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갈래 지고갈래에서 울려 퍼진 해운대 엘레지
4월 22일 12시 50분, 서울 종로3가 옛 우리 처갓집 근처 싱글벙글 복어집에서 재경 부산교대2기 오우회 모임이 있었다.
3개 시도에서 먼 길을 마다하고 의리! 의리! 하나로 모여서 늙어가는 친구들이 서로의 멋진 얼굴을 보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먼 강원도 산골짜기 춘천에서 최윤도, 이학원이가 오고, 경기도 인천 갯가에서 강무삼이가, 서울에서 김승삼이와 김주희가 모두 나와 5명 모두 모였다.
점심 시간이 조금 지난 12시 50분에 모임을 가졌던 것은 우리 5명 모두가 모이기만 하면 기고만장 고함을 지르고, 웃고, 떠들어 식당을 찾은 여타 손님들에게 손가락질을 받고, “경상도놈들”이란 반 욕지꺼리를 그래도 덜 받을 수 있는 시간대이기 때문이다.
맛있는 “서울막걸리”와 소주를 한잔씩 한 우리들은 상기한 얼굴이 무안하지 않도록 옆 골목 2층 넓은 생맥주 집 “먹고갈래 지고갈래”에서 생맥주 500CC씩 주문을 해 놓고, 대표 임동수씨가 부는 섹스폰 노래가락에 몸과 마음을 맡꼈다.
돈 1만원을 주고 모란동백, 부산갈매기, 해운대엘레지 3곡을 신청했다. 부산갈매기가 연주되고 해운대엘레지가 연주될 차례가 왔다. 김주희가 일어섰다. 섹스폰 반주에 맞추어 해운대에레지를 부르겠다고 신청을 하였다. 그런데 이 집에서는 가수협회 회원이거나 가수인증 증이 있어야만 무대에 나가서 노래를 부를 수 있다고 하였다.
“그래 알겠소” 하고 물러앉을 친구들이 아니었다.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우리 옆 좌석에 앉은 우리 또래 노인들이 쳐다보며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무고히 참아주었다. “이 친구(김주희)는 대한민국 공군군악대 5기 지휘자 겸 가수다”. “옛날 국경일에 애국가 지휘하는 것 보지 못했느냐? 가수증은 오늘 지참 못했다”.
돈 1만원 내고 겨우 노래를 부르게 되었다. 해운대 에레지다. 내 18번인데, 자기 18번이란다. 이 노래를 김태형이 어머님으로부터 배웠다고 하였다. 주희의 눈이 잠잠해지더니 “언제 까지나 언제 까지나 헤어지지 말자고, 맹세를 하고 다짐을 하던 너와 내가 아니더냐. 세월이 가고 너도 또 가고 나만 혼자 외로이, 그 때 그 시절 그리운 시절 못잊어 내가 운다” 1절이 끝나고 2절을 위한 반주가 구슬프게 울리기 시작하자 주희는 눈물을 글썽이었다. “ 울던 물새도 어디로 가고 조각달만 외로이 …” 작고하신 친구의 어머님을 생각해서인지, 아니면 그 옛날 그리운 님을 생각해서인지 ….
친구들과 내년에도 또 만났으면 얼마나 좋을까!
춘천에서 학원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