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10월25일
결혼에 대하여- <예언자> 중에서
그대들은 함께 태어났으며, 영원히 함께 공존하리라. 죽음의 흰 날개가 그대들의 생애를 흩어버리는 날까지 그대들은 함께 있으리라.
아니, 그대들은 신의 말없는 기억 속에까지······,
그러나 그대들의 공존에는 일정한 거리를 두자
그리하여 천공의 바람이 그대들 사이에서 춤추도록.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서로 사랑에 얽어매지는 말라
서로 저희 빵을 주되 같은 조각을 나눠 먹지는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그대들은 따로 있게 하라
마치 거문고의 줄들이 비록 한 음악을 울릴지라도 줄은 서로 간섭을 받지 않듯이.
그대들은 진실을 바치어라. 그러나 서로 아주 내맡기지는 말라
오직 위대한 생명의 손길만이 그대들 가슴을 간직할 수 있는 것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있지는 말라.
성전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서 있고, 또 참나무도 삼나무도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랑ㄹ 수 없으니.
몇 시 쯤 되었을까? 일찍 눈을 떴다. 희미한 빛이 창가를 기웃거리고 있다. 어제는 배우 김 수미씨가 세상을 떠났다는 슬픈 소식을 접했다. 한 해가 저무는 시점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부고를 접하는 일은 더 마음이 아프다.
책을 꺼냈다. 채근담을 몇 장 읽었다. 다시 몽테뉴의 수상록을 대충 몇 장 넘겨본다. 책꽂이에 꽂힌 책을 하나씩 훑어 보았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책을 고르는 중이다. 화엄경 김삿사 시 세상을 보는 지혜 등등 그러다가 예언자를 꺼내서 소리내어 읽는다. 사랑에 대하여 죽음에 대하여 아름다움에 대하여 설렁설렁 읽어내려간다. 결혼에 대하여 이 대목에서 소리내어 읽는 것을 멈추고 자판기를 두드리기 시작한다. 책은 나에게 평화와 위로를 준다. 어지러운 마음도 정리를 해주고 지금처럼 어쩔 수 없는 일들 앞들에서 허둥거리지 않게 해준다,
오늘은 남편 직장동료 자제분 결혼식이 있다. 양가 부모님 중에서 한 분이 결혼 축사를 해준다. 몇 해 전에 중학교 동기가 아들 결혼식 축사를 부탁해서 써 준 일이 있다. 초등학교부터 함께 다닌 친구의 아들에게 어떤 말을 해줄까? 처음에는 거절했다. 어렵게 생각이 들었다. 많은 생각 끝에 써 준 기억이 난다. 오늘 필사를 하면서 어쩌면 나에게 하는 말인지 모른다. 결혼 생활을 30년 넘게 하고 있지만 언제나 부족하다. 잠시 숨을 고르고 점검하는 기분으로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