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구백예순한 번째
소크라테스와 사도 바울
<죽음에 이르는 병>의 저자 독일의 철학자 쇠렌 키르케고르 Søren Kierkegaard는 각 개인이 삶의 여러 길 가운데 하나를 완전히 의식적으로 선택하고 그에 따르는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고 믿었기에 그의 글은 권위자의 견해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독자들의 판단, 특히 선택을 위해 제시된 다양한 삶의 양식으로 받아들이도록 했습니다. 그런 그가 진리를 대하는 태도와 이를 전파하는 방식에 대해 소크라테스와 사도 바울을 비교한 글이 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알려진 바와 같이 ‘너 자신을 알라’라는 철학자이고, 사도 바울은 ‘하나님을 알라’라고 가르친 예수 그리스도의 사도입니다. 소크라테스는 진리는 인간 내부의 이성과 사유를 통해 스스로 깨닫는 것이라고 가르쳤고, 사도 바울은 진리는 인간 내부가 아닌, 하나님으로부터 일방적으로 주어진 계시라고 가르쳤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질문을 던져 상대방이 스스로 무지를 깨닫고 진리를 찾도록 돕습니다. 사도 바울은 자신이 진리를 만든 것이 아니기에, 하나님의 명령을 그대로 선포합니다. 소크라테스는 스승과 제자는 함께 진리를 탐구하는 동등한 인격체로 여깁니다. 사도 바울은 하나님의 대리인으로서 절대적인 권위와 복종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전할 뿐입니다. 소크라테스는 그가 죽은 후에도 그의 사상과 논리적 업적만 기억되면 충분합니다. 그러나 사도 바울은 메신저의 권위는 그에게 임무를 맡긴 임명권자(예수 그리스도)에게서 나오므로 예수 그리스도가 선포되고 믿음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진리에 대한 소크라테스와 사도 바울의 시각이 이렇게 달랐기에 그 가르침도 물론 달랐던 것이지요. 키르케고르는 “너의 모든 염려를 하나님께 바치라”라며 죽음에 이르는 병인 절망 속에서 탈출할 길을 일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