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Dick)과 모리스 맥도날드(Maurice McDonald) 형제는 1940년에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에서 드라이브인 레스토랑으로 초기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1948년에 맥도날드 형제는 “속도에 집중하고 가격은 낮추되 어마어마한 물량”으로 음식을 제공하는 새로운 서비스 방식으로 레스토랑을 다시 열었습니다.
그들은 메뉴를 25가지에서 9가지로 축소하고 소비자가 사용하는 모든 제품을 일회용으로 대체했습니다. '물량을 늘리고 메뉴를 표준화하는 전략'을 채택한 이들 형제는 식당의 운영 방식에도 변화를 주었습니다. 음식을 그릴에 굽는 작업, 튀기는 작업, 고객을 맞이하는 작업 등으로 종업원들의 작업을 세분화한 것입니다.
1952년에 이들 형제는 자신들이 고안한 신속한 서비스 시스템을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많은 점주들에게 라이선스하기로 결정합니다. 이들이 자신들의 전국적인 에이전트로 선택한 사람은 영업사원이었던 '레이 크록(Ray Kroc)'이었습니다.
52세가 되던 해에 맥도날드 형제로부터 프랜차이즈 총판 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한 레이 크록은 당시의 프랜차이즈 사업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레이 크록은 프랜차이즈 가맹점 계약을 통해 한 번에 큰 수수료를 받거나 가맹 점주에게 장비나 식자재를 팔아서 돈을 벌던 기존의 프랜차이즈와는 정반대의 접근법을 택했습니다.
그는 맥도날드 지점을 직접 힘들게 운영하며 스스로가 미래의 가맹점 점주가 될 사람들의 롤모델(role model)이 되고자 했습니다. 그는 가맹점 점주들이 성공해야 프랜차이즈 기업가로서 자신의 성공이 보장된다고 믿었습니다.
레이 크록은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성장에 초점을 맞춘 장기 전략을 채택하였습니다. 크록은 그의 심복인 프레드 터너(Fred Turner)가 개발한 'QSC 시스템'을 엄격히 적용하여 점포를 관리했습니다.
품질(Quality), 서비스(Service), 청결(Cleanliness)을 의미하는 QSC 공식(QSC formula)에 따라 개별 점포는 엄격하게 관리되었고 이를 어기면 프랜차이즈 계약을 해지하였습니다. 크록과 터너는 중앙의 통제 방식에 입각한 프랜차이즈 표준규격을 고수했지만 개별 지점은 분권화된 방식으로 운영하였습니다.
맥도날드의 대표 메뉴인 빅맥, 에그 맥머핀, 필레오피시 등은 프랜차이즈 지점에서 제안한 제품들입니다. 또한 맥도날드는 본사 관리자들과 지점 점주들이 선출한 대표들로 구성되는 지역별 운영자문회를 통해 임금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분권화된 운영방식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맥도날드의 성공 요인은 레이 크록의 분명하고 실천 가능한 점포 운영 가이드라인, 분권식 경영 시스템의 도입을 통한 동기 부여, 본사와 지점 간의 원활한 정보 공유 등으로 요약해 볼 수가 있습니다.
크록은 외부 환경의 변화 속에서 중앙집중형 방식과 분권형 방식의 의사결정 구조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고자 끊임없이 노력했습니다. 맥도날드 본사의 경영관리와 자금력은 점포주들의 개인적인 성취 욕구와 이를 이루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을 조용히 뒷받침해 주었을 뿐입니다.
더불어 레이 크록을 도와 오늘의 맥도날드가 있게 한 준 마르티노(June Martino)와 해리 손느본(Harry J. Sonneborn)등의 기여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이들은 새로운 기회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였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서로를 신뢰했습니다. 이들은 아무도 경영학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다양한 방식을 독창적으로 결합해서 맥도날드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전시켰습니다.
21세기에 접어들어서도 맥도날드 가맹점 신청자는 연간 2만 명에 달하고 그 가운데 약 7% 정도만이 인터뷰의 기회를 얻을 수가 있습니다. 인터뷰를 거친 사람 중 약 7%만이 프랜차이즈 계약을 따낼 수가 있는데 그러고도 개업을 하기까지 2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고 합니다.
이제 맥도날드는 전 세계 어디를 가나 볼 수 있게 되었고 각 나라의 상대적인 생활물가 수준을 빅맥 가격을 비교해서 측정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통찰력과 창의성으로 맥도날드를 미국 역사상 가장 큰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으로 만들어낸 극적인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스티브 잡스나 일론 머스크처럼 편집증에 사로잡힌 천재적 기업가들이 아니라 우리처럼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인간들이었다는 점에서 그들의 성공 스토리는 더 큰 감동을 주는 것 같습니다.
산업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사)지역산업입지연구원 원장 홍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