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좀 들어라. 고릴라가 말했다.
철인은 철들지 않는다. 나는 대답했다.
크리스마스 날 냉기가 언 내 가슴을 더 얼렸다.
집에서 삼겹살 삼 만원치를 넷이서 다 먹은 후 안줏거리를 더 사러 둘이서 시장에 내려갔다.
생굴 한 봉지, 닭발 한 접시, 족발 두 통.
닭발은 5분만에 뼈까지 사라지고, 나머지도 얼마가지 않았다.
나는 술을 먹다가 한숨 잤는데, 둘이서 날 깨웠다.
족발은 어디갔노?
다 먹었지.
그럼 뭐랑 술 먹으라고?
귤이랑 생라면.
나는 몇 개월 된 고등어 한 토막을 반 토막내어 찌게를 끓였다. 비린내가 났다.
우리는 한참 먹다가 아구찜을 시켰다.
그리고 또 먹기 시작했다. 시작하자 마자 떨어지기 시작했다.
더 먹어야지?
당연하지.
그리고 얼마쯤 더 먹었을까.
나는 그들에게 자고 가라고 했다. 그들은 집에 갔다.
혼자 누웠다.
떨쳐버릴 수 없다. 나는 요즘 예전과 달리 늙어간다는 현실에 압박감을 느낀다. 허비했던 시간들이 뇌리 한 구석을 차지하고, 내일이 두렵다.
동생이 여친에게 크리스마스 케익을 얻어 왔다.
케익이 미치도록 먹고 싶었다. 동생은 주지 않았다. 나는 동생 여친에게 문자를 보냈다.
캐익 안 준다
나는 크림을 생각하며 잠들었다. 일어나서 훔쳐 먹어야지.
깨어보니 술병과 쓰레기들이 널부러져 있다. 정리를 좀 하고, 케익에 대한 생각이 미쳤지만 자기 전 만큼은 아니어서, 오렌지 드링크를 마셨다. 담배를 피고 똥을 싸면서 하나 더 피었다.
배가 텅 빈 듯하다. 공허가 날 지배하는 시간. 나는 또 다시 꿈을 청한다. 마지막이다.
그 놈의 마지막 소리, 맨날 마지막이가.
사람들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