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안내사는 2인 1조로 25개 자치구 현장에 배치되어 평일 9시 30분부터 16시 30분까지 지하철역, 대형마트, 공원 등을 순회하며 근무한다. 특히 어르신이 많이 찾는 거점들을 중점적으로 찾아 다닌다.
자치구 중 종로구는 탑골공원과 고궁 등이 위치하고 있어 어르신들의 왕래가 빈번한 지역 중 하나다.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는 디지털안내사를 만나 현장에 함께 동행해 보았다.
종로3가역에서 지하철 발권 키오스크를 안내 중인 디지털안내사 ©엄윤주
이인향 안내사와 이예교 안내사는 종로구 2조를 담당하는 디지털안내사로, 종로3가역을 시작으로 탑골공원, 인사동 문화의 거리, 종로1~4동 주민센터를 순회하며 활동한다. 두 분 모두 어르신이라 놀라웠다.
특히 올해 75세이신 이인향 안내사는 지난 1기와 3기를 거쳐 온 디지털안내사계의 베테랑이다. 연령만 보자면 오히려 안내를 받아야 할 연세인데, 실제 현장에선 다양한 상황을 척척 안내하는 해결사처럼 보였다.
종로3가역에서는 지하철 발권과 관련된 키오스크 사용 안내가 주를 이뤘다. 지하철 키오스크에 대한 안내에는 발권에 관한 조작법, 최근 발행된 기후동행카드 충전 등의 질문과 안내가 오갔다. 시민들은 물론이고, 최근 늘어난 외국인들의 안내까지 척척 소화해 내고 있었다.
주로 키오스크, SNS, 기차표 예매, 길 찾기, 택시 호출 등 스마트폰 앱 등의 사용을 안내한다. ©엄윤주
배포하는 팸플릿에는 디지털동행플라자, 우리동네디지털안내소 등이 함께 소개되어 있다. ©엄윤주
“디지털안내사는 서울시에서 발행하는 정보지를 보고 처음 알게 되었어요. 젊은 시절 컴퓨터를 가르치는 조교 생활도 했던 터라 나에게 잘 맞는 일자리라 생각했죠. 디지털안내사로 1기부터 활동해서 의미도 깊고 보람도 느낍니다. 요즘엔 유튜브를 통해 다양한 정보들을 찾아 보며 안내의 폭을 넓히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인향 안내사는 비슷한 연령대의 어르신들에게 도움이 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사는 곳 동주민센터로 일자리를 찾으러 갔다가 디지털안내사에 지원하게 되었어요. 합격 후 2주 동안 교육을 받았는데, 몰랐던 것도 많이 알게 돼서 제 자신부터 성장하는 기분이었죠. 첫 월급을 타서 아이들에게 10만원씩 용돈을 주고 외식도 하니 뿌듯합니다.” 올해 디지털안내사 새내기인 67세 이예교 안내사는 매일매일 새로운 일과 속에서 활력을 찾고 있다며 일하는 즐거움을 강조했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주황색 조끼와 모자를 쓰고 자치구별 보통 3개 노선을 순환한다. ©엄윤주
종로구 2조는 종로3가역을 시작으로 탑골공원, 인사동, 동주민센터를 순회하며 근무 중이다. ©엄윤주
근무 중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각종 앱 사용법이고, 특히 어르신들에게 많이 받는 질문은 얼마 전 찍은 사진을 카톡으로 보내는 법, 은행이나 관공서 회원가입 과정이라고 한다.
근무 경로 중에 영화관이 자리하고 있어 영화 티켓 발권 과정에서도 큰 활약을 펼쳤다. 키오스크 조작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이 영화 티켓 발권을 위해 정말 긴 줄을 서고 계셨다. 이때 디지털안내사들이 빠르게 어르신들을 키오스크로 이끌며, 비교적 조작이 쉬운 예매 티켓 발권 조작법, 영화 티켓 발권하기 등을 안내했다.
처음에는 고개를 갸우뚱하시던 어르신들이 디지털안내사들의 눈높이 맞춤 설명과 안내를 따라 과정을 익혀 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동창 일곱 분이 기념으로 영화 관람을 오셨다는 어르신들은 “해 보니까 쉬워서 다음에는 스스로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셨다.
영화관 키오스크에서 발권 안내를 돕고 있는 디지털안내사 ©엄윤주
종로구 이인향 안내사는 비슷한 연령대분들을 안내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엄윤주
현장에서 키오스크를 어려워 하시는 어르신들 몇 분께 디지털에 관한 고충을 여쭤보니, 해 보려고 하다가도 특히 영어가 보이면 그만두게 된다고 하시며 좀 더 조작이 쉬웠으면 하는 바람들을 이야기하셨다. 이 부분은 현장에서 안내를 담당하는 디지털안내사들도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극장에서 조작법만 알면 긴 줄을 서는 수고스러움 대신 키오스크를 통해 보다 빠른 발권으로 편리함을 누릴 수 있는 상황을 보며, 이 시대 디지털 약자가 사회적 약자라는 것에 큰 공감을 느꼈다. 디지털 약자들이 어서 빨리 변화에 적응하고 흡수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약자들을 보듬고 서로 도와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현장에서 주황색 조끼와 모자를 착용한 디지털안내사들이 약자들을 위한 사각지대를 해소하며 오늘도 열심히 활약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