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유튜브 알고리즘이 '조승연의 탐구생활'이라는 유튜브 채널의 한 에피소드를 물어왔습니다.
조승연 작가 개인에겐 논란이 좀 있어 보이는데, 에피소드 자체는 공정함이라던지 능력이라던지 시험같은 키워드들이 논란이 되고있는 지금의 시점에서 매우 유익한 논쟁거리를 던져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 번 가져왔습니다.
영국의 학교는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고 합니다.
State School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다니는 국공립학교입니다.
Public School은 돈이 아주 많이 들지만 인맥까지 있어야 간신히 들어갈 수 있는 기숙사제 사립학교입니다. 대표적으론 '이튼스쿨'이 있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귀족학교입니다.
마지막으로 Grammar School은 Public School의 요소를 도입한 국공립학교라고 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Public School은 입학에 시험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반면 Grammar School은 입학시험이 있어서 우수한 제원들만이 입학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문화도 Public과 비슷한 면모가 있다네요.
-
Public School은 11세부터 부모로부터 떨어져, 부자집안 사내아이들끼리만 모인채로 같은 학교 출신의 교사들에게 지식과 사회성을 형성받는다고 합니다. 마치 수도원처럼 학교와 기숙사안에서만 폐쇄된 환경에서 지내며 그들만의 폐쇄적인 생활을 향유하는 셈입니다.
이렇게 지내던 Public School의 학생들은 주로 옥스포드와 케임브리지에 진학하고, 비슷한 학과에서 수학하며 그들만의 폐쇄된 커넥션을 형성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캐머런 총리와 보리스 총리가 이튼때부터 같은 학교와 같은 패거리(Bullingdon Club)에서 어울려다녔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수도승마냥 폐쇄된 환경속에서 살던 사람들. 진짜 세상을 모르는 사람들이 나라를 다스린다. 그게 영국이라고 합니다.
-
영국의 계층마다 다른 풍습과 엑센트. 특히 Bullingdon Club이 'One rule for you, One rule for us'라는 영국 격언처럼 1년에 1번 모여서 식당을 마구 때려부수는 행위.
이런 것들을 말 그대로 설명해주는 단어로는 '아비투스Habitus'가 있습니다.
어느 사회에서나 계층 혹은 계급마다 다른 쪽과 자신들을 구별짓는 풍습과 문화를 형성한다. 심지어 사고방식과 생각 그 자체까지도. 이런 이야기인데 흥미로우신 분들은 인터넷에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검색해보면 무슨 자기개발서가 나오는데 개소리니까 그건 무시하시면 됩니다.
-
재미있는 장면도 있는데 15:00부터입니다.
Grammar School을 보내고 싶은데 애가 공부를 못해. 그러면 이튼 보낼래.
난 일본으로 이사가서 사립국제학교다녔지롱.
첫댓글 영길리들 서열질이야 유명하고...
이탈리아도 리체오(고등학교)가 레벨이 나눠져 사회에 '구별된' 인력을 차곡차곡 공급합니다. 순위는 예를들면 1위는 기술고, 2위는 상경계 고등학교, 3위는 과학, 4위는 사회과학 고등학교 이렇게 있는데, 중학교 성적순에 따라 상위 고등학교 우선 지망권을 갖게 됩니다. 자연스레 공부 잘하는 애들과 못하는 애들 다 끼리끼리 어울리고, 사회에 나가서도 끼리끼리 어울리게 되며 집단간 벽이 생긴다더군요. 서로 무식한 새끼와 재수없는 새끼 취급하며 경멸하는 것은 당연하고요.
어딜가나 사회 드러운건 다 똑같나봐요.
아무래도 사람사는 곳은 다 비슷비슷할지도요.
근데 영국은 자수성가한 부자 비율이 높던데 어떻게 그런건지 모르겠어요.
무엇을 '자수성가'로 정의할 수 있느냐는 지점이 있습니다. 포브스지에 따르면 'Self-made'는 자산을 형성하는데 있어 상속을 일부 혹은 전부받기보다는 스스로 형성했다고 정의합니다. 다만, 이러한 정의만으로는 현실을 담아내기에 한계가 있어 아예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정량화를 해놨습니다.
