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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모기영)를 앞두고, 3인의 프로그래머를 만났다. 10월 28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되는 네 번째 영화제를 기점으로, 본지를 통해 역대 상영작 중 한 편씩 골라 비평하는 연재를 시작한다. 왜 연재 이름이 ‘극장 언저리 모기수다’인지, 왜 모기영에서 상영한 영화만을 대상으로 하는지 등 궁금한 점을 묻기 위해 프롤로그 원고를 대신하여 인터뷰를 청했다.
최은 수석프로그래머. ⓒ복음과상황 이유진
- 각자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장다나: 모기영에서 프로그래머를 맡고 있고, 모기영 상영작을 선정하는 역할에 힘을 보태며 배급사와 연락해 작품을 수급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작년까지는 모기영 유튜브 촬영과 편집을 진행했고, 트레일러를 제작한 영상 담당이기도 했습니다.
박일아: 모기영 프로그래머이고요. 두 분에게 약간 묻어가는 중입니다.(웃음) 사실 모기영은 어떤 일이 생기면 그때그때 시간이나 여력이 있는 누군가가 담당하는 구조로 운영됩니다. 필요한 일이 생기면 누구든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지금 담당하고 있는 ‘주간 모기영’도 원래는 최은 프로그래머가 매주 집필하다가 한동안 격주 발간을 했는데요. 영화제가 가까워지면서 다시 주간 발행 필요성을 느꼈어요. 그때 분위기상(?) 제가 해야 할 거 같아서 격주 코너로 ‘일라씨의 (비하인드)담화’를 개설했네요.
최은: 저는 모기영 주요 스태프 중에 연장자라는 이유로 부집행위원장과 수석프로그래머를 맡고 있습니다. 〈복음과상황〉에는 2013년부터 2019년까지 한 6년 연재했던 인연이 있는데, 다시 연재를 하게 되어서 너무 감사하네요.
- 프로그래머 세 분은 어떻게 이렇게 구성이 된 건가요?
은: 강도영 사무국장이 모았어요(2019년 11월호에 인터뷰가 실렸다. ― 편집자). 처음에는 장다나 프로그래머, 저, 그리고 다른 멤버들이 있었어요. 영화가 좋고, 영화를 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사조직처럼 모였던 거죠. 이전에 빅퍼즐문화연구소에서 모임을 시작했는데, 그중 강도영 사무국장이 영화제를 하고 싶다고 해서 저희가 기획팀으로 투입되었습니다. 박일아 프로그래머는 저희와 모두 아는 관계여서 모시게 되었고요. 시험 삼아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하면서 그때 네 명이 주축이 됐고, 빅퍼즐에서 디자인을 담당했던 김지향 현 모기영 홍보팀장이 스태프로 합류했어요.
- ‘모기영’이 4회를 앞두고 있습니다. 영화제를 처음 시작하던 3년 전과 비교하면 달라진 점이 있나요?
다나: 일단 조직적인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는 점이요. 말씀하신 것처럼 처음에는 기독교인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영화인들끼리 모여서 그냥 저지르는 느낌으로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한 해 한 해 지나면서 조직이 더 유기적이고 전문화돼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어요. 저희 능력으로는 한계가 있잖아요. 그런데 우리 영화제에 어떤 형태로든 참여하신 분들이 매년 몇 분씩 저희 멤버가 되더라고요.
장다나 프로그래머. ⓒ복음과상황 이유진
은: 저희 조직에 대해서 조금 더 말씀드리자면 작년에 단체 등록을 했어요. 한 해 두 해 하면서 이것은 계속돼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금 더 체계를 갖춰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러려면 정기 후원을 받을 수 있는 단체가 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문제였어요. 그래서 조직위원으로 있던 분들이 이사회로 구성되고 정식 등록을 거쳐 기부금을 받을 수 있는 단체가 되었습니다.
-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달라진 점이 보여요. 회를 거듭할수록 상영작이 점점 많아졌죠?
은: 맞아요. 처음에는 단편과 장편을 합쳐서 9편으로 시작했는데 올해는 20편이니까 두 배를 넘었네요. 또 원래는 주제 중심 상영작이 전부였는데 올해부터는 주제 상영작은 절반 정도로 하고 주제와 상관없는 모기영 추천작도 상영하게 되었어요. 또 ‘기영스 픽’이라는 관객 참여형 프로그램도 해요. 저희 ‘모기 수다’ 모임의 상시 멤버들을 중심으로 이들이 선정한 작품을 상영하고 토크도 할 수 있도록 진행 중이에요. 야외 상영 같은, 관객들을 즐겁게 만나면서 동시에 공간을 잘 사용하려는 현장 이벤트도 만들고 있고요.
