3개월간의 긴 짝사랑을 끝내려고 합니다.
사랑하면 뭐든지 다 되는 줄 알았는데.. . 아니였더군요. ..
사랑한다면서 무작정 쫓아다니면 조금이라도 나를 바라봐줄줄 알았는데. ..
아니였군요. ..
그래도 좋습니다. 나는 정훈이가 좋습니다.
이젠 <짝사랑의 상대>가 아닌, <친구>로 정훈이를 바라보고 싶습니다.
정훈이도... 그걸 원하겠죠?
:
정훈아. 내가 너를 사랑하는 이유따윈 없어.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데 ...
이유따윈 없는 거잖아.
난 너를 사랑해왔던 지난 3개월 간을 추억으로 간직할께. ..
여자들은, 눈물로 남자를 잊으려고 노력한다고 하잖아.
나도 노력한번 해보지. .. 뭐. ..
나도, 오늘 하루 울고, 내일부턴 웃으면서 <친구>라는 이유로 너에게 다가갈께.
그때까지는 널 보면 울음이 나올꺼 같으니까 ... 헤헤.. . 내일 <친구>로 만나자.
:
웬지모르게 오늘 하루는 우울하기만 합니다.
항상 재수없었던 날들이 연속으로 반복되기만 했지만, 이렇게 우울해본 적은 처음입니다. ..
하늘도 우울한지 인상을 찌푸리며 나를 보고있습니다.
눈에서는 뜨거운 액체가 흘러내리고, 입에서 나오려는 신음을 억지로 막으려
나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정훈'이를 생각하면 터져나오는 눈물과, 서러움은 어떻게 할수가 없군요. ..
오늘하루가 온통 우울하기만 해 보입니다.
:
:
:
★정훈이 시점★
"으아악!! 나도 사람이야! 나도 사랑할 권리는 있다고!!"
이렇게 악을 써 보아도, 저렇게 악을 써 보아도 나에게 사람을 사랑할 권리 따윈 없다.
나의 부모님이 조폭의 딸을 차로 부딪혀서 사고가 났었다.
가난했던 우리 부모님은 수술비를 대 줄 방법이 없자 나를 팔아 넘겼다.
조폭의 딸은 한쪽눈이 마비가 되어 보이지 않는 장애인이 되어버렸고,
나는 그 여자와 꼼짝없이 결혼생활읗 하게 되었다. 물론, 대학까지 졸업을 하고 말이지. ..
아아... 정말, 나는... 그 때까지는 사랑할 생각은 없었다.
신지영이라는 귀여운 아이를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너 왜 한문숙제 안하는거야."
우리반에서 인기가 제일 많다고 하는 신지영이라는 아이에게 말을 했다.
친구가 없어보여서 처음에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 한문 숙제라니...?"
"아, 진짜. 반장도 짜증나서 못 해먹겠네..."
가뜩이나 짜증이나는데, 딱 잡아때니 너무 짜증이 나서 신지영에게 짜증을 내어 버렸지.
"반장. 나는 이렇게 생각해... 나... 한문숙제 안 한거 봐주면 안되?"
아아... 웃는다. 괜히 인기가 많다는게 아니였군.
웃으니까 들어나는 덧니와, 보조개가 사람의 얼굴을 달구게 하는데 뭐가 있다.
하지만 나는 이상한 소리만 내뱉었다.
"웃지마. 쏠려."
"씨잉. 넌 나빠. 왜 다들 나의 이쁜 웃음에 통하지 않는거지?"
"뭐?"
"휴.. 역시, 나의 이쁜 웃음을 알아보는 사람은 저 먼 우주별의 이티밖에 없나는 이야기더냐.. ."
아아.... 정신이 약간 이상해 보이는 거야. 그래서 그냥 무시하고 내 자리로 왔어.
신지영에게 다시는 말을 붙이지 않을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리고 엎으려서 잠을 청하는데,
신지영이 꿈에 나와서 나를보면서 활짝웃어주는 모습이 나왔어. ..
아아. .. 너무 이뻐서, 조금만 더 그아이의 웃는얼굴을 보고싶었는데.. .
그 후로, 신지영은 나를 쫓아다녔어.
기분은 좋았지만 나를 감시하는 나의 결혼상대자가 보고있어서 웃으면서 대해줄수가 없었지.
괜히 조폭의 딸이겠어?
어느덧 가을이 왔고, 조폭의 딸인 나의 결혼상대자는 말했어.
"정훈아. 사랑해..."
"나도, 나도...."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니까 자꾸 가슴이 씁쓸해지고,
자꾸 신지영이 생각나는 이유가 뭘까?
:
나는 신지영을 사랑한다. 그리고 오늘도 악을 써본다.
"나도 사람이고, 난 사람을 사랑할 권리는 있어!!!"
아무리 소리쳐 보았자, 나에게는 사람을 사랑할 권리 따위는 없다는걸 깨닫고,
악을 지르다 만다.
내 인생은 그렇지 뭐. .. 뻔한 내용, 뻔한 스토리 ...
하지만, 신지영이라는 여자의 웃는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걸,
신지영은 알까? 다음생에서 신지영과 사랑을 하게된다면, 절때 신지영을 놓치지 않을것이다.
:
그렇게, 지내다보니, 지영이가 나를 향해 웃어주는 횟수가 줄어드는 군요.
나를향해 보여주었던 미소진 얼굴을 더이상 보여주지 않더군요.
아.. . 난. .. 깨달았습니다. 아직도, 내가 아직도. 지영이를 사랑한다고. ..
비록, 이루어질수 없는 사랑이였지만, 난 만족합니다.
아직까지 나의 머릿속에는 지영이가 나를 향해 보여주었던 해맑은 미소가 저장되어 있으니까요.
오늘도 역시, 지영이의 웃는얼굴을 회상시키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가슴속으로 외칩니다.
'신지영!!! 사랑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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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atinen+] 사랑하는 사람을 잊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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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이고.. 말 그대로 말 없는 사랑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짝사랑하다니...^^;; 끝이 약간 아쉬운 감이..;;
어떻게 돈땜에 아들을 팔아먹냐,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