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평양수 호명호(虎鳴湖)에서
9월 산악회 모임 안내 메일이 왔다. 장소는 청평양수발전소다. 경춘선 상
천역에 10시 30분까지 개인별로 도착하면 발전소에서 차편을 제공해준다
는 소식이다.
을지로 사옥에서 근무 시 식목행사로 청평 양수 호명호 제방에 나무를 심고 왔던
기억이나는데 30년도 훨씬 지난 일이다.
물이 가득한 저수지 주변에 팔각정(虎鳴亭)만 있고 썰렁한 분위기였다.
호수 비탈면에 있던 잡목을 제거해서인지 나뭇잎도 쌓여있고 땅은 촉촉했다.
한 뼘즘되는 전나무와 단단하고 밤톨만한 돌덩이를 같이 묻어 주었는데
돌덩이는 서서히 녹아드는 비료였다.
그때 심은 나무들은 지금 어느 정도 자랐을까?
발전소 가는 길이 미시령 못지않게 가파르고 구불구불하다.
겨울에 눈 많이 내린 날은 위험하고 출퇴근시 애로 사항이 예상된다.
도로변 전망 좋은 곳에는 상가와 모텔도 보인다.
깊은 계곡이 내려다보이고 차창 밖은 짙푸른 색깔 나무들이 무성하다.
상부 저수지 호명호는 한때 국가 중요시설이 있어 출입 통제구역이었다.
핵심 부분을 제외하고는 개방하여 전철 상천역에서 호명호가 있는 정상까지
시내버스가 다닌다.
지하 발전소는 보안 구역이다. 사진촬영은 금지되고 발전기가 있는 지하광
장까지 소형 버스로 갔다. 발전기와 펌프를 연결하는 축은 거대한 기둥이다.
심야에는 발전기가 모터가 되어 청평호 물을 상부 저수지로 끌어 올린다.
전력수요가 많은 시간에는 반대로 상부 저수지에서 쏟아져 내리는 물로 발
전기를 돌려준다. 전기를 간접적으로 저장하는 것이다.
깊은 산속 맑은 공기를 마시다 와서인지 지하 발전소 공기의 질이 차이나
게 외부만 못하다. 지하에서 근무하는 근무자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우리일행은 호명호로 향했고 충혼탑에 헌화후 묵념을 했다. 전기고장 수리
와 발·변전소 건설과 운영 중 순직한 직원들의 위패를 모시고 있다.
충혼탑 입구로 들어서자 년도 별로 모셔진 300여 위패가 있다. 한참을
둘러 보자 눈에 띄는 이름이 보인다. 순간 가슴이 뭉클해왔다.
신입사원 시절 전주지점에 근무했을 때 잘 알고 지내든 분이다.
김제 영업소 관내 출장소장으로 근무한 분인데 중키에 환하게 웃는 모습과
수염이 많은 인상적이었던 그분 모습이 떠오른다.
1970년대 당시는 출장소장 혼자서 근무하는 곳이 많았고 고장수리는 물론
신규수용과 수금 등 다양한 업무를 처리했다. 전화 사정도 좋지 않고 고장
수리를 나가면 전화를 받아줄 이가 없으니 출장소장 부인이 대신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고장 복구 연락을 받으면 심지어 2만 볼트 변전소에서 배전용 차단기 까지
조작하였으니 소장 부인은 사번 없는 한전 직원이었다.
그분이 순직하다니 가슴이 찡해온다.
호명호를 상징하는 두 마리의 호랑이 조형물이 충혼탑에서 호수를 내려다
보고 있다. 널따란 호수에 백조 한 쌍이 한가롭게 노는 조형물이 보이고
커다란 거북이 떠있는데 자세히 보니 등에 태양전지판이 있다.
소규모지만 떠 있는 발전소다. 호명산 정상에 호수를 만들어 지하 발전소까지 터널로
연결하는데 5년의 세월이 걸렸다.
이제는 준공되지 34년 노후 설비가 되어 효율 높은 기기로 전면 대체할
계획이다.
팔각정을 가는데 나무가 우거져 잘 보이지 않는다. 힘겹게 계단을 오르니
전나무가 울창한 곳이 나온다. 식목 행사 때 심은 어린 나무들이 재목이 되어
팔각정을 둘러싸고 있다.
훌쩍 커버린 전나무 속에는 내가 심은 나무도 있을 것이다. 벅찬 마음과 순직하신 그 분
생각이 교차 하면서 버스에 올랐다.
퇴직 선배의 방문을 환영해주고 발전소를 안내해 주면서 푸짐한 점심을 마련해주신
소장님과 직원들께 감사드린다.
최초의 양수 발전소가 청평 호명산에 준공되었을 때 양수발전이라는 용어는
생소한 이름이었다.
전기를 간접적으로 저장해두고 전기가 부족한 시간과 대용량 발전소의 불시 정지 등
긴박한 시간이면 구원투수가 된다.
3분이면 발전기가 정상 가동 전기를 공급한다. 원자력 발전소 등 대용량 발전소의
효율을 높혀주는 양수 발전소는 전국에 7개소가 있다..
이런 시설물들은 모두 깊은 산속에 있다. 오지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의 수고와
순직하신 분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전력 사업은 양질의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충혼탑에 헌화와 묵념하고 돌아오는 뜻 있는 하루였다.
2014년 9월 17일













전주지점 김제영업소 관내 출장소장을 역임하신 신형로 님










발전소장님 배웅을 받으며 소장님 건강하시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