- 모기영이 이렇게 지속해서 개최되고, 관객들의 참여와 반응을 끌어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일아: 우리 영화제가 10년, 20년 하자면서 시작했던 건 아니었어요. ‘그저 올해만 하자, 그 뒤는 다음에 생각하자’는 마음이었는데 벌써 4회를 준비하고 있네요. 개최 가능성이 매번 불투명한 재정 안정성이 가장 큰 문제였지만, 시작 자체가 어떤 든든한 재정 지원이나 시스템을 등에 업고 출발한 게 아니고 자발적이었으니까, 그 마음을 유지하고 싶었어요. 문제는 저희 자신을 계속 갈아 넣는다는 거죠. 의미 있는 집단은 다 이런 딜레마를 가지고 있는 듯해요.
박일아 프로그래머. ⓒ복음과상황 이유진
은: 처음 시작할 때는 교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사라져도 괜찮다는 마음이 컸어요. 지금은 이 일을 시작한 우리보다도 우리와 함께 가는 사람들이나 우리 뒤의 젊은 세대들에게 지금의 방식으로 모기영을 넘겨줄 수는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우리는 이렇게 할 수 있고, 계속 실무를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저희가 계속 붙잡고 있는 것이 우리 영화제의 정체성은 아니라고 봐요. 계속해서 다른 사고를 하고 새로운 문화를 가진 사람들에게 길을 열어놓는 일이 굉장히 중요한데, 가장 기초적인 틀은 갖춰야 새로운 물이 들어와서 채우고 흘러가고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희는 당연히 책임감과 주인 의식이 있지만, 우리가 계속해서 꽉 쥐고, 조직으로 성공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그게 오히려 살아남는 비결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 영화제를 진행하면서 가장 반응이 뜨거웠던 상영작은 무엇이었나요.
다나: 작년에 상영했던 다큐멘터리 〈박강아름 결혼하다〉가 가장 반응이 활발했던 것 같아요. 질문도 많았고. 우리 영화제는 관객 연령대를 가늠하기가 힘든데 이 영화에는 젊은 분들이 많이 계셨어요. 특히 여성분들끼리 많이 오셨더라고요.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서 결혼과 그 이후에 대해 정해진 삶의 전형이 있잖아요. 그런 삶에 다들 문제의식을 느껴서 더더욱 이 다큐멘터리를 기대하고 오신 듯했어요. 그래서인지 영화 후에, 영화에 관한 질문들도 있었지만 한국 사회에서 각자가 느끼는 고정된 성 역할에 대한 문제의식을 이야기하는 장이 열렸어요. 단순한 영화 토크에서 벗어난 느낌이었달까요. 거기에 감독님과 가족분들이 다 오셨고 아기까지 같이 왔거든요. 아기가 계속 돌아다니는데 엄마가 아닌 아빠가 돌보는 모습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아서 재미있어들 하시더라고요. 그런 현장 분위기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일아: 〈북샵〉도 기억에 남아요. 그 영화에는 용서점 박용희 대표가 오셨는데, 그때 뜨거운 마음이 울컥 올라오는 것을 느꼈어요. 아마 거기 계셨던 분들이 다 같이 그 마음을 느끼셨을 거예요.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와 결이 같은 가치관을 갖고 살아가는 게스트가 오신 거죠. 그때 저는 게스트의 힘이 뭔지 명확하게 볼 수 있었어요.
은: 저는 아무래도 많은 분의 반응을 현장에서 볼 수 있었던 1회 개막작과 폐막작이 떠올라요. 1회 개막작은 〈어 퍼펙트 데이〉였는데, 이 영화는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상업 영화이고, 스타가 출연하는 데다가 해피엔딩이라 부담 없이 볼 수 있으면서도 기독교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메시지가 분명하거든요. 그래서 관객분들이 이 작품을 편안하게 보시면서 이 영화제가 무슨 얘기를 하고 싶어 하는지를 잘 알아채신 것 같아요. 폐막작은 〈신은 존재한다, 그녀의 이름은 페트루냐〉라는 마케도니아 작품이에요. 마케도니아 영화가 갖는 희소성도 있지만, 이 영화는 국내 여성 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상영된 후 국내 개봉은 안 한 작품이어서 영화계에서도 환영받았어요. 제목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대놓고 종교적인 이야기거든요. 종교와 십자가, 사회적인 약자에 관한 내용과 더불어서 로맨스나 교회 문제 등 여러 가지를 나눌 수 있는 작품이에요. 그런 부분에서 우리가 정말 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와 잘 맞아떨어졌죠.
