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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봉대산 가는 암릉 길의 진달래와 건너편은 백덕산
性癖煙霞趣 자연을 좋아하는 멋이 병이 되어
身隨山水中 이 몸은 산수 속에 산다네
況今探異境 하물며 지금 경이로운 곳 찾음에야
向世自成聾 세상일에는 벙어리 되었다오
――― 갈천 임훈(葛川 林薰, 1540~1584), 「분옥류에 이르러(到噴玉流)」
▶ 산행일시 : 2015년 4월 25일(토), 맑음
▶ 산행인원 : 18명(버들, 자연, 모닥불, 솔잎, 악수, 챔프, 대간거사, 한계령, 상고대, 사계, 해마,
도솔, 도~자, 해피, 산소리, 우보, 무불, 메아리)
▶ 산행시간 : 8시간 32분
▶ 산행거리 : 도상 13.4㎞
▶ 교 통 편 : 두메 님 25인승 버스
▶ 구간별 시간
06 : 33 – 동서울터미널 출발
08 : 55 - 영월군 수주면 법흥리(法興里) 응어터 근처, 산행시작
09 : 14 - 능선마루
09 : 25 - 소나무 그늘 암반, 첫 휴식
09 : 48 - 689m봉
10 : 05 - 법흥사에서 구봉대산 오르는 주등로 진입
10 : 30 - 841m봉, 돌탑
10 : 56 - 구봉대산(九峰臺山, △900.7m) 북망봉(北邙峰), 헬기장
11 : 40 ~ 12 : 05 - 구봉대산 남서릉, 상터, 점심
12 : 45 - 능선마루(790m)
13 : 36 - 997m봉
14 : 27 - 1,095m봉
14 : 50 - 1,087m봉, 묵은 헬기장
15 : 52 - 석문
16 : 07 - 화채봉(965m)
16 : 36 - 835m봉
16 : 53 - 757m봉
17 : 05 - 710m봉, 급전직하
17 : 27 - 영월군 수주면 운학리(雲鶴里) 서운마을, 재운교, 산행종료
1. 구봉대산 정상에서, 뒷줄 왼쪽부터 메아리 대장, 사계, 챔프, 대간거사, 해마, 상고대, 해피,
버들, 한계령, 도~자, 앞줄 왼쪽부터 솔잎, 자연, 산소리, 도솔, 모닥불, 우보, 무불
▶ 구봉대산(九峰臺山, △900.7m) 제8봉 북망봉(北邙峰)
눈부시게 찬란한 봄날 아침이다. 차장은 화창(花窓)이기도 하다. 영월 수주 가는 길 달리는 화창
밖으로 산자락 춘색과 춘화(春花)를 감상하기에 졸릴 틈이 없다. 산에는 진달래, 들에는 복사꽃,
배꽃, 조팝나무꽃, 도로변에는 벚꽃이 경염한다. 대처인 주천(酒泉) 지나고 법흥사 가는 법흥천
주변은 양풍의 펜션과 캠핑장이 줄지어 있다.
이 깊은 산골에 들이 넓고 전답이 많다하기로 오죽할까마는 잠시 펑퍼짐한 광대평(廣大坪)을
지나고 너른 계류에 물고기가 물결을 희롱하며 노는 형국의 유어농파형(遊魚弄波形) 명당이 있
다는 응어터(응아대) 마을 근처에서 왼쪽 지계곡 소로로 들어간다. 산행채비는 여느 때처럼 차
안에서 마쳤다. 봄철 산불방지 입산금지라는 팻말이 아무데도 보이지 않지만 빨간 모자 쓴 감
시원이 불현듯 나타날라(그들도 차로 순회한다) 신속하게 산속에 든다.
상고대 님 향도로 산기슭 덤불숲 뚫는다. 첫발부터 가파르다. 이어 울창한 잣나무 숲 사면을 일
로직등 치솟아 엷은 능선을 잡는다. 갈잎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비탈을 비틀비틀 오르다 슬랩
이 보이기에 거기가 덜 미끄러울 것이어서 차라리 슬랩을 긴다. 덤비기 벅찬 직벽의 암벽과 맞
닥뜨리고 슬며시 트래버스하여 능선마루에 오른다. 시원한 탁주 입산주 마시기에는 아직 숨이
덜 가쁘고 목마름 또한 설었다. 더 간다.
