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릉내에 있는 국립수목원
그 속에 광릉이 있다
한양성 100리 품 안에 주로 산재되어 있는 여러 조선시대 능 가운데
사람들 발길많은 몇 안되는 곳이다.
관찰로를 따라 돌고 돌아
문득 구상나무 앞에서 바람소리를 들었다
..........................................................
1969년 8월
서해안 작은 시골 학교 까까머리 중학생
자장면을 처음 먹어본지 1달도 채 안되는 여름방학
생물 실험대회를 인천 인일여고 실험실에서 마치고
입상기념으로 마련한 생물선생님의 획기적인 기획은
현장 생물채집 활동
광릉 수목원
그 때는 광릉내로 널리 알려진 울울 창창 숲 숲 숲 원시림
인천의 어느 중국식당에서 처음 먹어본 자장면의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정현섭 선생님께서는 시골 촌놈 5명을 데리고 광릉수목원을 찾는다
가수 조용필이 졸업한 시골 중학교에서 시외 버스로 수원
수원에서 서울 용산까지 시외버스
용산에서 종로 5가까지 시내버스
종로5가에서 의정부까지 시외버스
의정부에서 포천행 시외버스에 짐, 몸 싣고 축석검문소
축석검문소에서 군인 트럭을 타고 광릉 수목원속으로
참으로 긴 여정이였다
텐트를 치고 선생님의 말씀을 들었다
서울대학교 농과대학에서 농생물학을 전공하셨던 선생님께서는
우리들에게 깨알같이 새카맣게 적어진 메모책을 들려주시고는
크낙새를 보거라
호랑나비를 찾거라
처음보는 것이면 무조건 알아내라
그 것이 식물이던 동물이던...........................
3일 뒤에 이 곳에서 다시 만난다
그리고는 사라지셨다
세 밤 낮을 그 곳에서 우리들은 들개처럼 헐떡이며
때로는 낄낄대기도
때로는 개울에 멱을 감으며 이름모를 물고기를 잡으며
개구리처럼 광릉 숲을 헤매다가
선생님을 만났다
라면을 끓여 주셨다
무엇 좀 알아 보았나?
야속했지만 그래도 우리는 선생님을 너무 너무 좋아하게 되었다
그렇게 그렇게 광릉의 해와 달을 뒤로 하고
학교로 돌아와 표본을 만들었다
지금은 배구로 유명한 송산중학교
가수 조용필을 길렀고
배구선수 장윤창을 낳았으며
이승규를 동문으로 품고있는 모교의 정현섭 생물선생님께서는
그 곳에서 교장을 끝으로 정년하셨다
선생님이 보고 싶었다
구상나무 아래서 긴 꿈을 접고
갑작스런 정현섭 선생님의 그리움을 가슴 가득 담으며
일상으로 돌아간다
구상나무 잎 바람소리 머리카락을 가르면서........
............................................................................
오늘 금요일
빨래거리 주섬주섬 트렁크에 싣고
빨래하러 집에 가는 날이다
손들어 봐
오늘 저녁 빨래 할 사람
2006.08.04
가평 이승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