다나: 그러고 보니 영화 라인업이 그렇게 많지 않은 영화제인데도 국내에서 우리 영화제 아니면 보기 힘든 영화를 매해 가지고 왔었네요. 방금 말씀하신 〈신은 존재한다, 그녀의 이름은 페트루냐〉도 그렇고 2회 개막작이었던 〈핑키를 찾습니다〉나 작년의 〈우주 소년〉도 있었죠.
- 여러 영화를 소개하고, 관객들과 소통하면서 교집합이나 공감대를 찾게 되었을 것 같아요. 그것이 다른 영화제와 구분되는 모기영만의 고유한 정체성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일아: 1회 때 마지막 날이었나. 영화 끝나고 저랑 얼싸안은 중년의 여성 관객이 계셨어요. 처음 뵙는 분이었는데 상영작 여러 편을 보시고 나중에는 남편분도 데려오셔서 얼굴이 익었었어요. 2-3일 뵙고 나서 끝나고 그분이랑 저랑 그냥 안았어요, 엄마랑 딸처럼. 그때 저는 그게 너무 신기했고 잊지 못할 순간이 되었어요. 나 왜 울지? 그분이 보고 싶어요.
다나: 저는 저희가 초청한 감독님이 생각나요. 저희가 2회 때 상영했던 한 작품은 트랜스젠더가 주인공인 작품이었어요. 이 작품이 너무 좋았는데 주제 때문에 외부에서 오는 이슈들이 있었어요. 저희가 좋아서 선택한 영화니까 ‘이 영화를 우리가 지키자’고 서로 이야기했었죠. 나중에 감독님을 만나서 이런 일들이 있었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눈시울을 붉히시더라고요. 여러 곳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유명한 영화거든요. 그런데 감독님은 다른 어떤 영화제들보다도 기독교 영화제에서 자기 영화를 포기하지 않고 틀어줘서 감동했다고 하셨어요. 사실은 그분도 기독교인이셨거든요. 저희가 이 영화를 지켜줬다는 의미를 알기 때문에 더 고마워하셨던 거 같아요.
- ‘모두’와 ‘기독교’를 연결하는 지점을 찾는 게 관건이겠어요.
은: 그래서 저희는 기독교 영화제로서 소위 기독교적이고 종교적인 영화에 집착하지 않아요. ‘영성’에는 여러 측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저는 사회적인 영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사회적 영성을 다룰 수 있는 영화라면 종교적인 소재가 아니더라도 함께할 수 있는 거죠. 기독교인 입장에서는 우리가 기독교인으로서 이 사회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이야기할 수 있고,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기독교 영화제에서 이런 작품을 다루는구나!’ 마음을 열 수도 있죠. 그런 게 공감대가 된다고 생각해요. 기독교인이든 비기독교인이든, 사회문제에 대한 고민이나 추구하는 방향은 다를 수 있어도 깊이나 영역 면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거든요. 물론 아직은 조심스러웠죠. 기독교인의 스펙트럼도 넓다 보니까, 어떻게 하면 가능한 한 보수적인 기독교인들도 배제하지 않고 같이할 수 있도록 할까 고민도 많죠. 그래야만 진짜 장을 열 수 있잖아요. 영역을 넓혀가는 영화들을 상영하려고 생각 중이에요. 그게 접점을 만들어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독교에 대한 시각도 너무 안 좋은 이 시점에 왜 기독교 영화제를 하는지, 끊임없이 질문하는 목소리에 대한 우리의 응답인 거죠.