능선마루는 잡목 섞인 진달래 꽃길이다. 고도가 낮아 절반가량은 졌다. 그 낙화도 아름답다. 사
뿐한 걸음하려다보니 꽃가지에 얼굴이 휘둘리기도 한다. 소나무 그늘 진 암반이 나오고 첫 휴
식한다. 화사한 주변 풍경에 못 이긴 탁주 입산주가 확실히 과했다. (얼근한 눈으로) 바라보는
진달래 꽃길이 산상화원이어서 카메라 셔터를 막 눌러댔는데 취기가 가신 다음에 찍은 사진을
살펴보니 대부분 초점이 흐렸거나 무엇을 찍었는지조차 분간이 되지 않았다.
허물어진 성곽 같은 긴 돌길을 올라 689m봉이다. 약간 내렸다가 한 피치 오르니 탄탄대로가 앞
서간다. 법흥사 입구에서 구봉대산 가는 주등로다. 너덜 같은 바윗길이 나온다. 진달래 화색으
로 바위도 온통 연분홍 색조를 띤다. 이만하면 암릉이다. 바로 옆의 우회로 마다하고 직등한다.
곧 가드레일 밧줄 두른 암릉과 만난다.
841m봉. 그리 크지 않은 돌탑이 있다. 구봉대산의 제9봉인 ‘윤회봉(輪廻峰)’이라고 한다. 소나
무 그늘에 들어 휴식하는데 이번에는 누군가 홍어회를 꺼내놓아 여러 술잔 오가게 한다. 이래
서도 힘든 산행이 되고 만다. 곳곳 바윗길을 지난다. 조망 좋다. 사재산, 백덕산 아래 저기 법흥
사 주변을 허균이 『한정록(閑情錄)』에서 사람이 살아갈 만한 곳이라 했고, 이중환이 『택리지
(擇里志)』에서 ‘복지(福地)’라고 했다. 내가 보기에는 골골 물 흘러들어 큰비 오면 물난리 겪기
십상이 지세일 뿐이다.
야트막한 안부 지나고 한 피치 바짝 오르면 △900.7m봉인 구봉대산 제8봉 북망봉(北邙峰)이다.
헬기장 가장자리에 아담한 정상 표지석과 삼각점이 있다. 삼각점은 판독하기 어렵고 안내판에
‘평창 449’이다. 정상 표지석의 산 이름 각자는 멋들어진데 표고를 ‘870m’라고 잘못 새겼다. 아
마 이 산봉우리 바로 북쪽 너머에 있는 877m봉을 오기했으리라.
2. 소나무 그늘 암반에서 첫 휴식, 우보 님이 카메라를 보자 얼른 포즈를 취한다
3. 법흥사 뒤쪽의 연화봉과 가운데 맨 끝은 1,175m봉, 왼쪽 사면 흰 슬랩은 병풍바위
4. 구봉대산 가는 암릉 길에서 남쪽 조망
5. 841m봉(윤회봉)
6. 백덕산(1,348.9m)
7. ‘구봉대산 윤회봉’ 안내판을 찍는 상고대 님
8. 구봉대산 정상에서, 표고 870m 표시가 잘못 되었다. 이 봉우리는 900.7m다.
9. 구봉대산 정상에서
10. 상터 바위틈에 핀 개별꽃
11. 계곡 합수점인 상터에서, 점심
12. 관중(貫中)
13. 소나무 숲 아래 잡목 숲 등로
14. 진달래
‘제9봉 북망봉(北邙峰)’이라는 안내판의 설명이 엄숙하다.
“죽음이란 언젠가는 맞이해야 하는
삶을 완성시키는 거룩한 순간입니다.
하지만 죽음의 시간이란 늘 두려움을 앞세웁니다.
욕망이 남은 탓이지요.
욕망이 떠난 자리엔 평온과 안락만이 남습니다.
육신은 삶이라는 거센 강물을 건네 준 뗏목과 다름없습니다.
강을 건네 준 뗏목이라 하여 지고 갈 수야 없겠지요.
