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춘덕, 주거 23-18, 변기 커버 교체
아저씨 댁 화장실 변기 커버가 심각한 수준이다.
한쪽은 불에 탔는지 움푹 파였고, 변기 위에 덧씌운 커버는 너덜너덜하다.
진작 갈아야 할 것을 미처 살피지 못했다.
아저씨와 의논하여 새 변기 커버를 샀다.
“아저씨, 이거 설치해 보셨어요?”
“아니요. 나는 못 해요.”
“저도 해본 적이 없어요. 사장님께 부탁드려보시겠어요?”
“사장님도 바쁠 텐데….”
“사장님 뵈면 시간 나실 때 달아달라고 아저씨께서 직접 말씀드리세요.”
그렇게 이야기하고 3일이 지났다.
새로 산 변기 커버는 비닐도 벗기지 않은 채로.
“아저씨, 설명서 보고 달아보려고 했는데 정말 모르겠더라고요. 왜 부탁 안 하셨어요?”
“사장님이 바빠요. 미안해서요.”
마당에서 이야기 나누는 사이 덕원농원으로 트럭 한 대가 들어온다.
“사장님 아들이 오네.”
오랜만에 사장님 아들 얼굴을 뵈었다.
인사하고 변기 커버 교체를 부탁했다.
“아유, 진작 갈아드렸어야 하는데 그랬네요.”
“변기 커버를 사놓고도 갈아달라는 말씀을 못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아저씨는 말씀을 좀 하시지, 뭐가 미안하다고. 정말 너무 말씀을 안 하셔.”
“바쁘실 텐데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당연히 도와드려야지요.”
아드님 손을 거치니 금세 새 커버로 바뀌었다.
2023년 5월 30일 화요일, 김향
덕원농원 사장님과 그 아드님까지, 대를 이어 함께하니 감사합니다. 불편한 것 손볼 것 살피고 챙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월평
첫댓글 아저씨 마음이 여려 나의 불편함 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상황을 더 살피시네요. 그래도 끝까지 지역사회가(사장님과 아드님이) 당사자의(아저씨의) 복지를 이루도록 주선하고 돕는 모습이 인상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