- ‘그들의 하루, 우리의 사흘’ ‘괜찮지 않다’ ‘행복’…. 해마다 임팩트 있는 주제로 관객들에게 묵직한 질문들을 던져왔습니다. 올해 주제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은: 올해 모기영 주제는 ‘실상가상’입니다. ‘실상가상’ 하면 설상가상이 먼저 떠오르잖아요. 엎친 데 덮친 것 같은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는 힘에 대한 생각을 한 거죠. 실상가상에 관해 이야기를 하면서 저희가 떠올린 단어들이 있어요. 실상, 가상, 공상, 망상, 허상, 상상, 천상, 지상, 현상, 세상, 진상…. 천상과 지상, 실상과 가상처럼 우리는 굉장히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이 있는데 영화가 원래 상상, 공상에서부터 시작된 것이지만 굉장히 현실적이기도 하잖아요. 영화를 볼 때 우리는 터무니없는 이야기에서도 현상과 현실을 보고, 설상가상 같은 현실을 극복할 힘과 상상력을 얻죠. 영화는 현실에 대한 냉철한 자각이기도 하면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상상력과 대안도 고민해볼 수 있는 장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올해는 SF와 판타지가 주력 장르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이 문화적으로 자유롭지 못하고, 판타지 장르에서 경험하는 상상력이 부족할 때가 많죠. 영화가 주는 상상의 자유로움이 허무맹랑해 보이지만 얼마나 현실적인지, 현실에서 어떻게 그런 상상력을 꾸려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이번 주제의 의도입니다.
제4회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주제는 실상가상이다. 텀블벅을 통해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모기영 공식 홈페이지)
- 이번 영화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다나: 다른 영화제에서 일할 때는 작품 섭외 메일을 심플하게 보내거든요. 유명한 영화제일수록 더 그렇겠죠. 작년까지는 강도영 사무국장이 맡았다가 올해 제가 처음으로 모기영 작품을 콘택트했는데 메일이 정말 길게 써지는 거예요. 설명해야 할 게 너무 자명하니까. ‘기독교 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왜 트세요?’ ‘무슨 영화제세요?’ 같은 질문들을 할 테니까, 그리고 저희는 돈도 없으니까, 열심히 하고자 하는 진심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얼마나 이 영화를 상영하고 싶고, 얼마나 고민을 많이 했는지 등을 길게 정리해서, 결론은 영화를 틀게 해달라는 메일을 보냈거든요. 그런데 이런 메일을 받으면 저 같아도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고, 이미 다른 영화제 때문에 메일을 몇 번 보냈던 곳이면 그 전이랑 굉장히 다른 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별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도 거절당하면 한 번 더 보낼 용기는 있었어요. 그런데 해주겠다고 한 거예요. 다른 문제 때문에 결국 취소되기는 했지만요. 이번에 유독 오래 기다렸다가 취소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시간표를 짜놓고 보니 영화들이 너무 괜찮더라고요.(웃음)
일아: 맞아요. 저희가 이번에는 비주제 부문이 생겼잖아요. 그동안은 주제 중심으로만 영화를 선정하다 보니 좋은 영화들을 주제와 안 맞는다는 이유로 소개하지 못하게 되는 일들이 많아져서 아쉬웠어요. 그래서 주제와 맞지 않아도 올해 꼭 같이 보고 싶은 영화들을 많이 선정했고, 그 영화들은 비교적 빨리 연결되기도 했어요. 그런 작품들은 또 다른 방식으로 영화제의 퀄리티를 높여주기도 하고, SF 장르는 취향을 탈 수 있으니까 그에 대한 다른 선택지가 될 수도 있고요.
ⓒ복음과상황 이유진
- 영화를 보고 즐기는 건 그 자체로도 충분히 즐거운 일이지만, 영화를 같이 본 사람들이나 주변 사람들과 영화에 관해 이야기하는 시간은 또 다른 즐거움이죠. 영화를 매개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는 방법, 노하우가 있다면요.
다나: 학교에서 만나는 학생들한테는 더 전문적인, 영화 비평적인 이야기를 하겠죠. 하지만 대중들과 영화를 이야기하는 방식은 전혀 다른 것 같아요. 제가 사는 지역 근방에 있는 분들과 당근 앱으로 만나서 모기영 이사님 주최로 같이 영화 모임을 하고 있거든요. 한 달에 한 번씩 영화를 보고 그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임이에요. 각자 소감이나 당시에 꽂힌 자기 생각이나 질문들을 막 던지면서 이야기하는데, 신기한 게 그러다 보면 어쨌든 생각이 모이는 지점이 있더라고요.