뗏목을 버리는 연습, 해보셨습니까?”
아마 “죽음이란 언젠가는 맞이해야 하는 삶을 완성시키는 거룩한 순간입니다”에서 삶은 일체
의 가치판단을 배제한 삶으로 고귀한 생명을 그 바탕에 두었을 것이다.
▶ 화채봉(965m)
오지산행의 본색을 드러낸다. 상터 가는 길. 전인미답일 구봉대산(△900.7m)의 남서릉을 내리
는 것이다. 고도 400m를 내려야 한다. 쭉쭉 내린다. 등로 주변은 아름드리 소나무 숲이거나 철
쭉 숲이 삭막하니 딱히 눈 겨눌 데 없어 줄달음한다. 계곡 합수점 가운데로 정확하게 떨어진다.
상터. 건너편 산자락은 상터답게 펑퍼짐하다.
계류는 찔찔 흐르지만 조금만 더 내려가면 소(沼)를 만들고 좔좔 흐른다. 따스한 봄볕 쬐며 빙
둘러 앉아 점심밥 먹는다. 오늘은 신마담이 오지 않아 식후 커피가 없으니 입안이 퍽 심심하다.
다시 산을 오른다. 점심 먹어 부른 배 안고 곧바로 가파른 사면을 오르려면 더욱 힘들다고들 하
는데 나는 배가 불러야 힘을 낼 수 있다. 뱃심으로 간다. 간혹 옆구리가 결려 움켜쥐는 한이 있
더라도 그렇다.
긴 오름길. 완만한 사면이지만 인적이 뜸하여 전혀 다져지지 않아 푹신한 것이 발걸음 내디디
기에 여간 힘들지 않다. 무딘 칼이 아픈 법. 사실 암릉이나 험로보다는 이런 무료한 데서 녹아난
다. 오뉴월 비지땀 흘린다. 이럴수록 침착하자 마음 다독이며 한 걸음 한 걸음 옮긴다. 마침내
당거리 삼거리 가운데서 뻗어 오른 능선마루 790m 고지에 이른다.
멀리서 쏴아 밀려오는 바람소리부터 시원하던 바람이었다. 능선에 살랑살랑 이는 바람이 소름
돋게 시원하다. 금방 한기를 느낀다. 앳된 목소리의 솔잎 님이 조용한 걸 보니 그 역시 힘이 드
나보다. 간벌한 낙엽송 숲을 지난다. 간벌한 잔해가 사방 널려 있어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997.0m봉. 너른 공터다. 영진지도에는 삼각점이 있다고 표시되었으나 찾지 못하였다.
북진한다. 혹 더덕이 있을까 사면 훑어보지만 아직까지는 빈 눈이다. 산행 마치고 주천에서 뒤
풀이 때 오늘 산행에 나오지 못한 화은 님과 온내 님에게 ‘님들의 생각에 눈물이 앞을 가려 차마
마시지 못하겠다’(대간거사 님의 상용 버전이다. 그때마다 우리는 옆에서 얼마나 즐거웠던가!)
고 전화해야 할 일에 마음이 급하다.
15. 간벌한 낙엽송 숲 등로
16. 간벌한 낙엽송 숲 등로
17. 노루귀, 1,095m봉 서쪽 사면은 노루귀 군락지다
18. 노루귀
19. 노루귀,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대 찍기 어려웠다
20. 곰취, 곰취는 고도가 1,000m 넘는 줄 안다
21. 1,087m봉 정상, 묵은 헬기장이다, 해마 님과 해피 님(오른쪽)
22. 참나무 가지 사이에 둥지를 튼 개별꽃
23. 가운데 약간 왼쪽이 구룡산(967m)
24. 구룡산
25. 화채봉 가는 길
26. 화채봉 정상에서
27. 화채봉 서릉 내리는 도중 등로 약간 비킨 암봉 암반은 오늘 산행 최고의 경점이다
1,095m봉은 암릉 암봉이다. 왼쪽 사면으로 뚝 떨어져 비켜 오른다. 일부 일행(한계령 님을 비롯
한 8명)은 1,095m봉에서 서진하여 서운 마을 숭모사 쪽으로 하산하기로 하고, 나머지는 1,087
m봉을 다녀오기로 한다. 1,095m봉 북릉도 접근하기 어려운 암릉이라 왼쪽 사면을 길게 돈다.