예를 들어서 부유한 가정과 재정적 배경속에서 자수성가했으면 7점(Kylie Jenner), 빈곤한 가정뿐만 아니라 수많은 장애물을 극복했으면 10점(오프라 윈프리)식으로요.
https://www.forbes.com/sites/kerryadolan/2018/07/13/heres-what-forbes-means-by-self-made-from-bootstrappers-to-silver-spooners/?sh=3893479d1ca3
한편 시사IN에서는 이런 기사도 썼습니다. 서구권에서 Self-made란 해당 부자가 지금의 부를 일구는 과정에서 부모의 조력이 없는 경우를 뜻하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는 '자수성가'의 개념과는 다르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빌게이츠는 분명 마이크로소프트를 확장하는데 있어 부모의 조력을 거의 받지 않아 Self-made로 분류될 수 있으나, 아버지는 명문가 2세 변호사에 어머니는 은행가의 딸로써 우리가 생각하는 자수성가의 이미지와는 다르다네요.
https://www.google.com/am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Amp.html%3fidxno=6302
@cjs5x5 감사합니다.
하비투스(Habitus)를 여기서 접하게되었네요.
하나 중요한 개념이라서 첨언하자면, 특정 집단끼리 공유하는 기호--정치성향, 스포츠팀성향, 사회이슈대한 태도, 복장, 맛, 여가등의 기호를 나타내는 행동양식 개념으로, 사회계급, 민족/종족보다도 영향력이 훨씬 큰 현상으로 인식됩니다. 이 개념은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보르두(pierre bourdieu)가 창안한 개념입니다. 이 보르두란 학자는 자본(경제, 문화, 사회자본)이란 개념 제창및 자신이 앞서서 벌인 사회운동등으로 유명한 사람으로, 저런 패쇄적 집단의 형성 과정을 꿰뚫어보고 경계했습니다.
흥미로운게, 영국은 저런 패쇄적인 우물안 개구리들이 다스리기 시작한게 늦어도 무려 18세기전후란 말이죠. 한 200년, 300년기간동안 우물안개구리들이 지배하면서도 어찌저찌 굴러갔단게 더 신기하네요. 2차대전 전까진 지금보다 전쟁, 질병이런게 더 빈번한 사회라서 그랬던걸까요?
어쩌면, 아예 다르게 생각해보면, '저런 개구리들도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데, 평범한 소시민들이라고 못하랴?'라는 생각도 듭니다.
철저한 스크리닝을 통해 엘리트를 걸러내려드는건, 오히려 더 잘할 수도 있는 '평범한 사람들'을 쓸데없는 존재로 전락시켜서 개인과 국가에 손해만 끼치는 걸지도요.
영재들을 위한 엘리트교육도 필요하긴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평생교육도 병행되어 이 둘의 시너지를 활용해야 할겁니다. 이를테면 평생교육은 넓게보는 총책임자를 기른다면, 엘리트교육은 총책임자를 보좌하기위해 디테일들에 집중하는 참모를 기르는 식으로요.
영국은 신기한 나라지요. 저 협소한 엘리트 그룹이 수백년을 지배했는데, 오히려 나라는 인류역사상 유래없는 발전과 안정을 거듭한 사례. 그런 역사가 있기 때문에 영국의 서민들도 저 엘리트 그룹의 지배를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일것이고요.
사실 사회와 나라의 발전에는, 격렬한 개혁과 혁명이 아니라, 지속적인 안정이 가장 중요하다는 명제를 증명하는 나라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 개혁과 혁명이 아무리 이치에 맞는 것이라 할지라도요. 프랑스 혁명은 전세계에 민주주의의 꽃을 피웠지만, 정작 그 이후로 프랑스는 정치적 불안정으로 고된 100년을 보내왔고, 그 기간에 산업혁명과 세계 패권을 이룩했던 나라는 영국이었지요...
@cjs5x5 말씀에 동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