일아: 침묵이 길어질 때는 브레인스토밍을 통해서 입을 열게 하는 게 중요하죠. 그리고 제 경우는, 누군가 이야기를 하면 ‘이렇게 말씀하신 게 맞나요?’라고 한 번 더 정리해줘요. 그다음에 ‘그 말은 누구랑 비슷한 것 같은데 맞나요?’라고 연결 짓는다든지, ‘다른 분의 의견과는 반대 의견일까요?’라고 건네면 좀 더 활발하게 이야기가 진행되더라고요.
- 다음 호(11월호)부터 영화 리뷰를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일아: 저희 모기영에서 4회까지 진행했던 작품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래머 세 명과 모기영 영화 평론상 수상자 두 분이 영화 리뷰를 쓰게 되었어요.
은: 저희는 늘 다음 회를 향해서 막 질주하지만 이렇게 흘러가는 일들을 지면에 한 번쯤 붙잡아 멈춰 세우고, 그렇게 축적되는 무언가를 만들어갈 수 있게 되어 기뻐요. 저희를 후원해주시는 분 중에서 여러 상황 때문에 못 오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거든요. 이런 분들에게도 또 다른 콘택트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돼요. 작년에 평론상을 공모했었는데 그 수상자분들에게도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생겼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고요.
- 각자 연재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신가요? 연재는 어떤 식으로 이뤄지게 될까요?
다나: 평론이라고 하면 어렵고, 정답을 내리는 논리적인 글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영화에 대한 글을 쓰는 일은 굉장한 상상력을 요구하거든요. 글을 쓰기 위해 이 영화에 왜 이런 요소가 있었는지 묻는 일 자체가 영화감독이 영화 만들 때의 생각과 거의 흡사하다고 생각해요. 프로그래머가 아닌 인간 장다나로서 저는 항상 창작에 대한 갈급함이 있어요. 가끔 친구를 만나건 영화를 보건 일을 하건 튀어나오는 나라는 사람의 세계관을 표현하고 싶은 거예요. 제 머릿속에 있는 영화에 대한 다양한 상상을 글로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 글이 어떻게 나올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좀 엉뚱할 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글이 될 수도 있을 듯해요. 그 글을 보시고 ‘아, 영화를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그러면 나는 이 영화를 어떻게 생각하지?’ 하고 생각의 바통을 넘겨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또 기독교 영화제의 이름으로 복상에 쓰게 되는 글인 만큼 크리스천으로서 항상 고민해온 것들을 정리할 수 있었으면 해요.
일아: 저도 마찬가지로 ‘이 영화를 보고 이렇게 생각하는 게 맞다’는 논리나 설득을 제시하고 싶지는 않아요. 제게 남는 장면이나 대사가 있다면 거기서부터 실마리를 풀어가는 방식이 아닐까 해요. ‘그냥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정도의 태도일 것 같고 만약 독자분들이 공감해주시면 감사하죠.
은: 영화 자체에 집중하는 이야기를 하는 게 중요할 듯해요. 저희가 영화제에서 틀었다는 것은 이미 그 영화를 영화 자체로 보는 일에서 한발 더 나아가고자 한다는 의미거든요. 나는 어떻게 이 영화를 볼 것인가, 기독교인은 어떻게 이 영화를 볼 것인가, 이런 순서를 밟아가면 좋겠어요. 이미 정해진 답을 듣게 하는 것이 아니라요. 저희 세 프로그래머와 함께 연재할 다른 두 분 필자는 이동기 님과 이정식 님이에요.
- 마지막으로 연재를 기대할 독자들에게 한 말씀씩 부탁드립니다.
일아: 기대해주세요!
다나: 저희가 각자 쓰는 거니까 저마다 고유한 이야기를 하겠지만, 어쨌든 각 개인이면서도 저희는 모기영이잖아요. 필자들의 개성을 즐기는 동시에 같은 곳을 바라보는 모기영의 시선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은: 앞서 말씀드렸지만 지면 연재는 질주하는 모기영이 잠시 멈춰가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저희에게는 역설적으로 굉장한 도약이죠. 영화제에 오실 수 없는 분들께 모기영을 알릴 기회가 되어서 참 좋아요. 복상을 보시고 모기영에 관심을 가져주시면 ‘찾아가는 모기영’ 같은 이벤트들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독자들과 만날 기회도 만들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어요. 연재를 통한 만남은 기존의 만남과는 또 다른 차원의 연결이 있지 않을까 기대가 커요. 함께 기대하며 주변에 소개도 해주시고, 필요하면 초대도 해주시고, 동의가 되면 후원도 해주시고….