코 박는 가파른 사면이 하얀 노루귀꽃 군락지다. 카메라 앵글 들이대니 하나같이 도리질하여
한참동안 공력 들인다.
1,095m봉 북쪽 끝단은 묵은 헬기장이다. 배낭 벗어놓고 간다. 길게 내렸다가 한 피치 땀나게 바
짝 오르면 1,087m봉이다. 여기도 묵은 헬기장이다. 이 길이 초행이 아닌데도(2013년 5월 11일
에 기해목을 넘어 왔었다) 영 낯설다. 기억 박약함이 결코 나쁘지만은 않다. 이렇듯 새로운 길처
럼 가니 말이다. 서둘러 뒤돌고 1,095m봉 서릉을 간다.
구룡산일까? 남쪽 먼 산 나뭇가지 사이 기웃거리며 내린다. 성곽 같은 암릉의 석문을 지난다.
990m봉 넘고 평원 끄트머리인 Y자 분기봉(965m)이 화채봉이다. 산 한 좌를 거저 얻었다. 화채
봉이 있고 나서 산길이 훤하게 뚫렸다. 서진한다. 내리는 도중 왼쪽으로 등로 약간 비켜 암봉이
있다. 밧줄 달린 가파른 사면을 내려 솔잎 쌓인 슬랩을 쓸어 오르면 널찍한 암반이 나온다. 남쪽
에서 바라볼 때는 17.5m가 넘는 우람한 주봉이다.
박무로 흐릿하지만 오늘 산행의 최고의 경점이다. 널찍한 암반은 1개 분대가 진을 칠만하다. 나
혼자만 즐기기가 아까워 앞서간 일행을 불렀으나 그들은 너무 멀리 가버렸다. 가경 담아 한층
무거워진 카메라를 안고서 암봉 내리고 주등로에 복귀하여 부지런히 일행 뒤쫓는다. 835m봉이
뜻밖의 첨봉이다. 산행은 아직 파장이 아니다.
곧추선 능선을 기다시피 오른다. 그러는 중 고개 들어 역광으로 바라보는 진달래가 가히 장관
이다. 진달래 만발한 산상화원을 간다. 혹은 꽃술 흔들어대는 응원이기도 하여 발걸음이 저절
로 씩씩해진다. 진달래 화원은 755m봉을 넘고 급전직하하기 직전인 710m봉까지 장장 30분을
가도록 이어진다.
급전직하 내림 길. 더구나 낙엽송 숲 간벌지대다. 그 잘 난 화채봉 주등로를 어디선가 잃어버렸
다. 사방 널린 나뭇가지 살금살금 추려 넘는다. 우리가 지나는 낙엽송 숲의 무수한 열주 또한 볼
만하다. 임도로 내리고 산자락 농가의 텃밭 사이를 야단맞으며 지나서 운학천 재운교 앞이다.
오늘도 짝짝 소리 나게 하이파이브 한다.
28. 화채봉 서릉 내리는 도중 암봉 암반에서, 앞은 903m봉
29. 화채봉 서릉 내리는 도중 암봉 암반에서
30. 화채봉 서릉 내리는 도중 암봉 암반에서
31. 진달래 꽃길이 시작된다
32. 진달래 꽃길
33. 진달래 꽃길
34. 진달래 꽃길
35. 멀리는 삿갓봉(1,029m)
36. 낙엽송 숲
37. 낙엽송 숲
38. 종점이 가까웠다
구봉대산 산행로
상터에서 1,087m봉을 찍고 화채봉 넘고 서운으로
첫댓글 수고 하셨습니다...산행도중에 만난 낙엽송과 진래등이 보기에 좋았습니다...행복한 봄날이었네요
산행 하고픈 특급 마음이 전해 졌었나 봅니다.
13년 5월 13일 삿갓봉 오르며 소 뒷걸음질에 발견된 산삼이 눈에 선합니다.
더덕주 한잔 쭉하면 사무실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싹 녹아 내려 갈텐데...
산행기로나마 더덕주의 향기를 느끼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